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 산행기 - 평일에 산에 가는 나, 나도 정상에 서고 싶다
김서정 지음, 지만 그림 / 부키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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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산행기

 

김서정 지음/지만 그림/도서출판 부키 발행(2009.1.16)

 

제목부터가 참 재미있다. 백수가 산을 간 이야기라...알고 보니 북한산에 관한 산행기였다. 북한산은 내가 가장 가고 싶어 했던 산 아니던가.

 

무거운 몸을 이끌고 이리저리 매주 1번씩 북한산을 오른다는 저자를 못내 부러워하는 나는 그럼 뭐란 말이지? 나와 참 비교가 되는 분이다. 처음엔 숨이 차서 겨우 올랐다는 북한산을 이제는 전문가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는 점도 감탄할 일이지만, 글 하나하나에 담겨져 있는 애틋한 심정과, 겸손이 참으로 즐겁게 받아들일 수 있는 요소였다.

 

어떻게 내 마음을 그렇게 잘 알았을까? 나도 서울 근교의 웬만한 산은 다 다녀봤는데, 유독 북한산만 못 가 봤다. 그래서인지 내 마음 속엔 언제나 북한산이 자리잡고 있었다. 아니지, 북한산이 아니고 이제는 삼각산이라고 불러야지. 삼각산이라 함은 백운대, 인수봉, 만경대를 합쳐서 부르는 이름이라는 것도 처음 알게 되었다.

 

삼각산에 오르는 길은 내 생각보다 훨씬 다양하고 많았으면서도 위험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하고 아기자기하기도 한 것 같았다. 힘들기도 하겠지만, 혼자 갈 때나 여럿이 뭉쳐 갈 때 코스를 다양하게 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참 많은 산임도 알게 되었다.

 

저자의 땀방울이 한 올 한 올 맺혀서 이 책을 일구고, 나는 덕분에 삼각산에 오를 날짜를 꼽고 있게 되었다. 아, 나도 평일 날 삼각산에 오르고 싶다. 아니, 혼자라도 오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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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구석 찾아낸 서울의 숨은 역사 이야기 2 - 학의 깃털로 군함을 만들어? - 망원정 맛있는 역사 2
권영택 지음, 김건 그림 / 책먹는아이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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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역사이야기2

 

글 권영택/그림 김건/책먹는아이(2009.1.30)

 

1권에 이어서 서울의 숨은 역사를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했다. 서울에 살면서도 미처 몰랐던 사실들이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한강에서 고래가 잡힐 수도 있구나! 광해군 때 청나라와의 묘한 외교 상황의 연출 때문에 강홍립이 본의 아니게 역적으로 몰릴 수밖에 없었던 숨은 역사도 새롭게 알게 되었다. 어찌 보면 숨은 역사를 들춰내야 할 이유가 이런 데 있지 않나 싶다. 이런 책이 아니었으면 누가 알았겠는가?

 

대원군이 워낙 위급한 상황에서 학의 깃털로 군함을 만들어서 프랑스군에 맞서려다 배를 띄우는 장면에서 연출한 황당함은 웃음마저 불러 일으켰다.

 

한강의 아랫마을에 속하는 양천 고을에도 훈훈한 형제애를 보여준 이야기가 전해진다. 형제의 우애를 지키기 위해 금덩어리를 한강으로 던져 버렸다는 이야기는 요즘 시각으로는 이해가 안 가는 면도 있지만 조선시대에는 가능했을 이야기라고 생각됐다. 양천구에 속한 한강을 한번 뒤져 보면 어떨까?

 

모래내 홍제천에 얽힌 이야기는 우리 민족의 수모와 관련이 있다. 인조가 청태종에게 항복을 하고 어쩔수없이 빼앗겨야 했던 우리의 처녀들이 청나라로 끌려갔다가 돌아올 때 몸을 씻고 왔다는 사연이 있기에. 그리고 그들을 ‘화냥년’이라고 부른다는 데서 인간적인 비애감과 씁쓸함을 느꼈다. 그들을 두 번 죽이는 꼴이었으니 말이다.

