종말 하나만 막고 올게
임태운 지음 / 시공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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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내가 알고 있던 사람이 나와 다른 존재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어떨까? 한 마을에서 오랜 시간 함께 했던 이웃, 친구, 배우자가 인간이 아닌 다른 존재라면? 임태운 작가는 일상을 살아가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면서 그 안에 스며들어와 있는 또 다른 존재에 대해 이야기한다. 또 다른 존재와 살아가는 사람들을 통해 여러 가지 사회 문제를 들여다보게 한다.

 

<가울반점>은 작은 마을 수만리에 또 하나의 중국집이 생기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사람들이 새로 생긴 가울반점으로 몰리고, 시황과 아버지는 가울반점 자장면의 비밀을 캐기 위해 종만의 뒤를 캔다. 군대에서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돌아온 종만은 밤마다 동네 대갈바위로 올라가고 새벽녘이면 자루를 하나 들고 집으로 돌아온다. 종만의 뒤를 미행한 아버지와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뒤따라간 시황은 외계인의 의식이 들어간 종만의 정체를 알게 된다. 어린 시절부터 알았던 친구의 몸속에 들어간 외계인이 지구와 외계별의 식재료를 연구하는 미식연구가라는 설정도 흥미로웠다. 시황을 죽이려던 순간 남아 있던 종만의 의식이 이를 막는다. 외계인은 두 부자에게 살려주는 조건으로 마을을 떠나라고 말한다.

 

<종말 하나만 막고 올게>는 천년이 넘는 시간 동안 평행우주를 여행하는 여행자와 살고 있는 아내의 이야기다. 남편은 천년 이 넘는 시간 동안 4,000번 이상의 종말을 맞이했고, 그 중 1,500번은 종말을 막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마음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남편의 외도를 의심해 카페에 가입한 아내는 거짓말 탐지기를 받아 남편의 몸에 부착하고, 거짓말 탐지기 덕분에 남편의 말을 믿게 된다. 다른 평행우주 속 자신과 4,000번이 넘는 삶을 살았던 남편이 안쓰러우면서도 자신이 기억하지 못하는 또 다른 자신들과 살았다는 말에 불쾌한 감정을 느낀다. 부부가 있는 곳으로 다가온 낚시꾼들이 남편을 공격하고 남편은 그들을 해치운 후 종말을 막기 위해 떠난다.

얼른 가서 종말 하나만 막고 올게요.(115페이지)

낚시꾼들이 남편의 위치를 알았던 것이 거짓말 탐지기 때문이라 생각한 아내는 종말을 막고 자신에게 햇살이고, 바람이며, 공기인 남편을 구하겠다고 마음먹는다. 다른 우주에 존재하는 자신에게 남편을 빼앗기기 싫기 때문이다. 다른 평행 우주 속 다른 직업과 환경에도 같은 모습의 배우자를 다시 만나 사랑하고 결혼한다는 설정이 재미있다. 한 사람을 몇 천 번이나 다시 만나 사랑하고 결혼한다는 것이 축복일까에 대해서는 대답이 망설여진다는 것이 나의 솔직한 답이다. 고민하게 만드는 질문이다.

 

<궁극의 몸>은 바이러스 전쟁 이후 신체 등급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 세상이다. 바이러스 노출 정도와 신체장애에 따라 등급이 나뉘어 직장을 선택하는 것도 제한되는 사회다. 도담은 1차 감염에 그친 부적격 신체를 가졌다는 이유로 차별받고 살았다. 도담은 자신에게 존재하는 미니 웜홀로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후 스스로를 최고 등급으로 정하고, 자신이 궁극의 몸을 지닌 초월적인 존재라는 생각에 빠져든다. <궁극의 몸>의 주인공 도담은 신체 일부가 이동하는 이상증상이 나타난 와중에도 회사에 출근할 시간이 다가왔다는 생각을 하면서 지각을 걱정했다. 이 장면을 읽으면서 카프카의 소설 <변신>의 주인공 그레고리가 생각났다. 벌레로 변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 후 출근을 걱정했던 그레고리와 도담의 모습이 겹쳐보였다. 도담은 <변신>의 그레고리처럼 처음엔 출근을 걱정하지만, 물리학자에게 메일을 보내어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한다. 자신의 능력을 깨달은 후 도담은 사람을 공격하고, 물건을 훔치는 등의 옳지 않은 곳에 능력을 사용했지만, 그레고리와 다르게 타인에 의해 결정되는 삶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한 삶으로 나아갔다. 도담이 더 나은 삶을 향해 나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을 실어본다. 도담은 궁극의 몸으로 어떤 궁극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이빨에 끼인 돌개바람>의 주인공 자무이는 아프리카 케냐의 마사이 초원에서 태어난 전사로 본명은 레미톨뽀냐위, 지구어로 이빨에 끼인 돌개바람이다. 8종 은하계의 R17번 행성에 거주하는 잠입 전투 종족 크레냐위 전사다. 지구에서 치러지는 크레냐위인의 성인식은 원주민 숙주의 육체만을 사용해 마지막 한 사람이 남을 때까지 싸우는 것이다. 그들이 서로를 찾는 방법은 샤다모이라는 유전자에 심어진 발광신호가 유일한 단서다. 자무이는 성인식을 위해 동족들을 찾아 길을 떠나고 모두를 해치운 후 최후의 상대를 찾아 대한민국 인천으로 온다. 샤다모이가 모여 있는 가게를 발견한 후 그곳에 아르바이트생으로 취직해 아프라냐위를 찾는다. 드디어 만난 아프라냐위는 주경야돈의 며느리, 유일하게 여성체로 태어났고, 지구에서 결혼해 아들을 낳아 어머니가 되었다. 그녀는 크레냐위인이 아닌 지구인으로의 삶을 선택했다. <이빨에 끼인 돌개바람> 속 외계인은 지구인에서 태어나 지구인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동네 정육점을 운영하는 아줌마가 크레냐위인 최고의 전사라는 설정도 흥미롭다. 약한 존재라 생각했던 여성이 어머니가 되고, 최강자의 전사들을 모두 이길 수 있었던 힘은 어디에서 나왔을까?

나는 강해지기 위해 어머니가 된 건지, 어머니가 되는 바람에 강해져 버린 건지.”(179페이지)

강해지기 위해 어머니가 된 것인지, 아니면 어머니가 되어 강해진 것인가라는 아프라냐위의 질문에 대한 답은 정해져 있지 않다. 계란이 먼저인지, 닭이 먼저인지와 같이 사람들마다 대답은 다르게 나올 것이라 생각한다. 나또한 무엇이 먼저인지 헷갈린다. 최강자를 가리는 외계인의 성인식에 대한 이야기는 우리에게 여성으로 산다는 것어머니로 산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레어템의 보존법칙>PC 방 아르바이트 신입에게 선배가 들려주는 전설적인 인물에 대한 이야기다. 어느 날 천 시간 정액제 요금 50만 원을 현금으로 지불한 손님이 찾아온다. 게임의 룰도 몰랐던 쪼꼬야미는 게임을 하기 위해서는 게임 머니가 필요하다는 피시방 아르바이트생의 말을 듣고 게임 속 블랙엔트를 잡기 시작한다. 그리고 계속해서 죽지 않는 블랙엔트 한 마리만을 공격하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이상한 사람 보듯이 하던 사람들이 며칠 동안 한 마리의 블랙엔트만을 공격하는 남자에게 호기심을 갖기 시작한다. 청년은 자신을 버린 전 애인과 자신의 시나리오를 훔친 콧수염이 달린 영화사 피디에 대한 분노를 콧수염이 달린 블랙엔트를 공격하는 것으로 표출한다. 우연히도 그 블랙엔트는 CIA 차장 토미 파커가 비밀 정보를 저장해 놓은 몬스터였다. 한국의 평범한 피시방을 찾은 평범한 시나리오작가 지망생과 CIA 차장이 게임 캐릭터로 연결되었다는 설정이 흥미롭다. 현실에서 있을 것 같지 않은 설정이지만 또 충분히 현실에서 일어날 법한 일이기도 해서 더 몰입해서 읽었다. 거대한 힘을 가진 CIA 차장 토미 파커가 블랙엔트를 지키려 모든 수단을 동원하지만 결국 블랙엔트는 쓰러지고 쪼꼬야미(황척호)는 천 시간의 정액제를 다 쓴 후 피시방을 떠난다. 그때부터 게임 속 블랙엔트는 황척호가 전 애인에게 빼앗겼던 시나리오 대사를 말하고, 영화사는 저작권 위반으로 제소하지만 결국 패소한다. 황척호는 자신을 배신한 전 애인과 영화사에게 통쾌한 복수를 할 수 있었다. CIA 차장이 자신의 비밀금고를 지키려고 평범한 청년을 견제하는 장면에서는 한 편의 코미디를 보는 느낌도 들었다. 그리고 황척호가 블랙엔트를 쓰러트리고, 그의 전 애인과 영화사가 패소하는 장면에서는 속이 뻥 뚫리는 느낌이 들어 후련했다.

