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지식 - 10대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잰 페인 글, 마이크 필립스 그림, 오윤성 옮김 / 명진출판사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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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세계 최고의 지식

 

글 잰 페이/명진출판(2009.5.12)

 

이 책은 정말 10대들이 호기심을 가질 만한 내용들로 꽉 차 있다. 어른들이 보면 시시콜콜한 것 같기도 하고 이게 뭐 지식이 되겠냐 싶지만 영어와 함께 동시 패션으로 익힐 수 있는 교묘한(?) 편집이 주는 재미가 10대들에게는 정말 쏙쏙 머릿속에 박힐 만하게 되어 있다.

 

총 11개의 파트로 편성되어 있는데, 과학,역사,사회,문화,국가,스포츠,신비,인간,동물,자연,지구 등 실로 흥미진진한 내용들이다.

 

재미 있었던 몇 가지만 간추려 보면,

가장 피해를 준 발명가는 미드질리라는 사람인데, 그는 냉장고의 프레온 가스와 스프레이에 쓰이는 염화플루오르화탄소를 발명했는데 이것이 지금 전 세계를 발칵 뒤집어 놓고 있다. 바로 오존층 파괴의 주범인 것이다. 어찌 보면 웃음도 안  나올 만큼 끔찍하기까지 하다.

 

인류 역사상 가장 중요한 발명품으로 무엇을 꼽을 수 있을까요? 대개 이런 질문엔 각자 다양한 답을 내놓을 것이다. 이 책에서는 바퀴,문자,인쇄술을 꼽았다. 내용 역시 흥미진진하다.

 

‘피라미드’라는 말은 그리스 사람들이 ‘피라미스’라는 케이크를 닮아서 붙인 이름이라는 것도 새롭게 알게 되었다. 600년이 지난 아직도 작동 중인 시계가 영국 샐리스버리 성당에 가면 볼 수 있다는 정보도 알게 되었다.가장 오래 된 수세식 변기가 2000년 된 중국의 왕의 무덤에 발견된 것도, 최초로 인간을 해부한 사람이 벨기에의 베살리우스라는 것. 그런데 1514년에 태어난 분이라는데 이 말엔 약간 의문이 가기도 한다. 왠지 서양의 시각으로만 말한 것이 아닌가 하는.

 

최초의 항생제는 1928년 플레밍에 의해서, 최초의 심장 수술은 1967년 실시되었고... 이렇게 최초에 대한 정보도 참 많이 수록되어 있다.

 

여성 파라오가 있었구나!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그는 남자처럼 수염도 달았다고 하는군.예쁜 스파이 얘기도 재밌고, 여자에 대한 얘기는 언제나 흥미를 끌지. 

 

진짜 혹은 가까에 관한 얘기도 있는데, 특히 링컨에 관한 부분은 정말 의외였다. 참으로 역사는 아이러니하고 때론 정확히 알 수 없다는 점에서 신비스럽기조차 한 것 같다.

 

예수의 수의도 문젯거리가 된 적이 있었는데, 그 얘기도 나온다.

 

희대의 사기꾼도 소개되고, 지금은 이해하지 못할 끔찍한 유행 같은 것도 소개되고 있다. 정말 한눈을 팔 수가 없게 글을 읽어 내려갈 수 있게 만드는 책이다.

 

영어 단어도 곁따라 익힐 수가 있고, 기억도 오래 갈 것이다. 흥미로운 주제로 된 글을 읽다 보면 저절로 연상법에 의해 익혀질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 책의 내용을 가지고 아이들을 가르칠 때 ‘퀴즈’를 내면서 활용해 볼 생각이다. 요즘처럼 더워지고 있는 때, 특히 5교시 같은 때, 유쾌하고 흥미로운 지식 탐험의 시간을 가진다면 졸음도 사라지고 통합교과적인 멋진 수업이 되지 않겠는가?

 

모처럼 새로운 ‘호기심 해결사’를 만나서 허허롭던 마음에 뻥 뚫린 고속도로가 보이는 듯하다. 두고 두고 볼만한 멋진 교재다. 특히 청소년에게는 아주 유익한 책이다. 

 

오늘처럼 여행을 떠나는 주말에도 끼고 가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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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길, 우즈베키스탄을 걷다 - 실크로드 1200km 도보횡단기
김준희 글.사진 / 솔지미디어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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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길,우즈베키스탄을 걷다

 

글,사진 김준희/솔지미디어(2009.5.15)

 

이 책은 말 그대로 실크로드 1200킬로를 도보로 횡단하면서 쓴 글이다. 운동화가 다 닳아서 못 쓰게 될 정도로 치열한 걷기의 기록인 것이다.

