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쾌한 논어, 21세기에 답하다 - 알기 쉽게 풀어쓴 알기 쉽게 풀어쓴 동양철학 시리즈 2
푸지에 해설, 이성희 옮김 / 베이직북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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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기 쉽게 풀어쓴 명쾌한 논어 21세기에 답하다



 

 

푸지에 해설/이성희 옮김(2011.6.15, 베이직북스)

 

역시 깔끔한 것은 알기가 쉽다.

이 책은 기존의 어려운 <논어>를 정말로 알기가 쉽게 우리를 도덕 군자의 세계로 안내한다.

총 7부로 나눈 분류 가운데 가장 감명 깊었던 1부와 7부를 통해,

세상과 교류하고 자기 자신과 소통하는 법을 조금은 깨우친 것 같다.

 

상등의 지식인은 도를 들으면 부지런히 실행한다.

중등의 지식인은 도를 들으면 반신반의한다.

하등의 지식인은 도를 들으면 깔깔대며 비웃는다.

조소를 받지 않는 도는 도라고 할 수 없다. (19쪽)

 

이 얼마나 멋진 정의인가!

주위를 둘러보면 정말 이 말이 얼마나 정확하고

'촌철살인'할 만한 표현인지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실행'을 잘 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깊이 새겨야 할 명언이다.

인간을 위아래로 나눌 수 있겠는가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분명한 것은 사람마다 다 같지는 않다는 것이고,

심지어는 '격'이 다 다르다는 것은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실행하지 않으면서 떠들기만 하는 사람을 경계해야 할 필요가

여기에 나와 있는 것이다.

 

이미 사자성어가 되어 버린 '不恥下問'이나 '溫故知新'에 관한 해석도 참으로 명쾌하고

학습과 사색 중 어느 쪽도 부족하면 안 된다.(31쪽)는 말씀에 대한 견해도 쉽고 설득력이 있다.

이는 '공자는 추상적인 이론 외에도 생생한 자신의 경험담을 들어 설명하고

있다.'(32쪽)는 설명에서 보듯 공자에 대한 편한 인상을 주기에 적절한 안내문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요즘에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는 말이 참 많이 쓰인다.

공부하는 학생에게도 쓰이고 프로 운동선수에게도 종종 쓰이는 말인데,

공자께서 이미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보다 못하다'(44쪽)는 말에서

갈파했다.

 

이로써 보면 이 책의 제목이 얼마나 잘 지어졌는지 알 수가 있다.

"명쾌한 논어, 21세기에 답하다"

정말 눈으로 보고 직접 확인을 하면 금세 왜 제목이 이렇게 지어졌는지

피부에 확 다가올 것이다.

 

7부에 보면 정말 피부에 다가오는 말이 나온다.

"만 가지 악 중 게으름이 으뜸이다."(275쪽)

이는 온종일 배불리 먹고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는 삶을 살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 것이다.

필자는 이러한 공자의 견해와 닮은 막심 고리키의 말도 인용해 놓고 있다.

아주 적절한 인용이라고 할 수 있겠다.

 

막심 고리키는 기회주의에 대한 정의를 내리며,

'아주 적은 일, 아주 적은 생각, 아주 많은 식사'라고 표현했다.(275쪽)

 

오늘부터는

소식을 하면서 일도  많이 하고 생각도 많이 해야 되겠다.

적어도 게으르다는 말은 안 들어야겠다.

 

끝으로

 

자공은 말했다. "은나라 주왕의 악행은 그렇게 심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군자는 하류에 속해서는 안 된다. 한번 하류에 속하면 천하의 온갖 나쁜

명성을 다 뒤집어쓰기 때문이다."(284쪽)

 

이 말은 나에게 큰 힘이 되었다.

다시 한 번 더 멋지게 살기 위해서는 역시 고전 중의 고전인 <공자>를,

깔끔하고 시원하게 해석해 놓은

<명쾌한 논어, 21세기에 답하다>를 권하고 싶다.

우리가 건너가고 있는 21세기는 도덕이 거꾸로 물구나무 서고 있는 시대이다.

이러한 때에 새삼 '공자'를 외치고 싶은 이유는 딱 한 가지뿐이다.

 

"최고 경지에 이르러 변함없도록 해야"(113쪽)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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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계 이황, 아들에게 편지를 쓰다 - 개정판
이황 지음, 이장우.전일주 옮김 / 연암서가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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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선비들은 살아 있는 동안의 모든 시시콜콜한 사실들을 모두 기록하는 습관이 있었다.

