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순신의 일상에서 리더십을 읽다 - 원칙과 소신의 리더, 이순신의 삶과 꿈
김헌식 지음 / 평민사 / 2017년 9월
평점 :
이순신의 일상에서 리더십을 읽다
김헌식 지음/평민사(2009.9.12)
이순신 장군에 대한 글은 무수히 많다. 근자에 읽은 김훈의 소설 “칼의 노래”도 이순신의 인간적인 면을 잘 드러낸 수작이었다. 하지만 이 책은 좀 특별하다. 광화문에 서 있는 이순신 동상에서 ‘칼’은 그냥 상징적이 의미일 뿐 실제로는 ‘활’이어야 더 맞다는 것이다.따라서 ‘칼의 노래’라기보다는 ‘활의 노래’라고 해야 옳다는 주장을 하는데 참 설득력이 있다. 역시 한국경제신문사의 Hi-Ceo 명강사 답다.
저자는 이순신의 면모를 ‘리더십’에 오롯이 초점을 맞춰 글을 써 나간다. 그 글의 통일성과 일관성에 놀라지 않을 수 없을만큼 정교하고 타당성이 있다. 대대로 문반 집안에서 태어나, 무반으로 급제를 하는 이순신을 ‘하이브리드 리더십’을 갖춘 인물로 설정한 것 또한 정확하고 재미있다.
또한 이순신의 성장 과정을 무과 급제자들과의 대조를 통해 기술해 가는 방법이 참으로 신선하고 흥미롭다. 함께 급제를 한 사람 중에 갑과 1인으로 장원을 한 이에 대한 정확한 역사적 사료는 없고, 갑과 2인으로 급제한 박종남과의 인생 역정을 대조하고 있다. 당시의 무과 급제자를 보여줌으로써 역사적인 관심을 충족시켜주는 효과도 있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 급제한 사람의 생애를 통째로 반추해 보임으로써 2등과 12등의 벼슬살이가 각각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세세히 펼쳐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한편 이순신을 흠모한 일본 해군 제독 도고 헤이하치로의 말을 인용함으로써 이순신의 면모가 더욱 짜릿한 감동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나를 이순신 제독에 비교하지 말라. 그 분은 전쟁에 고나한 한 신의 경지에 오른 분이다. 이순신 제독은 국가의 지원도 제대로 받지 않고, 훨씬 더 나쁜 상화에서 매번 승리했다. 나를 전쟁의 신이자 바다의 신이신 이순신 제독에 비유하는 것은 신에 대한 모독이다.”(본문 40쪽)
이쯤 되면 그는 가히 신의 경지로까지 추앙되기에 이른다. 하지만 저자는 다시 냉정함을 잃지 않는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한사도가’에 ‘上戍樓撫大刀’란 표현이 나오는데, 이때 ‘刀’는 ‘긴 칼’로 번역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순신은 그렇게 큰 칼을 쓸 만큼 충분히 큰 사람도 아니었고, 그리고 ‘차고’라는 표현도 ‘어루만지고[撫]’로 해석해야 옳다는 것이다.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순신이 실제로 썼던 칼은 도(刀)가 아니고 검(劒)이었다. 도는 한 날로 주로 베는 무기로, 검은 양 날을 쓸 수 있으며 주로 찌르는 용도로 사용한다. 장수라는 신분으로, 더군다나 육박전보다는 화살과 포를 통한 해전을 주로 했던 그로서 긴 칼을 사용했을 가능성보다는 짧고 실전적인 검을 사용했을 것으로 추측하는 건 그다지 어렵지 않은 일일 것이다. 하지만 이순신 장군이 직접 사용했다는 ‘쌍룡검’은 지금 어느 곳에 있는지 소식이 없다. 1910년까지도 존재가 확인되고 있었다는데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다.
이순신 장군의 전술, 전략을 분석한 것도 흥미롭고, 이순신과 원균, 이순신과 유성룡의 관계, 이순신과 선조의 관계를 설정해 가는 장면에서는 마치 소설을 보듯, 한편의 영화를 보듯 현장감이 생생하게 살아난다.
이순신과 사무라이를 대조해 가는 시선도 참 신선하다.(88쪽)그리고 한 가지 더 놀라운 사실은 이순신의 체구가 그리 크지 않았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건장한 장수의 체질을 지녔다기보다 오히려 단아한 선비풍이었다는 점이 밝혀지고 있다. 더군다나 그는 참으로 많은 질병과 고통 속에서 그것을 참고 이겨내고 있다는 점이다. 가장 인간적이기에 더욱 영웅적이고, 가장 힘든 과정을 거친 ‘잠룡’이었기에 그는 비로소 ‘비룡’이 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저자는 이순신의 리더십을 다양하게 명명한다. ‘하이브리드 리더십’ ‘활의 리더’ ‘수평적 리더십’ ‘2인자 리더십’ ‘따뜻한 리더십’ ‘후마니타스 리더십’ ‘바이오필리아 리더십’ ‘영성 리더십’...
가히 용어만 들어도 책을 다시 펴고 싶어진다. 그만큼 용어에 걸맞게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음에 매료되어 버린 것이다. 기회가 된다면 이 책을 늘 곁에 두고 보고 또 보고 싶다. 이 책은 이순신의 다양한 리더십을 밝힌 책에 머물지 않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훌륭한 답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난중일기”가 보여주는 기록 정신과 선비 정신! 이것이야말로 21세기를 헤쳐나가야 할 우리가 진정 이어받아야 할 창조적인 전통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