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걷다 - 이혼한 사람들을 위한 치유 에세이
데비 포드 지음, 추미란 옮김 / 민음인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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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자 걷다

       데비 포드(민음인/2010.3.5)

 

 현대 사회는 바야흐로 치유의 시대이다. 가히 치유를 절실히 요구하는 상황인 것이다. 미술치료,향기치료,놀이치료,연극치료,심리치료 등 무수히 많은 치료가 생겨날 정도로 극도로 심한 정신적 질병을 앓고 있다. 

 이 책 “혼자 걷다”는 이혼한 사람들을 위한 정신적 치유를 목적으로 지어진 것이다. 사실 이혼한 사람이 아니고서는 이 책의 내용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할 수도 있다. 그만큼 다가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비록 여자 입장에서 쓴 이혼 치유 방법론이지만, 남자 입장에서도 공감할 수 있는 점이 참 많다. 

 먼저 짜임을 보면 금세 그 얽히고 설킨 이혼 과정의 어려움을 낱낱이 분석하고 난 후 내린 치유의 방법들이 얼마나 잘 이끌어가는지를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이다.“혼자 걷다”는 모두 일곱 가지의 법칙을 소개하고 있다.‘1.받아들임 2.순응 3.이끎 4.책임 5.선택 6.용서 7.창조’가 그것이다.

 이혼의 과정을 통해 나타날 수 있는 경우를 최대한 사실적으로 상정해서, 그것의 치유 과정을 구체적으로 이끌어 내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 치유의 과정을 일일이 다 적을 수는 없다. 그 중에 와 닿은 몇 개의 치유 방법을 소개해 보고자 한다. 

 

 내가 준비만 되면 우주는 필요한 만큼 나를 지지한다.지지는 좋은 책이나 테라피스트,단체,새로운 친구,새로운 생각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신념을 갖기만 하면 우리는 정확하게 필요한 것으로 안내받는다.(102쪽)

 

 매우 혼란스러울 때 평화를 찾기 위해 사용할 만한 기술로,내 친구이자 스승인 사라노 켈 리가 제시한 ‘폴링 스틸’이라고 부르는 방법도 있다.일이 분 정도 더 높은 자아와 연결할 시간을 스스로 가짐으로써 폴링 스틸,즉 고요함으로 떨어지게 하는 것이다. 그러면 나의 행동을 더욱 잘 알게 되고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다.(106쪽)

 

 온전함을 향한 당신의 여정에 우주가 안내자가 되고 동행자가 되기를 원한다면 우주는 기꺼이 그렇게 할 것이다. 고통스러운 상황일 때 자기 연민의 자학적인 상태에 빠지기는 너무 쉽다. 자기 연민에 빠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기도를 하게 되면 그 연민의 원인인 고통에서 벗어나 신뢰를 되찾고 신성의 도움을 경험할 수 있다. (108쪽)

 

 모두 일곱 가지의 치유 법칙 중에서도 나에게는 세 번째 법칙인 이 ‘이끎’이 특히 마음에 와 닿았다. 그래서 더 많은 글을 인용하게 되었나 보다.

 이 책을 끝까지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큰 위안을 받게 되고, 한편으로는 혼자 걸을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긴다. 마지막으로 안겨준 선물이 있다면, 스스로에게 할 일을 찾고 그것에 매진하라는 계시를 내 스스로 찾아 내게 된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치유를 받아야 할 사람들이 참 많아졌다. 아니 이혼율이 급상승하고 있다. 이것은 더욱 많은 치유 방법이 나와 줘야 한다는 대 전제를 앞에 두고 있긴 하지만 이 책은 조금이나마 그 방법을 가르쳐 주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이다. 이혼을 했든 안 했든 필독을 권한다. 이 책은 적확하게 하나의 점에 초점을 맞추고 파들어갔던 흔적을 고스란히 우리에게 던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혼할 것인가? 아니면 이혼한 후 치유를 할 것인가? 아니다.결혼하기 전에 혹은 이혼하기 전에 이 책을 읽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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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들은 다 일가친척이다 - 함민복 에세이
함민복 지음 / 현대문학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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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들은 다 일가친척이다

