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각과 환상 - 의학자가 걷고, 맡고, 기록한 세상의 냄새들
한태희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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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는 상상 속에서 완성된다······

향기는 자유다.”

(141페이지, 겔랑 수석조향사 티에리 바세)

 

어린 시절 맡았던 매화꽃 향기는 기억 속 깊이 자리하고 있다. 어른이 된 지금도 매화꽃을 보면 어린 시절 텃밭에 심어져 있던 매화나무가 떠오른다. 추운 겨울이 지나고 피어난 매화꽃 향은 추위를 싫어하는 나에게 따뜻한 봄이 왔다는 신호 같아 더 반가운 꽃이고 향이었다. 음식이나 옷, 수건 등을 먹거나 사용하기 전, 나는 항상 냄새를 맡는다. 어린 시절 엄마는 개도 아니고 왜 냄새를 맡느냐고 핀잔을 주시곤 하셨지만, 나는 지금도 이 습관을 고치지 못하고 있다. 매화꽃 향과 달리 인공적인 향은 후각을 너무 과하게 자극해 뇌와 감정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매니큐어의 향을 견디지 못해 매니큐어도 바르지 못하고, 바디워시나 샴푸, 로션도 향이 거의 없는 것을 사용한다. 장미향은 좋아하지만 장미향 향수나 바디워시, 로션 등은 싫어한다. 라일락, 쟈스민, 찔레꽃 등등의 꽃 향을 좋아하지만 역시나 이 향을 흉내 낸 제품의 향은 견디지 못한다. 왜 나는 자연의 향을 좋아하고, 인공의 향은 힘들어할까? 후각은 신기하다. 같은 향을 맡고도 사람들은 다른 반응을 보이고, 다른 향을 기억 속에 저장한다. 왜 사람마다 좋아하는 향과 기억하는 향은 다를까? 냄새가 향기가 되기도 하고, 악취가 되기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의학자가 걷고, 맡고, 기록한 세상의 냄새들’(책 표지)의 기록 후각과 환상에서 답을 찾아보려 한다. 의학자이자 작가인 한태희는 의학자의 입장에서 후각과 기억, 감정의 생리적 연관성을 찾기 위해 여행을 떠났다. 저자는 후각과 환상을 통해 지구촌 곳곳의 삶이 고유의 냄새들을 만들어 가는 풍경, 냄새들이 그 지역을 특징지어 가는 과정’(241페이지)냄새와 후각이 주는 풍부한 상상력과 감성적 즐거움’(241페이지)을 함께 나누고 싶었다고 말한다. ‘후각이 주는 풍부한 상상력과 감성적 즐거움이란 어떤 것인지 궁금해 책을 읽기 시작한다.

 

<향의 기원>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역사를 여행 중 경험한 향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적고 있다. 이집트 투탕카멘 왕의 무덤에서 발굴된 유물의 화려함은 사람들을 매료시켰다. 발굴된 유물 중에는 향수가 담긴 예쁜 항아리가 있었다. 무덤에서 발견된 향수는 3000년이 지났는데도 희미한 향기를 간직하고 있었다고 한다. 향수제조업자들은 투탕카멘의 향수라는 이름으로 고대 향수를 재현해 낸다. 창밖으로 피라미드가 보이는 카이로 교외의 호텔에 머무르던 저자는 호텔 근처 전통 향수가게를 찾아간다. 몇 대째 이어서 가게를 하고 있는 주인은 어디서 어떻게 살았는가, 무슨 걱정이 있는가, 건강은 어떤지 등에 대한 질문을 한다. 이렇게 20~30분간 대화를 한 후 주인은 향을 조합한다. 향수를 구매하는데 이런 질문을 왜 하는지 의문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어린 시절 향에 대한 기억에 위안을 받아 본 적이 있는 나는 향수 가게 주인이 향을 조합하기 전에 손님과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눈 이유를 알 것 같다. 주인은 손님에게 기억 속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향을 만들어주고 싶었기 때문이라 짐작해본다.

 

아랍에서 발원한 커피는 유럽보다 이집트에 먼저 전파됐다. 카이로 거리마다 커피 하우스가 세워진 모습은 많은 카페들이 줄지어 있는 현대 우리나라 도시의 모습과 비슷해 보였다. 오만 내륙의 오아시스 니즈와를 여행한 저자는 커피 이야기를 한다. ‘커피콩을 볶아 우려내는 방식이 예멘에서 발전했다고 하는 부분을 읽는 순간 기억 속 커피 볶는 냄새가 떠올랐다. 집 근처에 있는 카페 중 가장 좋아하는 카페에서는 직접 커피를 볶는다. 카페에 들어갔을 때 커피 볶는 냄새를 맡는 순간 뇌는 커피를 갈망한다. 커피 향을 연상시키는 내용을 읽기만 했는데도 커피가 미친 듯이 마시고 싶다. ‘갓 볶은 커피의 원두를 갈 때, 날카롭게 신선한 향이 공기 중에 퍼지고’(40페이지), 그 순간 커피 향에 이끌려 카페에 발을 들인다. 침이 고이는 이 현상은 뭘까? 지금 나는 침이 고인다.

 

나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인 이스탄불 아야 소피아(성 소피아 대사원)’는 처음에는 그리스 정교회 성당으로 건설되었지만 전쟁으로 이슬람 왕조가 들어서면서 이슬람 모스크 사원이 된다. 사원에서 박물관으로 바뀌었다가 현재는 모스크로 용도 변경되어 사용되고 있다. 사람이 바뀌고 나라는 바뀌어도 아야 소피아는 그 자리에 존재하면서 모든 것을 지켜봤을 것이다. 아야 소피아를 스쳐 지나갔을 수많은 사람들 중 한 사람인 저자는 이스탄불의 한 전통 음식점을 방문한다. 저자가 주문한 고기의 향과 향신료의 조화가 일품’(64~65페이지)이라는 가지 케밥의 향과 맛이 궁금하다. 전통디저트와 터키 커피를 마시는 것으로 식사를 마친 저자는 깊고 진한 향이 오랜 여운을 남긴다고 말한다. 저자에게 이 향은 이스탄불을 떠올리게 하는 향으로 기억될 것이다. 한 공간을 흐르는 향은 우리의 뇌에 각인되어 다른 장소에서 같은 향을 맡았을 때 연상 작용을 일으키기도 한다. 인간의 감각과 기억은 신비롭다.

 

<향의 진화>

유럽 여행으로 이야기를 이어간다.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전해져 온 향은 유럽으로 건너와 전 세계로 퍼져나간다. 유럽인들은 향을 어떻게 활용하고 즐겼을까? 향은 유럽 역사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유럽인들은 십자군 전쟁으로 동양의 향료와 목욕 문화를 접하게 된다. 공공위생과 하수 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파리와 같은 대도시는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악취를 심하게 풍겼다. 개인의 청결과 목욕을 동양의 이단적이고 퇴폐적인 문화로 여겼던 유럽인들은 청결하지 않은 몸의 강한 체취를 자연스러운 것으로 생각했다. 향수를 사용했던 귀족들은 체취를 강조하기 위해 사향과 같은 동물성 향으로 유혹적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러한 생활습관으로 인해 도시에 전염병이 발생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이때부터 세균학과 보건 위생이 중요해지기 시작한다. 육체의 청결함이 강조되면서 사향과 같은 동물성 향수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십자군 원정대가 동양의 향수와 제조법을 가져가면서 유럽인들은 이국적 향기에 빠져든다. 동양의 향수 문화를 접한 조향사들은 은은한 꽃, 식물 향을 사용해 향수를 만들기 시작한다. 포도주 증류과정에서 나오는 알코올과 향료를 함께 사용해 향이 오랫동안 지속되는 향수를 만들어 낸다. 이것이 유럽 최초의 향수다. 허브 로즈메리와 타임에 브랜디를 섞은 헝가리 워터라 불리게 된 향수는 헝가리 엘리자베스 여왕에게 헌정된다. 헝가리 워터는 프랑스로 전해지고, 1709년 최초의 오드 콜롱이 출시된다.

