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움직인 과학의 고전들
가마타 히로키, 정숙영, 이정모 / 부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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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움직인 과학의 고전들

 

가마타 히로키 지음/이정모 감수/2010.9.15(부키)

 

이 책은 인류와 우주의 과거, 현재, 미래를 아우르는 과학의 제반 분야를 주로 물리, 생물, 지구과학, 환경과 관련하여 풀이하고 있다.

 

주요 과학자로는 다윈을 비롯하여 뉴턴, 아인슈타인, 멘델, 갈릴레이 등 과학사에 빛날 업적을 남긴 분들뿐만 아니라 이슈가 될 만한 얘깃거리를 실타래 뽑아내듯 재미있게 뽑아내고 있다.

 

다윈의 과학적 결실 뒤에는 숨은 조력자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얘기도 흥미롭다.(19쪽)

 

요하네스 케플러는 “시데레우스 눈치우스”를 정독한 수 크게 감동한다. 그는 “시데레우스 눈치우스”가 출간되고 한 달 만에 ‘시데레우스 눈치우스론’이라는 논문을 써서 갈릴레오의 새로운 발견을 칭송했다.(139쪽)

 

게다가 과학자의 이론과 관련이 있는 저명한 과학자의 칼럼을 소개하고 있으며(25쪽), 이 책을 감수한 이정모 교수의 책 소개도 굉장한 참고가 된다. 다시 말해 더 읽고 싶거나 더 연구하고픈 마음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이다.(27쪽) 여기에 소개된 책들만 죽 읽어도 웬만한 과학적 지식은 충족될 것이며, 한 걸음 더 나가서 과학에 대한 탐구 의욕까지도 생기게끔 안내해 주고 있다. 과학을 잘 모르는 사람도 이 책의 안내대로 따라가기만 한다면 ‘과학’이라고 하는 어려운 화두를 어느 정도는 풀어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수많은 과학 용어와 상식을 접하게 된 점을 아주 기쁘게 생각한다. 소개된 책을 접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거니와 과학에 관한 퀴즈를 내고 싶은 생각까지도 들었기에 말이다.

 

갈릴레오는 목성 주위를 도는 네 개의 위성에 ‘메디치’라는 이름을 붙이고(1610년 갈릴레오가 발견한 목성의 위성들은 오늘날 이오, 유로파, 가니메네, 칼리스토로 불린다. 갈릴레오보다 앞서 이 위성들을 발견한 마리우스가 붙인 이름들다-감수자)(139쪽)

 

지동설은 코페르니쿠스가 제창하고 갈릴레오와 케플러가 실증했음도 알게 되었고, 갈릴레오는 ‘과학의 아버지’로 불린다는 것과(141쪽) 맨해튼 계획은 로버트 오펜하이머가 주도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이런 내용들은 고스란히 나의 상식이 되고 때로는 지혜가 덧붙여져 교양이 되기도 할 것이다. 이런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지 않는가?

 

이 책은 과학자에게 숨겨진 이야기를 전해주기도 한다. 아인슈타인을 우리는 흔히 학교 공부를 못했던 바보 학생으로 기억하는데 그건 잘못된 추리였을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다. 그는 천재적 재능을 한 곳에만 집중시켰던 진정 천재였던 것이다.

 

“그 하나하나에 인간의 짧은 일생을 송두리째 바쳐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 나는 어느 쪽의 건초를 먹어야 할지 결정할 수 없는 뷔리당의 당나귀와 같은 처지에 놓이고 말았다.”

‘뷔리당의 당나귀’란 동일한 양의 건초 더미를 양편에 두고 그 한 가운데에 서서 어느 쪽 건초를 먹어야 할지 갈등하다 결국 굶어 죽은 당나귀를 가리키는 말로, 14세기의 철학자 장 뷔리당이 한 이야기에서 비롯되었다.(180쪽)

 

과학자에겐 인내도 필요함을 알았다. 운동하는 사람만 그런 게 아님을 알게 된 것이다. 그리고 순수할 것만 같은 과학자에게도 지극히 인간적인 고뇌와 경쟁 의식, 그리고 사생활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재밌기도 하고 놀랍기도 했다.

