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불공주 바니 빈
앰버 스튜어트 지음, 레인 말로우 그림 / 예림당 / 2006년 10월
평점 :
품절


표지부터 참 예쁜 책이다.
제목과 표지 그림만 봐도 어떤 이야기일지 짐작 가능케 하는 내용.
애착대상인 보랏빛 이불을 끼고 살던 토끼 바니 빈이 애착으로부터 독립한다는 이야기이다.

어릴 적 나 역시 낡고 헤진 작은 이불에 대한 추억이 있다.
정말 낡은 이불이었고, 유아용이라 내겐 너무 작디 작은 것이었는데,
난 집안에서는 늘 그 이불만 끼고 잤었다.
그게 아마...중학생이 된 다음에도 계속되었던 것 같은데...내 경우엔
애착대상에 대한 미련이라기보다는 그냥 그 이불에 대한 어린 시절의 추억 같은 게
좋아서 잠자리용 액세서리처럼 좋아했었다.

바니 빈의 이불사랑 이야기를 네 살박이 내 아이에게 읽어 주며
어린 내 모습이 오버랩되어 괜시리 웃음이 났다.
오랜만에 아련한 추억에 잠기는 기분으로, 바니 빈의 심경에 백번 공감하며.

확실히 아이들은 환상동화도 좋아하지만 생활동화나 사실동화처럼 자기 주변의 이야기,
자기 또래 친구들의 이야기, 친숙한 소재의 이야기에 더 공감하고 재밌어한다.
우리 아이도 남아임에도 불구하고, 이불공주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과연 이불의 행방은 어떻게 되었으며, 나중에 바니 빈이 왜 이불을 더 이상
찾지 않게 되는지 몹시 궁금해했다.
그리고, 좋아하는 책을 만나면 늘 그렇듯...그 자리에서 몇 번을 계속 반복해 읽어달라고
할 만큼 바니 빈에 완전히 동화된 모습이다^^

제목에 ''공주''가 들어가서 혹 여아들이 더 좋아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은 금물.
어린 시절 무언가 강한 애착을 보이는 물건 하나쯤 만들어 보지 않은 어른, 아이가 없듯
네 살 남아인 우리 아이 역시 바니 빈의 이불애착에 크게 공감하며 재밌어 한다.

다만, 그 강한 애착의 대상이 귀여운 이불이 아니라 ''자동차''라는 크~~은 차이가 있어 그렇지^^;;

특히 인상적인 부분이 있다.
바니 빈이 이불을 숨겨 둔 곳을 잊어 버리고, 이불 없이 자야 하는 힘든 시간에 가족들은
책을 읽어 주고, 따뜻한 우유로 가슴을 데워 주고, 아끼는 곰인형까지 선뜻 양보하는 미덕을 보인다.
상실감에 힘들어할 바니 빈을 배려하는 가족들의 따뜻함이 느껴져 가장 가슴 찡했던 부분이다.

아쉬운 점도 없지 않다.
우선, 책가격(정가 기준 9천 원)에 비해 종이질이 너무 얇다.
내용적으로 4-6세가 적합한 연령일 텐데, 보통 다른 그림책에 비해 너무 얇은 종이가 불안해 보인다.
물고 빨거나 찢을 나이는 아니라도 한창 한글도 깨쳐 가고, 혼자 읽으려 할 수도 있을 나이인데,
고사리 손으로 자칫 잘못 다뤘다간 낭패 보기 십상이겠다.

그리고, 지나친 직역으로 몇몇 곳의 문맥이 매끄럽지 않거나 아이들에게 적합치 않은 부분도 눈에 띈다.
특히 마지막 부분은 극적인 반전과 동시에 이불을 잃어 버리고 나서 느꼈을 불안함이
완전히 해소되는 지점인데, 아기 여우가 이불을 가지고 있다는 장면을 설명한 부분이
자연스럽게 해소되는 느낌이 부족하다.

차라리 <바니 빈이 잃어 버린 이불을 아기 여우가 갖고 있는 게 아니겠어요?>
식의 문장이 반전과 해소를 동시에 느끼기에 더 익숙하지 않을까...아쉬움에 생각해 봤다.

마지막으로, 아이들 책을 보면서 느꼈던 아쉬움을 이 책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아이들 책이라고 가벼이 보아서야 물론 아니겠지만, 간혹 저자나 역자에 대한
정확한 설명이 없는 경우를 본다.
다른 부모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 줄 때는 본 내용에 들어가기 전
워밍업 겸 책 전체를 소개하는 의미로표지 제목부터 글/그린 이/옮긴 이/출판사명 등
표지의 내용도 꼼꼼히 읽어 준다.

기왕이면 내지 판권 부분에 원작자에 대한 간략한 소개까지 덧붙여 있으면
이 작가가 어떤 책을 썼으며, 어느 나라 사람이며 어떤 계기로 이 책을 쓰게 되었나...
하는 기본 정보들을 책을 읽어 주는 부모들도 알 수 있어 좋다.

그저 내용을 전달하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책 한 권을 대할 때의 마음가짐이랄까,
기본적인 예의랄까.

그런데, 일부 출판사는 원저자의 이름조차 풀네임을 쓰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불공주 바니 빈> 역시 옮긴 이의 표시가 없어 못내 아쉬웠다.
양장과 인쇄와 내용의 완성도가 얼마나 높은가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런 작은 부분까지도 배려하는 것이 옮긴이와 읽는 이에 대한 예의이며,
어린 독자들을 위한 배려라 생각해 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몇 가지 아쉬운 점을 덮고 나면 <이불공주 바니 빈>은 만나서 좋았던,
엄마인 내게도 참 사랑스러웠던, 아이에게 따뜻한 감성을 고스란히 전해 줄 만한 예쁜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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