 

전쟁은 많은 사람을 죽게 만드는 끔찍한 것이지만 전쟁을 통해 다양한 문화의 교류가 이뤄진다. 십자군 전쟁은 동양의 향수 문화를 서양에 전파해 서양의 향수 문화를 변화시켰다. 다양한 향신료와 식재료들도 전파되면서 새로운 식문화가 만들어지고 또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는다. 대표적인 사례로 헝가리 파프리카는 중세 시대 오스만 제국으로부터 전파되어 헝가리를 대표하는 식재료 중 하나가 되었다. 고기와 채소에 파프리카를 넣어 끓인 굴라시는 얼큰한 육개장 냄새를 풍긴다는 저자의 글을 읽으면서 엄마의 육개장 냄새가 생각났다. 우리는 맛과 함께 향을 통해 음식을 기억하게 된다. 시간이 지난 후 길을 걷다 기억 속 음식 냄새가 후각을 자극하면 나도 모르게 허기가 지고 침이 고인다.

 

책을 읽는 동안 향에 대한 이야기보다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더 집중해서 읽게 된다. 세비야를 방문한 저자가 커피와 오렌지커스터드 케이크를 먹으면서 입안에 퍼지는 상큼한 향을 음미했다고 할 때는 오렌지의 향을 떠올렸다. 오렌지, 레몬, 라임, 자몽 등 감귤류 나무의 꽃과 열매로 에션셜 오일을 추출해 향수의 상쾌한 초기 향(톱 노트)을 형성하는 주재료로 사용한다는 내용을 읽을 때도 향수의 향보다 감귤류 오일로 만든 음료의 향이 더 궁금했다. 오스티아에서 맞이하는 아침에 카페테리아의 빵 굽는 냄새를 맡으면서 커피와 레몬 크루아상, 티라미수를 음미하고 있는 저자의 모습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허기가 진다. 음식에 대한 평을 읽기만 해도 음식 냄새를 상상하게 된다는 것이 신기하다. ‘아는 맛이 무섭다라는 말을 아는 냄새가 무섭다로 바꿔도 될 정도로 먹어본 음식을 뇌는 냄새와 맛으로 기억한다. 빵 굽는 냄새라는 글을 읽고 나의 뇌는 고소하고 부드러운 빵 맛을 생각함과 동시에 먹고 싶다는 신호를 보낸다.

<향과 나>

아시아로 이야기를 잇는다. 저자는 바다 속 정어리 떼를 보다가 맡아지지 않는 정어리 냄새를 맡았다는 생각을 한다. 저자가 경험한 후각적 연상이나 환상은 감각의 왜곡으로 임산부의 후각 변화가 가장 대표적인 사례라고 한다. 임신을 했을 때 밥을 할 때 나오는 증기에서 비린내가 맡아져 한동안 힘들었던 경험이 있다. 이것도 내 후각이 왜곡되어 인식된 것일까? 강원도 곰배령을 향하는 길을 가던 저자가 양치식물이 무성하다’(160페이지)라고 했을 때, 어린 시절 맡았던 고사리 냄새가 떠올랐다. 엄마가 밭에 갈 때마다 따라가 밭 옆 야산에 올라 고사리를 끊을 때면 스트레스가 확 풀리는 느낌이 들어 자주 갔었다. 나무와 꽃의 향을 맡으면서 한참을 고사리를 끊다가 엄마가 부르는 소리를 듣고 산을 내려왔었다. ‘양치식물이란 단어에 고사리 냄새를 연상해낸 것도 후각적 왜곡 현상 중 하나일까? 후각과 환상은 무의식 속에 자리한 후각과 관련된 기억을 끄집어내게 한다. 하지만 기억을 떠올리게 했던 냄새는 곧 맡아지지 않게 된다. 냄새를 감지해낸 후 예민해진 후각은 후각 피로에 빠져 더 이상 냄새를 맡지 못하게 된다고 한다. 어떤 장소에 들어갔을 때 처음에 맡아졌던 냄새들이 익숙해져 맡아지지 않는다고 생각했었는데 그 이유가 후각 피로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우리가 몸과 마음을 혹사시킬 때 피로감을 느끼는 것처럼 감각도 피로를 느낀다는 것이 신기하다.

 

사람들이 냄새를 맡고 악취와 향기를 나누는 기준은 무엇일까? 악취와 향기가 인간이 만든 개념일 뿐이라면 사람들마다 악취와 향기를 나누는 기준이 있을 것이다. 이러한 기준은 개인의 기준도 있지만 사회문화적 기준의 영향도 있다고 생각한다. 살고 있는 지역의 기후와 관습에 따라 음식문화가 만들어진다. 다른 문화권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악취를 풍기는 음식이지만 그 음식을 자주 먹고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향기로운 음식일 것이다. 그렇다면 악취와 향기를 나누는 기준은 주관적인 것일까, 객관적인 것일까? 나는 주관적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사람과 상황에 따라 달라진 것이라 생각한다.

 

후각과 환상은 도시의 역사, 향의 역사, 음식의 역사, 건축, 미술, 문학, 의학, 과학 등등 모든 장르가 한 권의 책 안에 들어 있다. 책을 읽고 난 후 한태희작가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역사공부와 답사 여행을 좋아하는 의학자이자 작가인 한태희 작가는 어려울 수 있는 역사를 기행문 형식으로 독자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한다. 만약 책에서 소개된 여행지를 여행하게 된다면 나는 이 책을 꼭 챙겨갈 것이다. 책에서 소개된 장소를 방문하고, 소개된 음식들을 모두 먹어 보고 싶다. 후각과 환상을 읽는 동안 가상의 후각이 발동하는 경험을 했다. 이것도 저자가 말한 감각의 왜곡 중 하나일 것이라 생각된다. 시각을 통해 들어온 글이 후각을 자극하는 생소한 경험은 낯설었지만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후각과 환상을 읽고 난 후 여행은 보는 것만이 다가 아닌 맡아지는 것도 함께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후각이라는 감각을 다양한 시각에서 바라보게 하는 책이다. 감각하는 모든 이들과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다. 한태희 작가의 또 다른 이야기들도 읽고 싶다. 후각과 환상 2도 출간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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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세계가 마을로 온 날 - 가장 어두울 때의 사랑에 관하여
짐 디피디 지음, 장상미 옮김 / 갈라파고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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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911, 믿지 못할 일이 일어난다. 미국을 상징하는 세계무역센터와 펜타곤이 공격당한다. 이날 일어난 테러는 미국은 물론 전 세계 사람들을 경악하게 할 정도로 잔인했다. 수많은 무고한 이들이 희생되고 미국은 혼란에 빠진다. 영공 폐쇄 명령이 내려지면서 어떠한 비행기도 미국 영공에 들어올 수 없게 됐다. 온 세계가 마을로 온 날은 코로나 상황 보다 더 충격적인 재난 상황에서 캐나다 뉴펀들랜드 사람들이 인류애를 발휘한 이야기를 적고 있다. 이야기는 현장에 있었던 승객과 마을 주민 중 179명을 인터뷰 한 내용을 바탕으로 쓰였다.