 

수학이 참 어렵게 느껴질 때가 있었는데 그 어려움을 쉽게 극복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건 바로 수학자의 삶과 관계된 이야기책을 접하고부터였다. 그렇듯이 과학사에도 말 못할 수많은 얘깃거리가 존재하고, 그 와중에서 몇몇 얘기들이 전해지는 바, 그 전해짐의 가치로 인하여 결국 과학이라는 존재에 대해 더 가까워지고 더 친근해진 효과를 거뒀으니 이 아니 고마운 일이랴!

 

진정한 과학자는 과학을 쉽게 설명해 준다는 사실도 스티븐 호킹 박사의 말을 예로 들면서 잘 보여준다.(185쪽)

 

그 끈기에 박수를 쳐 주고 싶다. 과학자의 희생에 다시 한 번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자, 이제 ‘드레이크 방정식’과 ‘도플러 효과’ ‘빅뱅’에 대해 알고 싶다면 이 책을 훑어보시라. 아니, 훑어보기에 그치지 말고 한 계단씩 올라 남산 위를 올라가듯이 이 책에서 던져준 먹이를 통해 또 다른 세계로 가는 기차를 타 보라! 그리고 안드로메다 성운이 우리 우주에 있는지 없는지를 명쾌하게 확인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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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일의 신 택리지 : 살고 싶은 곳 - 두 발로 쓴 대한민국 국토 교과서 신정일의 신 택리지 1
신정일 지음 / 타임북스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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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일의 신 택리지

 

신정일 지음/타임북스(2010.6.28)

 

 

‘택리지’라 함은 ‘살기 좋은 곳을 가려 뽑는다’는 뜻이다. 신정일은 문화사학자다. 그는 동학에 관심이 많아 <황토현문화연구소>를 차려서 벌써 25년째 연구 중이며, 나에게 처음으로 정여립에 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게 해 준 분이다. 그는 우리나라 방방곡곡을 발로 밟으면서 우리가 미처 신경쓰지 못하고 지나쳐 갔던 부분들을 들춰내고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그가 250년의 세월을 건너 뛰어 이중환의 시각을 새롭게 해석하고, 현대적인 시각에서는 과연 어떤 땅이 살기 좋은 곳인지를 나름대로의 ‘관(觀)’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내가 읽은 부분은 ‘전라도’편인데, 전에 유홍준의 ‘답사 1번지’로 꼽힌 지역답게 역시 전라도는 속속들이 속이 깊고 성정이 순박한 시골 인심을 지닌 지역이었다. 그 중에서도 딱 두 군데가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전라도라는 말을 하게 했던 고장 ‘전주’와 ‘나주’다.

 

<택리지>의 기록에는 ‘노령 북쪽의 10여 고을은 모두 좋지 못한 기운이 있지만 오직 전주만 맑고 서늘하여 가장 살 만한 곳이다.’라고 되어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53쪽)

그래서 전주는 ‘온고을’이 된 것이다. 일 년 내내 자연 재해로부터 안전한 곳이어서 온전한 고을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단다.

또한 전주는 견훤과의 인연도 깊다. 견훤이 ‘백제’의 중흥과 의자왕의 못 다한 꿈을 실현하기 위해 전주에 나라를 세웠다는 것이다.

견훤은 신라보다 일렀던 백제의 역사를 재정립하겠다는 일종의 ‘역사 바로잡기’와 더불어 의자왕의 숙분을 푸는 것을 당면 과제로 내세웠다. 정치 이데올로기로서 백제에 의한 국토 통일을 내걸었던 것이다. 견훤은 비참하게 몰락한 백제 왕조를 부활시키기 위해 힘찬 첫발을 내디딘 것이며, 도탄에 빠진 민중을 구원하고 세상을 건지겠다는 미륵의 나라 건설을 피력한 것이었다.(56쪽)

 

한 지역에 관한 역사와 함께 현재 남아 있는 유적의 내력, 그리고 숨겨진 이야기들을 술술 풀어내는 과정이 참으로 놀랍다. 전주 덕진공원에 얽힌 풍수적인 이야기도 참 재미있게 잘 읽었다. 전주는 정여립과의 관련성도 있어서 더욱 흥미로운 지역임을 새삼 알 수 있었다.