우리도 어렸을 적에 매일 일기를 써야만 한다는 교육을 받으며 보냈던 기억이 난다.

왜 그랬을까? 그 이유를 나이가 꽤 든 작금에 와서야 알게 되었다.

조선의 선비들은 '역사 의식'이 있었다.

선비라면 반드시 후손에게 남겨줄 무엇인가가 있어야 한다는 사명감 같은 것이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늘 기록하고 연구하였던 것이다.

이황 역시 마찬가지다. 아들에게 보내는 그 수많은 편지 속에서 역사 의식을 드러내고 있다.

아들에게 필요한 것과 해 줄 말을 그때그때 빠트리지 않고 해 준다는 것은, 일종의 역사의식이라고밖에 달리 해석할 말이 없다.

우리는 이황을 철학자로, 때로는 정치가로 분류해서 말하지만 그는 실은 철학자도 아니고 정치가도 아니다. 그는 단지 '선비정신'을 아들에게 심어주고 후손에게 물려줄 선비로서의 명예를 생각했을 뿐이다.

그러므로 생활인으로서의 소박한 그를 확대 해석해서는 안 될 일이다.

또한 그에 대해 너무 비대하게 주어진 평가 또한 수정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온전히 퇴계의 진면목이 나타날 것이다.

 

일기는 참으로 그 사람의 참된 생활상이 그대로 보인다는 점에서 좋다.

이 책 또한 그 점을 결코 놓지 않고 있다.

때론 150명에 달하는 노비 이름을 놓치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과거를 앞둔 아들에게 참으로 세세한 부분까지 충고를 아끼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도 우리가 잘못 알고 있던 역사적 사실도 새롭게 볼 수 있도록 안내하는 역할도 한다.

그는 수많은 정계 진출의 기회를 고사한 것으로 되어 있다.

그 이유는 쇠약한 탓이었지 그의 정치적 견해 차이 때문은 아니었으며,

또한 그는 현실 정치에 환멸을 느끼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왜냐 하면 그 이유를 아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아들에게 과거를 극구 권장하고 있다.

이는 그가 관직을 싫어하지 않았다는 것을 반증하는 사례다.

또 한 가지 재미있었던 것은,

아들이 공부를 할 때 절에서 했다는 사실이다.

유교 공부를 절에서 한다는 아이러니가 요즘 시각으로 볼 때는

쉽게 납득이 안 가지만 그때는 그랬나 보다.

 

끝으로 가장 감동적인 점은 퇴계 선생은 늘 학문을 권장하고 있으며,

역시 '절차탁마'의 자세를 강조하는 학자로서의 면모가 대단했다는 점이다.

아직도 퇴계 선생의 호흡이 느껴지는 듯하다.

왜 공부를 하는가?

그 답은 퇴계 선생의 편지 글에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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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 - 자연과 더불어 세계와 소통하다, 완역결정판
노자 지음, 김학주 옮김 / 연암서가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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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

 

김학주 옮김(연암서가, 2011.4.15)

 

<장자>에 대해서는 간혹 들어봤지만 <노자>는 다소 생소한 책이다. 도덕경이라는 말도 들어봤지만 어떻게 짜여 있으며, 정확히 누가 지었는지도 잘 몰랐다. 대학자로서의 김학주 선생님은 <노자>를 학술적으로 분석하면서, 어려운 철학적 논제들을 비교적 알기 쉽게 정리해 놓고 있다.

 

거의 책의 반 분량에다 <노자>가 어떤 책인지를 밝히고 있다. 그럼으로써 저자에 대한 논란의 일단을 살펴보았고, 나아가서 도가와 도술의 차이점도 비교적 명확하게 정해 놓고 있다. 노자와 도가, 그리고 노자와 도교의 관련성도 상세하게 기술하고 있으며, 노자 사상이 역사적으로 그 동안 어떤 영향을 미쳤으며, 오늘 날에도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흥미로운 전개를 하고 있다.

 

이 책 <노자>는 후대에 <장자>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한다. 따라서 이 책은 <장자> 해설서와 함께 읽으면 더욱 재미가 있다. 과연 <노자>의 어떤 면이 <장자>에 어떻게 비유적을 패러디되어 나타나고 있는지를 조금씩 열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참 많은 영향과 심오한 철학의 깊이에도 불구하고 나는 몇 가지 의문점을 도출해 내지 않을 수 없었다.

