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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길, 우즈베키스탄을 걷다 - 실크로드 1200km 도보횡단기
김준희 글.사진 / 솔지미디어 / 2009년 5월
평점 :
품절
오래된 길,우즈베키스탄을 걷다
글,사진 김준희/솔지미디어(2009.5.15)
이 책은 말 그대로 실크로드 1200킬로를 도보로 횡단하면서 쓴 글이다. 운동화가 다 닳아서 못 쓰게 될 정도로 치열한 걷기의 기록인 것이다.
나는 글쓴이의 의지와 실행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막을 횡단하면서 꼭 야영을 하겠다던 자기와의 약속을 실천하고, 행복해 하는 한 사람!
왜 걷느냐고 묻는다면 딱히 할 말이 없다는 그다. 하지만 나라면 그 속내를 조금은 알 것도 같다. 한없이 늘어지고 게을러질 때, 우리도 가끔은 미지의 세계에 빠져들고 싶을 때가 있지 않던가?
그의 글은 그다지 어렵지는 않다. 그렇다고 해서 걸으면서 느끼고 보고 생각했던 것들이 가볍게 드러났다는 건 아니다.
마지막 남은 것인 만큼 배낭에 꽂고 타쉬켄트까지 가려고 했는데 더 이상 그럴 수가 없게 된 것이다. 태극기가 사라지자 왠지 반쪽짜리 여행이 된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든다. (100쪽)
선물용으로 준비해 간 태극기가 다 사라지는 기분을 드러내면서 역시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상기하는 점이랄지, 현지인들에게 태극기를 주면서 느끼는 뿌듯함 같은 것, 나라를 사랑하는 게 바로 이런 건 아닐까?
의외로 우즈베키스탄은 우리나라에게 친근감을 갖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여러 드라마의 영향도 있었겠지만 이주민이랄지 기타 그 동안의 세세한 관계가 그렇게 만들었다고 볼 때 참으로 기분 좋고 자랑스러운 사실이다.한국에 와서 돈을 벌어간 ‘코리아 드림’의 현지인들의 얘기도 퍽 뿌듯하게 다가왔다.
‘한류’라는 말이 참으로 우리에게는 기분 좋은 말로 다가오고 자랑스럽게 느껴진다면, 이제부터는 정말 책임 있게 행동해야 한다. 정말로 그들이 우리를 ‘친구’로 생각해 주듯이 우리도 그에 걸맞은 자세를 가져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역시 여행의 백미는 사막이다. 그는 키질쿰 사막을 횡단하면서 두려움과 싸워야 했다. 하지만 보란듯이 그는 해냈다. 현지인들의 갸우뚱거림 속에서도 그는 단 한 사람으로 돌아가서 진정 우주와의 소통을 한 것이다. 아, 정말 글을 읽는 나로서도 짜릿함이 느껴질 정도로 사막은 장엄한 대상이었다.
‘불멸’이라는 단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곳도 이 사막이다. 사막에서 죽어간 사람들도 그런 상상을 했을지 모른다. 소멸해 가면서도 불멸을 꿈꾸는 상상을. ‘아침이슬’의 가사처럼 태양은 이 묘비 위로 붉게 떠오른다. (142쪽)
그는 사막에서 청마 유치환처럼 참 생명을 느꼈던 것일까?
때로는 무더위에 분통이 터지고, 탈진 직전에 이르기도 했지만 난 벌써 다시 사막이 그리워진다. 그건 아마도 사막이 나에게 주었던 극도의 단순함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그 안에서 느꼈던 고요함과 적막 때문이다. 생각과 감각도 그렇게 변해간다. 오래 전에 예언자들이 모두 사막으로 들어갔던 것도, 그 안에서 일신교가 탄생한 것도 이제는 알 것만 같다.(144쪽)
그는 사막에서 진정한 종교인으로 탄생한 것 같다. 역시 자연 그대로의 치열함이 한 사내를 깨달음의 경지로 이끌어 갔을 것이다.
41일 간의 여행기를 읽으면서 내내, 나도 참 가고 싶어졌다. 우즈베키스탄이라는 나라에 대해 우리는 너무 모르고 있다. 간혹 우리보다 못 사는 나라라는 생각을 한다면 그건 정말 나쁜 생각이다. 오랜 역사 속에서 이루어진 이슬람 문화는 여러 도시를 유네스코에서 인정한 세계 문화 유산으로 등재해 놓았을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도 귀중한 건 때묻지 않은 그들의 삶이다.
또 부러웠던 건, 여행 내내 시원한 생맥주와 보드카, 그리고 그들의 전통빵과 녹차, 그리고 양고기, 과일 등등이 오아시스 속의 환상적인 세계를 연상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여행 경비도 저렴하고 참으로 친절한 현지인, 그리고 무료 숙박과 예쁜 여인들! 절로 호감이 가는 나라가 아닌가?
책을 덮으면서 내가 그 먼 길을 돌아온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한 가지 의문, 김준희 씨는 어떻게 그 힘든 도보 여행 속에서 이런 글들을 쓸 수 있었을까?
올 여름에는 나도 트래킹이나 해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