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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 - 자연과 더불어 세계와 소통하다, 완역결정판
노자 지음, 김학주 옮김 / 연암서가 / 2011년 4월
평점 :
노자
김학주 옮김(연암서가, 2011.4.15)
<장자>에 대해서는 간혹 들어봤지만 <노자>는 다소 생소한 책이다. 도덕경이라는 말도 들어봤지만 어떻게 짜여 있으며, 정확히 누가 지었는지도 잘 몰랐다. 대학자로서의 김학주 선생님은 <노자>를 학술적으로 분석하면서, 어려운 철학적 논제들을 비교적 알기 쉽게 정리해 놓고 있다.
거의 책의 반 분량에다 <노자>가 어떤 책인지를 밝히고 있다. 그럼으로써 저자에 대한 논란의 일단을 살펴보았고, 나아가서 도가와 도술의 차이점도 비교적 명확하게 정해 놓고 있다. 노자와 도가, 그리고 노자와 도교의 관련성도 상세하게 기술하고 있으며, 노자 사상이 역사적으로 그 동안 어떤 영향을 미쳤으며, 오늘 날에도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흥미로운 전개를 하고 있다.
이 책 <노자>는 후대에 <장자>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한다. 따라서 이 책은 <장자> 해설서와 함께 읽으면 더욱 재미가 있다. 과연 <노자>의 어떤 면이 <장자>에 어떻게 비유적을 패러디되어 나타나고 있는지를 조금씩 열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참 많은 영향과 심오한 철학의 깊이에도 불구하고 나는 몇 가지 의문점을 도출해 내지 않을 수 없었다.
노자의 도론에서 ‘도’의 본체를 설명하는 부분,
‘도’란 사람의 지각으로서는 제대로 인지할 수도 없는 미묘한 것이지만, 그것은 위대하여 세상에는 그것에 포괄되지 않는 것이 없으며, 또 미세하여 티끌이나 가는 터럭 속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들어 있지 않은 것도 없다.(74쪽)
‘도’는 안 하는 일이 없이 큰일을 하면서도 아무런 작위도 없이 자연스럽게 저절로 그렇게 된 것처럼 만든다. 따라서 사람들은 ‘도’의 위대한 작용이나 존재는 의식조차도 못하기 일쑤이다. ‘도’처럼 아무런 작위도 가하지 않고 되어지는 것을 ‘무위無爲’라 하고, 그러한 상태를 ‘자연’이라 부른다. 도가의 이른바 ‘무위·자연’의 사상은 여기에서 출발한 것이다. 노자가 “도는 언제나 일부러 하는 일이 없지만 하지 않는 일이란 없는 것이다.”고 말한 것도 이것을 설명한 말이다. 도는 언제나 ‘무위’하고 또 ‘자연’을 법도로 삼고 있는 것이다.(76쪽)
뭔가 알쏭달쏭하기도 하고 알 것도 같다. 하지만 불교에서 ‘색즉시공 공즉시색’이라고 한 것처럼 ‘도’는 일부러 하는 일이 없지만 하지 않는 일이란 없는 것이라는 말이 참으로 흥미롭다. 알 듯 말 듯 조금씩 기분 좋게 다가오는 논리들이 ‘정중동’이라는 화두처럼 점점 더 깊은 우주의 형이상학적 세계로 인도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현대 언어로 바라보는 고대의 언어란 여간 해석하기가 까다로운 게 아니다. 대학자의 철저한 고증과 공부가 없었다면 우리는 오늘 날 이러한 고전의 심오한 깊이를 도저히 근처에도 못 따라갔을 것이다. 그만큼 이 책은 단순한 것 같으면서도 똑같은 패턴 속에 담담한 논리를 펼쳐나가고 있는 것이다.
간혹 <노자>의 논리가 현대적 해석과 맞지 않음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이것이 절대적인 착오라거나 <논어>의 무게 자체를 줄이는 것은 아니다. 또 한 가지 흥미를 끄는 점은 도가와는 전혀 다른 ‘도교’의 형성이었다.(137쪽)
옛날부터 전해 내려오던 민속 신앙이 도가적 요소와 절묘하게 맞아떨어졌고, 시대적, 지역적 여건 같은 요소들도 상당한 작용을 했을 것으로 본다. 여기에서 ‘신선’이라는 개념이 등장함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이차저차해서 참으로 어려운 길을 한참 걸어온 느낌이다. 그러나 그 수렁 같던 길을 겨우 빠져나오자 나는 어느 새 동양 사상의 한 근간과 그 줄기의 핵심을 조금은 잡고 있는 착각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참으로 두고두고 보고 또 봐야 할 책이다. 이것이 바로 ‘고전’이라는 것이구나!
<노자>를 읽고, 다시 <장자>를 펼쳐 보았다. 그 앞뒤의 영향 관계라는 것이 보다 정밀하게 다가오는 것이었다. 가령 ‘나비의 꿈’이랄지, ‘조삼모사’ 같은 에피소드 같은 것이 어쩌면 그렇게 확실하게 꿰어지는지.
모처럼 어려운 책을 접해서 당황도 했지만, 새로운 세계를 알아나가고, 우주에 대한 무한정 깊은 상상을 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큰 수확이었다 생각한다. 또한 동양 사상의 저류에 <노자>가 얼마나 깊고 다양하게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차츰 더 세밀하게 알아나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부풀었다.
하드 카바와 갈색 끈은 동양의 고전과 아주 잘 어울렸고, 글의 깊이와도 어울려서 글 읽는 내내 안정감을 선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