그건 보잘 것 없는 이었던 한 남자가

거대한 에게 도전해 이룩해 낸 위대한 업적이라고.

그와 함께 했던 천 개의 시간 동안 우리는,

잠시나마 잉여에서 영웅이 될 수 있었다고 말이야.(253페이지)

거대한 갑인 CIA와 게임회사 그리고 또다른 갑인 영화사를 상대로 이었던 황척호는 수많은 을들의 도움을 받아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뤄냈다. ‘거대한 갑에게 도전해 이룩해 낸 위대한 업적잉여라고 생각했던 이들을 잠시나마 영웅이 되게 해주었다. 작은 돌멩이로 골리앗을 물리친 다윗처럼 황척호는 작은 게임 캐릭터로 자신을 괴롭혔던 갑들을 물리쳤다. 천 시간의 정액제를 쓰고 피시방을 떠난 황척호의 삶은 블랙엔트를 쓰러트리기 전보다는 나은 삶으로 나아갈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러기를 간절히 바란다.

 

<로봇이라서 다행이다>는 왕따를 막기 위해 만들어진 왕따 로봇과 과거에 왕따를 당했었던 초등학생의 우정이야기다. 아빠가 로봇 제조사 실버 인터스트리의 사장님인 김은찬은 해마다 두세 명을 똘마니를 데리고 다니면서 아이들을 괴롭힌다. 은찬 일당에게 괴롭힘을 당하던 최동필은 몸에서 머리를 뽑아 물에 젖은 머리를 털기 시작한다. 최동필의 정체는 왕따 로봇’, 정부에서 시범적으로 운영하는 비밀 프로젝트다. 심각해지는 왕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최첨단 인공지능 로봇이다. 왕따를 자기한테 집중되도록 유도해서 일진 아이들의 구타와 폭언을 대신 받고 다른 아이들을 왕따로부터 지켜주는 것이 로봇의 역할이라고 한다. 자신의 정체를 본 준서의 기억을 지워주는 장치가 고장나 기억을 지울 수 없게 됐지만 준서는 비밀을 지켜주겠다고 약속한다. 친구가 된 준서와 동필은 아이들에게 함께 있던 것을 들키게 되고 아이들 앞에서 친구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준서는 동필의 뺨을 때린다. 죄책감과 미안함, 그리고 은찬 패거리가 무서워 준서는 동필을 피한다. 수련회를 가는 중 교통사고가 발생하고 동필은 반 아이들 모두를 구한 후 버스와 함께 사라진다. 동필의 비밀을 간직한 채 어른이 된 준서는 로봇 공학자가 되어 인공지능 로봇을 위한 로봇권 옹호 운동을 진행한다. 달을 방문하기 위해 떠난 준서는 크레이터 공사장을 방문해 친구를 만난다. 인공지능 로봇은 사람처럼 감정과 고통을 느끼지만 그것을 무시하고 로봇을 하나의 도구와 소모품 취급해 사람만을 위해 로봇을 이용한다. 인간과 같은 감정을 가진 로봇의 로봇권을 어디까지 보장해주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은 우리 모두가 고민해야 할 문제다.

 

작품 속 ’(더 강한 존재)’(더 약한 존재)의 관계는 경계가 뒤섞이고 어느 순간 모호해진다. <가울반점>에서는 갑이었던 시황과 태수가 자신들이 괴롭혔던 을이었던 종만을 공격했다가 제압당한다. <종말 하나만 막고 올게>에서는 지구의 종말을 반복하는 외계인들을 남편이 해치우고, 그들의 본거지를 찾아간다. <궁극의 몸>에서는 을이었던 도담이 갑이었던 회사 주임을 공격하고, 최상위 등급인 물리학자보다 자신이 더 높은 등급의 궁극의 몸을 가졌다고 생각하게 된다. 을이었던 도담은 더 이상 자신을 을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이빨에 끼인 돌개바람>은 강한 전사의 전형으로 생각했던 남성 전사들을 모두 이기고 약한 존재라 생각했던 여성 전사가 가장 강한 전사로 등장한다. <레어템의 보존법칙>도 거대한 힘을 갖고 있는 CIA 차장의 공격을 막아내고 자신의 목표를 이룬 평범한 한국 청년의 이야기다. CIA와 게임회사, 영화제작사와 맞서 승리한 을의 최종 승리는 전설처럼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다. <로봇이라서 다행이야>는 왕따 당하는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능력을 숨기고 을로 살았던 로봇 최동필이 등장한다. 아무도 지켜주지 않고 인간을 위한 도구로 사용되는 존재인 로봇이 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모습으로 타인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을 지녔다. 평범한 사람들 속에서 평범하지 않은 존재들이 함께 살아가고 있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는 어떤 존재들이 살아가고 있을까? 임태운 작가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강함과 약함’, ‘갑과 을의 경계란 어느 순간 뒤집어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또 다른 존재들, 사람과 로봇이 갑과 을의 관계가 아닌 서로를 존중하고 함께 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소설이다. 틀림이 아닌 다름을 인정하는 사회가 될 때 차별 없이 더 살기 좋은 세상이 될 것이라 믿는다. 우리는 누군가를 위해 소모되는 잉여가 아닌 나와 모두를 위해 살아가는 영웅이다.

 

종말 하나만 막고 올게을 읽고 난 후 임태운 작가의 메시지를 내가 제대로 이해했는지는 알 수 없다. 나의 느낌대로 책을 읽고 깨달은 대로 적어봤다.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해석했는지 궁금하다. 하지만 한 가지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나는 이 책을 흥미롭게 몰입해서 읽었다.

재미있고 흥미로운 SF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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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펜의 시간 - 제26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김유원 지음 / 한겨레출판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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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야구다.’(198페이지)

이야기는 누구처럼 닮고 싶은지에 대한 질문으로 시작한다. 그 순간 준삼의 머릿속에 떠오른 단어는 돌멩이였다. 대답이 떠오르지 않는 순간 준삼의 눈에 TV 속 야구 선수가 들어온다. 중학교 야구부에서 함께 활동했던 권혁오, 프로에 입단한 후 특별한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는 선수다. 잘나가는 선수가 아니었기 때문에 준삼의 대답을 들은 사람들은 크게 반응하지 않는다.

 

입을 다물고도 환하게 웃던 아버지의 얼굴’(20페이지)

인생에서 손에 꼽힐 정도로 인상적인 하루였던 그 날의 기억 속 아버지의 웃는 얼굴. 준삼은 아버지와 야구장을 다녀온 후 아버지의 꿈이 야구선수였을 것이라 생각해 아버지의 꿈을 대신 이뤄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야구단에 입단한다. 중학교 3년 동안 야구부에서 활동한 준삼은 투수가 되어 혁오와 함께 번갈아가면서 공을 던졌다. 고등학교 진학을 준비하던 중 전국대회 영상을 본 준삼은 혁오의 아름다운 투구 폼과 비교되는 자신의 투구 폼에 충격을 받는다. 그 뒤 야구를 그만두고 일반 고등학교에 진학해 서울 소재 대학에 입학했다. 대학을 졸업한 후 증권회사에 공채로 입사한다.