 

나는 글쓴이의 의지와 실행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막을 횡단하면서 꼭 야영을 하겠다던 자기와의 약속을 실천하고, 행복해 하는 한 사람!

 

왜 걷느냐고 묻는다면 딱히 할 말이 없다는 그다. 하지만 나라면 그 속내를 조금은 알 것도 같다. 한없이 늘어지고 게을러질 때, 우리도 가끔은 미지의 세계에 빠져들고 싶을 때가 있지 않던가?

 

그의 글은 그다지 어렵지는 않다. 그렇다고 해서 걸으면서 느끼고 보고 생각했던 것들이 가볍게 드러났다는 건 아니다. 

 

마지막 남은 것인 만큼 배낭에 꽂고 타쉬켄트까지 가려고 했는데 더 이상 그럴 수가 없게 된 것이다. 태극기가 사라지자 왠지 반쪽짜리 여행이 된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든다.  (100쪽)

 

선물용으로 준비해 간 태극기가 다 사라지는 기분을 드러내면서 역시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상기하는 점이랄지, 현지인들에게 태극기를 주면서 느끼는 뿌듯함 같은 것, 나라를 사랑하는 게 바로 이런 건 아닐까?

 

의외로 우즈베키스탄은 우리나라에게 친근감을 갖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여러 드라마의 영향도 있었겠지만 이주민이랄지 기타 그 동안의 세세한 관계가 그렇게 만들었다고 볼 때 참으로 기분 좋고 자랑스러운 사실이다.한국에 와서 돈을 벌어간 ‘코리아 드림’의 현지인들의 얘기도 퍽 뿌듯하게 다가왔다.

 

‘한류’라는 말이 참으로 우리에게는 기분 좋은 말로 다가오고 자랑스럽게 느껴진다면, 이제부터는 정말 책임 있게 행동해야 한다. 정말로 그들이 우리를 ‘친구’로 생각해 주듯이 우리도 그에 걸맞은 자세를 가져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역시 여행의 백미는 사막이다. 그는 키질쿰 사막을 횡단하면서 두려움과 싸워야 했다. 하지만 보란듯이 그는 해냈다. 현지인들의 갸우뚱거림 속에서도 그는 단 한 사람으로 돌아가서 진정 우주와의 소통을 한 것이다. 아, 정말 글을 읽는 나로서도 짜릿함이 느껴질 정도로 사막은 장엄한 대상이었다.

 

‘불멸’이라는 단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곳도 이 사막이다. 사막에서 죽어간 사람들도 그런 상상을 했을지 모른다. 소멸해 가면서도 불멸을 꿈꾸는 상상을. ‘아침이슬’의 가사처럼 태양은 이 묘비 위로 붉게 떠오른다. (142쪽)

 

그는 사막에서 청마 유치환처럼 참 생명을 느꼈던 것일까?

 

때로는 무더위에 분통이 터지고, 탈진 직전에 이르기도 했지만 난 벌써 다시 사막이 그리워진다. 그건 아마도 사막이 나에게 주었던 극도의 단순함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그 안에서 느꼈던 고요함과 적막  때문이다. 생각과 감각도 그렇게 변해간다. 오래 전에 예언자들이 모두 사막으로 들어갔던 것도, 그 안에서 일신교가 탄생한 것도 이제는 알 것만 같다.(144쪽)

 

그는 사막에서 진정한 종교인으로 탄생한 것 같다. 역시 자연 그대로의 치열함이 한 사내를 깨달음의 경지로 이끌어 갔을 것이다.

 

41일 간의 여행기를 읽으면서 내내, 나도 참 가고 싶어졌다. 우즈베키스탄이라는 나라에 대해 우리는 너무 모르고 있다. 간혹 우리보다 못 사는 나라라는 생각을 한다면 그건 정말 나쁜 생각이다. 오랜 역사 속에서 이루어진 이슬람 문화는 여러 도시를 유네스코에서 인정한 세계 문화 유산으로 등재해 놓았을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도 귀중한 건 때묻지 않은 그들의 삶이다. 

 

또 부러웠던 건, 여행 내내 시원한 생맥주와 보드카, 그리고 그들의 전통빵과 녹차, 그리고 양고기, 과일 등등이 오아시스 속의 환상적인 세계를 연상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여행 경비도 저렴하고 참으로 친절한 현지인, 그리고 무료 숙박과 예쁜 여인들! 절로 호감이 가는 나라가 아닌가?

 

책을 덮으면서 내가 그 먼 길을 돌아온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한 가지 의문, 김준희 씨는 어떻게 그 힘든 도보 여행 속에서 이런 글들을 쓸 수 있었을까? 

