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빛을 그린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
제인 로고이스카.패트릭 베이드 지음, 오승희 옮김 / 한경arte / 2024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전 리뷰에서도 언급했지만

한참 동안 책 읽기도, 글쓰기도 게을리했었다.

큰 이벤트에 집중하느라 그랬지만

이젠 어느 정도 정리가 됐으니

당초 목표했던 대로

한 주에 한 권 이상은 책을 읽고 리뷰를 쓰리라.

올해가 가기 전에 그 목표는 채우리라 다짐해 본다.

오랜만에 읽은 책은 구스타프 클림트라는 화가에 대한 것이다.




구스타프 클림트는 '키스'라는 작품으로 잘 알려진 화가다.

클림트는 1862년에 오스트리아 빈 근교의 바움 가르던이라는 곳에서 태어났다.

55세라는 길지 않은 생애를 살았지만 작품은 꽤나 많이 남겼다.

비교적 어린 나이인 4세에

빈 응용미술학교에 입학한 걸 보면

미술에 소질이 있었던 거 같다.

그래서일까?

이례적일 정도로 젊은 나이에 성공을 거두었다고 한다.

15세에 돈을 벌기 위해 사진을 초상화로 제작했다고 하니

이미 어린 시절부터 인물을 그리는 것으로 시작했음을 알 수 있다.

나는 나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들,

특히 여성을 그리는 것에 흥미를 느낀다

《황금빛을 그린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 中

본인이 직접 얘기했듯이

유난히 여성을 주로 그린 화가다.

초기에는 그래도 특이하지 않은 화법으로 그림을 그렸는데

갈수록 독특하고 추상화 같은 그림으로 변하는 거 같다.

특이한 점은 여성의 목에 황금빛 장식을 둘렀다는 점이다.

목걸이라 하기엔 너무 넓다.

머리와 몸을 단절시키고 싶은 욕망을 담았다면

왜 그랬는지 궁금하다.

이 두꺼운 장식은 초기 작품부터 보이긴 했으나

갈수록 화려하고 두꺼워지는 모양새다.

여하튼 독특하다.

물론 장식이 없는 소박한(?) 초상화도 있다.

대부분이 자신을 후원했던 집안과 관련된 여성이거나

동생 배우자(제수씨)의 동생과 같이

친분이 있는 여성들이었다고 한다.

작품 리스트만 봐도 초상화가 많음을 알 수 있다.




대부분 여인의 초상화다.

유일하게 보이는 남성의 초상화는

<요제프 펨바우어의 초상>임을 볼 수 있다.

특히 말년의 클림트는 아름다운 여성의 초상화가 아니면

주문을 허락하지 않았다고 한다.

피아니스트이자 교사, 작곡가로 활동하며

예술계에 발이 넓은 요제프 펨바우어는,

'펨바우어 소사이어티'를 창설한 사람으로

클림트가 이 모임에 소속돼 있었디고 한다.





초상화 외에도 기하학적인 패턴이 들어간 무늬의 작품도 있고

종반으로 가면 호숫가 등 풍경화도 제법 보였다.




개인적으로 미술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

클림트나 뭉크나 실레 같은

음울하고 무거움이 있는 그림보다는

마네나 모네, 또는 고흐 같은 인상파들이 그린

풍경화가 좋다.

이런 그림들은 보고 나면 최소한

마음이 평온해짐을 느끼기 때문이다.

나에 대해 궁금한 사람은

내가 그린 그림을 보면 될 것이다.

《황금빛을 그린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 中



자신의 그림에 대해 얼마나 자신감이 있었으면

이런 말을 했을까 싶기도 하다.




동시대에 활동했던 예술가들의 작품을

비교하면서 감상하는 것도 좋지만,

한 화가의 작품을 깊이 있게 보는 것도 썩 괜찮은 거 같다.

독특한 시각, 특이한 사고,

예술가가 되기 위해 갖춰야 할 것인가?

클림트의 작품들을 보면서 든 생각이다.




55년의 생애를 살면서

30여 년의 활동을 하면서

정말 많은 작품을 남겼다.

이 책에 담긴 작품도 많지만

화재로 인해 소실된 그림도 꽤나 된다고 한다.

아주 맛있는 책 속 그림 여행은 아니었을지 몰라도

조금은 유익한 눈동자의 굴림이었다.

책 속에서 본 클림트에 대하여

p.22

아름답고, 감각적이고, 무엇보다 에로틱한

구스타프 클림트의 그림에서

우리는 포스트모던의 삭막한 현실과는 거리가 먼,

풍족하고 여유로운 어떤 세상을 엿볼 수 있다.

그는 현실 세계는 거의 다루지 않고

우화, 초상화, 풍경, 에로틱한 인물들에 관심을 가졌는데,

이러한 점에서 무엇 보다

아름다움이 가장 우위에 있는 세상을 창조하고자 한

그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p.34

클림트와 동시대를 산 예술평론가 베르타 주커칸들은

회고록 《나는 50년의 세계사를 목격했다》에서 다음과 같이 논평했다.