 

무악재에는 호랑이가 많이 출몰하는 바람에 통행을 관리하던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들의 횡포가 호랑이보다 더했다니 오늘 날이나 옛날이나 그놈의 인간의 탐욕에는 그다지 변함이 없는 것 같아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그밖에도 동관묘에 모신 관우 이야기, 고종 때 반짝 세도를 부렸던 어느 무당의 이야기, 한강 밤섬 이야기, 공덕동 아소정터 이야기 등 서울 곳곳에 숨어 있는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참 많다.

 

소년소녀들에게 손을 잡고 서울의 구석구석을 다니면서 이렇게 살아 있는 교육을 한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래야 조선의 역사도 오늘 날에 접목이 되고, 또 살아 있는 오늘의 이야기로 승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림도 재미있고 참 흥미로운 얘기들이 많은 아이들의 시선을 집중시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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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와 한사상 - 한류의 세계화를 위한 한사상의 이론과 실제
김상일 외 지음 / 모시는사람들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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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와 한사상

-한류의 세계화를 위한 한사상의 이론과 실제

 

지은이:김상일 외/펴낸 곳:도서출판 모시는 사람들(2009.1.20)

 

아, 최근에 ‘한류’라는 말을 들으면서 그저 매스컴의 호들갑이겠거니 했다. 영화 몇 편 떴다고 나온 말이 아닐까, 몇몇 인기 스타의 활동을 상업적으로 호도하려는 저의는 아닐까 의심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웬걸 이렇게 방대하고 체계적으로 정리한 책이 나올 줄이야!

정말 입이 떡 벌어지고 말았다.

 

우선 ‘한류’와 ‘한사상’을 학문적으로 파고 들어간 기획 의도가 좋았고, 저자의 노고가 배어나오는 뿌리 깊은 연구가 돋보였다.

 

이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되어 있다. 첫째는 한사상의 논리/사상편이고, 둘째 한류의 역사/신화편, 셋째 한류의 문화/예술편이다. 실로 적절한 배분이며 구분이다.

 

<1부>

1) ‘한’의 애매성을 팠으며, 한류와 퍼지 이론을 대입해서 풀이해 놓고 있다. 다소 난해하기는 하나 ‘한’의 의미를 이렇게 다각도로 조명한 것만으로도 의의가 크다 하겠다.

그리고 양뇌 이론으로 한(漢)과 한(韓)의 차이점을 규명했으며,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의 성격을 규명해 놓고 있다.

2) 단군사상과 한류의 맥을 짚어주고 있다. 단군사상을 정신분석학적으로 연구하였고, 이를 상생 한류의 역동 현상으로 파악하고 있다.

3) 한중일 신관 비교를 통해 환인 하느님 신관과 한국 기독교와의 연관성을 규명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왜 기독교가 잘 접맥되었는지를 역사적인 사실을 통해 해석해 내고 있다.

4) 글로벌 공공철학으로서의 한사상을 정의하고 개념 정리를 하고 있다.

정말 속속들이 알짜배기 아닌 것이 없을 정도다. 다소 머리가 아프긴 하지만 두고 두고 참조해야 할 좋은 글들이 묶인 것이다.

 

<2부>

1) 고대 아시아에서 북미주 대륙까지 한류는 흐른다는 주장이다. 영국이 해가 안 지는 나라라고 할 때는 침략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는 속성을 벗어날 수 없는 것이었다면, 아메리카 인디언 문명과 인도 문명, 타이 문명, 인도네시아 문명, 필리핀 문명과 ‘한’을 엮어 낼 수 있었던 것은 탁월한 혜안이었다.

2) 일본으로 건너간 화랑도에 대해 이야기한 점도 탁월했다.

3) 해 속의 삼족오와 그 상징성에 대한 고찰 또한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동이족과 화하족의 일상문의 차이점을 명쾌하게 찾아나간 발자취라고 할 수 있다. 차후 연구에 무척 큰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3부>

1) 한국 예술의 원형과 한류에서는 ‘화쟁’이 곧 한류 예술의 근원으로 보았다. 한국 예술의 심층 구조를 이루는 정과 한의 아우름이 곧 ‘화쟁’인 거라는 거다.

2) 장단 속에서 찾아낸 풍류가 곧 한류라는 것이다. 이 또한 매우 흥미로운 논문이라고 본다. 다소 이색적인 소재를 가지고 풀어나간 점이 좋았다.

3) 꽹과리와 풍물굿에서 한류의 뿌리인 신명을 찾아내고 있다.

4) 한국 난타의 원형을 두두리와 도깨비에서 찾아내고 있다.

