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들은 다 일가친척이다 - 함민복 에세이
함민복 지음 / 현대문학 / 2009년 10월
평점 :
품절



길들은 다 일가친척이다

 

 

글쓴이 함민복/현대문학(2009.10.23)

 

 함민복은 시가 참 다정다감하다. 사람에게도 그렇고 꽃에게도 그렇고 밥에게도 그렇다. 그의 시 ‘눈물은 왜 짠가’와 ‘소스라치게 놀라다’를 읽다 보면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함께 현 정권에 대한 갈증 같은 것들이 느껴진다. 그는 시위 현장에서 폭력을 반대하다가 실컫 두들겨맞은 적이 있다고 스스로 밝히고 있다. 그가 바라는 세계는 참 깨끗하고 밝아야 하는데 실상은 그렇지가  않다. 그래서 그는 잘 참지를 못하는 것 같다.

 

 수필집의 곳곳에서 삶의 편린들이 묻어난다. 강화도의 바람과 풍경, 강화도의 따뜻함과 포근함이 고스란히 글로 승화되었다. 강화도의 구석구석이 시와 함께 알지게 자리를 잡은 것이다. 메모의 힘이 약한 나로서는 당연히 부러운 점이 아닐 수 없다.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도 소소히 기록으로 남겼고, 저 깊은 저류에 흘러갔던 순간의 생각들도 담아내고 있는 솜씨를 볼 때면 역시 시인은 발명가이고 아이디어 맨이라는 생각까지 일어난다.

 

 이름에 관한 단상들도 참 재밌다. 함이 영어로 HAM(햄)이 되어 웃음을 유발했던 일이랄지, 희성이기  때문에 가져야 했던 생각들이 다소 엉뚱하기도 하면서 재미를 던져준다.

 

 술과 함께 풀어나가는 유머들도 인상적이다. ‘노벨상’을 ‘안종상’으로 한다든지, DGM이라고 새겨진 문신이 ‘독거미’의 이니셜이었다니! 한창 글을 배우던 습작시절에 만나서 함께 생활했던 이빨꾼들과의 일화가 마냥 부럽기만 하고 아련한 나의 추억으로도 환치되는 현상까지 자아내기도 한다.

 

 수필은 이렇듯 나의 생활을 빠르게 글쓴이의 시공간으로 끌어간다. 단숨에 읽혀서 더욱 아련하기만 한 이번 독석가 이 가을의 아쉬움과 함께 추운 겨울까지도 주욱 가기를 희망해 본다. 강화도를 가면 함민복 시인의 시가 떠오를 것 같기도 하다. 아니 강화도를 보면 이제 구석구석 함민복 시인이 바라봤던 불교적 시각이 떠오를 것 같기도 하고, 따스한 시인의 체온이 느껴질 것 같기도 하다. 

 

 경비를 보던 초소의 병사에게 당했던 사건이랄지, 조선 말기의 미국과의 싸움을 끄집어 내기도 하고, 절에 얽힌 숨은 얘기들도 들춰내기도 한다. 이렇게 여러 얘기를 접하면서 자꾸만 강하게 느껴지는 것은, 그 단상 하나하나가 쌓여서 결국은 시로 승화되어 나타나고, 오롯이 시인의 인생이 되어가는 씨줄 날줄이 보인다는 사실이다. 이 수필집을 통째로 씹어먹진 못했지만 어렴풋하게나마 함민복 시인을 알게 되었고, 강화도를 알게 되었고, 인생의 참살이에 대한 희망이 생겼다. 이 점이 유일한 수확이자 교훈이라고 생각한다.

 

 자주자주 함민복 시인의 시를 접하고 싶어졌다. 이젠 누군가가 “최근에 읽은 가장 인상 깊은 시는 무엇입니까?”하고 물어본다면 나는 가차 없이 말할 것이다. “함민복 시인”이라고. 제목은 차츰 읽어나갈 생각이다. 그때 가서 정해도 그리 늦지 않을 것이다. 참으로 깊숙하게 저린 음률 앞에 가을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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