 

 

글쓴이 함민복/현대문학(2009.10.23)

 

 함민복은 시가 참 다정다감하다. 사람에게도 그렇고 꽃에게도 그렇고 밥에게도 그렇다. 그의 시 ‘눈물은 왜 짠가’와 ‘소스라치게 놀라다’를 읽다 보면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함께 현 정권에 대한 갈증 같은 것들이 느껴진다. 그는 시위 현장에서 폭력을 반대하다가 실컫 두들겨맞은 적이 있다고 스스로 밝히고 있다. 그가 바라는 세계는 참 깨끗하고 밝아야 하는데 실상은 그렇지가  않다. 그래서 그는 잘 참지를 못하는 것 같다.

 

 수필집의 곳곳에서 삶의 편린들이 묻어난다. 강화도의 바람과 풍경, 강화도의 따뜻함과 포근함이 고스란히 글로 승화되었다. 강화도의 구석구석이 시와 함께 알지게 자리를 잡은 것이다. 메모의 힘이 약한 나로서는 당연히 부러운 점이 아닐 수 없다.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도 소소히 기록으로 남겼고, 저 깊은 저류에 흘러갔던 순간의 생각들도 담아내고 있는 솜씨를 볼 때면 역시 시인은 발명가이고 아이디어 맨이라는 생각까지 일어난다.

 

 이름에 관한 단상들도 참 재밌다. 함이 영어로 HAM(햄)이 되어 웃음을 유발했던 일이랄지, 희성이기  때문에 가져야 했던 생각들이 다소 엉뚱하기도 하면서 재미를 던져준다.

 

 술과 함께 풀어나가는 유머들도 인상적이다. ‘노벨상’을 ‘안종상’으로 한다든지, DGM이라고 새겨진 문신이 ‘독거미’의 이니셜이었다니! 한창 글을 배우던 습작시절에 만나서 함께 생활했던 이빨꾼들과의 일화가 마냥 부럽기만 하고 아련한 나의 추억으로도 환치되는 현상까지 자아내기도 한다.

 

 수필은 이렇듯 나의 생활을 빠르게 글쓴이의 시공간으로 끌어간다. 단숨에 읽혀서 더욱 아련하기만 한 이번 독석가 이 가을의 아쉬움과 함께 추운 겨울까지도 주욱 가기를 희망해 본다. 강화도를 가면 함민복 시인의 시가 떠오를 것 같기도 하다. 아니 강화도를 보면 이제 구석구석 함민복 시인이 바라봤던 불교적 시각이 떠오를 것 같기도 하고, 따스한 시인의 체온이 느껴질 것 같기도 하다. 

 

 경비를 보던 초소의 병사에게 당했던 사건이랄지, 조선 말기의 미국과의 싸움을 끄집어 내기도 하고, 절에 얽힌 숨은 얘기들도 들춰내기도 한다. 이렇게 여러 얘기를 접하면서 자꾸만 강하게 느껴지는 것은, 그 단상 하나하나가 쌓여서 결국은 시로 승화되어 나타나고, 오롯이 시인의 인생이 되어가는 씨줄 날줄이 보인다는 사실이다. 이 수필집을 통째로 씹어먹진 못했지만 어렴풋하게나마 함민복 시인을 알게 되었고, 강화도를 알게 되었고, 인생의 참살이에 대한 희망이 생겼다. 이 점이 유일한 수확이자 교훈이라고 생각한다.