노자의 도론에서 ‘도’의 본체를 설명하는 부분,

 

‘도’란 사람의 지각으로서는 제대로 인지할 수도 없는 미묘한 것이지만, 그것은 위대하여 세상에는 그것에 포괄되지 않는 것이 없으며, 또 미세하여 티끌이나 가는 터럭 속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들어 있지 않은 것도 없다.(74쪽)

 

‘도’는 안 하는 일이 없이 큰일을 하면서도 아무런 작위도 없이 자연스럽게 저절로 그렇게 된 것처럼 만든다. 따라서 사람들은 ‘도’의 위대한 작용이나 존재는 의식조차도 못하기 일쑤이다. ‘도’처럼 아무런 작위도 가하지 않고 되어지는 것을 ‘무위無爲’라 하고, 그러한 상태를 ‘자연’이라 부른다. 도가의 이른바 ‘무위·자연’의 사상은 여기에서 출발한 것이다. 노자가 “도는 언제나 일부러 하는 일이 없지만 하지 않는 일이란 없는 것이다.”고 말한 것도 이것을 설명한 말이다. 도는 언제나 ‘무위’하고 또 ‘자연’을 법도로 삼고 있는 것이다.(76쪽)

 

뭔가 알쏭달쏭하기도 하고 알 것도 같다. 하지만 불교에서 ‘색즉시공 공즉시색’이라고 한 것처럼 ‘도’는 일부러 하는 일이 없지만 하지 않는 일이란 없는 것이라는 말이 참으로 흥미롭다. 알 듯 말 듯 조금씩 기분 좋게 다가오는 논리들이 ‘정중동’이라는 화두처럼 점점 더 깊은 우주의 형이상학적 세계로 인도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현대 언어로 바라보는 고대의 언어란 여간 해석하기가 까다로운 게 아니다. 대학자의 철저한 고증과 공부가 없었다면 우리는 오늘 날 이러한 고전의 심오한 깊이를 도저히 근처에도 못 따라갔을 것이다. 그만큼 이 책은 단순한 것 같으면서도 똑같은 패턴 속에 담담한 논리를 펼쳐나가고 있는 것이다.

 

간혹 <노자>의 논리가 현대적 해석과 맞지 않음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이것이 절대적인 착오라거나 <논어>의 무게 자체를 줄이는 것은 아니다. 또 한 가지 흥미를 끄는 점은 도가와는 전혀 다른 ‘도교’의 형성이었다.(137쪽)

옛날부터 전해 내려오던 민속 신앙이 도가적 요소와 절묘하게 맞아떨어졌고, 시대적, 지역적 여건 같은 요소들도 상당한 작용을 했을 것으로 본다. 여기에서 ‘신선’이라는 개념이 등장함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이차저차해서 참으로 어려운 길을 한참 걸어온 느낌이다. 그러나 그 수렁 같던 길을 겨우 빠져나오자 나는 어느 새 동양 사상의 한 근간과 그 줄기의 핵심을 조금은 잡고 있는 착각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참으로 두고두고 보고 또 봐야 할 책이다. 이것이 바로 ‘고전’이라는 것이구나!

<노자>를 읽고, 다시 <장자>를 펼쳐 보았다. 그 앞뒤의 영향 관계라는 것이 보다 정밀하게 다가오는 것이었다. 가령 ‘나비의 꿈’이랄지, ‘조삼모사’ 같은 에피소드 같은 것이 어쩌면 그렇게 확실하게 꿰어지는지.

 

모처럼 어려운 책을 접해서 당황도 했지만, 새로운 세계를 알아나가고, 우주에 대한 무한정 깊은 상상을 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큰 수확이었다 생각한다. 또한 동양 사상의 저류에 <노자>가 얼마나 깊고 다양하게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차츰 더 세밀하게 알아나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부풀었다.

 

하드 카바와 갈색 끈은 동양의 고전과 아주 잘 어울렸고, 글의 깊이와도 어울려서 글 읽는 내내 안정감을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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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12비사
이수광 지음 / 일상과이상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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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12비사

 

이수광 지음/일상이상(2011.3.25)

 

몰랐던 사실을 알아가는 재미는 참 쏠쏠하다. 일종의 ‘핍핑’이랄까?