클림트는 빈의 여성들로부터 이상적인 여성상,

즉 현대적인면서 보이시한 매력을 지닌 여성을 창조해냈다.

그들은 신비로운 마력을 지녔다.

'요부'라는 말이 아직 알려지기 전이었지만

클림트는 그레타 가르보나 마를레네 디트리히가 등장하기

훨씬 전부터 그런 매력을 지닌 여성들을 그렸다.

p.45

비교적 최근에서야 유명해진 클림트에 관한

가장 안타까운 사실 중 하나는

그의 사생활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려진 게 별로 없다는 것이다.

그가 스스로에 대해 말을 아꼈기 때문이다.

예술 경력에 대한 사실들은 잘 정리돼 있지만,

사생활에 대한 이야기들은 전적으로 소문에 의존하고 있다.

그는 농부 같은 몸집에 황소 같은 강한 남자로,

자신의 모델을 포함해 수없이 많은 여성과

잠자리를 같이했던 바람둥이로 묘사되기도 한다.

한편으로 그는 작업을 위해 매일 근교에 있는 스튜디오로 출근하고,

어머니와 누이들과 살면서 균형 잡힌 생활 방식을 고수했던

대인기피증 환자이자 독신자로 알려져 있다.

p.53

클림트는 거의 모든 작품에 대해 먼저 스케치를 그렸다.

때로는 하나의 그림을 위해 100개가 넘는 스케치를 그렸는데

각각의 스케치는 옷이나 장신구, 간단한 제스처 등

각기 다른 디테일을 보여준다.

클림트는 작업실 곳곳에 스케치를 쌓아 두었는데,

그가 아끼던 고양이가 종종 그것들을

망가뜨리곤 했다고 한다.

p.58

그는 드로잉에 남자들의 모습을 거의 그리지 않았으며,

어쩌다 그리더라도 관객과 등지게 그리는 독특함을 발휘했다.

미술학교에서 공부하던 때를 제외하면

클림트의 그림에서 남성은 언제나 주변 인물이다.

남성의 얼굴은 거의 드러나지 않으며

그들은 관음증 환자이거나 단순히 주인공인 여성의 아름다움을 확실히 찬양하면서도,

남성과 여성을 함께 보여줄 때는 일종의 거리감,

즉 남녀 사이의 매울 수 없는 간극을 분명하게 표현한다는 점이다.

p.166

이렇게 극단적인 그림이

모든 사람에게 호감을 줄 수 없는 게 당연했다.

<빈 데일리 신문>의 한 비평가는 이 작품을

"블로흐보다 더 쓰레기"라고 평가절하했다.

덧붙여 그는 클림트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대단한 기술의 대가다.

그는 이 기술을 어디에 사용할까?

공작의 꼬리, 자개, 은색 딱지, 반짝이,

달팽이 무늬를 뒤섞어 그리는 데 쓴다.

p. 184

빈 분리파 전시회들을 통해 클림트는

현대 프랑스 회화를 직접 공부할 수 있었다.

특히 1993년에 열린 제16회 빈 분리파 전시회에서는

에두아르 마네, 드가, 모네, 르누아르, 시슬레, 폴 세잔,

고갱, 고흐, 툴루즈 로트레크, 오딜롱 르동, 모리스 드니,

에두아르 뷔야르, 피에르 보나르의 작품이 대거 소개됐다.

클림트는 동시대 음악가 푸치니처럼

다양한 출처들로부터 필요한 것은 무엇이든 가져와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는 절충주의자였다.

p.220

클림트는 불멸의 풍경화를 남김으로써

이 작은 마을 운터라흐에 시각적 기념비를 세웠고,

마을은 이에 대한 보답으로 마을 광장에 클림트 동상을 세웠다.

또한 호수 주변에 망원경이 있는 24개의 작은 플랫폼을 설치해,

오늘날의 미술 애호가들이 클림트가 그림을 그리기 위해 서 있었던

바로 그 위치에서 운터라흐를 바라볼 수 있도록 했다.

p.230

아이나 부모에 대한 정보는 없다.

클림트와 에밀리가 플라토닉 한 관계였다고 추정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 아기가 클림트의 아이라면

그가 관계를 맺은 수많은 모델 중 한 명이 낳았을 가능성이 크다.

클림트가 사망한 이후,

사생아의 어머니들이 제기한 열네 건의 친자 확인 소송 중에

세 건만이 실제로 인정됐다고 한다.

두 명은 클림트가 1899년작 <피아노 앞의 슈베르트>에 그려 넣은 마리의 아이고,

다른 한 명은 마리아의 아이로

그녀의 아들 구스타프 우치키는 나치 독일 치하의 오스트리아에서

선전 영화감독으로 유명해진 인물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