5) <무구정광대다라니경> 서풍의 연원을 밝히고

6) 일본에서의 한류와 혐한류를 분석해 내고 있다.

 

이 모든 연구가 실로 막대해서 저절로 입이 열릴 정도다. 박사학위 논문을 여러 편 한꺼번에 읽어버린 기분이 들었고, 한국인이라는 자부심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님을 실감하게 되었다.

이는 곧 우리나라의 사상적 경쟁력이 될 것이며, 우리의 정체성을 확고하게 알림과 동시에 글로벌화하는 추세 속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뿌리깊게 내릴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배우는 학생들에게도 꼭 이 책에서 알게 된 여러 사실들을 가르쳐 줄 필요가 있다고 본다.

단순히 우리의 글이 세계 최고요, 우리의 산약초의 효능이 세계 최고며, 우리의 물이 좋고, 한복이 좋고, 뭐고 뭐고 할 것 없이 이렇게 오랜 역사를 통해 밝혀낸 사상적 뿌리를 가질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매우 이론적인 깊이가 있는 책이라서 본문 내용은 생략하였다. 보고 싶은 분은 직접 챙겨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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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 도락 입문 - 클래식 애호가를 위한
이시하라 순 지음 / SRM(SRmusic)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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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애호가를 위한

오디오 도락 입문

 

 

나는 오디오 매니아도 아니고 더군다나 클래식은 잼병이다. 그런데도 이 책을 읽는 내내 나도 모르게 클래식의 선율을 듣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로 지은이의 ‘오디오 도락’의 세계로 빨려들어가곤 했다.

 

이 책은 모두 10개의 클래식 음반을 소개하면서 각각의 음반 감상에 가장 적절한 오디오 시스템이 무엇일까에 대한 해답을 주고 있다. 물론 그것이 꼭 정답은 아니라고 말하지만, 전혀 그 세계에 문외한인 나로서는 그저 경이로울 따름이다.

 

먼저 말러의 교향곡 2번 <부활교향곡>은 아발론사의 심볼2라는 스피커가 좋다고 한다. 그러면서 가격 대비 하이엔드 스피커로서의 가치도 있다는 얘기도 빠트리지 않는다.

물론 유사기종에 대한 설명도 해 주고, 원포인트 어드바이스로서 스피커 세팅에 대한 충고도 아끼지 않는다. 곁들여서 말러에 대한 상세한 정보도 알려주므로 클래식에 대한 상식이 부족한 나도 꽤 많은 지식을 얻게 되었다. 말러의 <부활교향곡>을 꼭 들어 보고 싶어지게 만든다.

 

말러 외에도 베르디,비발디,바흐,바그너,모차르트,베토벤,브람스,R 슈트라우스, 브루크너 등 클래식의 대가들을 총 망라함으로써 이 책 한 권만으로도 클래식의 세계를 참 많이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스피커와 엠프, 그리고 플레이어에 대해서 간간이 지은이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들려주는 이야기는, 정말 음악에 대해 깊이 알지 못하면 말하기 어려울 정도의 수준이며, 음악을 새롭게 듣게 되는 계기를 만들어 준다고 할 수 있다.

 

우리가 흔히 듣는 CD나 컴퓨터를 통해 듣는 이어폰에 대해서도 언급을 하고 있다. 또한 시스템을 갖추는 방법에 따라서 음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과 바닥과 방의 형태 등도 음에 차이를 줄 수 있다는 것도 참 신기하게 느껴졌다.

 

특히 1950-1960년대의 재즈 레코드는 당시의 스피커로 듣는 것이 가장 좋다. 재즈 팬 중에는 JBL, 알텍, 일렉트로보이스 등의 미국 빈티지 스피커의 애용자가 많다.

클래식에서도 마찬 가지다. 옛날 녹음을 현대의 스피커로 들어 보면 연주의 실수나 애매한 해석이 부각되는 것에 비해, 고전적인 스피커로 들어보면 음악의 굵직함이 그것을 마스킹해 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특히 바그너의 가극과 오페라는 옛날과 지금의 사운드에 큰 차이가 있기 때문에 고전적인 스피커로 들어보면 더욱 멋지게 들린다. 클래식 팬에게 가장 사랑받고 있는 고전적인 스피커 브랜드가 탄노이이다. (112쪽)

 

탄노이라고 하는 스피커의 성격을 설명하면서 곁들인 바그너 이야기는 정말 설득력이 있다.

