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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 도락 입문 - 클래식 애호가를 위한
이시하라 순 지음 / SRM(SRmusic)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클래식 애호가를 위한
오디오 도락 입문
나는 오디오 매니아도 아니고 더군다나 클래식은 잼병이다. 그런데도 이 책을 읽는 내내 나도 모르게 클래식의 선율을 듣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로 지은이의 ‘오디오 도락’의 세계로 빨려들어가곤 했다.
이 책은 모두 10개의 클래식 음반을 소개하면서 각각의 음반 감상에 가장 적절한 오디오 시스템이 무엇일까에 대한 해답을 주고 있다. 물론 그것이 꼭 정답은 아니라고 말하지만, 전혀 그 세계에 문외한인 나로서는 그저 경이로울 따름이다.
먼저 말러의 교향곡 2번 <부활교향곡>은 아발론사의 심볼2라는 스피커가 좋다고 한다. 그러면서 가격 대비 하이엔드 스피커로서의 가치도 있다는 얘기도 빠트리지 않는다.
물론 유사기종에 대한 설명도 해 주고, 원포인트 어드바이스로서 스피커 세팅에 대한 충고도 아끼지 않는다. 곁들여서 말러에 대한 상세한 정보도 알려주므로 클래식에 대한 상식이 부족한 나도 꽤 많은 지식을 얻게 되었다. 말러의 <부활교향곡>을 꼭 들어 보고 싶어지게 만든다.
말러 외에도 베르디,비발디,바흐,바그너,모차르트,베토벤,브람스,R 슈트라우스, 브루크너 등 클래식의 대가들을 총 망라함으로써 이 책 한 권만으로도 클래식의 세계를 참 많이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스피커와 엠프, 그리고 플레이어에 대해서 간간이 지은이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들려주는 이야기는, 정말 음악에 대해 깊이 알지 못하면 말하기 어려울 정도의 수준이며, 음악을 새롭게 듣게 되는 계기를 만들어 준다고 할 수 있다.
우리가 흔히 듣는 CD나 컴퓨터를 통해 듣는 이어폰에 대해서도 언급을 하고 있다. 또한 시스템을 갖추는 방법에 따라서 음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과 바닥과 방의 형태 등도 음에 차이를 줄 수 있다는 것도 참 신기하게 느껴졌다.
특히 1950-1960년대의 재즈 레코드는 당시의 스피커로 듣는 것이 가장 좋다. 재즈 팬 중에는 JBL, 알텍, 일렉트로보이스 등의 미국 빈티지 스피커의 애용자가 많다.
클래식에서도 마찬 가지다. 옛날 녹음을 현대의 스피커로 들어 보면 연주의 실수나 애매한 해석이 부각되는 것에 비해, 고전적인 스피커로 들어보면 음악의 굵직함이 그것을 마스킹해 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특히 바그너의 가극과 오페라는 옛날과 지금의 사운드에 큰 차이가 있기 때문에 고전적인 스피커로 들어보면 더욱 멋지게 들린다. 클래식 팬에게 가장 사랑받고 있는 고전적인 스피커 브랜드가 탄노이이다. (112쪽)
탄노이라고 하는 스피커의 성격을 설명하면서 곁들인 바그너 이야기는 정말 설득력이 있다.
E-308과 샌드링엄으로 듣는 아바도의 <돈 조반니>는 가슴이 벅차도록 시원하다.(151쪽)
E-308은 성실한 앰프이다. 달리 말하면 악보에 충실한 앰프이다.(154쪽)
이쯤 되면 나도 모차르트를 제대로 감상해 볼 수 있지 않겠는가?
그럼 베토벤은 또 어떤가. 이시하라 슌은 베토벤의 교향곡에 대해서,
C장조라는 기본적인 조성이지만, 무슨 조인지 잘 알 수가 없는 서주부를 가진 1번. 고전파의 정합성과 아크로바틱한 오케스트레이션이 동거하는 2번. 종래의 음악에 유례가 없는 거대한 스케일을 가진 3번<영웅>. 감정 표현이 종래의 곡에서는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진한 4번. 소위 말하는 ‘운명의 주제’가 전체를 통합하는 5번. 교향곡이라는 형식을 빌려 자연을 묘사한 6번<전원>. 그때까지의 여섯 곡을 능가하는 스케일감과 스피드감을 가진 7번. 히스테릭하면서 아티스틱한 8번. 거대한 교향곡에 거대한 합창곡을 접목한 9번. 이들 아홉 곡은 교향곡의 역사에서의 단층이다.(166쪽)
베토벤의 음악을 제대로 이해하지 않고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이러한 설명을 듣다 보면 저절로 그가 제시한 엠프 KAV-400XI를 가지고 싶은 마음까지 생긴다.
저자는 요소요소에서 자신이 생각하는 오디오 도락에 대한 철학을 피력한다.
가능하다면 액세서리에 너무 의존하지 않고 좋은 소리를 목표로 하는 것이 오디오 도락의 길이다.(203쪽)
내가 생각하기에 iPod와 같은 도구로 음악을 듣는 행위는 작은 도락일 수는 있지만 본격적인 도락은 아니다. 그것을 단적으로 증명해 주는 것이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음악이다.(209쪽)
소위 말하는 클래식 마니아라도 라디오카세트 같은 장비만을 가지고 있으며 본격적인 소리는 콘서트 현장에서 듣는다는 사람도 많다. 이것은 식생활에 비유하면 밖에서는 호화로운 프랑스 요리점에 가면서 집에서는 컵라면만 먹고 있는 것과 같다. 그 한편으로 오디오 애호가 중 상당수의 사람들이 자신의 리스닝룸에 처박혀 있거나 아니면 오디오 친구의 리스닝룸을 방문하기에 여념이 없을 뿐, 콘서트홀에는 잘 가지 않는다. 본격적인 주방을 갖춘 자기 집에서 요리 솜씨를 뽐내거나 같은 요리 동인 친구 집에 식사를 하러 가는 일은 있어도 외식은 거의 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이런 부분의 밸런스를 잘 잡는 것이 내가 이야기하는 ‘도락’이다.(214쪽)
이처럼 그의 오디오 ‘도락’에 대한 끝없는 열정은 맺음말에 잘 정리되어 있다.
이제 나는 내 귀를 후비고, 그 동안 잘못 익혀 왔던 낡은 음들을 지워낸 후 보다 맑고 깨끗한 원음을 듣기 위해서 클래식을 들어야 되겠다. 오디오를 사는 데는 꽤 많은 돈이 들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