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정도전 1 - 하늘을 버리고 백성을 택하다 정도전 1
이수광 지음 / 쌤앤파커스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정도전


이수광 지음/ 쌤엔파커스(2010.6.23)


의원내각제의 창시자이며 진정한 민주주의 정치의 근간을 마련한 정치인. 이렇게 말을 해 놓고 보니 정말 그가 남긴 발자취가 실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렸을 때의 트라우마(정신적 내상)은 그에게 큰 꿈을 꾸게 하였고, 힘이 필요한 그에게는 이성계라는 묵직한 병력이 있어야 했다. 장량이 유방을 선택했듯 그도 이성계를 선택한 것이다.


그가 만약 이성계가 아니고 최영을 선택했다면 역사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재미있는 질문이긴 하지만 그때로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역사는 바뀌지 않았을 것이다. 그만큼 정도전에게는 새로운 정치 구도와 새로운 나라가 더 절실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어쩔 수 없이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대의멸친’

정말 숨막히는 혈전의 연속이었다. 그 소용돌이 속에서도 의연히 새 나라를 만들어 나갔고, 결국 이방원과의 노선 차이로 인해 목숨을 빼앗겨야만 했던 영웅.


나는 정도전의 영웅성을 보았다. 그만큼 이수광의 소설이 주는 매력이 풍부하다는 증거다.

비록 이 팩션을 통해 정도전이라는 인물을 알게 되었지만 그의 인간적인 풍모가 자연스럽게 우리 곁으로 배어온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이야기는 이색의 문하생인 정몽주, 정도전, 하륜, 이숭인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그들은 한 배를 타고 가야 할 동문인데도 결코 같은 항로를 갈 수 없었던 비운의 시대를 살아간 불세출의 지성인이었다. 그들이 풀어갈 미래는 그러나 한 갈래가 아니었기에 참으로 엄청난 비극이 늘 잠재하고 있던 것이었다.


하지만 저류에 흐르는 도학 정신이야말로 조선을 관통하는 학풍이요, 정치적 캐치프래이즈였다는 사실은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그것은 정도전의 스승 이색으로부터 시작한다. 그리하여 정도전을 지나 김종직, 김굉필, 조광조에 이르기까지.


정도전의 정치적 사상의 근간을 이루는 것은 ‘맹자’의 ‘패도정치’다. 곧 인본주의 사상인 것이다. 민본주의라고 해도 옳을 것이다. 국가의 권력은 민중으로부터 나온다는 생각은 왕이 곧 신인 국가에서는 정말로 목을 내놓아야 할 사상이지만 그는 수많은 역경과 고난 속에서도 결국 그 뜻을 이룰 수 있는 기틀을 만든다.


하지만 불행히도 그는 거기까지였다. 기틀만 만들어 놓고 그는 ‘경국대전’의 꽃을 피워보지도 못한 채 현실 정치와 하직을 해야만 했다. 이것은 분명 우리 정치 역사에 있어서 큰 손실이다. 500년 조선 역사를 관통하여 봐도 이렇게 멋진 새 나라 건설의 기틀을 누가 준비하고 실천해 나갔다는 말인가!


곰곰이 따져 보면 몇 손가락 꼽을 수는 있다. 허균이 그랬고, 박지원이 그랬다. 그리고 대부분 반란이나 역모라는 이름으로 사라진 영웅들, 가령 임꺽정이랄지 정여립이랄지 장길산 등등이 있긴 하다.


그러나 현실 정치 속에서 그 틀을 완전히 바꿔나갈 수 있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라는 점에서 볼 때 그의 업적은 대단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성계는 제왕이었지만 정도전은 도학을 근간으로 한 유교 국가 건설의 초석을 건립한 명 기획자요 명 참모였다.


작자는 정도전의 꿈 부분을 아주 실감나면서도 상징적으로 잘 묘사하고 있다. 또한 등장 인물들 사이의 심리적 갈등이나 전개 상황 등을 아주 세밀하게 그려주고 있다. 이미 팩션 장르에서 탁월한 솜씨를 인정 받고 있는 저자이지만 실제로 그의 작품을 접해보니까 정말 그렇다. 나도 모르게 빨려들어가는 문체의 매력, 그리고 3년이라는 긴 기간 동안 대부분을 차지했을 자료 수집의 그 피나는 고행을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나에게 정도전이라는 인물에 대해 제대로 알게 도와주신 작가에게 감사의 마음을 가지면서 오늘 날에도 있을 수많은 정도전에게 한 마디 던지고 싶다.


“모든 권력은 민중으로부터 나온다.”


그가 신권정치를 바랐거나 어쨌거나 그건 중요하지가 않다. 중요한 건 자기를 둘러싼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굳건하게 스스로를 지키고 끝까지 노력해서 끝내는 이뤄냈다는 점을 생각해 보고자 한다.


사실 ‘혁명’이라는 단어에는 피의 냄새가 나게 마련이다. 그리고 혁명가는 언제나 멋있다. ‘두이모이 정책’도 그렇고, ‘흑묘백묘론’도 그렇고 ‘페레스트로이카’도 그렇다. 이 모든 건 겱국 ‘체인지’를 밑거름으로 한다. 정도전의 ‘체인지’도 시대의 흐름이었고 어쩔 수 없는 역사의 한 흐름이긴 했더라도 과연 내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떨지 않았을까? 아니 떨기만 하는 게 아니라 아무 것도 못하고 그저 묵연히 세상만 바라볼 뿐이 아니었을까?


이런 점에서 정도전의 패기와 결단력은 오늘 날의 정치 경제 문화 예술계의 지성인이라는 사람들에게도 필요한 덕목이며 지켜봐야 할 핵심인 것이다. 특히 현실 정치인들은 더 겸허한 자세로 정도전의 사상을 배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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