 

 자주자주 함민복 시인의 시를 접하고 싶어졌다. 이젠 누군가가 “최근에 읽은 가장 인상 깊은 시는 무엇입니까?”하고 물어본다면 나는 가차 없이 말할 것이다. “함민복 시인”이라고. 제목은 차츰 읽어나갈 생각이다. 그때 가서 정해도 그리 늦지 않을 것이다. 참으로 깊숙하게 저린 음률 앞에 가을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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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편집자가 말하는 편집자 부키 전문직 리포트 13
정은숙 외 22인 지음 / 부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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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편집자가 말하는 편집자

 

정은숙 외 22인/부키(2009.9.2)

 

 이 책은 출판사 ‘부키’의 전문직 리포트 시리즈로 나온 12권 중의 하나다. 참으로 참신한 기획이라고 생각한다. 현직 전문가가 말하는 자신의 직업. 그 좋은 점과 나쁜 점, 달콤한 점과 쓰라린 점을 가감 없이 밝히고 있어서 무엇보다도 생생한 현장감과 현실적 느낌 앞에 쏠쏠한 감동의 재미가 느껴지는 시리즈라서 그렇다.

 

 그 시리즈 중에는 “PD가 말하는 PD" "기자가 말하는 기자” “디자이너가 말하는 디자이너” 등 우리가 흔히 궁금해 하는 여러 직업에 관한 진솔한 현장의 목소리가 담겨 전해지고 있다. 아직은 다 읽어 보지는 않았지만 아마도 짠한 감동이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그렇게 생각하게 된 근본 원인이 바로 이 책이기  때문이다. 이 책 한 권만 봐도 전체 시리즈의 성격을 어느 정도는 규정해 볼 수 있기에.

 

 이 책은 제목 그대로 23인의 출판편집자들이 솔직하게 털어놓은 편집자의 세계다. 마치 내가 초년생이 된 것 같기도 하다가, 중견이기도 하고, 베테랑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이 책은 출판편집자가 되기 위한 준비생들에게는 가히 제대로 된 가이드라고 할만하다.

 

 출판편집자의 세계는 참으로 다양하고 복잡다기하다. 그래서 딱히 어떤 규정으로 잴 수 없는 특성을 지녔다. 각 분야 별로 하는 일도 다르고, 기획에서부터 디자인, 마케팅 전략과 사후 관리까지 모두 다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어느 분야나 다 그렇겠지만 출판편집자의 세계 또한 수많은 스트레스와 싸워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일을 즐기면서 하지 않으면 쉽게 낭패를 보거나 전직을 할 수밖에 없다는 특성 또한 있어서 이 점이 오히려 구미를 당기는 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어떤 편집자는 이런 말을 한다. “아이디어를 품고 다듬어 원고로 완성해 내는 ‘콘텐츠 생산자’인 동시에 책이라는 물성을 지닌 ‘상품 생산자’이기도 한 편집자 역시 서로 상반된 두 가지 가치를 늘 지니고 견뎌야 한다는 점에서 ‘Ambivalenz'(두 개의 상반된 가치를 동시에 함유한 상태, 상반 감정의 병존)의 운명을 타고났다.”(70쪽)고.

 

 어떤 편집자는 대지 작업을 하던 추억을 끄집어 내고, “좇 봤다!”를 외치면서 밤샘 작업을 하던 일을 기억해 내기도 한다. 웃음이 나오기도 하지만 글자 하나로 인해 책의 운명이 갈라질 수 있다는 사실에 나마저 긴장되기도 한다.

 

 어린이 책을 보다가 어린이가 쓴 글을 읽고는 먹먹해진 가슴을 안고, 괜찮은 편집자가 되려거든 이오덕 선생님의 책부터 읽으라고 권하기도 한다.(98쪽)

 

 임프린트 출판은 평가에 온몸이 노출돼 있다. 그  때문에 철저한 자기 검증과 충분한 준비 없이 뛰어들면 견디기 어려운 면이 있다.(182쪽)고 출판업계에 발디디고 싶어하는 분들을 위한 따끔한 충고를 하기도 한다. 정말 무궁무진한 얘기 속에서 감동도 받고 배울 점도 많이 봤다. 굳이 출판편집자가 되려는 사람이 아닐지라도 이 책은 인간 생태계의 총체적 부류를 아우를 만한 얘기를 뿌리고 있다. 