전주의 큰 산인 모악산도 역시 두 지도자를 냈다는 점에서 새롭게 알게 된 산이다. 김일성의 할아버지 묘소가 있다는 점과 조선을 개국한 이성계의 본향이라는 점 등 그야 말로 흥미진진한 얘기들이 줄줄이 솟아나고 있다. 어떻게 하면 이렇게 많은 자료를 얻을 수 있을까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주군 다시면 회진에 유배를 왔던 정도전은 그의 <기>에서 나주를 두고 “사람들이 순박하여 다른 생각이 없이 농업에 힘씀을 업으로 한다”하였고, 이예는 “가게를 벌여놓고 물건을 사고판다. 백성들의 풍속이 순박하다”라고 하였다. 『택리지』는 “나주는 노령 아래 있는 한 도회인데 북쪽에는 금성산이 있고 남쪽으로는 영산강에 임하였다. 고을 과나의 판세가 한양과 흡사하여 예부터 높은 벼슬을 지낸 사람이 많다”라고 기록하였다. 조선 초기의 학자였던 서거정이 『동국여지승람』에서 “나주는 전라도에서 가장 커서 땅이 넓고 만물이 번성한다. 또한 벼가 많이 나고 바닷가라서 물산이 풍부하며 전라도의 조세가 모이는 곳이라 상인들이 이곳저곳에서 몰려든다.”라고 말한 것처럼 나주는 끝없이 펼쳐진 평야의 중심지에 있다.

 

이렇게 각종 역사적 자료와 선비들의 말을 인용함으로써 글에 대한 신뢰감과 사실성을 더욱 확보하고 있다. 이렇게 많은 자료와 정보를 얻는 과정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잘 알기 때문에 더욱 이 책이 지닌 가치가 높아졌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끝으로 신정일 문화사학자의 북한 관심에 더욱 기대를 걸어본다. 이제는 북한의 살기 좋은 땅에도 관심을 더욱 가져야 할 때가 아니겠는가.

 

몇 년 전에 남도 여행을 하면서 내가 노년이 되면 이쪽 땅에서 한번 살아 보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는데, 전라도의 구석구석을 샅샅이 설명해 내는 이 책을 통해서 그 생각이 더욱 확실하게 굳어지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역시 제도에 물들지 않고 꿋꿋하게 자신의 길을 가는 모습이 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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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정도전 1 - 하늘을 버리고 백성을 택하다 정도전 1
이수광 지음 / 쌤앤파커스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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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전


이수광 지음/ 쌤엔파커스(2010.6.23)


의원내각제의 창시자이며 진정한 민주주의 정치의 근간을 마련한 정치인. 이렇게 말을 해 놓고 보니 정말 그가 남긴 발자취가 실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렸을 때의 트라우마(정신적 내상)은 그에게 큰 꿈을 꾸게 하였고, 힘이 필요한 그에게는 이성계라는 묵직한 병력이 있어야 했다. 장량이 유방을 선택했듯 그도 이성계를 선택한 것이다.


그가 만약 이성계가 아니고 최영을 선택했다면 역사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재미있는 질문이긴 하지만 그때로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역사는 바뀌지 않았을 것이다. 그만큼 정도전에게는 새로운 정치 구도와 새로운 나라가 더 절실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어쩔 수 없이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대의멸친’

정말 숨막히는 혈전의 연속이었다. 그 소용돌이 속에서도 의연히 새 나라를 만들어 나갔고, 결국 이방원과의 노선 차이로 인해 목숨을 빼앗겨야만 했던 영웅.


나는 정도전의 영웅성을 보았다. 그만큼 이수광의 소설이 주는 매력이 풍부하다는 증거다.