 

9.11은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되는 재앙이다. 테러에 이용된 비행기들이 세계무역센터로 돌진해 건물은 무너지고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사건 당시 미 교통부 장관은 저 빌어먹을 비행기 다 끌어내려’(14페이지)라고 소리친다. 세계무역센터가 무너지는 장면을 뉴스를 통해 본 사람들은 영화 세트 촬영이나 컴퓨터 시뮬레이션 같은 걸 보여준다고 생각했었다. 눈으로 보고도 도저히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처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테러는 일어났고 충격에 빠진 미국은 영공을 폐쇄한다. 당시 미국을 향해 가고 있던 4546대의 민간 항공기는 영공 폐쇄 명령에 급하게 착륙할 곳을 찾아야 했다. 비행기 조종사들은 다시 돌아가는 것과 미국에서 가까운 캐나다에 착륙할 것인가를 놓고 선택해야 했다. 캐나다는 테러범이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비행기들의 착륙을 허가한다. 캐나다 15개 공항에 비행기들이 착륙하고 캐나다인들은 고립된 승객에게 숙소와 음식을 제공한다. 캐나다 항공교통관제센터에서 근무하던 해럴드 오라일리는 긴급 상황에 비행기를 안전하게 착륙시키기 위해 비행기 착륙이 가능한 캐나다 공항을 파악하기 시작한다. 오라일리가 파악하는 공항 중 갠더 공항은 2차세계대전 때 군사기지로 사용되던 공항으로 가장 무거운 비행기를 수용할 수 있는 활주로가 있다. 관제사 오라일리는 갠더 공항이 초대형 여객기들을 착륙시키기 적합한 곳이라 판단했다. 공항 관계자의 전화를 받은 갠더 읍장 엘리엇은 비상 착륙할 비행기의 승객들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기 시작한다. 전 세계의 비행기들이 갠더에 착륙했다. 1만 명의 주민이 살고 있던 작은 도시에 찾아온 사람들을 현지인은 생업을 미루면서 어떤 대가도 요구하지 않고 도왔다.

 

좀 어때요, 친구들?”(74페이지)

비행기에서 내린 승객이 도착하자 뉴피(뉴펀들랜드 사람들)들이 반갑게 맞이한다. 이들은 모르는 사람이라도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친구라 부르면서 도와준다. 갠더 시민들은 비상 착륙으로 두려움에 빠진 사람들을 위해 모든 시스템과 물자를 동원한다. 테러범이 있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도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갠더 시민들은 아무 조건 없이 사람들을 도왔다. 비행기 승객 록샌은 처음 보는 사람에게 집에 와서 씻어도 된다고 말하는 갠더 주민을 보면서 이곳 주민이 세상에서 최고로 친절한 사람이라 생각했다. 비행기에서 내린 라나, 마크, , 위니는 임시 보호소를 나와 길을 가던 중 갠더 주민 조지가 자기 집으로 가서 커피 한 잔 마시겠냐고 물었을 때 거절한다. 이들의 반응이 일반적인 반응이다. 낯선 사람이 친절하게 다가오면 우리는 경계부터 하게 된다. 하지만 갠더 주민인 조지에게는 이러한 친절이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다. 갠더 주민들은 비행기에 탑승한 동물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난 후 동물도 함께 보살핀다. 온 세계가 마을로 온 날은 공동체 안에 사람과 더불어 동물도 함께 존재한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비행기 승객들은 갠더에서 물질적 도움뿐만 아니라 정신적 도움도 받는다. 9.11사태에 대한 충격과 공포, 낯선 곳에 비상착륙한 상황에 대한 두려움과 불편함을 느끼는 이들을 갠더 주민들은 아낌없는 도움으로 치유해준다. 마지막 비행기가 갠더를 떠난 후 주정부가 승객을 도와준 갠더 주민에게 감사 파티를 열어주겠다고 말하지만 주민들은 이를 거절한다. 자신들이 사람들을 도운 것은 당연한 것으로 그것이 바로 뉴피의 방식이라 답한다. 그들이 그냥 늘 하던 대로 했을 뿐인 행동은 많은 이들에게 힘을 주고 위안이 되어 주었다. 주민들의 도움의 손길은 비행기 승객들의 마음도 움직이게 한다. 집으로 돌아온 사람들은 자신도 남을 돕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된다. 어려움에 처했을 때 도움의 손길이 얼마나 절실한지,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 느꼈기 때문이다.

 

갠더에는 증오도 분노도 공포도 없었다.

오직 공동체 의식만이 살아 있었다.’(214페이지)

갠더 주민들은 공동체 의식을 발휘해 많은 사람들에게 몸과 마음의 안식처를 제공했다. 뉴펀들랜드 사람들은 성별, 인종, 종교, 문화, 나라, 생물종 등 중 그 어떤 것도 차별하지 않고 존중해 주었다. 승객 중 한 명이었던 랍비 수닥의 말처럼 온 세상이 위태롭게 느껴질 때 안전하게 보호받고 있음’(245페이지)를 느끼게 해줬다. 일상으로 돌아온 승객들은 정신적인 충격에 힘들어하지만 뉴펀들랜드의 기억이 이들을 지탱해주는 힘이 되어준다.

 

세상이 혼란스러워도 스스로 고립되지는 않았으면 해요.’(286페이지)

코로나로 평범했던 일상이 더 이상 일상이 아닌 상황 속에서 사람들과도 만날 수 없어 점점 고립되는 느낌에 힘들어 했던 나에게 필요한 말이다. ‘스스로 고립되지는 않았으면 해요라는 말은 내가 나 스스로에게도 해주고 싶은 말이다. 승객들이 떠난 후 헤어짐의 슬픔과 스트레스로 인해 힘들어하던 학생들에게 상담사가 지나고 나면 괜찮아질 거라고 말했던 것처럼 코로나도 지나고 나면 그때 그랬지라면서 가볍게 넘길 수 있을 날이 올 것이라 믿는다. 갠더 주민들은 세상에 선한 사람들이 많이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 최고의 영웅들이다. 그들의 선한 영향력은 더 많은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주어 사람들은 타인을 돕는 것의 중요함을 깨닫게 됐다. 혼란한 시기일수록 공동체 의식은 더 필요하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사람과 거리를 두고 살아야 하겠지만 그럼에도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돕는 이들이 있다. 환자를 돌보는 의료진은 자신들의 생활을 내려놓고 환자를 돌보는 데 온 힘을 쏟고 있다. 코로나 시국에 갠더 주민과 같은 이들이 우리 곁에 존재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인류애를 발휘해 환자를 돌보는 모든 의료진들에게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 이 분들이 진정한 영웅이다. 온 세계가 마을로 온 날, 세상에 수많은 영웅들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9.11 테러가 발생했을 때 위기에 빠진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희생한 소방관들과 도움의 손길을 보낸 모든 분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모든 영웅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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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마음을 묻다 - 인공지능의 미래를 탐색하는 7가지 철학 수업
김선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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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뛰어넘는 기계가 나타난다면······’

음악을 듣고 싶을 때, 불을 끄는 것이 귀찮을 때, 운전하는 것이 힘들 때 등등, 우리는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는다. 집 안의 가전은 사물인터넷으로 연결되어 밖에서도 끄고 켤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손 안의 인공지능 스마트 폰은 전화걸기, 음악 듣기, 길 찾기, 인터넷 연결 등등의 일을 해내고 있다. 이세돌이 인공지능 알파고에게 패했을 때 모두가 놀랐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인공지능이 일상 속 깊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인공지능을 사용하는 편리함에 적응할수록 인공지능에 대한 두려움도 함께 커진다. 왜 우리는 인공지능을 편리하게 사용하면서 동시에 인공지능을 두려워하는 것일까? 두려워하면서도 인공지능 기술 개발에 예산을 쏟아 붓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간이 인공지능에게 갖는 두려움은 어떻게 해야 사라질 수 있을까? 질문의 답을 인공지능 마음을 묻다에서 찾아보려 한다. 인공지능 마음을 묻다는 인공지능에 대한 주제별 질문을 총 7개의 장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인간 지성의 대표적인 영역인 사고와 직관, 감정과 공감, 의식, 생명, 개성, 예술과 문화, 사랑, 젠더와 편견, 기계 학습, 공정성과 신뢰 문제 등의 주제에 대해 인공지능이 어떻게 사고하고 인간의 지적 과제를 수행하는지 살펴본다.

