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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편집자가 말하는 편집자 ㅣ 부키 전문직 리포트 13
정은숙 외 22인 지음 / 부키 / 2009년 9월
평점 :
출판편집자가 말하는 편집자
정은숙 외 22인/부키(2009.9.2)
이 책은 출판사 ‘부키’의 전문직 리포트 시리즈로 나온 12권 중의 하나다. 참으로 참신한 기획이라고 생각한다. 현직 전문가가 말하는 자신의 직업. 그 좋은 점과 나쁜 점, 달콤한 점과 쓰라린 점을 가감 없이 밝히고 있어서 무엇보다도 생생한 현장감과 현실적 느낌 앞에 쏠쏠한 감동의 재미가 느껴지는 시리즈라서 그렇다.
그 시리즈 중에는 “PD가 말하는 PD" "기자가 말하는 기자” “디자이너가 말하는 디자이너” 등 우리가 흔히 궁금해 하는 여러 직업에 관한 진솔한 현장의 목소리가 담겨 전해지고 있다. 아직은 다 읽어 보지는 않았지만 아마도 짠한 감동이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그렇게 생각하게 된 근본 원인이 바로 이 책이기 때문이다. 이 책 한 권만 봐도 전체 시리즈의 성격을 어느 정도는 규정해 볼 수 있기에.
이 책은 제목 그대로 23인의 출판편집자들이 솔직하게 털어놓은 편집자의 세계다. 마치 내가 초년생이 된 것 같기도 하다가, 중견이기도 하고, 베테랑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이 책은 출판편집자가 되기 위한 준비생들에게는 가히 제대로 된 가이드라고 할만하다.
출판편집자의 세계는 참으로 다양하고 복잡다기하다. 그래서 딱히 어떤 규정으로 잴 수 없는 특성을 지녔다. 각 분야 별로 하는 일도 다르고, 기획에서부터 디자인, 마케팅 전략과 사후 관리까지 모두 다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어느 분야나 다 그렇겠지만 출판편집자의 세계 또한 수많은 스트레스와 싸워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일을 즐기면서 하지 않으면 쉽게 낭패를 보거나 전직을 할 수밖에 없다는 특성 또한 있어서 이 점이 오히려 구미를 당기는 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어떤 편집자는 이런 말을 한다. “아이디어를 품고 다듬어 원고로 완성해 내는 ‘콘텐츠 생산자’인 동시에 책이라는 물성을 지닌 ‘상품 생산자’이기도 한 편집자 역시 서로 상반된 두 가지 가치를 늘 지니고 견뎌야 한다는 점에서 ‘Ambivalenz'(두 개의 상반된 가치를 동시에 함유한 상태, 상반 감정의 병존)의 운명을 타고났다.”(70쪽)고.
어떤 편집자는 대지 작업을 하던 추억을 끄집어 내고, “좇 봤다!”를 외치면서 밤샘 작업을 하던 일을 기억해 내기도 한다. 웃음이 나오기도 하지만 글자 하나로 인해 책의 운명이 갈라질 수 있다는 사실에 나마저 긴장되기도 한다.
어린이 책을 보다가 어린이가 쓴 글을 읽고는 먹먹해진 가슴을 안고, 괜찮은 편집자가 되려거든 이오덕 선생님의 책부터 읽으라고 권하기도 한다.(98쪽)
임프린트 출판은 평가에 온몸이 노출돼 있다. 그 때문에 철저한 자기 검증과 충분한 준비 없이 뛰어들면 견디기 어려운 면이 있다.(182쪽)고 출판업계에 발디디고 싶어하는 분들을 위한 따끔한 충고를 하기도 한다. 정말 무궁무진한 얘기 속에서 감동도 받고 배울 점도 많이 봤다. 굳이 출판편집자가 되려는 사람이 아닐지라도 이 책은 인간 생태계의 총체적 부류를 아우를 만한 얘기를 뿌리고 있다.
이 책을 읽고 나서부터 책을 보는 자세가 달라졌다. 먼저 표지 디자인을 유심히 보게 되고, 표지에 얽힌 어떤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 보고자 하는 생각을 나도 모르게 하게 됐다. 그리고 목차를 본다. 책 한 권이 나오기까지 수많은 단계를 거치면서 얼마나 담금질되었을까를 생각하니 책의 한 장 한 장이 안 귀할 수가 없다. 본문의 레이아웃도 유심히 살펴보게 되었다. 서체에서부터 디자인까지 면면히 쌓여 있을 땀의 흔적들을 발견해 내기 위해서 나는 책의 완성된 상태로부터 처음으로 다시 환원해 들어가고 있는 것이었다.
사실 올바른 표현보다 더 어려운 작업이 적절한 표현 아닐까? 가장 적합한 문장으로 다듬는 작업부터가 혼이 들어가지 않고는 배겨내지 못할 일인 것이다. 출판편집자들의 노고에 한없는 감사와 박수를 보내고 싶은 심정이다. 너무 많은 칭찬은 금물이다. 오히려 독자로 하여금 흥미를 반감시킬 염려가 따르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도 다분히 이 책의 내용 속에서 달게 익힌 부분 중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