 

 이 책을 읽고 나서부터 책을 보는 자세가 달라졌다. 먼저 표지 디자인을 유심히 보게 되고, 표지에 얽힌 어떤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 보고자 하는 생각을 나도 모르게 하게 됐다. 그리고 목차를 본다. 책 한 권이 나오기까지 수많은 단계를 거치면서 얼마나 담금질되었을까를 생각하니 책의 한 장 한 장이 안 귀할 수가 없다. 본문의 레이아웃도 유심히 살펴보게 되었다. 서체에서부터 디자인까지 면면히 쌓여 있을 땀의 흔적들을 발견해 내기 위해서 나는 책의 완성된 상태로부터 처음으로 다시 환원해 들어가고 있는 것이었다.   

 

 사실 올바른 표현보다 더 어려운 작업이 적절한 표현 아닐까? 가장 적합한 문장으로 다듬는 작업부터가 혼이 들어가지 않고는 배겨내지 못할 일인 것이다. 출판편집자들의 노고에 한없는 감사와 박수를 보내고 싶은 심정이다. 너무 많은 칭찬은 금물이다. 오히려 독자로 하여금 흥미를 반감시킬 염려가 따르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도 다분히 이 책의 내용 속에서 달게 익힌 부분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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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가 필요해 - 기댈 곳 없는 마음에 보내는 사이토 교수의 따뜻한 메시지
사이토 다카시 지음, 박화 옮김 / 명진출판사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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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가 필요해

 

사이토 다카시 지음/명진출판(2009.10.5)

 

 명진출판은 “서른이 되기 전에 가 봐야 할 여행지28”을 펴낸, 주로 20대를 겨냥한 기획 도서를 출판한다. 이 책 또한 20대를 향해 다양한 위로의 말을 전해 주고 있다. 

 

 총 네 번의 위로를 하는데, 첫 번째는 외로워 죽겠다는 친구들에게 하는 위로이며, 두 번째는 우정 쌓기가 힘들다는 친구들에게, 세 번째는 존재감이 없다는 친구들에게, 네 번째는 누가 내 마음 좀 잡아줬으면 좋겠다는 친구들에게 각각 진한 위로의 말을 전하고 있다.

 

 첫 번째 위로에서는 ‘인연’을 말하고 있다. 우리가 알게 모르게 그냥 지나치기 쉬운 일상 생활 가운데 따지고 보면 무수히 많은 인연과 맞닿아 있음을 문득 깨닫게 한다. 나를 중심으로 앞과 뒤, 오른쪽과 왼쪽, 위와 아래, 그리고 보이지 않는 곳까지 인연의 골은 깊고 확연하다. 따라서 ‘인연’을 생각하면서 인연의 중요성을 늘 염두에 둔다면 어려운 일도 쉽게 해결해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인연’의 틀을 가지가 가는 것만으로도 늘 위로가 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인간 관계’ 형성이다. 20대 전후의 시기를 에릭슨은 ‘모라토리엄’이라고 칭하기도 한다. 참 아이덴티티를 찾아나가기 위해서는 누구나 겪어야 할 과정인 것이다. 20대는 참 바쁜 시기이다. 공부하랴 취직하랴. 그래서 인간 관계를 제대로 쌓기에도 늘 시간이 부족한 것 또한 사실이다. 그래도 도전해야 한다. ‘폭풍 속에서는 바람이 보이지 않는 법’(79쪽)인 것처럼 무엇엔가 맹렬히 빠지면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기 어렵다. 착실히 쌓아 놓은 인간 관계가 나중에 삶의 큰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저자는 강조하고 있다.