 

인공지능은 우리를 속일 수 있는가

인공지능 철학의 첫 번째 주제는 생각하는 기계의 가능성이다. 튜링은 모방 게임을 통해 인공지능이 인간처럼 생각할 수 있는지를 시험하기 위해 튜링 테스트를 만든다. 여러 가지 질문을 한 후 답변하는 상대가 인간인지 인간인 척하는 인공지능인지 판단하게 하는 튜링테스트는 모방게임을 변형한 것이다. 튜링은 인간을 속일 수 있는 능력이 사고할 수 있는 능력과 같다고 생각했다. 튜링테스트를 통과하는 인공지능 컴퓨터가 존재한다면 인공지능은 인간을 속일 수 있다는 명제가 성립된다고 말한다. 튜링은 프로그램이 된 컴퓨터는 인간과 같은 심리 상태, 지능, 사고능력을 갖기에 충분하다고 보았다. 이것이 강한 인공지능 논제. 튜링이 모방 게임에서 생각한 마음의 모델은 기능주의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모방하는 방식은 기능주의 모델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인공지능의 모든 행동과 역할을 이해하고 설명하기 위해서는 기능주의에 대해 알아야 한다. 기능주의에서 마음은 물리적 자극(입력)에 의해 일어나는 것으로 특정 행동(출력)을 일으키는 내적 상태를 정의한다. 마음을 입력과 내적 과정과 출력 사이의 인과관계로 정의하는 기능주의 모델은 키보드로 질문이나 명령을 입력하면 컴퓨터 내부에서 계산 과정을 거쳐 모니터에 결과를 출력하는 컴퓨터 모델과 정확히 대응한다. 기능주의 관점에서는 인간의 사고 과정과 인공지능의 사고 과정은 동등하다.

 

데카르트는 속이기 위해서는 상대방이 사유능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기계는 사유능력이 없기 때문에 속일 수 없다고 생각했다. 속임의 주체와 속임의 대상 모두 코기토(생각)’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하고, 자신의 사고에 대해 의식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데카르트는 기계는 생각도 의식도 없다고 생각했다. ‘중국어 방이라는 사고실험을 한 존 써얼은 인공지능이 사고능력을 지녔다는 튜링의 주장을 반박한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중국어 방실험을 설명한다. 어떤 방에 갇혀 있을 때 앞에는 하나의 상자가 존재한다. 상자에는 중국어 단어가 들어 있고, 외부에서 중국어로 물어보는 질문에 대답을 구성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규칙들이 주어진다. 중국어를 모르지만 중국어로 질문을 받은 후 주어진 규칙에 따라 답을 내보낸다. 질문자는 답변자가 중국어를 모른다는 사실을 알 수 없다. 써얼은 튜링이 주장하는 기계의 사유도 이와 같이 언어를 이해하는 것이 아닌 형식적 기호를 계산해서 대답한 것이기 때문에 진정으로 사고한다고 말할 수 없다고 한다. 의식이 사고의 전제조건이라고 생각한 써얼은 튜링기계가 자신의 사고를 의식할 수 있는가를 묻는다. 써얼의 결론은 인공지능은 자신의 사고를 의식할 수 없으므로 우리를 속일 수도 없고 속임을 당할 수도 없다고 말한다. 데카르트의 코기토 테스트와 써얼의 중국어 방 사고실험은 모든 사고에는 의식이 수반된다는 것을 주장한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사고를 할 때 느낌 또는 의식이 없어도 인지하고 이해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 비트겐슈타인은 이해나 사고는 의식작용을 수반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자각이나 의식이 없어도 많은 것을 이해할 수 있다. 모든 사고에 의식을 동반할 것을 요구하는 코기토 테스트를 인간의 사고에 적용하기 어렵기 때문에 인공지능의 사고력을 시험하기에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인공지능이 인간을 속일 수 있는지 없는지에 대한 답은 쉽게 찾아지지 않는다. 인공지능의 진화는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인간을 완벽하게 속이는 인공지능이 언젠가는 출현할 것이라 생각한다. 인간이 인공지능을 잘 알아야 하는 이유다.

 

인공지능은 마음을 구현할 수 있는가

기계가 인간의 지능과 사고를 모방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마음을 기능화 할 수 있어야 가능하다. 인간의 마음은 지향적 마음과 현상적 마음으로 이루어졌다. 인공지능은 기능화 할 수 있는 마음영역, 즉 인간의 지향적, 인지적 마음 혹은 기능적 마음을 모방하고 구현할 수 있다. 하지만 주관적이고 직접적인 의식인 현상적 의식은 기능화 할 수 없기 때문에 인공지능 기계가 모방할 수 없다. 어떤 일이나 주제에 대해 특정 관점을 갖는 것은 이미 형성하고 있는 총체적인 지향적 사고 체계에 근거한다. 사람들의 사고체계의 차이는 관점의 차이로 이어진다. 의식이 필요 없는 지향적, 기능적 사고만으로 관점을 갖게 된다면 기능적 마음을 구현하는 인공지능도 관점을 가질 수 있다. 인공지능은 기능화가 가능한 지향적 마음은 모방할 수 있기 때문에 인간과 같은 마음을 어느 정도까지는 구현해 낼 수 있다.

 

인공지능은 감정을 느낄 수 있는가

믿음과 욕구 등의 지향적 마음은 인과적 역할이나 결과를 찾을 수 있어 기계가 따라할 수 있기 때문에 인공지능은 인간의 기능적 마음을 모방할 수 있다. 그렇다면 기능적 마음을 모방할 수 있는 인공지능은 감정을 느낀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인공지능은 타인의 감정을 직접 느낄 수는 없어도 타인의 고통과 슬픔을 추론할 수 있기 때문에 공감할 수 있다. 기능화 할 수 있는 감정은 인공지능이 어느 정도 표현할 수 있다고 말한다. 상담을 할 때 내담자들의 감정인 기쁨, 분노, 슬픔, 두려움, 침울, 우울, 후회, 비탄, 당황, 실망과 좌절, 원망 등은 명제적 사고 내용을 지닌 지향적 태도와 질적인 느낌이 동반되는 심리 상태를 나타내는 감정들이다. 상담을 할 때는 감정과 정서적 태도 이외에도 사람의 성격적 특성, 성향, 습관, 지적 능력 등도 해석해야 한다. 대부분의 감정과 정서적 태도는 사고 내용을 가진 인지적, 지향적 태도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입력과 출력 관계로 기술되는 기능 상태로 접근할 수 있는 기능적 마음이다. 기능적으로 정의된 감정, 성향은 인공지능이 학습할 수 있다. 인공지능이 공감의 언어를 이해하고 배울 수 있다면 인공지능은 내담자의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이 가능하다. 인간만이 느낄 수 있다고 생각했던 감정도 기능화 할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내가 얼마나 단단한 편견에 사로잡혀 있는지를 다시 깨닫는다. 그렇다면 감정을 모방하는 기계는 인간과 같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인공지능은 생명과 개성을 가질 수 있는가

생물학자를 비롯해 과학자들은 생명체나 살아 있는 유기체를 정보 시스템이라 생각했다. 정보를 흡수하고 저장한 정보에 따라 행동 변화를 조정하고, 정보를 감지하고 조직하기 위해 특수한 기관을 가진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이때의 살아있음의 핵심은 정보의 저장과 이용, 전달능력, 자기 복제 및 재생산 능력에 있다. 생명을 호흡과 심장 박동 등의 생체적 신호로 생각했던 나의 고정관념을 깨는 정의다. 살아 있음을 질료의 속성이 아닌 형식의 속성으로 정의내릴 때 생명의 형식과 기능이 중요해진다. 생명의 가장 큰 특징이라 생각했던 유기체의 개념이 깨진다. 생명의 형식과 질료를 분리해 생명을 바라볼 때 기계에도 생명의 형식을 부여할 수 있다. 인공지능이 생명을 가지고 있는 존재인가에 대한 의문은 생명의 정의를 바꾸면 얼마든지 그렇다라는 답이 나오게 된다. 생명을 갖게 된 인공지능은 자신만의 개성도 갖게 될 것이다. 개인 정체성의 핵심을 구성하는 욕구, 믿음, 가치 체계는 명제 내용으로 이루어진 지향적 사고 체계로 기능화가 가능하다. 따라서 인공지능도 경험과 지향적 사고를 가질 수 있다면 개성을 갖는 것이 가능하다. 미래의 인공지능은 더 진화해 살과 결합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거나 탈육화의 방식으로 진화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어떤 진화 방향으로 향하는가에 따라 인간의 미래와 운명도 달라진다고 한다. 인공지능 기술은 미래로 갈수록 더 정교해지고, 뛰어난 인공지능은 계속 개발되어 세상을 놀라게 할 것이다. 지금은 인공지능의 생명과 개성에 대해 이야기 하지만 미래에는 너무나 당연하게 인간과 같은 인공지능과 함께 살아가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미래의 인공지능에 대해 기대하게 됨과 동시에 두려움의 감정을 함께 느끼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반응이다.

