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베르 씨, 오늘은 뭘 쓰세요?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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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개미>의 작가로 잘 알려진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자전적 에세이다.

작가는 어릴 적부터 틀에 박힌 생활에 적응하기 어려워했고

나를 드러내지 않고 남들과 똑같아지는 생활을 거부하는 등

남다른 특성의 소유자였으며

강직 척추염을 앓기도 하였음을 알 수 있었다.

처음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 여덟 살부터

예순 살까지의 삶의 여정 속에서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과 경험을 통해

어떤 작품에 영감을 줬고

어떤 인물. 어떤 내용의 모티브가 됐는지 등을 알려준다.

예를 들면, 노숙인들과의 만남을 통해

자폐증이 있는 천재 소녀가 공공 쓰레기 하치장에서

노숙인들을 만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카산드라의 거울>이 그것이다.

가장 특징적인 것 중의 하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평범한 삶을 살았던 사람들이 아닌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들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이었다.

특히 영매라 불리는, 전생을 보고 미래를 예견하는 사람들과

많은 만남이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를 통해 그의 작품들 중 많은 부분이

사후 세계, 천사, 환생, 전생체험이나 신의 존재 및

죽음 등을 소재로 했음을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인간 세계에 국한하지 않고

동물들의 눈으로 바라본 인간 세계와

동물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인간 세상을 통찰하게 하는 면이

다른 작가들과는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개미들 입장에서 거대한 인간이 내려다보며 관찰한 듯

우리 인간도 신에게는 개미와 같은 입장이 되어

신들이 높은 곳에서 관찰하고 통제하고 있는 건 아닐까라는 상상력이 바탕이 되어

<타나토노트>, <천사들의 제국> 등과 같이

신과 관련된 작품을 다수 썼음을 알 수 있었다.

이 모든 게 풍부한 상상력의 결과물이 아닐까 싶다.

작가가 추구하는 소설이 어떤 것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설명하기보다 보여 주는 이야기가 좋은 소설이다.

거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간 게

보여주기 보다 상상하게 하는 소설이다.

<베르베르 씨, 오늘은 뭘 쓰세요?> p.259

작가가 8살 때 쓴 단편이 <벼룩의 추억>이라는 작품인데

이는 벼룩이 인간의 발에서 시작해 머리 꼭대기에 도달하는 대장정을

벼룩의 일인칭 시점으로 쓴 이야기다.

또한 어릴 적 친구들과의 대화를 통해

결말에 대한 호기심과 궁금증을 자아내게 하는 것이

소설을 쓰는데 중요한 요소임을 간파하기도 했으며

벼룩, 개미뿐만 아니라 고양이, 나무 등

모든 생명체에 대한 호기심과 상상력이 뛰어났다.

이런 일련의 과정은 어릴 적 잠들기 전 침대에서 들려줬던

아버지의 이야기가 크게 작용하기도 했다고 고백한다.

작가는 초등 시절부터 지속적으로 글 쓰는 것과 관련된 일을 하였고

과학 계열 고등학교 진학에 실패하는 행운(?)의 결과로

입학한 고등학교에서 학교 신문을 출간하기도 했으며

이를 통해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경험을 했다고 한다.

스무 살 무렵부터 지역 신문 인턴기자,

소규모 잡지사에서 과학 기자로 일하는 등

글쓰기와 관련된 일을 꾸준히 해왔음을 알 수 있었다.

소설가가 되는 비결은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아침 같은 시간에 글을 쓰는 것이다.

<베르베르 씨 오늘은 뭘 쓰세요?> p.102

작가는 매일 4시간씩의 글쓰기를 했다고 한다.

<개미 제국>도 이런 과정을 통해 단편에서 콩나물 자라듯 하여

1천 장짜리 장편이 되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1년에 한 권씩 책을 내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전업 작가에게도 꾸준함이 필요한 덕목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작가에게 많은 영향을 준 작가로는

필립 K. 딕, 아시모프, 허버트, 스티븐 킹 등이라고 한다.

어찌 보면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는 발달 과정 속에서

다소 무미건조할 수 있다고도 볼 수 있는 삶을

작가는 마치 재밌는 소설처럼 전개했다고도 볼 수 있겠다.

작가는 휘발성이 강한 기억력의 한계를 일찍부터 간파해서인지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어린 시절부터

메모하고 글 쓰는 걸 습관처럼 해온 것으로 보인다.

잊지 않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기록이다.

무엇이든 닥치는 대로 기록하는 게 방법이다.

지금까지 살아오는 동안

내게 자극제가 되고 촉매제가 된 사람을 여럿 만났다.