 

“자신의 곡괭이로 팔 수 있는 곳까지 최대한 전진해 나가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 사람은 평생을 불쾌한 기분과 엉거주춤한 자세로 사회에서 우물쭈물하며 살아야 할 것입니다.”  나츠메 소세키 “나의 개인주의”에서(108쪽)

 

“마음속에 확고한 목표를 찾으세요. 그러면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습니다.”(109쪽) -나츠메 소세키

 

 일본 국민작가의 말을 인용한 점은 탁월한 방법이었다. 자칫 곤두박질칠 수도 있는 20대 젊음에게 확실한 목표를 찾는다는 건 어려운 일일 수도 있지만, ‘자신감은 자기 내면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깨닫고 일갈한 유명 작가의 말을 통해 젊은이라면 큰 위로를 받지 않을까?

 

 끝으로 저자는 독해지라고 주문한다. 꺾이지 않는 마음을 만들려면 인연을 소중히 여기고 다른 사람들과 좀더 깊이 있는 교제를 해야 하며 확고한 아이덴티티를 구축하라고 강조한다.(151쪽)그리고 그 방법으로는 ‘습관’을 활용하라는 것이다. 일본의 유명한 야구선수 이치로를 인용해서 좀 달갑진 않았지만 이치로의 훌륭한 습관만큼은 본받을 만하지 않겠는가. 몰입만이 우리를 참된 위로의 세계로 이끌 수 있다. 몰입하기 위해서는 Zapping을 멈춰야 한다. 재핑이란 광고를 피하기 위해 리모콘으로 채널을 바꾸는 행위를 말한다. 저자는 ‘프리터(freeter)’가 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추세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프리터’란 일정한 직업 없이 저임금,비정규직 직종에서 일하는 젊은이들을 말한다.

 

 이젠 자신의 주체적인 생각에 따라 한곳에 정착하여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에 매진하라.(170쪽)고 강조한다.

 

 책의 뒷부분에는 마음에 힘을 주는 지혜의 말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한 달 동안 매일 아침 차분히 읽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가을! 마음의 위로를 받고 싶다면 이 책을 읽기 바란다. 고요한 호수의 수면을 바라보듯, 때로는 조용히 혼자 산책하듯, 제 스스로 물들고 시간이 되면 떨어지는 낙엽처럼 우리도 이 가을 어느 날 책 한 권 속에 남겨진 ‘위로’의 한 마디를 찾아 떠나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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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의 일상에서 리더십을 읽다 - 원칙과 소신의 리더, 이순신의 삶과 꿈
김헌식 지음 / 평민사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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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의 일상에서 리더십을 읽다

 

김헌식 지음/평민사(2009.9.12)

 

 이순신 장군에 대한 글은 무수히 많다. 근자에 읽은 김훈의 소설 “칼의 노래”도 이순신의 인간적인 면을 잘 드러낸 수작이었다. 하지만 이 책은 좀 특별하다. 광화문에 서 있는 이순신 동상에서 ‘칼’은 그냥 상징적이 의미일 뿐 실제로는 ‘활’이어야 더 맞다는 것이다.따라서 ‘칼의 노래’라기보다는 ‘활의 노래’라고 해야 옳다는 주장을 하는데 참 설득력이 있다. 역시 한국경제신문사의 Hi-Ceo 명강사 답다. 

 

 저자는 이순신의 면모를 ‘리더십’에 오롯이 초점을 맞춰 글을 써 나간다. 그 글의 통일성과 일관성에 놀라지 않을 수 없을만큼 정교하고 타당성이 있다. 대대로 문반 집안에서 태어나, 무반으로 급제를 하는 이순신을 ‘하이브리드 리더십’을 갖춘 인물로 설정한 것 또한 정확하고 재미있다.