흙탕물을 일으키는 첫 번째 미꾸라지’(75페이지)

아름다운 혁오의 투구를 보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하면서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거슬리지 않았던 것들이 거슬리기 시작한다. 하지만 보이기 시작한 것과 거슬리는 것을 바꾸려고 움직이지는 않는다. 회사는 사내 보유금이 창립 이래 최고임에도 구조조정을 계획한다. 준삼은 부조리함을 보면서 거슬리는 마음 때문에 목에 지푸라기가 걸린 것처럼 껄끄럽지만 구조조정 대상이 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실적 경쟁에 대한 압박과 사내 정치 때문에 마음은 지치고 피투성이가 되지만 그래도 회사는 계속 다녀야 한다. 다른 팀과 시합을 하면서 끊임없이 경쟁하고 시합해야 하는 야구처럼 회사원도 끊임없이 다른 동료들과 경쟁하면서 실적을 올려야 한다. 준삼은 이런 시합을 끝내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절대 끝내고 싶지 않는 마음이 더 강하다. 준삼은 공채채용으로 뽑힌 마지막 정규직이다. 준삼의 기수 이후 회사는 더 이상 공채를 뽑지 않았다. 이들은 관행과 각종 비리를 건드릴까봐 모두가 몸을 웅크리고 숨을 죽인 채 어떤 변화도 만들지 않고 살아간다. 악취와 모욕을 견디면서도 준삼은 끝까지 회사 생활을 버틴다. ‘예측이 가능한 것이 평범함이라 생각한 준삼은 예측할 수 없는 기쁨보다는 눈물을 흘리더라도 예측 가능한 예정된 모욕을 견디는 쪽을 선택한다. 그것이 준삼이 생각하는 평범함이다. 희망퇴직자가 있어야 하는 상황이 닥치고 희망자가 나오지 않자 직원들끼리 성과 관리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동료의 평가서를 작성해 오게 한다. 준삼은 심리적인 압박과 자기 안에 쌓인 비겁함을 발견한 후 중심을 향한 열망을 내려놓는다. 자신은 무엇을 견뎌야 하는 걸까에 대한 질문을 던진 후 동료 평가서에 자신의 이름을 써서 제출한다. 동료 평가서에서 가장 많은 표를 받은 데다 자기 이름을 적은 준삼이 희망퇴직자로 정해진다. 준삼은 건물이 무너질 것 같은 공포에 사로잡히고, 퇴직을 권고를 받기 전에 회사를 그만둔다. 무너진 마음은 세상이 무너질 것이라는 공포로 이어져 준삼을 괴롭힌다.

 

물기 없이 황폐한 사막. 그 한가운데에 혁오가 서 있다.

주변을 둘러봐도 온통 모래뿐이다.’(95페이지)

혁오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전에 프로팀 입단이 결정된다. 고등학교 마지막 시합을 승리로 거둔 혁오는 자신을 괴롭히는 진호의 눈을 오랫동안 응시했다. 힘없이 돌아섰던 진호는 사고로 사망한다. 진호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과 그로 인한 공포감으로 인한 트라우마는 혁오를 슬럼프에 빠지게 만든다. 모두의 기대를 안고 프로 데뷔 시합에 오르지만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해 모두를 실망시킨다. 두 번째 시합에서도 똑같은 일이 일어나자 혁오는 자신의 내면이 크게 틀어졌음을 깨닫는다. 위력적인 스트라이크를 던졌던 혁오가 시합에만 올라가면 볼넷을 던지는 이유는 죽은 진호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버석거리는 모래뿐인 황폐한 사막에 혼자 떨어진 느낌을 받은 혁오는 진호를 보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아무도 혁오를 돕지 못한다. 혁오 자신조차도. 계속되는 슬럼프로 혁오는 이제 진호가 보이지 않을 때도 볼을 제대로 던지지 못한다. 하지만 혁오는 야구를 그만둘 수 없다.

경주마처럼 평생 야구만 보고 달렸는데 내가 사회에 나가서 뭘 할 수 있겠어?”(100페이지)

투수를 하다 팔꿈치 부상으로 야구를 그만둔 후 팀 매니저가 된 진형의 말처럼 야구선수에게 평생 해오던 야구를 그만둔다는 것은 가장 두려운 일이다. 진형의 타구 연습을 보고 난 후 타자로 전향하기 위해 연습을 했지만 진호의 환상이 다시 나타나면서 그마저도 실패한다. 프로팀에 입단할 때 혁오가 가졌던 모든 목표는 볼넷으로 인한 부진으로 단 하나도 이룰 수 없었다. ‘신인왕과 MVP, 야구 역사에 남을 기록에 대한 꿈은 진호의 죽음 이후 혁오에게는 아무런 의미 없는 꿈이 되었다. 승부조작을 의심하는 기자를 만나 후배들을 지키기 위해 한 인터뷰는 혁오를 승부조작 선수로 만들어버린다. 모두와 연락을 끊은 후 오토바이를 타고 여행을 떠나 바다로 간 혁오는 오토바이를 바다 속으로 보내준 후 돌아온다. 기현의 정정보도로 승부조작 오명이 벗겨진 후 독립리그에 들어가 승패에 연연하지 않고 후배들을 가르치고 아름다운 투구 폼으로 공을 던진다. 혁오는 승패와 관련 없이 계속 야구하기라는 꿈을 이뤘다.

 

여자라서 그래.”(57페이지)

기현은 90퍼센트가 남자인 언론사의 스포츠 기자다. 다른 기자들은 기현에게 남다른 시선을 지닌 것, 아픈 것, 친구가 많은 것, 친구가 없는 것 등등의 모든 것이 여자라서 그렇다고 말한다. 기현이 취재와 기사 작성에 들이는 시간과 노력은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는다. 초등학교 때 야구를 했을 때도 기현은 실력보다는 여자라는 성별에만 초점이 맞춰져 주목을 받았다. 중학교 진학을 앞둔 기현은 당연히 야구부 진학을 꿈꿨지만 여자는 중학교 야구부에 들어갈 수 없다는 사실에 좌절한다. 모두가 기현에게 야구는 취미로 하라고 말했다. 중학교에 들어가 주말 야구를 했지만 중학교 2학년이 되고 난 후 야구를 그만둔다. 대학 졸업 후 기현은 스포츠 신문사에 입사한다.

여기선 가장 높이 올라갈 거야. 성공한 야구인이 될 거야.(65페이지)

성공한 삶을 꿈꾸는 이들은 각자의 꿈을 가지고 성공하기 위해 노력한다. ‘여성 최초의 스포츠신문 편집장이 되는 것이 기현의 목표다. 기현은 오빠 기철의 가게에 온 야구 선수들이 하는 말을 듣고 승부조작 사건을 취재해 특종을 터트린다. 하지만 사건은 축소되어 한 명의 선수만이 책임을 지고 마무리된다. 기현은 계속해서 이 건을 조사하고, 혁오를 주목한다. 승부조작 사건을 취재하면서 편집장과도 갈등을 빚게 된다. 기현은 자신에게 다른 선택지가 없다고 생각해 특종에 대한 의지를 불태운다. 혁오에게 승부를 조작한 후배들의 안전을 보장하겠다는 조건으로 승부조작을 인정하라 압박한다. 승부조작을 하지 않았지만 후배들이 걱정된 혁오는 갈등한다. 혁오는 기현에게 자신이 트라우마 때문에 가끔 볼넷을 일부러 던진 적이 있다고 말하면서 인터뷰하는 조건으로 후배들의 비리가 담긴 파일을 지워줄 것을 요구한다.

이기는 게 중요할까요?”(191페이지)

혁오와 다시 만난 기현은 혁오의 볼넷이 야구와 스포츠에 정면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행동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승패가 중요한 야구선수가 이기는 것이 중요한지에 대해 질문을 하고, 기현은 지금 하는 일과 목표가 과연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일이었는지에 대한 의문을 갖게 된다. 혁오의 인터뷰를 기사화하겠다는 기현에게 편집장은 승부조작 문제와 연결될 수 있다는 이유로 허락을 해주지 않는다. 기현이 자신의 말을 듣지 않고 승부조작에 관여되었느냐는 질문을 하자 흥분한 편집장은 기현의 뺨을 때린다. 잠시 놀란 듯 했던 편집장은 한국시리즈가 끝난 후 기사를 내보내는 조건으로 기사를 허락한다. 하지만 기사는 왜곡되어 보도되고, 혁오는 승부조작을 한 선수로 낙인찍힌다. 기현은 편집장이 마음대로 짜깁기한 기사라 말하면서 혁오의 정정 기사 요구는 바로 들어줄 수 없다고 사과만 계속한다. 구단의 결정으로 인해 선발투수가 된 혁오는 집중력을 발휘해 공을 던지지만 중간을 넘어서면서 집중력이 떨어져 교체되어 내려온다. 경기가 끝난 후 인터뷰에서도 혁오는 승부조작이 아니라 말했지만 편집된 영상은 결국 혁오를 승부를 조작한 사람으로 만들어 버린다. 정정기사를 실어주지 않자 기현은 신문사를 나와 SNS에 승부조작과 관련된 증거 자료와 함께 혁오의 정정기사를 단독으로 보도한다. 이때부터 치열하게 특종만을 향해 달렸던 기현은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생존에 관심 있지, 여기서 끝까지 살아남는 게 목표랄까.’(142페이지)

기현의 말처럼 준삼, 혁오, 기현과 직장인, 야구선수, 기자 등등의 모두가 생존을 위해 끝까지 살아남는 것을 목표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지금도 수많은 직장인들이 생존을 위해 삶을 버티고 있다.

