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와 대화하는 색채 심리학
이지현 지음 / 율도국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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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이 색을 좋아할까?’

이지현 작가는 보라색을 볼 때면 손수건을 받고 기뻐하시던 어머니가 생각난다고 한다. 작가에게 보라색은 어머니의 색, 그리움의 색이면서 행복을 주는 색이다. 나에게 보라색은 가장 좋아하지만 작은 상처의 기억을 안겨주는 색이다. 어릴 때 보라색을 좋아한다는 나에게 보라색이 미친 사람들이 좋아하는 색이라는 말로 상처를 준 아이가 있었다. 그 아이는 별 생각 없이 한 말에 내가 이상한 아이인가라는 생각이 들어 한동안 보라색을 좋아한다는 것을 숨겼었다. 지금도 보라색과 파랑 계열의 색을 좋아하지만, 요즘 내가 가장 좋아하는 색은 초록이다. 옷을 고를 때 밝고 진한 초록색 옷에 가장 먼저 눈이 갈 때가 많아졌다. 좋아하는 색은 왜 바뀌는 것일까? 같은 색에 대한 사람들의 마음과 느낌은 왜 다른 것일까? ‘색채심리학이라는 제목에 강하게 끌린 이유는 나의 이러한 궁금증 때문이다. 명화와 대화하는 색채 심리학11명의 화가가 작품에 사용한 색을 통해 색채 심리학을 분석한다. ‘마리 로랑생, 툴루즈 로트렉, 프리다 칼로, 에곤 쉴레, 앙리 마티스, 빈센트 반 고흐, 에드바르트 뭉크, 구스타프 클림트, 아메데오 모딜리아니, 페르디낭 호들러, 앙리 루소의 작품에 사용한 색을 통해 화가의 심리를 분석한다. 11명의 화가들의 공통점은 심리적 불안, 고통, 슬픔을 그림으로 표출함으로써 치유했다는 점’(8페이지)이다.

 

죽은 여자보다 더 불쌍한 여자는 잊혀진 여자’(10페이지)

첫 번째 화가는 마리 로랑생이다. <예술가 모임> 속 인물들은 마리 로랑생 자신과 화가 피카소, 연인이었던 시인 아폴리네르, 질투와 경멸의 대상이었던 디자이너 코코 샤넬이다. 어두운 배경을 바탕으로 어두운 옷을 입은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얼굴이 밝게 표현되었다. 아폴리네르와 헤어진 후 독일 귀족화가 폰 바트겐과 결혼했지만 결혼생활에 충실하지 않은 남편으로 인해 갈등이 계속된다. 이러한 원인으로 마리는 그림에 회색조의 색채를 주로 사용한다. 이혼 후 그녀의 작품은 파스텔 톤의 환상적인 느낌으로 표현된다. 마리 로랑생의 그림에 자주 등장하는 악기, 강아지, , 새가 그려진 그림은 부드럽고 환상적이면서 약간은 몽환적인 분위기가 느껴지기도 한다.

분홍, 빨강의 자극적인 색채를 회색으로 안정화시켜, 고명도의 색채가 차분히 가라앉으면서도 지적인 느낌’(26페이지)

분홍과 빨강처럼 강렬한 색에 회색을 섞어 부드럽고 환상적인 분위기를 표현한다. 마리 로랑생의 작품 <예술가의 모임><자화상>은 색이 어둡고 강렬하다. <키스>, <음악>, <세 명의 소녀들>, <기타 치는 여자>, <개와 함께 있는 젊은 여인>, <비둘기와 함께 있는 소녀>, <샤넬 부인의 초상화>는 어두운 배경 속에 흐릿하면서도 부드러운 색깔이 시선을 끌어당긴다. 강렬하지 않은데도 그 안에서 느껴지는 여운은 강렬하게 다가온다. 우울한 느낌도 들지만 그 안에 밝음과 희망이 보이는 것 같아 마리 로랑생의 불행을 극복하고 삶을 살아가려는 의지와 자신만의 강한 신념이 느껴진다.

 

색채는 약이 될 수 있고 의사가 될 수 있다.’(102페이지)

마티스의 <빨간 조화>는 빨강이 강렬하게 그림을 점령하고 있다. 빨간색은 태양, 열정, , 경고의 의미이기도 하고 나라와 민족에 따라 죽음의 의미이기도 하지만, 복을 부르고 액을 막아주는 의미로도 사용된다. 빨강은 활기와 역동적인 에너지를 나타내기도 하지만 과할 때는 환각에 빠지게 하는 위험한 색이다. <파란 누드>는 파란 색종이를 오려 누드화를 완성했다. 파랑은 시원함, 이성, 하늘, 젊음, 미래 등을 상징하는 색이다. 색채의 규범화를 거부한 마티스는 인간의 몸을 파란색으로 표현함으로써 색채의 고정관념을 깨부순다. 마티스는 71세에 결장암 수술을 받은 후 침대에서 일어날 수 없었다. 관절염과 천식, 심장병으로 인해 그림을 그리는 것이 불가능해지자 색종이를 오려 붙이는 방법으로 그림을 그린다. 빨강의 강렬함을 그림으로 표현했던 화가는 84세로 생을 마감하는 순간까지도 그림에 대한 열정을 놓지 않았다. 그림을 그리고 캔버스에 색깔을 입히는 모든 행위는 마음을 치유하는 가장 최고의 치료법이었다.

 

나는 더 어둡고 지저분한 빛깔을 그릴 것이다. 탁한 빛깔 속에 얼마나 밝은 색이 있는지 사람들은 모른다.”(109페이지)

고흐의 <감자 먹는 사람들>은 고단한 삶을 어둡게 표현한다. 노동을 끝내고 감자로 저녁을 해결하는 가난한 사람들의 모습을 사실주의 화법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고흐는 어두운 그림 속 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노동의 가치를 전달한다. 고흐가 가장 활기에 넘친 시기에 어두운 색으로 가득한 그림을 그렸다는 것이 놀랍다. 어두운 색은 우울과 절망을 표현하는 것이라 생각하는 나의 색에 대한 고정관념이 얼마나 강한지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된다.