 

 또한 이순신의 성장 과정을 무과 급제자들과의 대조를 통해 기술해 가는 방법이 참으로 신선하고 흥미롭다. 함께 급제를 한 사람 중에 갑과 1인으로 장원을 한 이에 대한 정확한 역사적 사료는 없고, 갑과 2인으로 급제한 박종남과의 인생 역정을 대조하고 있다. 당시의 무과 급제자를 보여줌으로써 역사적인 관심을 충족시켜주는 효과도 있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 급제한 사람의 생애를 통째로 반추해 보임으로써 2등과 12등의 벼슬살이가 각각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세세히 펼쳐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한편 이순신을 흠모한 일본 해군 제독 도고 헤이하치로의 말을 인용함으로써 이순신의 면모가 더욱 짜릿한 감동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나를 이순신 제독에 비교하지 말라. 그 분은 전쟁에 고나한 한 신의 경지에 오른 분이다. 이순신 제독은 국가의 지원도 제대로 받지 않고, 훨씬 더 나쁜 상화에서 매번 승리했다. 나를 전쟁의 신이자 바다의 신이신 이순신 제독에 비유하는 것은 신에 대한 모독이다.”(본문 40쪽)

 

 이쯤 되면 그는 가히 신의 경지로까지 추앙되기에 이른다. 하지만 저자는 다시 냉정함을 잃지 않는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한사도가’에 ‘上戍樓撫大刀’란 표현이 나오는데, 이때 ‘刀’는 ‘긴 칼’로 번역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순신은 그렇게 큰 칼을 쓸 만큼 충분히 큰 사람도 아니었고, 그리고 ‘차고’라는 표현도 ‘어루만지고[撫]’로 해석해야 옳다는 것이다.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순신이 실제로 썼던 칼은 도(刀)가 아니고 검(劒)이었다. 도는 한 날로 주로 베는 무기로, 검은 양 날을 쓸 수 있으며 주로 찌르는 용도로 사용한다. 장수라는 신분으로, 더군다나 육박전보다는 화살과 포를 통한 해전을 주로 했던 그로서 긴 칼을 사용했을 가능성보다는 짧고 실전적인 검을 사용했을 것으로 추측하는 건 그다지 어렵지 않은 일일 것이다. 하지만 이순신 장군이 직접 사용했다는 ‘쌍룡검’은 지금 어느 곳에 있는지 소식이 없다. 1910년까지도 존재가 확인되고 있었다는데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다.

 이순신 장군의 전술, 전략을 분석한 것도 흥미롭고, 이순신과 원균, 이순신과 유성룡의 관계, 이순신과 선조의 관계를 설정해 가는 장면에서는 마치 소설을 보듯, 한편의 영화를 보듯 현장감이 생생하게 살아난다.

 이순신과 사무라이를 대조해 가는 시선도 참 신선하다.(88쪽)그리고 한 가지 더 놀라운 사실은 이순신의 체구가 그리 크지 않았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건장한 장수의 체질을 지녔다기보다 오히려 단아한 선비풍이었다는 점이 밝혀지고 있다. 더군다나 그는 참으로 많은 질병과 고통 속에서 그것을 참고 이겨내고 있다는 점이다. 가장 인간적이기에 더욱 영웅적이고, 가장 힘든 과정을 거친 ‘잠룡’이었기에 그는 비로소 ‘비룡’이 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저자는 이순신의 리더십을 다양하게 명명한다. ‘하이브리드 리더십’ ‘활의 리더’ ‘수평적 리더십’ ‘2인자 리더십’ ‘따뜻한 리더십’ ‘후마니타스 리더십’ ‘바이오필리아 리더십’ ‘영성 리더십’...

 가히 용어만 들어도 책을 다시 펴고 싶어진다. 그만큼 용어에 걸맞게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음에 매료되어 버린 것이다. 기회가 된다면 이 책을 늘 곁에 두고 보고 또 보고 싶다. 이 책은 이순신의 다양한 리더십을 밝힌 책에 머물지 않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훌륭한 답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난중일기”가 보여주는 기록 정신과 선비 정신! 이것이야말로 21세기를 헤쳐나가야 할 우리가 진정 이어받아야 할 창조적인 전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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