비록 이 팩션을 통해 정도전이라는 인물을 알게 되었지만 그의 인간적인 풍모가 자연스럽게 우리 곁으로 배어온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이야기는 이색의 문하생인 정몽주, 정도전, 하륜, 이숭인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그들은 한 배를 타고 가야 할 동문인데도 결코 같은 항로를 갈 수 없었던 비운의 시대를 살아간 불세출의 지성인이었다. 그들이 풀어갈 미래는 그러나 한 갈래가 아니었기에 참으로 엄청난 비극이 늘 잠재하고 있던 것이었다.


하지만 저류에 흐르는 도학 정신이야말로 조선을 관통하는 학풍이요, 정치적 캐치프래이즈였다는 사실은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그것은 정도전의 스승 이색으로부터 시작한다. 그리하여 정도전을 지나 김종직, 김굉필, 조광조에 이르기까지.


정도전의 정치적 사상의 근간을 이루는 것은 ‘맹자’의 ‘패도정치’다. 곧 인본주의 사상인 것이다. 민본주의라고 해도 옳을 것이다. 국가의 권력은 민중으로부터 나온다는 생각은 왕이 곧 신인 국가에서는 정말로 목을 내놓아야 할 사상이지만 그는 수많은 역경과 고난 속에서도 결국 그 뜻을 이룰 수 있는 기틀을 만든다.


하지만 불행히도 그는 거기까지였다. 기틀만 만들어 놓고 그는 ‘경국대전’의 꽃을 피워보지도 못한 채 현실 정치와 하직을 해야만 했다. 이것은 분명 우리 정치 역사에 있어서 큰 손실이다. 500년 조선 역사를 관통하여 봐도 이렇게 멋진 새 나라 건설의 기틀을 누가 준비하고 실천해 나갔다는 말인가!


곰곰이 따져 보면 몇 손가락 꼽을 수는 있다. 허균이 그랬고, 박지원이 그랬다. 그리고 대부분 반란이나 역모라는 이름으로 사라진 영웅들, 가령 임꺽정이랄지 정여립이랄지 장길산 등등이 있긴 하다.


그러나 현실 정치 속에서 그 틀을 완전히 바꿔나갈 수 있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라는 점에서 볼 때 그의 업적은 대단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성계는 제왕이었지만 정도전은 도학을 근간으로 한 유교 국가 건설의 초석을 건립한 명 기획자요 명 참모였다.


작자는 정도전의 꿈 부분을 아주 실감나면서도 상징적으로 잘 묘사하고 있다. 또한 등장 인물들 사이의 심리적 갈등이나 전개 상황 등을 아주 세밀하게 그려주고 있다. 이미 팩션 장르에서 탁월한 솜씨를 인정 받고 있는 저자이지만 실제로 그의 작품을 접해보니까 정말 그렇다. 나도 모르게 빨려들어가는 문체의 매력, 그리고 3년이라는 긴 기간 동안 대부분을 차지했을 자료 수집의 그 피나는 고행을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나에게 정도전이라는 인물에 대해 제대로 알게 도와주신 작가에게 감사의 마음을 가지면서 오늘 날에도 있을 수많은 정도전에게 한 마디 던지고 싶다.


“모든 권력은 민중으로부터 나온다.”


그가 신권정치를 바랐거나 어쨌거나 그건 중요하지가 않다. 중요한 건 자기를 둘러싼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굳건하게 스스로를 지키고 끝까지 노력해서 끝내는 이뤄냈다는 점을 생각해 보고자 한다.


사실 ‘혁명’이라는 단어에는 피의 냄새가 나게 마련이다. 그리고 혁명가는 언제나 멋있다. ‘두이모이 정책’도 그렇고, ‘흑묘백묘론’도 그렇고 ‘페레스트로이카’도 그렇다. 이 모든 건 겱국 ‘체인지’를 밑거름으로 한다. 정도전의 ‘체인지’도 시대의 흐름이었고 어쩔 수 없는 역사의 한 흐름이긴 했더라도 과연 내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떨지 않았을까? 아니 떨기만 하는 게 아니라 아무 것도 못하고 그저 묵연히 세상만 바라볼 뿐이 아니었을까?


