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피는 삶에 홀리다 - 손철주 에세이
손철주 지음 / 생각의나무 / 200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꽃 피는 삶에 홀리다

 

손철주/생각의나무(2009.3.23)

 

 

봄꽃이 흐드러지게 피더니 어느덧 우루루 지고 말았다. 보랏빛 박태기나무나 수수꽃다리, 노란 산수유, 그러더니 이젠 등나무 향이 자못 향그럽다.

 

제목부터가 범상치 않은 책 한 권이 떡하니 내 앞에 나타났다. “꽃 피는 삶에 홀리다” 첫 쪽을 읽자마자 나는 손철주에 대해 알고 싶어졌고, 급기야는 그가 학고재 주간이었고, 오랫동안 많은 독자층을 둔 미술 칼럼니스트라는 것도 알았다.

 

그는 큐레이터도 도슨트도 아니다. 하지만 난 무엇에 홀렸는지 책을 읽어 가는 동안 내내 동서 고금을 넘나들면서 내 곁에서 자근자근 친절히 작품을 안내해 주는 그들을 보았다.

 

그의 문체는 곰삭아서 아득하고, 한 땀 한 땀 떠서 만들어 낸 뜨개 같기도 해서, 백수 정완영 선생님의 수필을 연상시킨다.

 

수필 하면 떠오르는 분들이 참 많다. 피천득, 변영로, 김진태, 이하윤, 민태원 등등. 나는 오늘 이들의 반열에 손철주라는 이름을 올려도 좋다는 생각을 하였다.

 

무엇보다도 아삭하게 씹히는 조어와 활용의 묘미에 있다. 

“회춘한 역사라서 새퉁스럽다.”(15쪽)

“개숫물 먹고 먹물 트림은 못하는 법이다.”(17쪽)

“이인상의 병든 국화는 그의 처량한 신세를 비사친다.”(237쪽)

“제대로 된 바닷물의 모양새를 그려야 하는 까다로움 때문이 아니라 민족의 성정이나 화가의 늘품에서 그 이유를 찾아야 옳다.”(239쪽)

 

정말 일일이 다 찾아서 열거하고 싶지만 너무나 많다.그만큼 손철주의 어휘력은 대단하다. 아마도 오랫동안의 기자 생활이 그에게 이런 글쓰기 수준을 일구게 하지 않았을까?

 

그는 시,서,화를 넘나들면서 역시 해박한 역사의 단편들을 대입해 낸다. 정말 그림과 딱 맞는 이야기, 이야기와 딱 맞는 시, 그리고 완벽한 글의 조화를 찾아내고 읽어내는 눈이 마냥 신기하고 부럽기만 하다.

 

나도 이번 봄이 다 가기 전에, 아직도 지천에 깔린 꽃 한 송이라도 더 보면서 정말로 그림과 시와 글이 어우러진 세계 속에서 흐드러지게 펴 보고 싶다. 아니 널부러져 있고 싶어진다. 순전히 손철주의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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