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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면서 책쓰기 - 컨셉의 명수에게 배우는 책쓰기 전략
탁정언.전미옥 지음 / 살림 / 2006년 9월
평점 :
품절
책쓰기는 ''현재의 나''를 뛰어넘기 위해 꼭 한번 도전해 봐야 할 ''인생숙제''다!
책의 뒤표지에 붉은 글씨로 강조하고 있는 선정적인 글귀 아니, 표어에 가까운 문구다.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책을 내는 이 시대의 트렌드에 뒤쳐짐 없이 자신의 경쟁력 혹은 상품가치를 높이고, 나아가 존재가치를 확인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론으로 책쓰기 욕망을 적극 불지르고 있는 책이다.
자신의 책 한 권쯤 가져라?!
블로그가 일반화되고, 일반인 저자들이 넘쳐나는 시대, 내 이름 석 자가 박힌 책 한 권쯤 만드는 일이 더 이상 ''특별한 능력을 지닌 이''들의 특권이 아닌 이 시대에, 과연 자신의 존재&상품 가치를 확인하는 도구로서 책쓰기는 가장 효율적인 시도인가?
책 한 권을 정말 숨가쁘게 읽어 내려간 뒤 내린 결론은, ''그럴 수도 있겠다''라는 것이다.
여는 글만 읽어도 이 한 권의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강력한 격려, 책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향한 불지르기는 상당히 성공적으로 설득력을 발휘하고 있다.
''책을 쓴다''는 것이 더이상 무모한 동경이나 노동이 아닌, 철저한 계획과 분석을 통해 실전 가능한 도전과제로 만들어 버릴 만큼 논조가 설득적이고 실제적이라는 거다.
필자는 책쓰기에 도전하기를 두려워하지 말라는 부추김을 시작으로, 노련한 트레이닝에 이력이 난 코치처럼 실전 책쓰기의 전략들을 공개한다.
흔히 ''주제''가 중요하고,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컨셉''이 중요한 핵심이라는 것!
허를 찌르는 대목이다. 누구나 범할 수 있는 오류 중 하나로, ''어떤 주제의 이야기를 할 것인가?''를 고민하지만, 사실은 ''어떤 컨셉으로 책을 쓸 것인가''가 먼저이고, 핵심이라고 정확히 꼬집고 있는 것이다.
그 외에도 목차 만드는 법, 책쓰는 실전의 과정, 실천방법, 컨셉에 따라 책을 쓰는 테크니션, 지금 유행하고 화제가 되고 있는 출판경향까지 친절히 짚어 주고 있어 책을 쭉 따라가며 메모하다 보면 어느새 잘 짜여진 컨셉북 한 권이 만들어질 듯한 기분좋은 상상도 해본다. 물론, 잡힐 듯 말 듯 빛 좋은 이론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하는 한계는 존재한다.
책을 쓰겠다고 마음먹은 사람에게, 늘 채워넣어야 할 화수분의 뿌리이지만 쉽게 놓치기 마련인 또 하나의 중요한 사실도 강조하고 있다. 바로, 전략적 책쓰기의 밑바닥엔 전략적인 책읽기라는 탄탄한 기초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
반성하는 대목이다. 내게 주어진 일상이 바빠 잠시도 어디에 내 시간을 투자할 여력이 없다고 투덜대는 사람으로서 채우지 않는 우물은 언제고 고갈되고 만다는 진리를 다시금 환기하게 만든다.
도끼날 갈 시간이 없다고 날이 잔뜩 무뎌져 낡고 쓸모없어진 도끼로 나무만 연방 찍어대는 나무꾼은 한치 앞밖에 보지 못하기 때문에 생산적이지 못한 일에 시간을 허비한다.
백 번 찍어도 티도 안 나는 도끼로 나무와 씨름할 시간에 차라리 도끼날을 갈아 열 번만에 나무를 베면 오히려 더 많은 나무를 벨 수도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면서도 감히 실천할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것이다. 당장 눈앞에 있는 시간만 주워담기에 급급한 좁은 시야 때문이다.