 

인공지능은 예술을 감상할 수 있는가

고통, 느낌과 함께 색깔의 지각은 현상적 의식이다. 색깔의 지각은 보는 주체가 직접 현상을 경험하는 것이기 때문에 경험이 무엇과 같은지 알 수 없다는 점에서 현상적이고 주관적인 의식이다. 현상적 의식은 주관적인 의식 상태로 기능화가 어려워 인공지능이 모방하기 어렵다. 인공지능은 색에 대한 물리적이고 기능적인 지식을 습득할 수 있고, 이 지식을 바탕으로 색상들의 차이를 비교하고 색깔에 대한 기능적 역할도 수행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색깔에 대한 현상적 의식을 갖지 못한 인공지능은 그림을 감상하지 못한다. 단지 그림을 물리적, 기능적 지식을 통해 인식할 뿐이다. 그림을 감상할 때 느껴지는 감성은 인공지능이 모방할 수 없는 영역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한 가지가 궁금해진다. 인공지능이 그린 그림은 어떤 시각으로 감상해야 할까? 색에 대한 현상학적 의식이 없는 인공지능이 물리적, 기능적 지식으로 그림을 완성한 인공지능의 그림을 회화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인공지능과 사랑할 수 있을까

사랑과 관련된 감정은 대부분 사고 내용을 갖는 지향적 감정(인지적 감정)으로 기능적으로 기술할 수 있기 때문에 인공지능이 모방할 수 있다. 인공지능의 사랑에 대한 질문에서 육체를 초월한 초지능으로 진화한 영화 <그녀>의 사만다와 무엇으로도 대체될 수 없는 개별자가 되는 것을 선택한 <바이센테니얼 맨>의 앤드루의 이야기가 비교대상으로 떠오른다. 사만다는 처음에는 육체를 갖는 것을 원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육체를 초월해 초지능으로 진화하는 것을 선택한다. 앤드루는 인간이 되기를 염원해 영원한 기계의 삶을 포기하고 인간처럼 죽는 몸을 갖게 된다. 초지능을 선택한 사만다의 사랑은 떠나가지만 인간적 몸과 하나가 된 앤드루의 사랑은 이루어진다. 왜 사만다의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고 앤드루의 사랑은 이루어질 수 있었을까? 인공지능 사만다의 사랑은 초지능으로 진화하면서 한 사람에 대한 사랑이 다수에 대한 사랑으로 넘어간다. 이러한 사랑의 유형은 신의 사랑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공지능 로봇 앤드루의 사랑은 한 사람에 대한 사랑으로 인간의 사랑과 비슷하다. 사람들의 사랑의 형태가 여러 가지이듯 인공지능의 사랑도 다양한 형태로 진화할 것이라 예측해본다.

 

인공지능은 젠더 정체성을 갖는가

인공지능 로봇의 젠더화는 사회의 젠더 표준이 적용된다. 인공지능은 사회의 성역할을 비롯한 젠더 편견을 그대로 반영한다. 이러한 편견은 차별로 이어져 사회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 인공지능의 편견은 젠더, 인종, 계급, 소수자 등의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인공지능이 편견을 학습하게 되는 것은 입력 데이터와 알고리즘을 짜는 방식 때문이다. 입력 데이터는 사회의 규범과 가치에 따라 행동하는 사회구성원이 만들기 때문에 편견이 들어가게 된다. 인공지능을 설계할 때도 데이터를 선택하고 평가하는 설계자의 사고방식과 가치관도 반영된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편견을 모방하고 학습하게 되면 불공정해질 수 있다. 인공지능 빅데이터가 사회문화적 편견에 오염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편향적 자료인지, 왜곡된 자료는 없는지를 프로그래머가 걸러내야 한다. 자료 수집 단계에서도 데이터 풀의 편향, 데이터 해석의 편향, 데이터 분석에서 인공지능 설계자의 편향 등을 점검해야 한다. 인공지능 알고리즘 설계를 할 때도 매 단계마다 인간의 편견이나 편향된 인공지능 사고가 개입되는지 점검한다. 이를 위해 알고리즘의 계산 과정 및 절차와 방법 등이 투명하게 밝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인공지능의 편향성과 불공정함을 바로잡기 위해 알고리즘에 발생하는 문제를 확인하고 교정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인공지능 스스로 편향성을 교정하도록 교육하는 것과 사회화 과정을 통해 인간과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 시스템도 필요하다. 인간이 인공지능을 신뢰하고 함께 공존할 수 있도록 인공지능의 투명성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에 동의한다. ‘설명되지 않는 인공지능은 인간을 불안하게 만들어 인공지능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는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 마음을 묻다는 인공지능은 어떻게 진화하고 인간과 비슷해질 수 있는지를 이야기한다. 진화한 인공지능으로 인해 어떤 문제가 발생할 것인지를 생각해보게 하고 그 해결방법을 제시한다. 인간과 인공지능이 공존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고민하게 만드는 책이다. 인공지능은 더 이상 거부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우리 생활 속으로 들어오고 있다. 어느 집이나 인공지능 제품을 하나 이상 가지고 있다. 막을 수 없다면 그 안에서 인공지능과 인간이 서로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인공지능에 대한 철학적 사유가 필요한 이유다. 인공지능 마음을 묻다는 과학의 분야인 인공지능을 철학으로 불러와 대상이 아닌 한 존재로 인공지능을 분석하고 인간과의 관계를 사유하게 한다. 철학적 사유의 영역을 확장할 수 있도록 질문에 질문을 이어간다. 책에 실린 질문에 답을 하면서 책을 읽는다면 인공지능에 대해 더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페이지 수는 많지 않지만 인공지능에 대한 내용을 알차게 실어놓은 책이다. 인공지능과 철학적 사유에 관심 있는 분들은 반드시 읽어야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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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미래 경쟁력 - 청소년에게 알려주는
최효찬 지음 / 글담출판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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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와 세계 명문가의 자녀교육과 독서 교육 비법을 정리한 책을 쓴 저자 최효찬이 이번에는 청소년을 위한 인문학서를 출간했다. 청소년에게 알려주는 인문학 미래 경쟁력은 저자 최효찬이 지금까지의 자녀교육과 독서 교육을 연구한 경험과 자료를 압축해 청소년들이 읽기 쉽게 써냈다. 세계를 바꾼 인물들의 이야기와 인문학을 대표하는 고전을 접한 청소년들이 인문학의 세계에 푹 빠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1부에서는 세상을 바꾼 인물들이 인문학을 바탕으로 어떤 성과를 냈는지를 알아보고, 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청소년들이 인문학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를 찾게 한다. 스티브 잡스는 철학과 문학, 빌 게이츠와 일론 머스크는 공상과학 소설, 마크 저커버그는 심리학, 인공지능 알파고를 만든 데미스 하사비스는 인지과학에 빠졌다. 인간의 본질을 이해하는 학문인 인문학에 매료된 경영자들과 수많은 지성인들은 인문학 안에서 삶의 깨달음과 아이디어를 얻었다. 청소년기에 인문학을 가까이 해야 하는 이유는 미래를 살아가기 위해서 자신만의 콘텐츠를 만들어 갈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자신만의 콘텐츠를 찾을 때 인문학이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점을 연결하는 것’(21페이지)

