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선방에서 만난 하나님
성소은 지음 / 삼인 / 2012년 5월
평점 :
선방에서 만난 하나님
성소은(삼인/2012.5.30)
전에는 한 사람이 두 종교를 오가는 것에 대해 마치 변절자 취급을 했다.
‘낮에는 목탁을 두드리고 밤에는 하나님께 찬송을 하고......’
그러나 요즘엔 비교 종교학이랄지, 서양과 동양의 학문이나 종교를 아우르는 분위기가 종교계에서나 학계에서 생겼다. 동서양을 융합하는 움직임 내지는 ‘통섭’의 논리가 그것이고, 음식에도 퓨전이 있듯이 종교에도 퓨전이 생겨나고 있다.
실제로 프랑스에서는 금강경이랄지 법화경에 대한 연구가 상당한 수준까지 진행되고 있으며, 김수환 추기경의 에피소드는 두 종교의 화합과 평화를 상징한다는 점에서 종교 간의 접목이나 상대를 이해해 주는 방식이 매우 고무적인 상태라 할 수 있다.
김수환 추기경은 경주 석굴암에 방문했을 때 환영하는 주지 스님에게 합장을 하고 인사를 했으며 대웅전에 들어가서도 불교식으로 예불을 올렸다고 한다. 당황한 주지 스님이 의아해하면서 추기경님에게 왜 그러셨냐고 묻자,
“내 몸에도 오래 전부터 불교의 피가 흐르고 있습니다.”
라고 웃으면서 답했다고 한다.
법정 스님이 입적하신 길상사에 가면 성모 마리아 상과 비슷한 불상이 조각돼 있다. 이 모든 것들이 어쩌면 높은 경지에서의 화합과 평화를 바라는 두 종교의 참 모습 아닐까?
지은이 성소은님은 클라라가 되었다가 광우 스님이 됐다가 다시 성소은으로 돌아온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이다. 그러니까 순복음교회 신도였던 그녀가 성공회 교회로 자리를 옮기고, 다시 불문에 들었다가 환속한 것이다.
어찌 보면 교회를 다니면서도 해결되지 않았던 물음을 찾아 끝없이 탐구하고, 스스로의 참 인생을 밟기 위한 참 구도의 길을 찾아간 것이라 여겨진다. 그녀의 삶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인지도 모르겠다. 대학을 포기할 때부터 예견된 노선이랄까?
하지만 그 수많은 에피소드와 기억의 편린들이 하나로 묶일 수 있었던 데는 분명 그녀만의 독특한 철학이 내재돼 있었을 것이다. 뭔가 풀지 못하면 견디지 못하는 근성 같은 것 말이다.
그녀는 이러한 다양하고도 축적된 고뇌와 선택의 기로에서의 기억들을 끄집어내고 멋들어지게 재구성하고 있다. 이는 어느 소설보다도 재미있다. 왜냐 하면 소설의 허구성보다도 더 진지하고 사실적인 진실함이 느껴졌고, 때론 그렇기 때문에 감동도 줄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녀는 복도 참 많은 여자다. 주변에 멘토 역할을 해 준 분들도 많고, 영향 받은 분도 참 많다. 이것은 그녀 스스로 그렇게 했기 때문에 받은 복이랄 수 있다. 그녀의 참을성도 어쩌면 긍정의 힘일 것 같다.
불교와 기독교의 아름다운 만남을 주제로 비교종교학을 연구하고 계시는 오강남 교수님을 비롯해서 현각 스님, 숭산 대선사 등 그녀에게는 엄청난 분들이 많이 존재했다는 점이 특히 눈에 띄었고, 부모님도 빼놓을 수 없는 훌륭한 선생님이셨다는 것도 참 배울 만하다.
어째 그녀의 방황이 행복해 보인다. 어떻게 보면 그녀의 불교 수행이 참 하나님을 만나기 위한 방편이었던 것도 같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이 겪어 온 지난했던 과거를 묶어 고스란히 멋진 결과물로 도출해 내고 있다. 이 얼마나 창의적이고 멋진 삶인가!
구도의 길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긍정, 과감한 결단, 그러면서도 순수한 삶의 여정이 하나같이 재미있고 행복한 그녀만의 길로 안내하고 있다.
그녀의 참 재미있는 삶의 여정에서 배울 수 있는 점이 두 개쯤 된다. 하나는 그 결단력이다. 세속적 욕심을 뒤로 하고 과감히 그녀만의 길로 뛰어든 점이 특히 좋았다. 두 번째로는 보통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일반적 속성을 과감히 깨치고 나가는 인식의 전환 같은 것들이다. 어쩌면 나도 그녀와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는 입장에서, 나라면 도저히 할 수 없을 것 같은 일들도 그녀는 바로 녹여 버린다. 이는 어쩌면 녹록하지 않은 그녀의 재치와 필담 능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