이런 점에서 정도전의 패기와 결단력은 오늘 날의 정치 경제 문화 예술계의 지성인이라는 사람들에게도 필요한 덕목이며 지켜봐야 할 핵심인 것이다. 특히 현실 정치인들은 더 겸허한 자세로 정도전의 사상을 배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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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봄이면 입덧을 한다 시선 시인선 50
황시은 지음 / 시선사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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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봄이면 입덧을 한다

 

황시은(시선사/2008.11.25)

 

시의 배경이 되어 주는 장소는 구체적이고 사실적인 경우가 참 많다.

 

‘창신대학 교문 입구’ (풍경2)

‘해군사관학교 박물관 가는 길(풍경3)

‘안민고갯길’(봄의 안부)

‘비음산 등산로 입구’(입춘일화)

‘용지동 민원센터 옆 공터’(오동나무 종소리를 들으며)

 



이것은 시인의 인생관, 가치관을 대변한다.

시인이 추구하는 세계는 구체적이어야 하고 사실적이어야 한다.

그만큼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 밖에서 찾는 것보다는

바로 내가 살아가고 있는 현장에서 찾아야 한다는 사고를 반증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경향은 다른 곳에서 더욱 확연해진다.

 

‘시어머님 하늘 길 가시던 날’‘친정집 우물가에 서 있는 향나무 한 그루’(향나무를 삶으며)

‘투박스럽기 그지없는 막사발에 텁텁한 조껍데기 술맛’

‘감식초와 태양초에 버무린 시골 어머니가 보내 주신 참기름’(난 봄이면 입덧을 한다)

‘할머니 한 분이 아파트상가 근처 길가엣 무공해라며 팔던 상추’(달팽이는 달리고 있다)

 

시인의 형이상학적 세계를 천착하기보다는 일상의 실제를 그대로 보이고 싶어 한다.

그리고 그곳엔 생활이 그대로 보인다.

아파트에서의 일상이 고스란히 시 속으로 형상화되어 표현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한 가지는 놓치지 않고 있다.

시인이 의도했든 안 했든 그 점은 그대로 체화되어 나타나는데,

바로 사람을 향한 따뜻한 시선이다. 입덧을 하면서

자식을 낳고 세월을 견뎌온 아줌마로서의 생활을 숨기지 않고 솔직하고 편안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생활의 가치만 추구하는 건 아니다.

시인의 시선은 여기저기에서 다양한 방향으로 나아간다.

생명에의 외경심 같은 초월적 시선은 ‘김밥꽃2’에 보인다.

 

‘예리하고 날카로운 칼에 베어져 나와야만 한 송이 아름다운 꽃으로 피어난다.’

‘늘보 오후를 구르다’

에서처럼, 언뜻 늘어지는 오후의 한 때를 캡처 화면처럼 보여주는 듯하면서도,

결코 게으른 한 마리의 늘보의 생활을 말하려고 하기보다는

찻잔에 섞여 들어간 ‘우울’과

대 숲으로부터 나의 존재감에게 어떠한 깨달음의 바람도 불어오지 않음에 대한 깊은 사색을 섞기도 한다.

이런 존재론적 인식은 결코 가벼운 터치가 아니다.

새들만이 그 어려운 한낮의 지루함을 깨워준다고 하고 있는데,

이것도 결코 새를 향한 깨달음의 시선만은 아니다.

새가 던져준 화두는 질그릇으로,

산타엘레나로 그 무한한 공간의 영역이 확장되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간단히 공식화할 수 없는 시간 개념이며,

순간적으로 조망된 시적 영감이라고 할 수 있다.

 

시인의 시선은 때로는 과거로, 어머니로, 그러다가 ‘먹거리’로 다양하게 풀어헤쳐진다.

어떻게 보면 흔하디흔한 인생살이를 보는 것과도 같이 보인다.

그러나 시인의 특별함이 있다면

그 평범한 글감들을 정말 다양하게 변주하고,

때론 그대로 까발리고, 때론 아프게 묶어나간다는 점일 것이다.

