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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도쿄 맛집 - 지하철로 찾아가는
최승욱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숨은 도쿄 맛집
중앙books(2010.7.21)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신호소에 기차가 멈춰 섰다.’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유키구니)’에 나오는 표현이다. 니가타 현으로 들어가는 시미즈 터널을 오래 전부터 통과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 왔다. 에치 고유자와 온천의 일본은 이렇게 늘 내 머릿속의 환상을 일깨우는 장소로 각인되어 왔던 것이다. 게이샤를 만나러 가곤 했던 시마무라는 아닐 지라도. 난 늘 ‘신감각파 운동’을 주도하던 그를 흠모해마지 않았던 것이다.
도쿄는 아직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는 미지의 도시다. 그런데 이 한 권이 책이 고스란히 모든 걸 아우르면서 다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비록 니가타 현은 아니더라도, 아주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는 일본의 수도 도쿄를, 아주 정밀한 시선으로 들여다보고 있는 책! 일본인들의 미감을 훑어보면서 한국인의 혀 끝을 자극하고 있지 않은가!
전에 ‘화성인 바이러스’라는 텔레비전 프로에 이상한 여자가 출연했었다. 그녀는 어느 날 문득 도쿄의 우동이 먹고 싶다면서 바로 비행기를 타고 도쿄로 날아갔다. 아니 우동이 얼마나 맛있기에 저렇게까지 난리를 피울까? 라고 의문을 제기했던 생각이 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녀가 부럽기도 했다.
최근에는 맛집 기행을 하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같은 가격이라면 더욱 풍미가 깊고 야무진 맛이 나는 집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건 인지상정일 터!
세계적인 기업 미슐랭에서 펴내는 레스토랑과 호텔에 관한 평가서인 ‘미슐랭 레드’에 선정된 최고의 맛집만 해도 11곳을 차지하고 있다고 하니 도쿄는 가히 세계적인 맛의 도시라 할 수 있을 것이다.(113쪽)
필자는 도쿄가 맛의 도시로 선정될 수 있었던 이유를 세 가지 들고 있다. 미식을 사랑하고, 자기가 만든 음식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고, 외국 음식에 대한 호기심 등 말이다.(머릿말 중)
우리도 그렇지만 외국의 음식은 일단 일본에 들어오면 일본화되어 더욱 값지고 맛있는 음식으로 탄생한다는 점이다.
‘일본’ 하면 우동이 떠오르는데, 이 책에 소개된 우동 전문점만 골라 보니 산고쿠이치(74쪽), 토리자야(106쪽), 쯔루톤탕(138쪽), 우동 쿠로사와(160쪽), 우동 야마초(246쪽) 등 저마다 특색 있고 지역도 다른 명품 식당들이 즐비하다.
물론 우동뿐 아니라 돈카츠랄지 라멘 그리고 여러 나라의 음식 별로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미식가의 직접 체험이 우러나오는 글발을 통해 우리는 그냥 가만히 앉아서도 도쿄의 세밀하며 내밀한 곳까지 샅샅이 살펴볼 수가 있게 된 것이다.
이 아니 감사할 일이랴!
이제 우리는 도쿄로 떠날 때 이 책 한 권이면 족하다. 화성인이 도쿄로 우동을 먹으려고 갑자기 공항으로 갔듯이 우리는 가자, 도쿄의 긴자로 아카사카로 신주쿠로 이치가야로, 그리고 니혼바시, 롯폰기로 또는 아오야마나 시부야나 메구로로...... .
때론 굿것질도 좋고 때론 우리나라보다 다섯 배나 많은 돈을 지불하면서까지 멋진 식사를 하고 싶다면, 떠나 보자!
존 레논과 오노 요코가 자주 들렀다는 장어집은 어떻게 생겼을까? 가와바타 야스나리나 무라카미 하루키는 도쿄의 어느 식당에서 주로 식사를 했을까?
우리의 궁금증은 이 책을 드는 순간 바로 해결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만 원 이하로 즐길 수 있는 좋은 맛집을 발견해서 즐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았겠는가. 한 가지 아쉬움이 남는다면 오로지 환율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