제발 시합이 끝나길, 제발 시합이 끝나지 않길.’(92페이지)

회사원은 실적에, 야구선수는 승패에 큰 영향을 받는다. 회사원이 실적 압박과 스트레스에도, 야구선수가 승패에 대한 압박과 슬럼프에도 자신들이 하고 있는 것을 그만 둘 수 없는 것은 할 수 있는 게 회사 업무와 야구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신의 에너지를 모두 그곳에 쏟아 부었기 때문에 회사원은 회사를, 야구선수는 야구를 그만둘 수 없는 것이다. 그들에게는 그 자체가 전부이기 때문에. 모두는 시합이 끝나길 바라는 마음과 끝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을 동시에 느끼고, 이 두 마음 중 끝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 더 크기 때문에 모든 모욕과 부조리를 참고 견디고 있다. 그렇게 서서히 자신을 잃어간다.

혁오가 필사적으로 지킨 아름다움이 자신의 조각을 자극했음을.

누구나 아름다움의 조각을 가지고 있으며,

우리에겐 서로의 조각을 자극할 힘이 있음을.’

-중략-

나도 있다.”

(251페이지)

견디고 견디다 결국 준삼은 마음의 병이 들어 발버둥 치면서 버텼던, 끝내고 싶지 않았던, 시합을 끝내고 다시 살아가기 위해 분투한다. 혁오의 경기를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은 준삼은 혁오의 투구 폼이 여전히 아름답다는 것을 확인한다. 힘든 일을 겪었음에도 혁오가 지킨 아름다운 조각이 자신에게도 있음을 깨닫고, 자신도 혁오처럼 아름다워질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된다. 누구에게나 아름다운 조각은 있다. 준삼과 혁오 그리고 기현과 우리, 모두가 아름다운 조각을 가지고 있다. 마음의 병으로 힘들었던 준삼과 좌절했던 기현은 혁오의 아름다운 조각에 자극받아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었다. 우리 마음속에도 아름다운 조각이 존재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세 명의 주인공은 부당함과 부조리함으로 인해 리그 밖으로 나왔지만, 리그 안에 남은 사람들을 비열하고 비겁하다고 욕만 할 수는 없다. 그들은 그들의 자리를 지켜야 하는 이유가 있었고, 그들이 욕망하는 목표가 있었다. 그들은 그것을 지키기 위해 아무런 목소리를 낼 수 없어 뒤로 숨었다. 이들을 비겁한 인간이라 욕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궁금하다. 만약 내가 그 상황에 놓인다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나 또한 그들과 다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마음이 더 무겁다. 새롬이 말한 것처럼 작고 단단한 것을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희생이 뒤따른다. ‘크고 견고한 것앞에서 작고 단단한 것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하지만 작고 단단한 것을 위해 움직이는 이들이 있기에 우리가 사는 세상은 더 나은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나는 나의 비겁함을 인정한다. 그리고 아름다운 조각을 가지고 움직이는 많은 이들을 보면서 내 안의 아름다운 조각을 찾아본다. 모두가 자신이 사는 세상에서 최선이라 생각하는 삶을 살아간다. 그 누구도 타인의 삶을 함부로 재단하고 비난하고 판단을 내려서는 안 된다.

 

야구를 잘 알지 못해 야구를 소재로 한 이야기가 어려울까봐 걱정하면서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책은 술술 읽혔다. 야구를 이야기하지만 그 안에서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 누구보다도 나 자신에 대해 들여다보게 하는 책이다.

거리에서 사람들의 비명을 듣고, 비명을 지르지 않아도 살 수 있는 사람이 다른 이야기를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비명을 질러야 버틸 수 있는 사람이 한계에 다다르기 전에 비명을 지르지 않아도 숨 쉴 수 있는 사람이 먼저 말을 하는 것이······.”

(241~242페이지)

사회에 만연한 부조리 앞에 나는 목소리를 낼 용기가 있는가를 나 스스로에게 질문한다.

 

#서평이벤트(한겨레문학상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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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의 역발상 트렌드 - 메가 트렌드를 뛰어넘는 20가지 비즈니스 전략
민병운 외 지음 / 부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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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 트렌드를 뛰어넘는 20가지 비즈니스 전략’(책 표지)

 

시대의 흐름을 좌우하는 23개의 메가 트렌드. 우리의 삶과 생활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삶의 트렌드를 총 23개로 정리(13~14페이지)한 후 함께 묶였을 때 개념이 더 쉽고 명확해지는 트렌드는 2개를 같이 조합해 총 20개의 메가 트렌드로 재분류한다. 20개로 재분류한 메가 트렌드를 설명하고, 메가 트렌드의 역효과를 분석해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대안으로 내세울 수 있는 역발상 트렌드를 제시한다. 발상의 전환으로 만들어진 발상을 다시 전환하고 반복해서 전환하는 과정을 통해 새로운 트렌드가 만들어진다. 코로나 시대의 역발상 트렌드는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것들에 대한 발상의 전환의 필요성을 일깨워주는 책이다. 20개의 역발상 트렌드와 메가 트렌드를 비교한 내용을 모두 적기에는 나의 역량이 부족해 내가 가장 관심 있는 트렌드 몇 개를 적어본다.

 

역발상 1 <소비 시장과 라이프 스타일>리테일의 귀환 VS. 이커머스’, ‘아웃 라이프 VS. 홈 라이프’, ‘홈 니어 근무 VS. 재택 근무’, ‘역진행 수업 VS. 온라인 수업’, ‘글로벌 보복 소비 VS. 로컬 소비로 역발상 트렌드와 메가 트렌드를 비교 분석하고 있다.

리테일의 귀환 VS. 이커머스

코로나 19 이후 대표적인 메가 트렌드로 떠오른 것은 이커머스. 비대면 쇼핑이 증가하면서 오프라인 매장 매출이 떨어지고 이커머스 매출은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상승했다. 이커머스 시장 세계 1위인 알리바바와 아마존은 2020년 사상 최대치의 매출을 기록하고, 주가 역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렇다면 오프라인 시장은 사라지는 것일까? 책은 아니라고 말한다. 아직도 유통시장의 70~80%는 오프라인 쇼핑이 차지하고 있다. 이커머스를 주도한 Z세대의 81%가 오프라인 쇼핑을 선호한다. 나는 코로나 때문에 이커머스를 사용했지만, 오프라인 매장에서 직접 확인하고 사는 쪽을 선호한다. 홈쇼핑에서 옷이나 신발을 샀다가 사이즈가 맞지 않거나, 색상이나 두께가 생각했던 것과 달라 반품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불편하기 때문이다. 신선식품의 경우 당일 배송이라는 문구를 보고 시켰다가 이틀 후에 도착해 황당했었다. 다행히 신선도는 괜찮아 반품하지 않았지만, 기분이 유쾌하지는 않았다. 한 번 구매한 후 그냥 오프라인 매장에서 장을 보는 것으로 마음을 굳혔다. 메가 트렌드 이커머스 시장이 커지는 만큼 반대로 나와 같은 오프라인 매장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기도 한다. 오프라인 매장의 가장 큰 장점은 제품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체험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체험을 통해 제품의 장단점을 바로 확인할 수 있어 편리하다. 코로나 19로 인해 사라지는 오프라인 매장들도 있지만 반대로 오프라인 매장을 새롭게 오픈하는 기업들도 늘어나고 있다. 나는 옷이나 신발, 식재료를 살 때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해 직접 확인하고 체험(음식은 시식)해 본 후 구매하는 것이 더 편리하다. 내가 직접 확인하고 체험해보고 산 제품은 반품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겪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역발상 2 <소셜 미디어와 문화 콘텐츠>소셜 리레이션 VS. 소셜 미디어와 개인주의’, ‘브랜드 커뮤니티 VS. 초개인화’, ‘보복 관람 VS. 디지털 문화 콘텐츠’, ‘업사이징 디바이스 VS. 모바일 디바이스를 비교 분석한다.