신정아 자전 출간도 그런 인간의 궁금증을 소화시켜 주는 효과가 있듯이

이수광 작가는 참 다양한 수집을 통해, 그 나름의 추리작가 다운 전개를 보여준다.

 

가장 흥미 있게 읽은 부분은 ‘화성연쇄살인’이다.

아직도 깨어지지 않는 그 신비의 영역에,

아직도 수많은 희생자와 그 부유물을 껴안은 채,

아직도 밝혀져야 할 의무감을 우리 모두에게 짊어주는 그 사건에 대해

작가는 정말 참담하리만치 자세하고 다양하게 풀이해 나가고 있다.

 

이는 마치 어려운 수리 문제를 푸는 것과도 같다.

나는 참으로 머리가 아파졌다.

‘정의’라는 이름 아래 살아왔다고 자부해 왔지만 그 아무도

완전범죄가 되어버린 현실 앞에서 무기력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백백교 사건도 그렇다.

몰랐던 사건을 알아나간다는 기쁨과 동시에 슬픔을 안겨주는 문체로 인해

나도 모르게 느껴야만 했던 어떤 답답함.

인간이 이렇게 잔인할 수 있다니!

그리고 또 한 가지, 인간이 이렇게 문제를 꼬아 놓을 수도 있구나!

 

박정희 정권이나 전두환, 노태우 정권 같은 ‘신무인시대’ 때 생겼던 갖가지 의혹들을 다룬 것도 나에게는 참 신선했다. 이미 지나간 역사 속에서 생긴 일들이지만 아직도 나에게는 생생하게 살아 돌아온 느낌을 받았기 때문에 신선한 것이다.

그만큼 작가의 관련 정보 수집에 쏟은 열정과 꼼꼼함에 감탄할 수밖에 없다.

 

나는 이수광 작가에 대해 새롭게 애착을 갖게 되었다.

잊혀져가는 시대극을 재현시켜 주는 그의 애정과 정의감에 다시 한 번 감복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도 생생하게 그때의 그 충격을 기억하고 있는 ‘오대양 사건’을 다뤄준 것도 나에게는 참 고마운 일이다. ‘미스터리’라는 것. 정말 꼬이고 꼬인 실타래를 풀어나가듯 흥미진진한 이야기 전개 속에서, 나는 어느 새 추리작가가 되어 버렸다. 연극무대나 드라마에 빠져 버리면 나도 모르게 내가 주인공이 되어 버린 경험들, 있지 않았던가! 나는 어느 새 오대양 사건의 현장 속에, 화성연쇄살인의 현장 속에 들어가 있곤 했다. 참으로 몰입이 무엇인지 단단히 깨닫게 해 준 일독이었다.

 

앞으로는 미제 사건이 일어날 확률이 줄어들까?

책을 읽는 내내 생긴 이 의문에 대해 나는 두 가지를 답할 수밖에 없다.

과학 수사의 힘을 빌어 이젠 예전처럼 그렇게 어수룩한 초동 수사의 미비로 인한 잘못이 줄어들 것이기 때문에, 영구 미제 사건은 사라질 것이다. 라고 생각한 건 내 스스로도 참 다행스런 행보다.

하지만 투수의 실력이 늘어나면 그에 대비하여 타자의 수준도 높아지며, 룰이 투수와 타자의 적절한 경쟁 구도에 맞춰 짜여지게 마련인 것처럼, 범죄자와 수사관의 상관관계는 서로 맞물리면서 발전해 나갈 개연성도 충분히 있을 수 있는 것이다.

 

예전엔 별 것 아닌(아니 요즘의 시각으로 봤을 때) 사건에 대해서도 무척 놀랐다. 그러나 어떤가, 요즘엔 웬만한 엽기적 살인에 대해서도 무감각해져 버린 건 아닐까?

이것이 인류 발전이라면 참으로 그 자체가 엽기적이다.

다행이 역사의 방향은 일방적이지 않다.

불확정성의 원리를 따라가는 카오스 세계일 것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카오스(무질서)와 코스모스(질서)가 한 통속인 것처럼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눈앞에 펼쳐진 미시적 사건들을 보았을 뿐이다.

자, 이제 우리는 이런 사건들을 통해 스스로가 더욱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거시적 안목을 갖기 위해서, 아니면 우주적 원리(섭리 또는 죽살이의 영겁을 벗어난 영적 가치관)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나는 오랜만에 이 책을 덮으면서 조용히 마음속으로 기도를 드려보았다.