필자의 지적대로 이 시대의 우리는 의식과 무의식 속에 수없이 많은 크고 작은 글쓰기에 묻혀 살고 있다. 생산적이고, 비전있는, 미래지향적인 족적이 될 만한 글쓰기에 대한 목마름을 한 번쯤은 가져 봤음직한 1인 미디어 시대의 수혜자들이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자가 치료, 자기 위안으로서의 글쓰기에서 한 걸음 나아가 대중과 공유하고, 가치를 높이는 글쓰기로 경계를 넘어서는 일을 어려워하거나 두려워하지 말라는 다소 선정적이기까지 한 격려와 부추김은 그래서 설득력있게 들린다.
실제로, 너무나 평범한 일반인에서 자신의 이름을 건 책 한 권으로 일약 미디어 스타로 떠오른 인물들의 실례 또한 꽤나 유혹적이다. 하지만, 역시나 문제는...그럼에도 이런 성공은 아무에게나, 누구에게나 가능한 일반화된 청사진은 아니라는 것, 현실의 문턱은 여전히 높다는 것이 아닐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책에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평소 간과해오던 혹은 알면서도 애써 회피하려 하고, 마주하기 두려워했던 나 자신의 욕망의 실체와 당당히 맞서라고 나 자신에게 과감하게 삿대질하고 있는 이 책의 직설화법, 단순명쾌하고 긍정적인 길찾기가 제법 자극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명쾌한 직설화법이 바로 이 책의 한계이기도 하다.
과연 많은 이들에게 잠재된, 글쓰기에 대한 은밀한 욕망을 실천하기 위해선 과연 이 책대로 쓰는 길밖에 없을까? 그러기엔 참을 수 없이 가벼운 글쓰기에 대한 고민이 숙제로 남는다.
하지만 이 책은 처음부터 드러내놓고, 직설적인 화법으로 보여 준다.
작가 자신의 고뇌가 농밀하게 녹아든, 한 인간의 삶을 관통하는 철학이 빛을 발하는 책이 아닌, 그야말로 고객(=독자)를 위한 상품가치로서의 책쓰기, 좀더 좁혀서는 ''디지털 글쓰기''(문학적 글쓰기가 아닌 실용적 글쓰기)의 노하우를 말하고 있노라고 말이다.
책을 쓰기 위한 최상의 자양분으로 ''컨셉''과 ''니즈''와 ''전략''을 내세우는 책이 갖는 미덕이 아닐런지. 오죽하면 제목조차 ''작가로서 글쓰기''가 아니라 ''일하면서 책쓰기''일까. 맥락만큼이나 단순명쾌한 제목이요, 컨셉이 아닐 수 없다.
만약, 문학적 글쓰기 요령과 실전 노하우를 기대한 이라면 과감히 장바구니를 비우시라고 말하고 싶다. 사실 문학적 글쓰기에 요령이나 지름길이란 게 있나. 전력을 다해, 즐기는 와중이라도 절박하게 매달리며, 진심을 실어 목숨 걸듯 쓰는 수밖에.
전략적인 책쓰기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자기관리가 잘 돼있고, 생각을 손가락 끝에 옮길 아주 미미한 추진력이라도 잠재되어 있는 사람이라면, 그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 데 충분한 자극제이자 도화선으로서의 가치가 충분하니 이 책으로 장바구니를 채우시라고 말하고 싶다.
사실, 생각만 많고 행동은 굼뜬 이 사람에게는, 한 장 건너 포스트잇이 붙어 있을 만큼 뽑아내고 싶은 화두, 문장, 단락들이 넘치는 책이다. 필자들의 경력만큼이나 현란한 선동문구들이 숨가쁜 100m 달리기 경주 같은 호흡을 지닌 책이다. 한 번 읽고 나면 기억의 창고 구석에 폐기처분되는 책이 아니라는 것만은 분명하다.
신랄한 자기반성과 자가발전의 계기, 잠자는 욕망의 분출을 위한 점화제가 필요했던 이라면 과감히 이 책을 펼치시라. 그리고, 일단...글쓰기의 열정에 군불부터 정말, 때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