업사이징 디바이스 VS. 모바일 디바이스

코로나 19 사회적 거리 두기 때문에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스마트폰을 보는 시간도 비례해서 길어지고 있다. 나뿐만 아니라 아이들도 온라인 수업을 하면서 스마트폰 사용 시간이 길어졌다. 스마트 폰뿐만 아니라 PC와 노트북, 탭 사용 시간도 점점 더 길어지고 있다. 온라인 수업이 끝난 후 바로 게임을 시작한다. 아이들이 게임을 하는 시간이 지금과 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더 늘어났으면 늘어났지 줄어들지는 않을 것 같다.

한번 높은 수준의 제품과 서비스를 경험하면

낮은 수준으로 돌아가지 않으려는 상향 추구 욕구

(192페이지)

낮은 사양의 PC나 스마트 폰이 게임 도중에 연결이 끊기거나 멈추는 일이 반복되면서 아이는 계속 화를 냈다. 게임을 하기 위해 고사양의 PC를 필요로 한 아이의 요구에 시달리다 고사양의 PC를 구매했다. 낮은 수준의 제품과 서비스를 경험하다가 높은 수준의 제품과 서비스를 경험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만약 반대의 경우라면 아이는 절대로 돌아가지 않으려 할 것이다.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아이는 더 큰 화면에서 더 오랜 시간 게임을 하려고 한다. ‘모바일 디바이스에서 업사이징 된 PC’(190페이지)를 원했던 아이의 욕구는 내가 고사양의 PC와 큰 화면의 모니터를 사게 된 이유다.

 

역발상 3 <헬스케어와 개인 건강>로세토 효과 VS. 개인 건강’, ‘신체 건강 VS. 정신 건강’, ‘메디컬 라포르 VS. 디지털 의료’, ‘웰빙 경제 VS. 사회 안전을 비교 분석한다.

신체 건강 VS. 정신 건강

코로나 19가 계속되면서 확찐자’, ‘코로나 블루’, ‘코로나 레드등의 말들이 유행했다. 자유롭게 나갈 수 없어 대부분의 시간을 집 안에서만 보내다 보니 활동량이 줄어들었다. 그 결과 몸무게는 확 늘어 나 또한 확찐자가 되었다. 시간이 더 흐르면서 찌는 살에 무뎌지면서 우울한 감정이 마음을 갉아먹기 시작했다. 평범한 일상이라 생각했던 모든 것들을 할 수 없고, 사람을 만날 수 없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마음이 병들어가기 시작했다. 코로나 블루에서 벗어나기 위해 내가 선택한 방법은 책과 웹소설, 웹툰 등을 닥치는 대로 장르와 상관없이 읽는 것이다. 아직까지는 이 방법으로 버티고 있지만 코로나 19가 더 장기화 된다면 그때도 이 방법이 효과가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코로나 상황은 사람들을 상당히 예민하게 만들었고,

이런 예민함은 알게 모르게 우리 사회 전체로 퍼져 나가고 있다.’

(215페이지)

이 말에 절대 공감한다. 예민해진 상태로 아이들과 하루 종일 함께 있어야 하는 날이면 작은 일에도 화를 내고 아이들과 말싸움을 하게 된다. 나와 아이들의 예민해진 마음을 풀기 위해서 아이들과의 마음의 거리두기를 연습 중이다. 책에서는 리테일 테라피와 같은 육체활동을 장려하는 정책과 서비스가 정신 건강 문제를 해결하는 해법이라 말한다. 바깥 활동이 자유롭지 않고 혼자 하는 운동이 어렵다는 핑계로 육체활동을 거의 하지 않았기 때문에 살이 찐 몸은 나를 더 예민하게 만든다. 그렇기에 육체활동이 필요하다는 말에 공감한다.

 

역발상 4 <초혁신 기술과 메타버스>스몰 데이터와 감성 지능 VS. ICT 생태계와 초혁신 기술’, ‘폴리매스형 전문가 VS. 긱 워커와 로봇’, ‘전망·공간 마케팅 VS. 디지털 확장 현실’, ‘스마트 대중교통 VS. 자율주행차를 비교 분석한다.

스마트 대중교통 VS. 자율주행차

자율주행차 기술은 갈수록 발달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완전한 자율주행이 가능하지 않다. 자율주행차를 탔던 운전자가 주행 중 다른 행동을 하다 사고가 났다는 뉴스가 종종 보도되고 있다. 나와 같이 운전이 힘든 사람에게는 자율주행이라는 말은 꿈과 같은 말이지만, 현재의 기술력은 완전한 자율주행을 원하는 운전자의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버스나 택시를 이용할 때 무작정 기다려야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스마트 폰으로 버스 도착 시간을 확인할 수 있고, 택시도 호출할 수 있어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버스 안에 설치된 와이파이를 이용해 자유롭게 스마트 폰을 사용할 수 있고, 버스 노선과 시간표도 확인할 수 있어 더 편리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다. ‘Maas’는 스마트 폰 하나로 포괄적인 이동 서비스를 제공하는 개념을 의미한다. 모든 이동 수단뿐만 아니라 숙박 예약, 출장보고 및 경비 처리까지 하나의 플랫폼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된다. 스마트 대중교통의 영역은 앞으로도 더 확대될 것이라 생각한다. 나와 같이 운전이 어렵고 두려운 사람에게 스마트 대중교통은 최고의 서비스다.

 

역발상 5 <선한 영향력과 가치 소비>필정부 탈개인 패러다임 VS. 필환경 패러다임’, ‘정부의 선한 영향력 VS. 미닝아웃’, ‘알고리즘 역이용 VS. 개인 정보 보호를 비교 분석한다.

알고리즘 역이용 VS. 개인 정보 보호

현대 사회에서 개인 정보를 보호한다는 것이 가능할까?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전 세계가 공포에 빠졌다. 전염병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라는 명분으로 정부는 개인 정보를 들여다보고 통제하고 있다. 코로나 19 초기에 확진자들의 모든 동선이 뉴스와 각 지자체 블로그 등을 통해 공개됐었다. 개인의 사생활이 과도하게 공개되는 것으로 인해 문제가 발생했고, 이를 방지하기 위해 지금은 확진자의 자세한 동선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라는 이유로 개인정보를 어디까지 공개해야 하는지는 계속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개인 정보 보호에 대한 1차원적인 생각의 틀에 갇혀 있던 나는 빅데이터 알고리즘은 기업의 이익을 위해 활용되고 있다고만 생각했었다.

질문이나 문제 제시 방법에 따라 사람들의 선택이나 판단이 달라지는 현상으로,

특정 사안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진다

(376페이지, 프레이밍 효과)

알고리즘 역이용 VS. 개인 정보 보호에서는 알고리즘을 기업만이 활용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그를 역이용해 나에게 필요한 정보를 얻어내라 말한다. 귀찮다고 생각했던 나의 맞춤형 광고의 경우 필요한 제품에 대한 검색 키워드를 입력해 둔 뒤 알고리즘이 추천한 광고 팝업을 통해 제품을 구매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기업이 나의 알고리즘을 수집하고 이용했다는 생각을 뒤집으면 내가 이 알고리즘을 역이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하나의 틀에 갇혀 있다 보면 다른 것을 볼 수 없게 된다. 트렌드를 바라볼 때 다른 시각으로 볼 줄 알아야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코로나 시대의 역발상 트렌드를 읽으면서 기존에 알고 있었던 메가 트렌드도 있었지만 새로운 메가 트렌드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트렌드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새롭게 트렌드가 만들어지기도 하고, 과거에 유행했던 트렌드가 다시 재유행하기도 한다. ‘창조는 모방의 어머니라는 말이 있듯이 새로운 트렌드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트렌드에 대한 이해가 먼저 되어야 한다. 지금 우리는 얼마나 많은 기회를 놓치고 있을까? 무엇이 중요한지를 알아야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 고민하는 나와 같은 사람이 코로나 시대의 역발상 트렌드와 같은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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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부러진 계단 스토리콜렉터 93
딘 쿤츠 지음, 유소영 옮김 / 북로드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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딘 쿤츠가 딘 쿤츠했다

역시 딘 쿤츠는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이번에는 어떤 내용으로 나를 놀라게 할까 기대하면서 읽기 시작했고, 역시 딘 쿤츠는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그 어떤 수식어도 필요 없이 딘 쿤츠라는 이름만 보고 작품을 선택해도 된다는 강한 신념은 더 강력하게 자리 잡았다.