 

시어가 주는 투박함이 더 정겹게 다가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시의 화자는 삼겹살을 구워 먹으면서 뱃살 걱정을 했지만

결코 다이어트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고, 우

스꽝스럽게 인물을 희화화하면서 그 재미 뒤에 숨겨진 비밀 노트를 찾아보라고

애교 넘치는 숨바꼭질을 해 대고 있는 것이다.(뱃살이 거실에 떨어지다)

 

시인의 속살 같은 시어들은 참 거침이 없다.

마치 폐쇄회로 화면을 우리에게 다 보여주는 것같은 시들이다.

하지만 그 애교와 가벼운 귀여움 속에 우리는 놓칠 수 없는

인생살이의 아픔과 깨달음과 희망을 읽어내야 할 것이다

 

시는 독자에게 늘 상대적이다.

행복한 미소를 주다가도 거침없이 흘릴 눈물을 선사하기도 한다.

이렇게 다양한 시선 속에서 우리는 어찌 입덧을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응?

시인의 진솔함 속에서

더욱 고아한 생활의 자태가 더 자세히 보일 날이 다시 오기를 학수고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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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심리학 - 심리학이 파놓은 치명적인 함정 9가지
스즈키 고타로 지음, 홍성민 옮김 / 뜨인돌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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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심리학

스즈키 고타로 지음/뜨인돌(2010.3.23)

 

부제가 ‘심리학이 파놓은 치명적인 함정 9가지’인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모두 아홉 가지의 에피소트를 소개하고 있는 책이다.

먼저 매스미디어가 만들어낸 위험한 심리학적 오류로서 ‘환상의 서브리미널 효과’에 대해, 일란성쌍둥이를 둘러싼 기상천외한 속임수였던 ‘시릴 버트의 자료 조작사건’을 다루고 있다.

 



같은 환경에서 성장했다 해도 어른이 되면 다른 환경에서 다른 경험을 하게 마련인데, 이때 오히려 닮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또한 두 사람이 각각 다른 환경에서 생활함으로써 차별화를 신경쓸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보다 자유로운 상태가 되면서 유적적으로 타고난 본성이 나오게 된다는 것이다. (68쪽)

 

그리하여 시릴 버트의 업적이라고 할 수 있는 ‘쌍둥이의 자료를 통해 지능이 유전된다는 증명’은 명확하게 그 오류가 밝혀지게 된다. 시릴 버트가 교묘하게 우리의 심리학적 오류를 이용한 것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는 숫자를 사용한 논문의 결과물에 대해서는 일반적으로 쉽게 믿는다는 심리학적 오류 현상을 이용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또 천재 말 한스와 인간의 말을 아는 침팬지 님 침스키의 사례를 통해 실험자가 결과를 만들어 내는 상황을 자세하게 파헤쳐서, 역시 심리학적 오류를 밝혀낸다.

천재적인 말에 관한 에프소드를 통해 잘못된 실험이 왜 인간에게 먹혀들어갔는지를 실험자 효과-실험자의 결과 예측이 피실험자의 반응에 영향을 준다(81쪽)-는 심리학적 견해로서 밝혀내고 있는 것이다.

 

그 외에도 왓슨과 리틀 앨버트 실험의 잘못된 점을 밝히고 있으며, 솔크의 가설을 통해 어머니가 왜 아기를 왼쪽 가슴에 안는지에 대해 심리학적 질문들을 풀어나가고 있다. 그리고 아마라와 카마라의 날조된 늑대 소녀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파헤치고 있다. 인종에 따른 문화상대가설을 둘러싼 문제들을 ‘무지개’를 통해 들춰내기도 한다.

 

인간의 의식을 조종하고 행동을 통제하기 위한 음모와 오류투성이 실험이 학계를 발칵 뒤집어놓은 사건이랄지, 플라나리아 실험을 통해 세상을 뒤흔든 인간의 기억력 이식 문제 등의 심리학적 문제점 등을 일일이 들춰냄으로써 ‘위험한 심리학’에 속지 말고 심리학보다 더 똑똑해지기를 간절히 권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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