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일의 공부법 수업 - 인생의 성취를 이루고자 하는 이들을 위한 특별한 수업 수업 시리즈
한동일 지음 / 흐름출판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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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에 '공부법' 이 들어있어 공부하는 방법에 대한 실용서일 거라 짐작하고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라틴어 수업》의 저자인 한동일 님이 인생을 살아온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에 가까웠다.

이 책은 2020년에 출간했던 《한동일의 공부법》의 재개정판이라고 한다.

라틴어 수업에 이은 공부법 수업이니

수업류 시리즈라 할 수 있겠다.

저자는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가난에서 벗어나고자 열심히 공부했으나

성적이 좋지 않아 실망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다 친구 집에서 마주한 친구 형의 방에 가득한 책들을 보고 매료되어

그때부터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다고 한다.

특히 사회과학 분야의 책을 보게 되면서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는 일,

세상을 원망했던 것들을 멈췄다고 한다.

그 책들은 저자의 암담한 현실을 잊게 해주는

진통제나 마취제 같았다는 것이다.

사춘기에 했던 이런 독서 덕분에

열등감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인내심과 끈기를 기르는 데 도움이 됐을 뿐만 아니라

삶에 대한 자세, 방향성, 목표 등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이 책은 저자가 로마에서 20년간 공부하고

바티칸 로타 로마나 700년 역사상

최초의 동양인 변호사가 되기까지

치열하게 살아낸 인생을 되돌아보며

'공부의 가치'에 대한 따스한 조언인 것이다.

이 책은 공부하는 태도에 대한 8가지 조언으로부터 시작한다.

1. 공부는 나만의 악보를 찾아 완성하는 과정입니다.

2.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세요.

3. 나만을 위한 공부에서 벗어나세요.

4. 겸손해지세요.

5. 몸을 가두기.

6. 그냥 하세요.

7. 몸을 풀어주기.

8. 삶의 행복을 잊지 마세요.

여섯 번째 '그냥 하세요'에서는

다들 잘 알고 있는 김연아 선수의 말

"생각은 무슨 생각을 해요? 그냥 하는 거죠"

라는 말을 인용하여 설명해 줬다.

특히 다섯 번째 '몸을 가두기'가 와닿았다.

매일 습관으로 쌓인 공부가 나의 미래가 됩니다.

머리로 공부하려 하지 말고

내 몸이 공부할 수 있게 이끌어야 합니다.

같은 시간에 책상에 앉고 자기가 만든 계획표대로

차근차근 '몸이 그것을 기억할 수 있을 때까지' 하도록 해보세요.

《한동일의 공부법 수업》 中

몸이 기억할 수밖에 없도록 습관을 만들어야 함을 강조한 말인 거 같다.

공부하는 것도 습관으로 만들어 몸으로 체득되게 하고

행동을 통해 머리가 따라오도록 하여

몸이 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것의 중요성을 말이다.

일곱 번째 '몸을 풀어주기'라는

회복과 쉼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다.

몸을 가두기만 해서는 안 되고

신체활동을 통해 건강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걷기와 산책을 통해

몸과 함께 뇌도 움직일 수 있게 해주라고 강조한다.



본격적으로 법률 공부를 해보진 않았지만

법률 공부라는 게 그리 만만한 게 아니라는 건 잘 알고 있다.

익숙한 제 나라 언어로 읽고 쓰고 배워도 낯설고 어려운 게 법률공부일텐데

이탈리아어, 라틴어로 배우는 법학이었으니

그 고충이야말로 익히 짐작이 간다.

유럽어로 올라온 소송을 모두 라틴어로 옮겨 정리하고

판결문, 변론서도 모두 라틴어로 작성해야 했죠.

법률 지식의 충분함 이전에

이미 언어의 높은 벽이 제 앞에 놓여 있었습니다.

《한동일의 공부법 수업》 p.169

그러니 20년 이상 유학하며 공부했을 것이다.

그랬기 때문에 결국 우리나라 최초의

로타 로마나 변호사가 되었을 테지만 말이다.

저자에게는 살아온 삶 자체가 공부의 연속이었고

공부라는 것은 어느 순간 끝을 맺는 결과가 아니라

아직도 진행 중인 것,

죽을 때까지 평생 해야 하는 현재진행형인 것이리라.



공부하면서 살아온 과정이 힘들었고 치열했기에

공부하는 노동자라고 했는지도 모르겠다.

노동자지만 처음부터 노동한 만큼의

임금을 보장받지 못하는 노동자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부를 계속한 것은

공부에 대한 저자의 태도에서 잘 볼 수 있을 거 같다.

"이제까지 해왔던 공부는 긴 인생 속에서 최선을 다한 하나의 매듭이었고,

저의 진짜 공부는 지금부터 시작입니다.

다시, '공부하는 노동자'로 살아갑니다."



선진국, 특히 문화적 선진국이라고 자부하는 지역인 유럽, 로마라는 곳에서

아시아인으로서 무시당하면서도 어려운 과정을 해낸 그 과정은

안 봐도 뻔히 알 수 있다.

그나마 지금은 대한민국의 위상이 높아져서

어느 나라에 가든 대한민국 여권으로 무시당하는 일은 드물다고 한다.

20여 년 전만 해도 지금과는 상황이 많이 달랐을 것이고

그런 상황에서 같은 유럽인도 하기 힘든 로타 로마나의 변호사가 되었으니

대단한 노력의 결과라 할 수 있겠다.

눈만 뜨면 '오늘 해야 할 공부는 뭐지?'만 생각하고 살아왔다는 저자의 말에서

가난했던 소년 시절 제 기도는

'하느님, 제게 세 끼의 정갈한 식사를 주십시오'였습니다.

요즘 저는 '그렇게 가난한 사람을 이렇게 부유한 사람으로 만들어주셨으니까

이제 제가 무엇을 해야 할지 가르쳐 주십시오'라는 기도 속에서

그동안의 삶이 어땠는지 모두 녹아있다고도 볼 수 있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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