 

사회에 해로운 사람들을 선별해 제거하려는 거대한 음모가 시작됐다. 유토피아를 꿈꾸고 절대 권력을 추구하는 테크노 아르카디언은 컴퓨터 모델을 설계해 제거 대상을 선별해 제거한다. 제거 대상이 적혀 있는 햄릿 리스트에 실린 사람들이 가장 취약한 상태에 빠지는 순간을 노려 제거한다. 분자 몇 개 크기의 기계(나노웹)가 담긴 현탁액을 주입당한 제거 대상자들은 암살자들에 의해 조정당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으라는 명령이 떨어지는 순간 죽게 된다. 주사를 맞고 자유의지를 읽은 이들은 이용당하고, 노동력은 착취당한다.

 

소설가 타누자 슈클라의 집에 암살자들이 찾아온다. 위험을 감지한 타누자는 몸을 숨겼지만, 쌍둥이 남동생 산자이가 암살자들에게 붙잡힌다. 말벌 살충제로 세 명의 암살자를 공격한 후 타누자와 산자이는 집에서 도망친다. 차를 타고 도로로 나온 남매를 암살자 일행이 뒤쫓기 시작한다. 남매가 도망치고 암살자들이 남매를 찾아내는 과정이 반복된다. 어디를 가든지 암살자들은 반드시 위치를 파악해 찾아왔다.

면적 수백만 제곱미터에 달하는 유타국가 안보국 센터의

무한에 가까운 가상 데이터 창고에 접속

(94페이지)

쌍둥이를 찾기 위해 파견된 카터 저건은 데이터 망으로 들어가 쌍둥이가 찍힌 영상을 찾아낸다. ‘미국을 유토피아로 재건하자는 사명을 띤 비밀결사의 일원인 그는 조직을 위해 국가 데이터 망 정보를 사용한다. 카터 저건과 래들리 듀보스는 기록상 국가안보국, 국가안보부, FBI, CIA, 환경 보호국 소속 요원으로 등록되어 있어 다섯 기관에서 각각 급여와 연금을 받는다. 총 활동비의 30퍼센트는 교육부와 자원부 회계 프로그램의 사무용품항목으로 설정해 두었기 때문에 최상의 교통과 숙박, 식사, 기타 편의에 대한 비용이 정부에서 지급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정부를 위해 일하지 않고 아르카디언을 위해 햄릿 리스트에 명단이 오른 대상을 제거하는 일을 하고 있다. 정부 예산과 정부 데이터가 자국민을 제거하는데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저건과 듀보스가 추적 대상을 찾을 때 정부 데이터를 이용해 찾아가는 과정은 온 몸에 소름을 돋게 했다. 모든 곳에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어 추적 대상을 찾을 수 있고, 자동차와 스마트폰, 집 안에 있는 사물인터넷을 통한 위치 추적과 도청은 얼마나 많은 정보가 수집되고 검색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지금도 편리함과 안전을 이유로 사물인터넷 사용이 증가하고 어디를 가든지 카메라는 우리의 모습을 찍고 있다. 누군가에게 쫓긴다면, 더 심각하게 그 누군가가 정부기관이라면 우리에게 안전한 곳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섬뜩했다.

 

저건 카터와 래들리 듀보스는 쌍둥이 남매를 찾기 위해 공식적인 정부일이 아님에도 국가안보국 직원 신분을 이용해 정보를 찾고 사람들을 협박한다. 편의점에 들어가 영상을 보기 위해 베트남 유학생 아르바이트생과 편의점 사장의 개인 정보를 수집하고, 그 정보를 바탕으로 사장을 윽박지르고 협박한다. 먹은 초코바 계산을 요구하는 아르바이트생에게 맛이 없다 말하면서 계산하지 않고 나가는 모습은 동네 양아치 느낌마저 들었다. 쌍둥이를 찾기 위해 교회로 간 그들은 목사를 죽이고 쌍둥이에게 뒤집어 씌우려는 계획을 추가한다. 슈클라 쌍둥이가 햄릿 리스트 명단에 오른 이유는 그들이 쓴 소설이 젊은 세대에게 최악의 사상을 심어줄 것이라 판단한 컴퓨터가 위험한 상징적 작품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결정했기 때문이다.

당신은 미쳤어

당신은 악이야

모든 광인들이 악하지는 않지만,

악한 자들은 모두 미치광이야

(167페이지)

산자이가 저건을 바라보면서 한 말이다. 산자이의 말처럼 테크노 아르카디언은 탐욕스럽게 권력을 탐하는 미치광이 집단이다. 책을 읽으면서 쌍둥이가 암살자들과 마주치지 않길 계속 빌면서 무사히 탈출하길 빌었다. 하지만 둘은 악한 미치광이들에게 붙잡혔고, 주사액을 주입당한다. 저건 일행은 쌍둥이에게 통제어를 말한 후 집으로 돌려보내고 자신들의 흔적을 지운다. 일상생활을 하던 쌍둥이는 전화를 받고 어린 시절 부모의 사망 후 재산을 빼앗은 이모 가족을 찾아가 살해한다. 그리고 쌍둥이는 서로의 머리에 총을 쏘고 죽는다. 진실은 사라진 채 쌍둥이 남매의 사건을 거짓으로 포장한 기사가 언론을 통해 온 세상에 알려진다.

 

FBI 요원 제인 호크는 남편 닉의 자살로 아들 트래비스와 둘만 남겨진다. 남편의 죽음이 유토피아를 꿈꾸는 아르카디언의 소행이라는 것을 알게 된 제인은 그들의 비밀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아르카디언은 자신들의 비밀을 알게 된 제인을 범죄자로 꾸며 지명수배를 내린다. 정부 고위 관료와 정보부 등 모든 분야에 존재하는 아르카디언 조직원들은 정부 데이터와 정부의 권력을 이용해 제인을 쫓는다. 제인은 아들을 안전한 곳에 대피시킨 후 아르카디언 조직원들을 찾아내 심문했지만, 아르카디언을 만들고 주동하는 인물을 찾아내지 못한다. 아르카디언은 여러 개 달린 머리를 하나씩 잘라내도 죽지 않고 살아나 다시 머리를 재생시키는 뱀과 같은 존재다. 과연 아르카디언의 몸통의 정체는 무엇일까? 몸통을 찾아내기 위해 제인은 법무부 고위직에 있는 아르카디언 조직원 부스 핸드릭슨을 납치할 계획을 세운다. 핸드릭슨을 납치하기 전 제인은 부스의 동생 사이먼의 집에 침입한다. 핸드릭슨을 사이먼의 집으로 유인해 심문하려던 계획이 핸드릭슨이 도주하면서 실패한다. 제인을 잡기 위해 지나가던 차량운전자를 위협해 일당을 부르고 사이먼의 집으로 오던 핸드릭슨은 탈취 차량 운전자의 공격에 넘어지고 제인에게 납치당한다. 핸드릭슨을 납치해 심문하지만 사실을 털어놓지 않아 제인은 고민하다 통제 메커니즘 앰플을 핸드릭슨에게 주입한다. 핸드릭슨을 통해 그의 어머니 애너벨이 아르카디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제인은 그를 데리고 애너벨에게로 향한다. 애너벨이 부스를 학대할 때 내려보냈던 구부러진 계단이 있는 타호 호수에 도착한 제인은 부스와 함께 구부러진 계단을 내려간다. 그 밑에는 아주 오랜 시간 동안 만들어진 미로처럼 얽힌 거대한 동굴이 존재했다. 뼈만 앙상하게 남은 잘린 손과 두개골이 있는 방들을 지나 동굴의 밑바닥에 도착한 후 철문을 열고 약속의 방으로 들어간다. 그곳에서 애나벨의 범죄를 증명할 수 있는 DVD를 찾아낸다. 잠시 후 모니터 화면에 애너밸이 등장한다. 라이브 영상으로 연결된 애너벨과의 대화로 제인은 애너벨이 한 달 전 핸드릭슨에게 통제 메커니즘 앰플을 주입했다는 사실을 듣게 된다. 핸드릭슨은 두 번의 주입으로 인해 정신이 붕괴된 상태가 되었다. 애너벨의 통제를 받는 핸드릭슨이 제인을 공격하고 제인은 도망친다. 쫓아오던 핸드릭슨의 공격으로 위험에 처한 순간 아들 트래비스를 떠올린 제인은 핸드릭슨을 공격해 그를 죽이고 구부러진 계단을 나와 탈출한다.

 

제인의 아들 트래비스가 있는 곳이 아르카디언에게 발각되고 쫓기게 된다. 탄자루와 산자이를 죽게 만들었던 요원 저건과 듀보스가 트래비스를 데리고 있는 워싱턴 부부를 추격했다.