 

올 여름에는 나도 트래킹이나 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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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난 놈들은 서로 얼굴만 봐도 흥겹다
신경림 지음, 송영방 그림 / 문학의문학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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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난 놈들은 서로 얼굴만 봐도 흥겹다

 

글 신경림/그림 송영방/문학의 문학(2009.5.10)

 

이 책은 2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일제강점기에 살았던 어린 시절 이야기,2부는 삶의 뒤안길에서.

 

지금은 나이가 드신 어른이시지만 신경림 시인은 어렸을 때 참 개구쟁이였다. 철없던 시절의 얘기를 스스럼없이 풀어 내는 점이 정말 시인답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어떻게 그렇게 오래된 기억을 생생히 끄집어 내는지 경이롭기까지 하다.

 

초등학교 시절을 오롯이 짚어내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눈길을 끄는 건 ‘바늘도둑’ 얘기다. 나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더 정이 가고 가깝게 느껴졌다. 나는 시인과 비슷한 나이에 참 많이 맞았던 것에 비해 신경림 시인은 정말 좋은 아버지를 만나서 오히려 그 뒤로 도둑으로 발전되지 않은 훌륭한 사람이 되었다.어떤 방법으로 교육이 되든지 그 사람 하기 나름이겠지만 아이들이 어른 주머니에 손을 대는 상황에서 그 아이를 어떻게 교육해야 좋은지는 여전히 화두로 남게 되었다.

 

누구나 한번쯤은 경험해 봤을 얘기를 통해 잔잔한 웃음과 감동을 주는 시인의 진솔함에 감사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시인은 참으로 많은 분들을 만났던 것 같다. 물론 시인이었기에 더욱 독특하고 개성 있는 분들을 만났겠지만 나로서는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

 

천상병, 백시걸, 이현우, 임종국, 민병산, 황명걸, 구자운, 이한직, 조태일, 신동문, 강홍규, 서정주, 조지훈 시인과의 만남. 그리고 이문구, 손춘익, 한남철 작가와의 만남.

 

김관식 시인에 대한 숱한 일화는 간간이 들어왔는데 이 수필집을 통해 더욱 재미있고 세세한 부분을 알게 되어 더욱 기뻤다. 그들은 개인적으로 참 더 많이 알고 싶은 분들이고 하나같이 우리 한국 문단을 이끈 기라성 같은 문인이었기에 더욱 더 흥미롭게 읽었다.

 

한 사람이 평생을 살면서 이렇게 남길 만한 얘깃거리가 많다는 것도 큰 복이다. 나는 책을 읽어가면서 신경림 시인의 삶과 내 삶을 비교해 보았다. 그리고 나의 현재를 어떻게 채워나가야 할 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바로 이런 점이 수필이 주는 매력이 아닐까?

그 어떤 정보나 지식보다도 인생의 발걸음을 알려준 신경림 시인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세상은 참 많이도 변했다. 그들은 직업도 없고 돈도 없으면서도 책을 팔아 술값을 냈고, 그들은 시절이 그들을 속여도 실망하지 않고 웃었다. 그리고 글을 남겼다. 참으로 위대한 문인들의 삶에 고개가 숙여진다. 

 

굳이 따져본다면 다 다른 사람들의 행태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그들의 삶이 다 짜릿하게 나의 가슴을 울리고 파동을 일으키면서 나를 채워준다는 점이다.

 

여름이 오는 길목에서, 특히 길 위에서 잠깐 잠깐씩 짬을 내서 읽는 것도 참 좋은 방법이 아닐까? 

 

왜 요즘엔 김관식 시인이나 천상병 시인과 같은 분들이 안 보이는 걸까?

바보들이 다 죽었나? 못난놈들이 참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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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도미노
민재기 지음 / 세계로미디어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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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도미노

 

민재기 지음/세계로미디어(2006.12.7)

 

‘모르’는 죽음이고,‘아모르’는 사랑이라는 말이 참 재미있다. 교수를 지낸 분 답게 참으로 해박하시다. 몰랐던 지식들도 알게 되고,곁따라 가슴에 차오르는 ‘사랑’의 감정도 느끼게 하는 책이다.

 

영어를 번역해 놓은 듯한 문장과 다소 생소한 문체가 주는 어색함은 있지만, 뭐랄까 인생의 깊이를 체험한 자만이 가지고 있을 혜안이랄까 그런 다양한 감수성을 체험하게 한 시간이었다.

 

사랑이라는 주제의 다양한 변주! 그리고 사랑이라는 추상 세계가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했다고 할까?

 

배운 내용이 너무 많고, 천재적인 응용을 미처 따라가지 못한 둔재로서는 이 이상 더 아무것도 생각해 낼 수가 없을 지경이지만, 그래도 나에게 다가온 곳은 ‘컴플렉스’ 부분이었다.

