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난 놈들은 서로 얼굴만 봐도 흥겹다
신경림 지음, 송영방 그림 / 문학의문학 / 2009년 5월
평점 :
품절


못난 놈들은 서로 얼굴만 봐도 흥겹다

 

글 신경림/그림 송영방/문학의 문학(2009.5.10)

 

이 책은 2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일제강점기에 살았던 어린 시절 이야기,2부는 삶의 뒤안길에서.

 

지금은 나이가 드신 어른이시지만 신경림 시인은 어렸을 때 참 개구쟁이였다. 철없던 시절의 얘기를 스스럼없이 풀어 내는 점이 정말 시인답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어떻게 그렇게 오래된 기억을 생생히 끄집어 내는지 경이롭기까지 하다.

 

초등학교 시절을 오롯이 짚어내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눈길을 끄는 건 ‘바늘도둑’ 얘기다. 나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더 정이 가고 가깝게 느껴졌다. 나는 시인과 비슷한 나이에 참 많이 맞았던 것에 비해 신경림 시인은 정말 좋은 아버지를 만나서 오히려 그 뒤로 도둑으로 발전되지 않은 훌륭한 사람이 되었다.어떤 방법으로 교육이 되든지 그 사람 하기 나름이겠지만 아이들이 어른 주머니에 손을 대는 상황에서 그 아이를 어떻게 교육해야 좋은지는 여전히 화두로 남게 되었다.

 

누구나 한번쯤은 경험해 봤을 얘기를 통해 잔잔한 웃음과 감동을 주는 시인의 진솔함에 감사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시인은 참으로 많은 분들을 만났던 것 같다. 물론 시인이었기에 더욱 독특하고 개성 있는 분들을 만났겠지만 나로서는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

 

천상병, 백시걸, 이현우, 임종국, 민병산, 황명걸, 구자운, 이한직, 조태일, 신동문, 강홍규, 서정주, 조지훈 시인과의 만남. 그리고 이문구, 손춘익, 한남철 작가와의 만남.

 

김관식 시인에 대한 숱한 일화는 간간이 들어왔는데 이 수필집을 통해 더욱 재미있고 세세한 부분을 알게 되어 더욱 기뻤다. 그들은 개인적으로 참 더 많이 알고 싶은 분들이고 하나같이 우리 한국 문단을 이끈 기라성 같은 문인이었기에 더욱 더 흥미롭게 읽었다.

 

한 사람이 평생을 살면서 이렇게 남길 만한 얘깃거리가 많다는 것도 큰 복이다. 나는 책을 읽어가면서 신경림 시인의 삶과 내 삶을 비교해 보았다. 그리고 나의 현재를 어떻게 채워나가야 할 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바로 이런 점이 수필이 주는 매력이 아닐까?

그 어떤 정보나 지식보다도 인생의 발걸음을 알려준 신경림 시인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세상은 참 많이도 변했다. 그들은 직업도 없고 돈도 없으면서도 책을 팔아 술값을 냈고, 그들은 시절이 그들을 속여도 실망하지 않고 웃었다. 그리고 글을 남겼다. 참으로 위대한 문인들의 삶에 고개가 숙여진다. 

 

굳이 따져본다면 다 다른 사람들의 행태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그들의 삶이 다 짜릿하게 나의 가슴을 울리고 파동을 일으키면서 나를 채워준다는 점이다.

 

여름이 오는 길목에서, 특히 길 위에서 잠깐 잠깐씩 짬을 내서 읽는 것도 참 좋은 방법이 아닐까? 

 

왜 요즘엔 김관식 시인이나 천상병 시인과 같은 분들이 안 보이는 걸까?

바보들이 다 죽었나? 못난놈들이 참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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