20056월 스탠퍼드대학교 졸업식 축사에서 잡스가 한 말이다. 과거와 현재에 했거나 하고 있는 일들이 의미 없는 일처럼 보일 수 있지만, 미래에 인생을 바꿀 결정적인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뜻하는 말이다. 애플의 공동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2007아이폰을 출시하면서 전 세계에 스마트폰 열풍을 일으킨다. 입양아 출신인 그는 학창 시절에 문제를 일으키고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했다. 양부모의 설득으로 리드칼리지에 입학했지만 중퇴했다. 학교를 중퇴한 후 16개월 동안 청강생 신분으로 흥미로운 강의들을 찾아 듣는다. 리드칼리지의 고전 독서 프로그램을 통해 플라톤, 호메로스, 카프카의 고전 작품을 읽으면서 인문학 지식을 쌓아간다. 잡스는 이 프로그램이 애플 컴퓨터를 만든 힘이라고 말했다. 리드칼리지에서 들었던 서체 강좌는 훗날 애플 최대 히트작인 매킨토시 컴퓨터의 아름다운 글꼴로 만들어진다. 비록 중퇴했지만 잡스가 리드칼리지에서 들었던 인문학 강의는 그의 삶과 애플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대학을 졸업한 후 잡스는 선불교를 접하고 선불교의 가르침에 따라 자기 수양과 간소함을 추구하는 삶을 살아간다. ‘단순함이란 궁극의 정교함’(19페이지)이라는 애플의 디자인 철학은 선불교의 영향을 받아 탄생한다. 영국의 시인이자 화가였던 윌리엄 블레이크의 시에 몰입한 잡스는 생각이 막힐 때 시를 읽으면 아이디어가 샘솟는다고 말한다. 인문학은 애플에게 삶의 길잡이가 되어주고 경영 아이디어를 샘솟게 만들어준다.

인생은 단 한 번뿐이다.

남의 인생을 살지 마라.

너의 목마름을 추구해라.

바보 같아도 좋다.’(22페이지)

잡스는 남의 인생을 살지 말고 바보 같다고 생각되더라도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라고 말한다. 잡스가 이러한 삶을 살 수 있도록 길잡이가 되어준 것이 인문학이다. 나는 지금 어떤 점을 찍고 있을까? 이 점들은 어떻게 연결되어 미래에 나의 인생을 바꿀 무기가 될 수 있을까? 나의 삶을 돌아보면서 이 질문의 답을 찾아보려 한다. 손에 쥐고도 알지 못했던 내 인생을 바꿀 무기를 깨닫기 위해서.

 

컴퓨터가 책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29페이지)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의 가장 큰 특징은 독서를 많이 한다는 것이다. 빌 게이츠의 도서 목록이 검색될 정도로 빌 게이츠는 독서를 하고 독서한 것을 기록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 게이츠는 게이츠노트를 통해 추천 도서와 독후감을 공유하고 있다. 게이츠는 한 인터뷰에서 독서는 성공에 절대적으로 필요’(26페이지)하다고 답한다. 독서는 새로운 깨달음과 세상을 보는 눈을 뜨게 한다. 독서와 함께 게이츠는 신문과 잡지를 읽는 것도 권유한다. 시대의 흐름을 파악하고 트렌드를 살피기 위해 두 가지 매체가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때 관심 있는 분야와 함께 좋아하지 않는 분야의 기사도 함께 읽어야 한다고 말한다. 관심 분야가 아닌 기사를 읽으면 새로운 정보를 발견하고 이를 통해 사고를 확장할 수 있다. 빌 게이츠의 독서법은 첫째, 메모하며 읽기, 둘째, 모르는 분야의 책 끝까지 읽기, 셋째, 새로운 분야를 공부할 때는 역사책부터 읽기, 넷째, 하루 한 시간 몰입해서 독서하기다. 빌 게이츠는 궁금한 것이 생길 때마다 책을 읽고 책 속에서 답을 찾았다.

 

우리의 첫 번째 임무는 기존의 오래된 사고방식을 정면 돌파하는 것이다.’(38페이지)

요즘 세상을 가장 떠들썩하게 만드는 인물하면 누가 떠오르는가? 테슬라의 창업자 일론 머스크다. 영화 <아이언맨>의 주인공 토니 스타크의 실제 캐릭터라고 해서 더 화제가 됐던 인물이다. 대인 관계를 맺는 것이 어려운 자폐성 장애의 일종인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고 있었던 머스크는 따돌림과 폭행, 괴롭힘으로 힘든 청소년기를 보냈다. 이 시기에 머스크에게 힘이 된 것은 독서였다. 공상과학 소설을 즐겨 읽었던 경험은 민간 우주 개발 기업 스페이스 X’를 설립하는 근간이 된다. 머스크는 불가능해 보였던 일을 현실로 만들어가고 있다. 머스크는 애트 아스트라라는 사립학교를 설립해 자신의 자녀들과 스페이스 X 임직원 자녀들에게 인문학을 가르친다. 소크라테스식 문답법과 같이 대화와 질문 형식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윤리와 도덕, 철학 등을 가르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문학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반드시 필요한 학문이다. 인간이 존재하는 한 인문학적 배움은 계속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머스크는 그 깨달음을 자신은 물론 자녀들에게도 전달하고 있다.

 

책을 읽으면 지적으로 충만해진다.

오늘날 어떤 미디어보다도

주제를 깊이 탐구하고 몰입하도록 해준다.’(44페이지)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는 대학교 재학 시절 페이스북을 개발한다. 저커버그는 인간은 서로 연결되고 싶어 한다는 인문학적 통찰을 바탕으로 사람과 사람간의 관계를 이어주고 소통할 수 있는 페이스북을 만들었다. 저커버그는 심리학을 통해 인간 내면의 의식과 무의식을 탐구했다. 세계적인 기업가가 된 후 사회와 문명, 국가와 권력을 탐구하는 책을 읽고 있다. 독서광 저커버그는 2015년부터 페이스북에 올해의 책을 만들어 함께 책을 읽자는 캠페인을 시작한다. 저커버그는 독서를 통해 다양한 관점에서 인간과 사회를 이해하고, 이러한 경험을 기업 경영에 적용하고 있다.

 

나는 생각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50페이지)

인공지능 알파고를 개발한 데미스 하사비스는 구글 딥마인드의 창업자다. 지적 호기심이 왕성했던 하사비스는 컴퓨터와 게임 개발에 빠진다.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게임 회사에 취직해 게임 개발자로 일하기 시작하고 이어서 컴퓨터공학과에 진학해 컴퓨터를 체계적으로 배운다. 인공지능에 관심을 갖게 된 후 뇌과학을 연구하기 시작해 기억과 상상이 뇌의 같은 부분에서 생겨난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하사비스가 개발한 게임은 이야기가 있는 전략 시뮬레이션 컴퓨터 게임으로 이런 게임을 만들기 위해서는 게임 개발 기술과 더불어 인문학적 지식과 사고가 함께 필요하다. 인공지능 개발자이지만 하사비스는 인간에 대한 이해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리더(Reader)가 리더(Leader)가 된다.’(36페이지)

세상을 바꾼 인물들의 가장 큰 공통점은 독서. 독서를 하면서 세상을 더 넓고 멀리 볼 수 있는 시각을 키운 이들은 자신의 인생을 바꾸고, 더 나아가 세상을 바꿔나간다.

 

2부에서는 미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꼭 읽어야 할 인문 고전 8선을 소개한다.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는 말은 무지에 대한 자각을 일깨우면서 인간의 이성과 정신을 중시하는 서구 사상의 기반이 된다. 만물의 근원이 정신에 있다고 믿은 소크라테스는 진리를 깨우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참된 진리는 올바른 삶’, 즉 정의를 실천하는 데 있다고 가르친다. 플라톤은 <<국가론>>에서 최고의 선을 행하는 것이 가장 올바른 삶이고 정의로운 삶이라고 주장했다. 플라톤의 덕에 기초한 정의의 실현은 소크라테스가 생각한 이상 국가론의 핵심이다. 플라톤은 어떠한 일이 있어도 도덕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는 도덕적 절대주의를 주장한다. 약육강식의 사회가 되지 않기 위해 도덕적 가치를 정립해야 한다. 플라톤은 이를 정의라 불렀다. <국가론 깊이 읽기>에서는 <<국가론>>을 읽을 때 반드시 읽어야 하는 핵심 내용을 정리했다.

