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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터넷
최민호 지음 / 따뜻한손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아웃터넷
‘아웃터넷’이란 인터넷에 상대되는 의미를 지닌 말이다. 인간이 외계와의 소통을 꿈꾸고 또 그간 수많은 발전이 있다고 자부하고 있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 이 책의 메시지다. 그리하여 인간이 나아갈 미래는,식물도 동물도 아니고, 동물과 무생물의 구별도 아닌,그리하여 식물과의 교류를 시도한 사례를 통해 밝혀져야 한다는 것이다.
작가는 참으로 이색적인 생각과 깊이 있는 과학적 사유를 바탕으로 글을 쓰고 있다. 먼저 식물과 동물의 통합을 꿈꾸고 있다. 이러한 모습은 ‘통섭’으로 나아가고 있는 요즘 학문의 흐름의 한 단초가 아닐까 한다.
또한 지극히 전문적인 얘기를 ‘안면도 세계 꽃 박람회’라고 하는 흥미로운 소재를 배경으로 해서 펼쳐간다는 것이다. 이것은 작가 자신이 직접 경험한 영역이기에 더욱 실감이 났다. 어쩌면 픽션과 논픽션의 경계를 허물었다고도 볼 수 있을 만한 소설이었다고 생각한다.
‘꽃과의 교신’이라는 화두를 놓고 펼치는 스릴 넘치는 이야기는 추리소설 같기도 하다가 때로는 철학적인 물음을 좇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학문적 깊이를 전혀 놓치지 않고 있다는 점이 정말 경이롭다. 어쩌면 이렇게 전문 소설가가 아닌 사람의 글쓰기 힘이 느껴지는지!
<아웃터넷>는 실로 소설이 나가야 할 방향을 새롭게 제시하고 있다. 먼저 어떤 창작물도 다 신선하겠지만 이 소설은 ‘방외인’의 개념에서 한 발짝 더 나간 듯한 느낌이 든다. 한 편의 연구 과제를 안겨 준 논문이라고나 할까?
‘꽃’을 소재로 한 다양한 물음들을 천착해 나가고, 꽃과 인간의 소통을 꿈꾸는 한 과학자의 삶에서 철학을 읽어 내고, ‘안면도 세계 꽃 박람회’를 주요 무대로 해서 사실적이고 박진감 넘치는 현장감을 확보한다.
등장인물들은 실존 인물인 듯하고, 그들의 고뇌와 행동은 지금 바로 눈 앞에서 펼쳐지고 있는 것처럼 생생하다.
결국 이야기는 아니, 이야기 속에 담겨 있는 깊은 의미는, 인간과 우주와 신에 귀착된다. 인간의 문제, 우주의 문제, 신의 문제에 있어서 인간이 아직 풀지 못해서 더 나아가야 할 괴로운 의문들을 작가는 나름대로 깊고 질기게 천착하고 있다.
한 여름 더위와 함께, 계곡물을 바라보다가 <아웃터넷> 한 권에 매료되어 마냥 즐거웠던 날들이 벌써 마지막 매미소리에게 그 여운을 넘겨 주고 있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