그들은 내가 더 빨리, 더 멀리 나아가게 도와줬다.

나는 그저 왕성한 호기심을 갖고 그런 사람들을 발견하고,

그들의 말에 귀 기울이고, 가르침을 익혔을 뿐이다.

물론 거기서 그치지 않고 그들의 가르침을 기록해 뒀다

<베르베르 씨 오늘은 뭘 쓰세요?> p.43

<개미>도 고등학생 시절 <오젠의 수프>라는 학교 신문을

처음으로 만들면서 거기에 포함시켰던

단편 <개미지옥>을 확대하고 재구성해 집필한 것이다.

<개미>는 많은 출판사로부터 퇴짜를 맞았으나

이에 굴하지 않고 20여 회나 되는 수정의 과정을 거쳐

17살에 쓰기 시작하여 장장 12년이 걸쳐

자신이 지나온 인간사들을 반영하여

비로소 1991년 2월에 출간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러는 과정에서

개미집을 욕조에 두고 매일매일 관찰하기도 했고

스물한 살에 '개미'를 소재로 아프리카 정글 속 탐사를 떠나기도 했으며

그곳에서 '마냥 개미'를 심층 취재하는 과정을 거치기도 했다.

이 책을 통해 <개미>라는 소설의 해외 진출이

1993년도에 우리나라가 첫 번째였고

상당히 성공적이었으며

당초 프랑스에서는 <개미>, <개미의 날>, <개미 혁명>의

3부작으로 출간되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이것들을 묶어 <개미>로 선보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개미> 출간 이후에는 그동안 계속 괴롭혀왔던

강직 척추염이라는 질병이 더 이상은 재발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작가가 되었다는 사실이 신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작가는 <글쓰기 치료> 효과 덕분이었다고 말한다.

지금 몸과 마음의 문제를 겪고 있다면

당장 글을 써보라.

글을 쓰는 순간

당신을 짓누르던 중압감이 사라지는 게 느껴질 것이다.

<베르베르 씨, 오늘은 뭘 쓰세요?> p.223

<나무(원제:가능성의 나무>라는 단편집의 경우도

프랑스에서는 흥행에 실패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성공을 거두었다고 한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잘 먹히는 작가인가 보다.

그래서인지 보통 2년에 한 번씩은

우리나라를 방문한다고 한다.


이 책의 원제는 <개미의 회고록>이라고 한다.

<개미>의 작가로 대중에게 인식되는 작가가

개미처럼 써온 지난 30년을 돌아보며 뒤늦게 기록한

기록을 보여주는 책인 것이다.

뿐만 아니라 역자의 말에 따르면

이 책은 성공한 작가가

초보 작가들에게 건네는 글쓰기 안내서이기도 한단다.

한 가지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독자의 흥미를 끌기 위해서 해야 할 것>

1) 독자에게 이야기의 대략적인 밑그림을 보여 준다.

2) 중요한 뭔가를 계속 숨긴 채 서사를 전개해 나간다.

3) 독자가 흥미를 잃지 않게 자잘한 요소를 조금씩 드러내 보여준다.

4) 마지막에 가서 한 방에 해답을 제시함으로써 놀라움을 선사한다.

5) 놀라움 속에 마술이 끝나는 것으로 등장인물들의 여정이 마무리되면, 이야기 전체의 극적 효과를 높이는 동시에 피날레를 장식할 마지막 터치를 추가한다.


매일매일의 일상과 그 속에서 느끼는 감정, 생각, 경험들을

기록해두면 개인의 역사가 되고

그것을 활용하고 응용해서 글을 쓰는 소재가 되기도 한다.

우리들이 주로 기록의 장으로 활용 중인 블로그가

바로 그런 기능을 한다고도 볼 수 있다.

주위에서 블로그로 모아진 글을 발췌해서

책으로 내는 것을 많이 봐 왔을 것이다.

작가는 경험 속 사실들에 상상력과 창의력을 더해

소설이라는 픽션을 만들어낸 것이다.

그리고 다양한 만남을 통해

소설 속 등장인물들로 재탄생시켰다.

에세이는 창의력보다는 표현력이 중요할 수 있지만

소설은 창의력과 상상력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에세이보다 훨씬 지난한 과정이 아닐까 싶다.

상상력은 마치 근육과 같아

쓰면 쓸수록 탄력이 붙고 강해진다.

<베르베르 씨, 오늘은 뭘 쓰세요?> p.128


☞ 소설을 쓰려면 호기심, 상상력, 창의력, 꾸준함이 필요^^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재밌게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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