 

<<니코마코스 윤리학>>은 행복에 대한 질문을 묻고 답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의 궁극적인 목적이 행복이라고 말한다. 인간은 사회와 국가와의 관계 속에서 선의 실천을 통해 행복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인간 고유의 품성과 지성을 탁월하게 발휘하는 것이 최고의 선이자 행복이라 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행복하기 위해서 덕을 베풀면서 명상하고 깊이 생각하는 관조적 생활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진정한 친애(친구를 사귀기)는 덕에 기초한 친애이며, 선에 의해 유지되는 친애라고 강조한다. 서로 선한 행위와 영향을 주고받는 것만으로도 즐겁고 행복하다면 그것이 진정한 친애라고 말한다. <니코마코스 윤리학 깊이 읽기>는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차이점을 설명한다. 플라톤이 철학자가 왕이 되어 통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면, 아리스토텔레스는 왕이 철학을 직접 할 필요가 없으며 참된 철학자의 말을 듣고 따르면 된다고 말한다. 플라톤의 이데아는 초월적으로 존재하며 그 누구도 이데아가 될 수 없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우리가 살고 있는 물질적인 세계에서 최고의 가치를 추구하고 이데아와 같은 초월적 세계의 존재를 믿지 않았다. 플라톤의 신은 초월적 세계에 존재하고, 아리스토텔레스의 신은 우리가 사는 현실에 존재한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는 스승과 제자 사이지만 서로 다른 사상을 주장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플라톤의 철학을 배워 자신만의 새로운 철학을 만들어낸다.

 

홉스의 <<리바이어던>>은 교회권력으로부터 해방된 국가를 가리키며 절대 주권을 확립해 시민의 안전과 평화를 지킬 것을 강조한다. 홉스는 인간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이기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인간이 상대방을 파괴하고 정복하는 투쟁의 목적은 자기 보존욕구와 파괴와 정복에서 오는 쾌감 때문이라 말한다. 국가가 없는 상태에서 인간은 쾌락과 욕망을 추구하기 위해 싸운다. 홉스는 투쟁 상태에 종지부를 찍고 평화로운 생활을 하도록 하는 것이 이성이라고 주장하면서 그 해결 방법으로 자연법을 말한다. 개인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 자연법이라는 것이다. 홉스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 아니고, 이기심을 본성으로 한다고 생각했다. 통치자의 절대 권력을 옹호하면서도 시민의 개인주의와 쾌락주의도 옹호했다. 국가는 개인의 자기 보존을 위해 필연적이라 생각했다. 무정부 상태(자연 상태)는 자기 보존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인간은 절대 주권자인 리바이어던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한다. 홉스는 경험에 따른 지식과 인식, 법 앞의 평등이라는 근대적 논리를 제시한다. 개인의 안전과 평화를 보장하기 위해 국민이 국가를 구성하고, 국가의 목적과 권력의 범위,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법으로 정해서 합리적인 정치 질서를 수립해야 한다고 말한다. 홉스는 평등한 개인의 자연권에 근거한 군주 정치가 최선의 국가 형태라고 생각했다. 홉스는 언어의 사회적 소통 기능을 이야기한다. 인간이 자연 상태를 벗어나 사회 계약을 통해 사회와 정부를 구성하는 일이 모두 언어를 통해서 가능하다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손’(110페이지)

너무나 유명한 말이다. 애덤 스미스 하면 보이지 않는 손, 자유방임주의, 신자유주의 등등의 수식어가 붙는다. 애덤 스미스는 각 개인이 자기 이익을 뜻대로 추구하는 동안 보이지 않는 손에 이끌려 상상치 못했던 사회 전체의 이익을 가져온다고 생각했다. 보이지 않는 손은 사람들이 자신의 이익을 추구할 때, 사회는 보이지 않는 손에 따라 개개인들이 전혀 의도하지 않았던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는 것이다. 개인의 이기심에 바탕을 둔 경제 행위가 경제발전으로 이어지고,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맞춘다는 뜻이다. 국가의 간섭을 최소화하는 작은 정부를 주장하는 애덤 스미스와 국가의 역할이 더 커야 한다는 큰 정부를 주장하는 케인스의 경제 노선은 현대에도 세계 경제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경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을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다 보면 여러 편의 막장 드라마를 보는 듯하다. 특히 오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에서는 더 살벌하게 막장 드라마가 펼쳐진다. 그리스의 신들은 전지전능한 신이 아닌 인간보다 더 인간 같다. 욕망과 감정을 숨김없이 드러내고 표출하는 신들의 모습에서 신에 대한 이미지는 깨진다. 그리스 신화는 적나라한 인간상을 제시해 인간의 본질에 대해 탐구할 수 있게 한다. 그리스 신화는 고대부터 현대까지 수많은 예술가들에게 창작의 영감을 주고 있다. 서양 문화는 고대 그리스의 인간 중심 문화를 반영하는 헬레니즘 문화와 엄격한 도덕률과 가정 공동체를 중시하는 헤브라이즘 문화가 융합되어 만들어진다. 헬레니즘은 개방적이고 보편적인 시민 문화를 추구하고, 헤브라이즘은 구약성서를 바탕으로 하며, 신에 대한 복종과 윤리적 행동을 강조한다. 서양 문화는 두 문화의 융합으로 만들어지고 이어진다. 서양의 문화와 정신의 원형은 고대 그리스에서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스의 정신과 문화는 로마로, 로마에서 유럽으로 전해지면서 서양 문화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그리스 신화는 서양 문명과 문화를 이루는 바탕이다. 그렇기 때문에 서양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리스 신화를 읽어야 한다.

 

현명한 군주는 자신을 두려운 존재로 만들되,

비록 사랑받지는 못하더라도

미움을 받는 일은 피해야 한다.’(141페이지)

마키아벨리는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다른 집단과의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군주가 해야 할 일의 첫 번째는 모든 사람에게 미움 받는 일을 피하는 것이라고 조언한다. 특히 가장 강력한 집단으로부터는 절대로 미움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마키아벨리는 국가의 평화와 안전, 번영을 위해서는 강력한 지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마키아벨리가 군주에게 요구한 덕목은 실용주의, 계산, 현실 감각이었다. 군주가 통치를 잘하기 위해서 필요하다면 부도덕한 행위도 용인한다는 것이 마키아벨리의 주장이었다. <<군주론>>은 리더의 자질에 대한 현실적인 조언을 해주는 책이다. 책은 읽을 때 항상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맹목적인 수용보다는 나의 생각을 가지고 읽을 때 더 깊이 있는 교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단군 신화는 일연의 창작이 아니라

예부터 전해오던 기록을 인용한 것이다.’(160페이지)

고려시대를 대표하는 고전은 김부식의 <<삼국사기>>와 일연의 <<삼국유사>>. 두 책의 가장 큰 차이는 단군이야기에서 온다. 정사를 기록한 <<삼국사기>>에는 전설과 신화가 소개되지 않았지만, 단군 이야기가 수록된 <<삼국유사>>는 전설, 신화, 신라의 향가 등 고대 문학 등이 실렸다. 일연은 예전 기록들을 소개하면서 그 의미를 되새길 뿐 자신의 생각이나 주장을 <<삼국유사>>에 쓰지 않았다. <<삼국유사>>는 고대의 일화를 그대로 실어 한국의 고대사를 원형에 가깝게 전달한다. <<삼국유사>>는 우리의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 꼭 읽어야 하는 책이다.

 

돈 키호테는 과대망상에 빠져 어이없는 소동을 일삼는 충동적 몽상가인가, ‘꿈과 이상을 위해 도전을 멈추지 않는 불굴의 도전가인가? 급속한 경제 발전으로 향락과 쾌락에 빠져 살던 스페인 국민들은 영국과의 전쟁에서 참패하면서 공허감과 패배감에 사로잡힌다. 이런 시대 분위기를 세르반테스는 <<돈 키호테>>에 담아낸다. 무적함대로 상징되는 황금기를 지나 쇠락기에 접어든 스페인 사람들은 현실 앞에 좌절하고 방황한다. 돈 키호테는 도탄에 빠진 세상을 구하고 부정과 비리를 바로잡으며, 가난하고 천대받는 자들을 돕겠다는 다짐으로 긴 여행을 떠난다. 돈 키호테는 약하고 상처받은 자에게는 부드럽고 겸손한 태도를 보였지만, 악당처럼 보이는 상대를 마주하면 불굴의 용기를 발휘했다. 돈 키호테는 이성을 되찾은 후 과거에 대해 모든 사람에게 용서를 빌고, 친구들에게 재산을 골고루 나눠준 되 숨을 거둔다. 이상주의자 돈 키호테는 현실의 벽에 가로막혀 꿈과 희망을 잃은 이들에게는 재도전의 마음을 일깨워주는 인물이다. 나는 지금 내가 어떤 꿈과 희망을 포기하고 있었는지를 생각한다.

