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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산은 없다 - 2008 대표 에세이
김서령 외 41인 지음 / 에세이스트사 / 2009년 3월
평점 :
품절
약산은 없다
김서령 외 지음/에세이스트사(2009.3.20)
어렸을 때, 구멍가게에 가면 눈깔사탕이 있었다. 앙증맞게 작으면서도 무지하게 달았다. 무얼 골라 먹을까 고민할 필요도 별로 없었다. 딱 그거면 됐다.
나는 이번에 “약산은 없다”라는 책을 읽으면서 그런 걸 느꼈다. 딱 하나만 골라먹을 수는 없는, 그러면서도 끊임없이 날 재촉하는 그 유혹들을.
수필은 어쩌면 구멍가게에 널려 있는 그 맛있는 과자들, 사탕들, 그리고 그 외 나머지 모두를 합한 것들이다. 나는 맛있는 그것들을 하나도 걸림 없이 다 먹으면 되는 것이다.
더군다나 이 책은 2008년도에 에세이스트사에 발표된 300편의 수필 중에서도 엄선한 눈깔사탕들이다.
그 빛나는 사탕을 나는 받아들인다. 때로는 달콤하다가도 때로는 쌉싸래한 맛!
오늘을 얘기하다가도 아련히 떠오르는 옛 추억, 그의 얘기는 나의 얘기가 되고, 가끔은 시가 됐다가도 소설이 된다. 춤이 됐다가 몸짓이 되면서, 그것은 하나의 별이 되었다가 혹은 달이 되기도 한다.
수필은 그래서 좋다. 글쓴이의 호흡을 바로 곁에서 듣게 된다는 점에서 좋다. 유리창에 다가가서 그 단절감과 소통 리듬을 동시에 느끼듯, 수필은 나에게 다양한 관점을 보여준다. 나의 파노라마다.
첫 번째 수록된 ‘약산은 없다’가 나에게는 특히 아련하게 다가왔다. 어렸을 적에 누구나 한번쯤은 겪어봤을 듯한 아련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그 솜씨랄지, 백석 시인의 시와의 혼융, 그리고 다시 오늘 날 생각하는 그 지휘봉에 난 흠뻑 매료되고 말았다. 김서령이란 분이 어떤 분일지 참으로 궁금해졌다.
내용은 몇 개의 주제로 묶여서 수록되었다. 가족이 떨어져 나가는 아픔을 말하는가 하면, 시시콜콜한 신변잡기를 말하기도 한다.
나는 이러한 시시콜콜함이 좋고, 그야 말로 짬뽕이 좋다. 수필이 나가야 할 방향도 그렇다. 수필이 어떠한 틀을 가져버린다면 그건 이미 수필이 아니다. 수필은 정말 자연스럽게 자기의 호흡을 드러내면 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수필은 결코 만만한 건 아니다. 누구나 쓸 수 있는 것 같지만 결코 손쉽고 무너지는 성은 아닌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수필을 통해 많은 정보를 얻고, 때로는 어휘력도 향상됨을 느낀다. 내가 몰랐던 단어를 맞았을 때의 그 설렘. 그리고 새롭게 다가오는 정보들은 알짜배기 진국이 된다. 이 책에 실려 전해지는 수많은 꽃과 나무, 산야초에 대한 정보들이 그렇다.
개인의 얘기 같지만 알고 보면 우리 모두의 동질감인 것을 확인하는 순간, 나는 이미 글쓴이들과 같은 호흡을 하고 있음을 느낀다.
오늘은 무지 시원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