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 이름이야 시대와 무관하겠지만
'바틀비'라는 이름도 마치 그 시대에나 어울릴만한 것만 같다.
이 책을 이끌어가는 화자는
두 명의 필경사와 한 명의 사환을 두고 있는 변호사다.
그들의 이름은 터키, 니퍼스, 진저넛이다.
특이한 이름들의 집합체라 할만하다.
한 명 더 필요하여 고용한 필경사가 '바틀비'다.
바틀비는 말수가 적고 얼굴이 창백하리만큼 말끔했으며,
동정이 갈 만큼 예의가 발랐다.
처음에는 자기가 맡은 베껴 쓰는 일을 열심히 했지만
그 외의 일(베낀 문서를 대조해 보는 일 등)은
어떤 것도 단호하게 거절한다.
그것도 그냥 안 하는 것이 아니라
"안 하는 편이 더 좋겠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말이다.
이후에는 심지어 사무실에서 기거하며
본업인 베껴 쓰기조차도 하지 않기에 이른다.
이후 변호사 뿐만 아니라 같이 근무하는 그 누구와도
바틀비는 대화를 나누지도 않는다.
그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왜 여기로 오게 됐는지에 대해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변호사는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일자리를 알아봐 주겠다고도 하면서
그를 달래고 설득해 보기도 하지만
바틀비는 그 자세 그대로를 견지하며
뭐라도 묻거나 시키면 그 특유의 말인
"안 하는 편이 더 좋겠습니다"만 반복한다.
변호사는 사무실을 이전하기에 이르지만
바틀비는 그 자리에 그대로 꼼짝하지 않다가
결국 뉴욕시 교도소에 수용되어 죽음에 이른다.
바틀비가 어떤 사람인지는
변호사 뿐만 아니라 작가도, 독자도
그 누구도 아무도 모른다.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는 사실은
이 책을 이끌어가는 '나'는
뉴욕 주에서 폐지되고 없는 형평 법원의
주사라는 괜찮은 자리에 임명된 변호사이고
※ 형평 법원이란, 회사와 관련된 소송, 특허분쟁 등을 관할하는 법원으로,1846년 주 헌법 개정에 따라 폐지.
변호사 사무실의 위치가 월스트리트 ○○번지 2층에 있고
주로 부자들의 채권, 저당 증서, 부동산 권리증 따위를 다루는 편안한 업무를 하고 있으며
함께 근무하는 두 명의 필경사인 터키와 니퍼스는 발작과 소화불량을 겪고 있으나
변호사에게는 꼭 필요한 인물들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바빠진 상황에서 바틀비라는 사람을
필경사로 추가 채용하게 됐다는 것 정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