 

청소년에게 알려주는 인문학 미래 경쟁력1부에서 인문학에서 영감을 받은 창의력과 상상력을 바탕으로 세상을 바꾼 인물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인문학이 그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알게 한다. 2부에서 인문학을 대표하는 작품을 소개한다. 2부에 소개된 책들과 1부에서 각각의 인물들이 읽었던 책들을 목록화해서 책을 찾아 읽는 것도 즐거운 책읽기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2부에서 소개된 고전들은 글을 읽고 난 후 작품을 읽는다면 더 쉽게 작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어렵지만 읽는 사람과 읽지 않는 사람의 생각의 차이는 엄청나게 벌어질 것이라 감히 말해본다. 변화는 내 안에서부터 시작된다. 변화에 필요한 에너지를 충전하기 위해 인문학을 추천한다. 인문학은 나 자신뿐만 아니라 세상까지도 변화시키는 힘을 가진 학문이다.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하는 학문이다. 청소년에게 알려주는 인문학 미래 경쟁력은 청소년들에게 인문학으로 입문할 수 있는 문을 열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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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 플래그 도감 - 5000편의 콘텐츠에서 뽑은 사망 플래그 91
찬타(chanta) 지음, 이소담 옮김 / 라이팅하우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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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면 꼭 죽더라!’(책 표지)

찬타는 일본의 일러스트레이터이자 만화가로 일 년에 1,000편 이상의 영화를 본다. 트위터에 올리던 작품 속 사망 플래그를 보여 주는 한 컷 만화를 모아 정리했다. ‘5000편의 콘텐츠에서 뽑은 사망 플래그 91’을 한 권의 도감으로 출간했다.

 

액션, 서스펜스, SF, 호러, 대결, 패닉, 괴수·좀비’, 장르별 91개의 사망플래그를 실었다. 첫 번째로 실린 사망 플래그는 액션 장르에서 보스에게 작전 실패를 보고하는 간부. 조직 내 보스는 작전을 지시한 후 성공하지 못한 부하를 살려두지 않는다. 이렇게 사망하는 이들의 대부분은 악당인 경우가 많다. 액션 장르에는 주인공과 주인공을 공격하는 악당이 등장한다. 등장인물 간의 갈등은 대결로 이어지고 이 과정에서 사망플래그가 작동한다. 등장인물을 어떤 배우가 연기하느냐에 따라 어떤 인물이 죽을 것인지를 짐작할 수도 있다. 개런티가 낮은 배우가 죽을 확률이 더 높다. 호러 영화를 볼 때면 깜짝깜짝 놀랄 때가 많다. 갑자기 튀어나온 존재로 인해 등장인물 중 한 사람은 사망한다. 겁이 많은 나와 같은 사람이 호러 영화를 보기 위해서는 엄청난 용기와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너무 자주 놀랄 수도 있기 때문에 심장이 약한 사람에게는 호러 영화를 추천하지 않는다.

 

장르별로 정리된 91개의 사망 플래그와 함께 <사망 플래그에 관한 칼럼>를 읽고, <사망 플래그 진단 테스트>로 나의 사망 플래그를 진단해 볼 수 있다. 3개의 <사망 플래그에 관한 칼럼>에서는 플래그란 무엇인가’, ‘영화 클리셰를 즐겁게 바라보는 법’, ‘영화배우와 사망플래그를 설명한다. 플래그란 무엇인가에서는 플래그의 어원과 변화를 설명한다. ‘플래그는 번역하면 깃발을 뜻한다. 프로그래밍에서 플래그는 조건 분기나 계산 결과 등을 넣는 영역을 부르는 말이다. 프로그래밍 용어에서 사용하기 시작한 용어는 마이크로컴퓨터 사용자나 일부 게임 창작자들이 사용하면서 인지도가 높아졌다. 대중적으로 알려진 것은 코나미의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 <두근두근 메모리얼>을 비롯한 시뮬레이션 및 어드벤처 게임이 하나의 장르가 되면서부터다. 영화 클리셰를 즐겁게 바라보는 법은 영화의 클리셰를 파악해 영화를 즐겁게 보는 방법을 소개한다. 영화를 즐겁게 보는 방법으로 새로운 장르에 도전, 예고편 등의 영화 사전 정보의 인풋 줄이기, 내용이 예상에서 벗어났을 때 감독과 각본가 호평하기, 재미없는 영화라도 너그러운 마음으로 지켜보기를 소개한다. 인생 영화를 만나기 위해서는 많은 영화를 봐야 한다고 말한다. 영화의 별점이나 수상 여부는 신경 쓰지 말고 나만의 명작을 찾아보라고 강조한다. 영화배우와 사망 플래그는 영화 속 등장인물의 생존과 사망이 결정되는 이유에 대해 설명한다. 죽어야 할 캐릭터가 죽지 않고 영화가 끝나거나 다음 작품에서 부활하는 패턴은 전쟁, SF 영화에서 자주 등장한다. 각본상에서는 사망캐릭터인데 캐릭터 장난감이 인기가 많아 생존하는 경우도 있다. 시나리오나 원작에서는 사망하는 캐릭터가 시리즈 영화에서 생존하기도 한다. 등장하는 배우가 생존하는 경우와 반대로 생존해야 하는데 캐릭터를 죽이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이유를 밝히지는 않지만 주로 출연료, 스케줄 문제, 감독이나 각본가와의 불화 등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어떤 배우들의 경우 출연 배우가 실제로 사망해서 캐릭터가 죽는 것으로 설정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사망플래그 진단 테스트>(90~91페이지)로 나의 사망플래그를 진단할 수 있다. 결과는 92페이지에 실려 있다. 나의 사망플래그를 진단해보고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작품목록>(152~158페이지)은 책에서 언급한 영화 목록이 적혀 있다. 소개된 영화를 직접 감상하면서 각각의 플래그를 다시 읽어 보면 사망플래그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벤트 굿즈 <사망플래그 도감 콘티 노트>는 사망플래그 콘티를 제작해 볼 수 있는 노트다. 영화를 보면서 더 많은 사망플래그를 찾아 볼 때 활용하면 좋을 것이라 생각한다.

 

영화, 애니메이션, 만화, 소설 등 수많은 작품들 속에는 더 많은 등장인물이 등장한다. 어떤 작품은 등장인물 중 아무도 죽지 않고 끝나기도 하지만 어떤 작품들은 한명이 죽거나 여러 명의 등장인물이 죽는 장면이 나온다. 저자 찬타는 1000여 편이 넘는 영화를 보면서 사망 플래그의 패턴을 장르별로 분류해 정리했다. 만화가라는 직업을 살려 한 컷 만화로 그린 사망 플래그와 간단한 설명을 덧붙여 91개의 사망플래그를 적었다. 영화를 보다 보면 , 저 사람 저러다 죽을 것 같은데생각하면서 보기는 했었지만, 영화의 사망 플래그를 생각해 본적은 없었다. 사망 플래그 도감을 읽은 후 영화를 볼 때 91개의 사망 플래그를 생각하면서 보면 더 재미있게 영화를 감상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91개 이외의 또 다른 사망 플래그를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사망 플래그 도감은 영화를 또 다른 방법으로 볼 수 있게 안내해주는 책이다. 영화를 좋아하고, 캐릭터를 연구하거나, 새로운 작품을 구상하는 사람들과 작품을 더 깊이 있게 이해하고 싶은 나와 같은 일반 독자들 모두가 함께 볼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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