미국인이 미국인을 상대로 벌이는 전쟁

(328페이지)

개빈은 트래비스를 데리고 도망치면서 미국인인 자신과 제시, 트래비스와 제인이 미국인에게 쫓기고 있는 상황이 전쟁과 같다는 생각을 한다. 그들을 쫓는 추격자와 마주친 후 추격자를 공격하고 위기를 피해 다시 도망치는 순간 개빈의 아내 제시는 아프카니스탄은 지구 반대쪽이기나 했지. 거기가 더 나았어’(373페이지)라 말한다. 나라를 위해 싸우다 전쟁터에서 살아 돌아온 그들이 평화롭다 생각했던 고국에서 같은 미국인들에게 쫓기는 상황을 전쟁터보다 더 하다 말한다. 조국이 보호해주지 않고 오히려 공격할 때 국민은 어디로 가야 안전할 수 있을까? 개빈은 트래비스를 데리고 먼 친척 코넬을 찾아간다. 코넬은 몇 개의 스마트 앱을 개발한 후 부자가 되었고, 급작스러운 부에 겁이나 지하에 맨션을 지어 혼자 살아간다. 개빈과 제시가 한 달 동안 먹을 식료품을 사기 위해 나가고 트래비스는 혼자 집에 남는다. 식료품을 사던 개빈과 제시는 저건과 듀보스와 마주치고 총격전을 벌이다 사망한다. 저건의 연락을 받은 조직원이 개빈과 제시의 시체를 싣고 간 후 저건과 듀보스는 개빈이 몰고 있던 차를 추적해 트래비스가 있는 곳을 찾아낸다. 트래비스는 시간이 지나도 개빈과 제시가 돌아오지 않자 개들을 데리고 코넬을 찾아간다. 아들과 전화 연결이 된 후 개빈과 제시가 돌아오지 않는다는 말에 놀란 제인은 아들에게로 가는 길을 떠난다. 아들을 위해 절대 권력에 끝까지 저항할 것을 다짐하면서 제인은 피곤한 몸을 뉘우고 잠이 든다. 이렇게 이야기는 끝이 난다. 제인이 아르카디언의 음모를 세상에 알리고 조직을 무너뜨린 후 트래비스와 행복한 삶을 살아갔을까? 다음 이야기는 없지만 나는 선이 악을 물리치고 이야기가 해피엔딩으로 끝나길 강력하게 소망한다.

 

다음에 어떤 일들이 일어날까? 암살자를 피해 잘 도망갔을까? 심장이 쫄깃쫄깃 해지는 느낌으로 책을 읽었다. 조마조마하는 마음으로 읽어 나가다 쌍둥이가 악당들에게 잡혔을 때는 화가 났다. 주사액이 주입되어 조정당하는 쌍둥이를 보면서 분노와 안타까움과 슬픔의 감정이 몰려왔다. 제인이 사이먼과 부스를 잡아 심문하는 장면은 통쾌하면서도 이들이 핵심이 아닌 더 큰 세력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소름이 돋았다.

 

야수는 인간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인간이 훨씬 무시무시한 존재다.

아예 아무것도 모르는 호랑이나 늑대와 달리,

인간 야수만이 아름다움을 알면서 거부하고,

인간 야수만이 진실을 경멸하고,

평화를 알면서 싫어한다.’

(490페이지)

딘 쿤츠는 말한다. 세상에서 가장 무시무시한 야수는 인간이라고. 아름다움을 거부하고 진실을 경멸하고 평화를 싫어하는 가장 무시무시한 야수는 세상을 파괴하고, 급기야 자기 자신까지도 파괴한다. 지금도 세계 여러 나라에서는 독재 정권에 의해 국민들이 죽임을 당하고 억압당하고 있다. 진보하는 기술로 인해 절대 권력을 손에 넣는 악한 이들이 독재와 노예 체제로 사람들을 지배하려 할 때 그것을 용납하지 말고 저항해야 한다고 작가는 제인을 통해 우리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같이 웃고 희망을 품을 당신이 있는 한, 나는 절대 좌절하지 않아.’

(410페이지)

제시는 인생이 쉽지 않더라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한다면 좌절하지 않을 것이라 개빈에게 말한다. 개빈과 제시는 조국을 위해 군인으로서 최선을 다했고, 조국의 품으로 돌아와 자유롭고 평화로운 삶을 살았다. 하지만 전쟁 같은 일이 조국에서 일어났고, 그로 인해 위험한 상황에 놓였지만, 서로에 대한 사랑과 신뢰를 잃지 않고 서로에게 의지하며 제인의 아이를 지키려 했다.

문명이 사랑 위에-사람들의 서로에 대한 사랑,

모든 이해를 초월하는 사랑 위에 건설되었다는 것은

그녀의 미신이 아니라 신념이었다.

-중략-

한 인간의 중요한 여러 특질들을 사랑한다는 것은

그 인간을 사랑하는 것이며,

시간이 있을 때 표현하는 것이 좋다.

(374페이지)

제인은 문명이 사랑 위에 건설되었다는 신념을 가지고, 시간이 있을 때 사랑한다는 것을 표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남편 닉을 잃고 아들을 지키기 위해 위험 속에 뛰어든 것도 남편과 아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랑은 인간이 야수가 되지 않게 도와주는 가장 강력한 예방주사라는 것이 딘 쿤츠가 구부러진 계단에서 말하는 메시지다. 인과응보가 구부러진 계단에서도 실현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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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와 대화하는 색채 심리학
이지현 지음 / 율도국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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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이 색을 좋아할까?’

이지현 작가는 보라색을 볼 때면 손수건을 받고 기뻐하시던 어머니가 생각난다고 한다. 작가에게 보라색은 어머니의 색, 그리움의 색이면서 행복을 주는 색이다. 나에게 보라색은 가장 좋아하지만 작은 상처의 기억을 안겨주는 색이다. 어릴 때 보라색을 좋아한다는 나에게 보라색이 미친 사람들이 좋아하는 색이라는 말로 상처를 준 아이가 있었다. 그 아이는 별 생각 없이 한 말에 내가 이상한 아이인가라는 생각이 들어 한동안 보라색을 좋아한다는 것을 숨겼었다. 지금도 보라색과 파랑 계열의 색을 좋아하지만, 요즘 내가 가장 좋아하는 색은 초록이다. 옷을 고를 때 밝고 진한 초록색 옷에 가장 먼저 눈이 갈 때가 많아졌다. 좋아하는 색은 왜 바뀌는 것일까? 같은 색에 대한 사람들의 마음과 느낌은 왜 다른 것일까? ‘색채심리학이라는 제목에 강하게 끌린 이유는 나의 이러한 궁금증 때문이다. 명화와 대화하는 색채 심리학11명의 화가가 작품에 사용한 색을 통해 색채 심리학을 분석한다. ‘마리 로랑생, 툴루즈 로트렉, 프리다 칼로, 에곤 쉴레, 앙리 마티스, 빈센트 반 고흐, 에드바르트 뭉크, 구스타프 클림트, 아메데오 모딜리아니, 페르디낭 호들러, 앙리 루소의 작품에 사용한 색을 통해 화가의 심리를 분석한다. 11명의 화가들의 공통점은 심리적 불안, 고통, 슬픔을 그림으로 표출함으로써 치유했다는 점’(8페이지)이다.

 

죽은 여자보다 더 불쌍한 여자는 잊혀진 여자’(10페이지)

첫 번째 화가는 마리 로랑생이다. <예술가 모임> 속 인물들은 마리 로랑생 자신과 화가 피카소, 연인이었던 시인 아폴리네르, 질투와 경멸의 대상이었던 디자이너 코코 샤넬이다. 어두운 배경을 바탕으로 어두운 옷을 입은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얼굴이 밝게 표현되었다. 아폴리네르와 헤어진 후 독일 귀족화가 폰 바트겐과 결혼했지만 결혼생활에 충실하지 않은 남편으로 인해 갈등이 계속된다. 이러한 원인으로 마리는 그림에 회색조의 색채를 주로 사용한다. 이혼 후 그녀의 작품은 파스텔 톤의 환상적인 느낌으로 표현된다. 마리 로랑생의 그림에 자주 등장하는 악기, 강아지, , 새가 그려진 그림은 부드럽고 환상적이면서 약간은 몽환적인 분위기가 느껴지기도 한다.