노랑은 더할 나위 없이 높은 순수함에서 밝은 본성을 지니고 있어 유쾌하고 명랑하고 다채롭고 부드럽다.”(116페이지, 괴테)

고흐는 아를에서 해바라기 연작을 그렸다. 따뜻한 프랑스 남부 지방에서 행복한 삶을 꿈꿨던 고흐는 안정과 희망을 상징하는 노랑, 연초록 등의 따뜻한 색으로 그림을 그렸다. 강렬한 노란색은 활력, 에너지, 빛과 희망, 기대 그리고 환희와 행복의 색이었을 것이라 해석하고 있다.

괴테의 말처럼 노랑은 밝고 유쾌한 색이다. 강렬한 노란색의 해바라기 연작을 그린 고흐의 마음 속 노랑은 삶에 대한 의지와 긍정적인 미래를 꿈꾸는 희망이 담긴 색이었을 것이다. 고갱과 다툰 후 자해를 한 고흐는 당시의 모습을 자화상으로 그린다. <파이프를 물고 귀에 붕대를 한 자화상>의 색을 저자 이지현은 배경의 주황은 빛과 따스함의 활력 있는 색으로 즐거움을 주고 생명력이 넘치며, 신경쇠약이나 우울증에 도움이 되는 색’, ‘붉은 빛이 도는 주홍은 불안, 흥분, 자극 등의 의미로 해석하여 아직은 불안한 심리가 남아 있음을 알 수 있다’, ‘전체적으로 따뜻한 분위기에 파이프를 물고 있는 모습은 여유로움을, 녹색의 외투에서 편안함과 안정을 찾고 싶은 심리와 그러한 상태임을 보여주고자 함을 알 수 있다’(118페이지)는 해석을 적고 있다. 의지하고 믿었던 동료가 떠나버리고 스스로 자해를 한 순간 고흐는 감정을 제어하지 못하고 폭발한다. 극도의 불안과 흥분을 그림으로 표현하면서 동시에 안정과 편안함을 원했던 고흐의 마음이 전해지는 것 같아 마음 아프다.

별을 보는 것은 언제나 나를 꿈꾸게 한다.”(125페이지, 고흐)

불안증세로 정신병원에 입원한 고흐는 <별이 빛나는 밤>을 그리고, <론강의 별이 빛나는 밤>, <아를 밤의 카페>, <아를 광장의 밤의 카페테라스> 등의 밤 풍경 걸작을 그린다. 고흐에게 은 영감을 주는 대상으로 작품을 그리는 원천이 된다. 밤에 빛을 내는 별은 고흐를 꿈꾸게 하고, 꿈꾸는 모든 것들이 붓으로 그려져 작품으로 남았다.

 

불안과 병은 나에게 필요한 존재다. -중략- 나는 정신병이 낫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정신병은 나의 그림에 도움이 된다.’(137페이지, 뭉크)

뭉크는 많은 질병으로 힘든 삶을 살아가면서도 질병은 나의 천사라는 생각을 원동력으로 삼아 불안과 병에서 영감을 얻어 작품을 그린다. 자주 불안을 느끼는 사람은 감수성이 예민하고 남들보다 더 고도의 감각이 발달했다는 것이 심리학자들의 주장이다. 불안감을 자주 느꼈던 뭉크도 예민한 감각을 바탕으로 훌륭한 작품을 탄생시켰다. 뭉크는 예민한 심리상태에서 그림의 영감을 얻어 그림으로 표현하면서 에너지를 얻고 치유 받았다.

 

11명의 화가 중 마리 로랑생, 앙리 마티스, 빈센트 반 고흐, 에드바르트 뭉크에 대해서 적어보았다. ‘장애와 소외를 그림으로 표현한 툴루즈 로트렉’, ‘사랑하는 사람으로 인해 파괴되는 정신을 그림으로 승화한 프리다 칼로’, ‘금기를 깨고 욕망하는 감정을 그림으로 표현한 에곤 쉴레’, ‘황금빛으로 가득한 그림을 그리고 여자와 풍경을 사랑한 구스타프 클림트’, ‘죽는 순간까지 사랑하는 아내를 그리워하다 죽은 아메데오 모딜리아니’, ‘죽음을 극복하고 그림으로 승화시킨 페르디낭 호들러’, ‘생계를 이어가며 그림에 대한 열정을 포기하지 않았던 앙리 루소의 작품과 작품 속에 표현된 색채의 의미와 상징성, 그리고 작품에 화가의 심리가 어떻게 반영되었는지를 명화와 대화하는 색채 심리학을 읽으면서 알게 되었다. 화가들이 색을 사용할 때 화가의 심리 상태가 반영된다는 것이 신기하고 놀라웠다. 화가의 심리 상태와 그림으로 표현된 색의 상징성과 심리적 관점에서의 해석은 그림을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게 한다. 색채 심리학의 관점에서 화가의 작품을 분석하는 내용을 읽으면서 내가 좋아하는 색과 좋아하는 화가와 작품을 생각하게 된다. 나의 색채 심리학, 나는 어떤 색을 좋아하고 그 색을 좋아하는 나의 심리는 어떤 상태일지 궁금해졌다. 그림을 볼 때 색은 시각적인 감각으로 눈으로 들어와 머리로 해석된 후 마음을 움직이게 한다.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그림은 내가 좋아하는 그림이 된다. 나에게 그림에서 은 이렇게 감각을 자극해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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