 

슈베르트는 실연 콤플렉스,한비자는 벙어리 콤플렉스,존 번연은 감옥 콤플렉스,손자는 절름발이 콤플렉스,서머셋 모음은 말더듬이 콤플렉스,도스토옙스키는 간질병 콤플렉스, 존 밀턴은 장님 콤플렉스,베토벤은 귀머거리 콤플렉스,사마천은 거세 콤플렉스,이광수는 고아 콤플렉스,이중섭은 유복자 컴플렉스..204쪽

 

그렇다. 위대한 작품을 남긴 분들은 모두 콤플렉스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신이 있었던 것이다. 우리의 선비들도 유배라는 상황이 아니었던들 그렇게 위대한 ‘남김’이 있었겠는가?

 

나는 문득 진주에 가고 싶어졌다. 미인이 많이 난다지 않은가! 중국엔 항주가 있다면 우리나라엔 진주가 있다. 자연의 변주는 통영을 낳았지만, 나는 미인이 난다는 진주로 가고 싶다.

 

하나의 글이 이다지도 미치는 게 많다. 소시민이 나에게, 가끔은 행복한 부러움을 선사하기도 하지만 그러면 어쩌랴! 다시 한 번 알랭의 “행복론”을 펼치게 하고, 돈과 행복이 결코 비례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하곤, 위안을 받는다면 그저 좋은 것인데.

 

내가 그 동안 저질렀던 잘못된 사랑과, 잘못된 행복에의 꿈을 수정시켜 주는 것 같아서 부끄러워졌다. 하지만 미학적 관점에서의 치명적 결함에도 불구하고 나는 또 하나의 짧고 맑은 빛을 쏘였다. 결코 허사가 아닌 책읽기였다.

저자의 카드 작업만큼은 다산선생의 지식경영 방식을 닮아서 배울 점이 참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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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피는 삶에 홀리다 - 손철주 에세이
손철주 지음 / 생각의나무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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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피는 삶에 홀리다

 

손철주/생각의나무(2009.3.23)

 

 

봄꽃이 흐드러지게 피더니 어느덧 우루루 지고 말았다. 보랏빛 박태기나무나 수수꽃다리, 노란 산수유, 그러더니 이젠 등나무 향이 자못 향그럽다.

 

제목부터가 범상치 않은 책 한 권이 떡하니 내 앞에 나타났다. “꽃 피는 삶에 홀리다” 첫 쪽을 읽자마자 나는 손철주에 대해 알고 싶어졌고, 급기야는 그가 학고재 주간이었고, 오랫동안 많은 독자층을 둔 미술 칼럼니스트라는 것도 알았다.

 

그는 큐레이터도 도슨트도 아니다. 하지만 난 무엇에 홀렸는지 책을 읽어 가는 동안 내내 동서 고금을 넘나들면서 내 곁에서 자근자근 친절히 작품을 안내해 주는 그들을 보았다.

 

그의 문체는 곰삭아서 아득하고, 한 땀 한 땀 떠서 만들어 낸 뜨개 같기도 해서, 백수 정완영 선생님의 수필을 연상시킨다.

 

수필 하면 떠오르는 분들이 참 많다. 피천득, 변영로, 김진태, 이하윤, 민태원 등등. 나는 오늘 이들의 반열에 손철주라는 이름을 올려도 좋다는 생각을 하였다.

 

무엇보다도 아삭하게 씹히는 조어와 활용의 묘미에 있다. 

“회춘한 역사라서 새퉁스럽다.”(15쪽)

“개숫물 먹고 먹물 트림은 못하는 법이다.”(17쪽)

“이인상의 병든 국화는 그의 처량한 신세를 비사친다.”(237쪽)

“제대로 된 바닷물의 모양새를 그려야 하는 까다로움 때문이 아니라 민족의 성정이나 화가의 늘품에서 그 이유를 찾아야 옳다.”(239쪽)

 

정말 일일이 다 찾아서 열거하고 싶지만 너무나 많다.그만큼 손철주의 어휘력은 대단하다. 아마도 오랫동안의 기자 생활이 그에게 이런 글쓰기 수준을 일구게 하지 않았을까?

 

그는 시,서,화를 넘나들면서 역시 해박한 역사의 단편들을 대입해 낸다. 정말 그림과 딱 맞는 이야기, 이야기와 딱 맞는 시, 그리고 완벽한 글의 조화를 찾아내고 읽어내는 눈이 마냥 신기하고 부럽기만 하다.

 

나도 이번 봄이 다 가기 전에, 아직도 지천에 깔린 꽃 한 송이라도 더 보면서 정말로 그림과 시와 글이 어우러진 세계 속에서 흐드러지게 펴 보고 싶다. 아니 널부러져 있고 싶어진다. 순전히 손철주의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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