분홍, 빨강의 자극적인 색채를 회색으로 안정화시켜, 고명도의 색채가 차분히 가라앉으면서도 지적인 느낌’(26페이지)

분홍과 빨강처럼 강렬한 색에 회색을 섞어 부드럽고 환상적인 분위기를 표현한다. 마리 로랑생의 작품 <예술가의 모임><자화상>은 색이 어둡고 강렬하다. <키스>, <음악>, <세 명의 소녀들>, <기타 치는 여자>, <개와 함께 있는 젊은 여인>, <비둘기와 함께 있는 소녀>, <샤넬 부인의 초상화>는 어두운 배경 속에 흐릿하면서도 부드러운 색깔이 시선을 끌어당긴다. 강렬하지 않은데도 그 안에서 느껴지는 여운은 강렬하게 다가온다. 우울한 느낌도 들지만 그 안에 밝음과 희망이 보이는 것 같아 마리 로랑생의 불행을 극복하고 삶을 살아가려는 의지와 자신만의 강한 신념이 느껴진다.

 

색채는 약이 될 수 있고 의사가 될 수 있다.’(102페이지)

마티스의 <빨간 조화>는 빨강이 강렬하게 그림을 점령하고 있다. 빨간색은 태양, 열정, , 경고의 의미이기도 하고 나라와 민족에 따라 죽음의 의미이기도 하지만, 복을 부르고 액을 막아주는 의미로도 사용된다. 빨강은 활기와 역동적인 에너지를 나타내기도 하지만 과할 때는 환각에 빠지게 하는 위험한 색이다. <파란 누드>는 파란 색종이를 오려 누드화를 완성했다. 파랑은 시원함, 이성, 하늘, 젊음, 미래 등을 상징하는 색이다. 색채의 규범화를 거부한 마티스는 인간의 몸을 파란색으로 표현함으로써 색채의 고정관념을 깨부순다. 마티스는 71세에 결장암 수술을 받은 후 침대에서 일어날 수 없었다. 관절염과 천식, 심장병으로 인해 그림을 그리는 것이 불가능해지자 색종이를 오려 붙이는 방법으로 그림을 그린다. 빨강의 강렬함을 그림으로 표현했던 화가는 84세로 생을 마감하는 순간까지도 그림에 대한 열정을 놓지 않았다. 그림을 그리고 캔버스에 색깔을 입히는 모든 행위는 마음을 치유하는 가장 최고의 치료법이었다.

 

나는 더 어둡고 지저분한 빛깔을 그릴 것이다. 탁한 빛깔 속에 얼마나 밝은 색이 있는지 사람들은 모른다.”(109페이지)

고흐의 <감자 먹는 사람들>은 고단한 삶을 어둡게 표현한다. 노동을 끝내고 감자로 저녁을 해결하는 가난한 사람들의 모습을 사실주의 화법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고흐는 어두운 그림 속 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노동의 가치를 전달한다. 고흐가 가장 활기에 넘친 시기에 어두운 색으로 가득한 그림을 그렸다는 것이 놀랍다. 어두운 색은 우울과 절망을 표현하는 것이라 생각하는 나의 색에 대한 고정관념이 얼마나 강한지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된다.

노랑은 더할 나위 없이 높은 순수함에서 밝은 본성을 지니고 있어 유쾌하고 명랑하고 다채롭고 부드럽다.”(116페이지, 괴테)

고흐는 아를에서 해바라기 연작을 그렸다. 따뜻한 프랑스 남부 지방에서 행복한 삶을 꿈꿨던 고흐는 안정과 희망을 상징하는 노랑, 연초록 등의 따뜻한 색으로 그림을 그렸다. 강렬한 노란색은 활력, 에너지, 빛과 희망, 기대 그리고 환희와 행복의 색이었을 것이라 해석하고 있다.

괴테의 말처럼 노랑은 밝고 유쾌한 색이다. 강렬한 노란색의 해바라기 연작을 그린 고흐의 마음 속 노랑은 삶에 대한 의지와 긍정적인 미래를 꿈꾸는 희망이 담긴 색이었을 것이다. 고갱과 다툰 후 자해를 한 고흐는 당시의 모습을 자화상으로 그린다. <파이프를 물고 귀에 붕대를 한 자화상>의 색을 저자 이지현은 배경의 주황은 빛과 따스함의 활력 있는 색으로 즐거움을 주고 생명력이 넘치며, 신경쇠약이나 우울증에 도움이 되는 색’, ‘붉은 빛이 도는 주홍은 불안, 흥분, 자극 등의 의미로 해석하여 아직은 불안한 심리가 남아 있음을 알 수 있다’, ‘전체적으로 따뜻한 분위기에 파이프를 물고 있는 모습은 여유로움을, 녹색의 외투에서 편안함과 안정을 찾고 싶은 심리와 그러한 상태임을 보여주고자 함을 알 수 있다’(118페이지)는 해석을 적고 있다. 의지하고 믿었던 동료가 떠나버리고 스스로 자해를 한 순간 고흐는 감정을 제어하지 못하고 폭발한다. 극도의 불안과 흥분을 그림으로 표현하면서 동시에 안정과 편안함을 원했던 고흐의 마음이 전해지는 것 같아 마음 아프다.

별을 보는 것은 언제나 나를 꿈꾸게 한다.”(125페이지, 고흐)

불안증세로 정신병원에 입원한 고흐는 <별이 빛나는 밤>을 그리고, <론강의 별이 빛나는 밤>, <아를 밤의 카페>, <아를 광장의 밤의 카페테라스> 등의 밤 풍경 걸작을 그린다. 고흐에게 은 영감을 주는 대상으로 작품을 그리는 원천이 된다. 밤에 빛을 내는 별은 고흐를 꿈꾸게 하고, 꿈꾸는 모든 것들이 붓으로 그려져 작품으로 남았다.

 

불안과 병은 나에게 필요한 존재다. -중략- 나는 정신병이 낫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정신병은 나의 그림에 도움이 된다.’(137페이지, 뭉크)

뭉크는 많은 질병으로 힘든 삶을 살아가면서도 질병은 나의 천사라는 생각을 원동력으로 삼아 불안과 병에서 영감을 얻어 작품을 그린다. 자주 불안을 느끼는 사람은 감수성이 예민하고 남들보다 더 고도의 감각이 발달했다는 것이 심리학자들의 주장이다. 불안감을 자주 느꼈던 뭉크도 예민한 감각을 바탕으로 훌륭한 작품을 탄생시켰다. 뭉크는 예민한 심리상태에서 그림의 영감을 얻어 그림으로 표현하면서 에너지를 얻고 치유 받았다.

 

11명의 화가 중 마리 로랑생, 앙리 마티스, 빈센트 반 고흐, 에드바르트 뭉크에 대해서 적어보았다. ‘장애와 소외를 그림으로 표현한 툴루즈 로트렉’, ‘사랑하는 사람으로 인해 파괴되는 정신을 그림으로 승화한 프리다 칼로’, ‘금기를 깨고 욕망하는 감정을 그림으로 표현한 에곤 쉴레’, ‘황금빛으로 가득한 그림을 그리고 여자와 풍경을 사랑한 구스타프 클림트’, ‘죽는 순간까지 사랑하는 아내를 그리워하다 죽은 아메데오 모딜리아니’, ‘죽음을 극복하고 그림으로 승화시킨 페르디낭 호들러’, ‘생계를 이어가며 그림에 대한 열정을 포기하지 않았던 앙리 루소의 작품과 작품 속에 표현된 색채의 의미와 상징성, 그리고 작품에 화가의 심리가 어떻게 반영되었는지를 명화와 대화하는 색채 심리학을 읽으면서 알게 되었다. 화가들이 색을 사용할 때 화가의 심리 상태가 반영된다는 것이 신기하고 놀라웠다. 화가의 심리 상태와 그림으로 표현된 색의 상징성과 심리적 관점에서의 해석은 그림을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게 한다. 색채 심리학의 관점에서 화가의 작품을 분석하는 내용을 읽으면서 내가 좋아하는 색과 좋아하는 화가와 작품을 생각하게 된다. 나의 색채 심리학, 나는 어떤 색을 좋아하고 그 색을 좋아하는 나의 심리는 어떤 상태일지 궁금해졌다. 그림을 볼 때 색은 시각적인 감각으로 눈으로 들어와 머리로 해석된 후 마음을 움직이게 한다.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그림은 내가 좋아하는 그림이 된다. 나에게 그림에서 은 이렇게 감각을 자극해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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