죄를 범한 인간의 영혼을 위해, 피해자를 위해,

관계자와 사건에 휘말렸다가 아무도 모르게 사라져버린 또 다른 피해자와 가해자를 위해,

수사관을 위해, 앞으로 범죄를 저지르게 될 안타까운 인간을 위해,

그리고 나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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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도쿄 맛집 - 지하철로 찾아가는
최승욱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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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숨은 도쿄 맛집

중앙books(2010.7.21)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신호소에 기차가 멈춰 섰다.’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유키구니)’에 나오는 표현이다. 니가타 현으로 들어가는 시미즈 터널을 오래 전부터 통과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 왔다. 에치 고유자와 온천의 일본은 이렇게 늘 내 머릿속의 환상을 일깨우는 장소로 각인되어 왔던 것이다. 게이샤를 만나러 가곤 했던 시마무라는 아닐 지라도. 난 늘 ‘신감각파 운동’을 주도하던 그를 흠모해마지 않았던 것이다.

도쿄는 아직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는 미지의 도시다. 그런데 이 한 권이 책이 고스란히 모든 걸 아우르면서 다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비록 니가타 현은 아니더라도, 아주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는 일본의 수도 도쿄를, 아주 정밀한 시선으로 들여다보고 있는 책! 일본인들의 미감을 훑어보면서 한국인의 혀 끝을 자극하고 있지 않은가!

전에 ‘화성인 바이러스’라는 텔레비전 프로에 이상한 여자가 출연했었다. 그녀는 어느 날 문득 도쿄의 우동이 먹고 싶다면서 바로 비행기를 타고 도쿄로 날아갔다. 아니 우동이 얼마나 맛있기에 저렇게까지 난리를 피울까? 라고 의문을 제기했던 생각이 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녀가 부럽기도 했다.

최근에는 맛집 기행을 하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같은 가격이라면 더욱 풍미가 깊고 야무진 맛이 나는 집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건 인지상정일 터!

세계적인 기업 미슐랭에서 펴내는 레스토랑과 호텔에 관한 평가서인 ‘미슐랭 레드’에 선정된 최고의 맛집만 해도 11곳을 차지하고 있다고 하니 도쿄는 가히 세계적인 맛의 도시라 할 수 있을 것이다.(113쪽)

필자는 도쿄가 맛의 도시로 선정될 수 있었던 이유를 세 가지 들고 있다. 미식을 사랑하고, 자기가 만든 음식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고, 외국 음식에 대한 호기심 등 말이다.(머릿말 중)

우리도 그렇지만 외국의 음식은 일단 일본에 들어오면 일본화되어 더욱 값지고 맛있는 음식으로 탄생한다는 점이다.

‘일본’ 하면 우동이 떠오르는데, 이 책에 소개된 우동 전문점만 골라 보니 산고쿠이치(74쪽), 토리자야(106쪽), 쯔루톤탕(138쪽), 우동 쿠로사와(160쪽), 우동 야마초(246쪽) 등 저마다 특색 있고 지역도 다른 명품 식당들이 즐비하다.

물론 우동뿐 아니라 돈카츠랄지 라멘 그리고 여러 나라의 음식 별로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미식가의 직접 체험이 우러나오는 글발을 통해 우리는 그냥 가만히 앉아서도 도쿄의 세밀하며 내밀한 곳까지 샅샅이 살펴볼 수가 있게 된 것이다.

이 아니 감사할 일이랴!

이제 우리는 도쿄로 떠날 때 이 책 한 권이면 족하다. 화성인이 도쿄로 우동을 먹으려고 갑자기 공항으로 갔듯이 우리는 가자, 도쿄의 긴자로 아카사카로 신주쿠로 이치가야로, 그리고 니혼바시, 롯폰기로 또는 아오야마나 시부야나 메구로로...... .

때론 굿것질도 좋고 때론 우리나라보다 다섯 배나 많은 돈을 지불하면서까지 멋진 식사를 하고 싶다면, 떠나 보자!

존 레논과 오노 요코가 자주 들렀다는 장어집은 어떻게 생겼을까? 가와바타 야스나리나 무라카미 하루키는 도쿄의 어느 식당에서 주로 식사를 했을까?

우리의 궁금증은 이 책을 드는 순간 바로 해결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만 원 이하로 즐길 수 있는 좋은 맛집을 발견해서 즐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았겠는가. 한 가지 아쉬움이 남는다면 오로지 환율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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