 

E-308과 샌드링엄으로 듣는 아바도의 <돈 조반니>는 가슴이 벅차도록 시원하다.(151쪽)

E-308은 성실한 앰프이다. 달리 말하면 악보에 충실한 앰프이다.(154쪽)

 

이쯤 되면 나도 모차르트를 제대로 감상해 볼 수 있지 않겠는가?

그럼 베토벤은 또 어떤가. 이시하라 슌은 베토벤의 교향곡에 대해서,

 

C장조라는 기본적인 조성이지만, 무슨 조인지 잘 알 수가 없는 서주부를 가진 1번. 고전파의 정합성과 아크로바틱한 오케스트레이션이 동거하는 2번. 종래의 음악에 유례가 없는 거대한 스케일을 가진 3번<영웅>. 감정 표현이 종래의 곡에서는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진한 4번. 소위 말하는 ‘운명의 주제’가 전체를 통합하는 5번. 교향곡이라는 형식을 빌려 자연을 묘사한 6번<전원>. 그때까지의 여섯 곡을 능가하는 스케일감과 스피드감을 가진 7번. 히스테릭하면서 아티스틱한 8번. 거대한 교향곡에 거대한 합창곡을 접목한 9번. 이들 아홉 곡은 교향곡의 역사에서의 단층이다.(166쪽)

 

베토벤의 음악을 제대로 이해하지 않고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이러한 설명을 듣다 보면 저절로 그가 제시한 엠프 KAV-400XI를 가지고 싶은 마음까지 생긴다.

 

저자는 요소요소에서 자신이 생각하는 오디오 도락에 대한 철학을 피력한다.

 

가능하다면 액세서리에 너무 의존하지 않고 좋은 소리를 목표로 하는 것이 오디오 도락의 길이다.(203쪽)

 

내가 생각하기에 iPod와 같은 도구로 음악을 듣는 행위는 작은 도락일 수는 있지만 본격적인 도락은 아니다. 그것을 단적으로 증명해 주는 것이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음악이다.(209쪽)

 

소위 말하는 클래식 마니아라도 라디오카세트 같은 장비만을 가지고 있으며 본격적인 소리는 콘서트 현장에서 듣는다는 사람도 많다. 이것은 식생활에 비유하면 밖에서는 호화로운 프랑스 요리점에 가면서 집에서는 컵라면만 먹고 있는 것과 같다. 그 한편으로 오디오 애호가 중 상당수의 사람들이 자신의 리스닝룸에 처박혀 있거나 아니면 오디오 친구의 리스닝룸을 방문하기에 여념이 없을 뿐, 콘서트홀에는 잘 가지 않는다. 본격적인 주방을 갖춘 자기 집에서 요리 솜씨를 뽐내거나 같은 요리 동인 친구 집에 식사를 하러 가는 일은 있어도 외식은 거의 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이런 부분의 밸런스를 잘 잡는 것이 내가 이야기하는 ‘도락’이다.(214쪽)

 

이처럼 그의 오디오 ‘도락’에 대한 끝없는 열정은 맺음말에 잘 정리되어 있다.

이제 나는 내 귀를 후비고, 그 동안 잘못 익혀 왔던 낡은 음들을 지워낸 후 보다 맑고 깨끗한 원음을 듣기 위해서 클래식을 들어야 되겠다. 오디오를 사는 데는 꽤 많은 돈이 들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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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사진관
김정현 지음 / 은행나무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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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를 위해서 친구가 살았던 내용을 고스란히 소설로 담아낸 작가 김정현의 마음이 지금도 아릿하게 저며 온다.

 

주인공 용준은 제대를 앞두고 아버지가 뇌졸중으로 쓰러진 후 아버지를 이어 예식장과 사진관 일을 맡아 하게 된다. 시대가 바뀌어서 모두 디지털화되었는데도 용준은 옛날 방식의 사진관을 고집한다. 그것은 고집이라기보다는 아버지에 대한 존경이고 과거에 대한 굳센 버팀이라고 할 수 있다.

 

친구들은 용준을 부러워하지만 정작 자신의 꿈을 접은 채 살아가야 했던 용준은 무거운 고민 속에 살아간다. 아버지는 결국 17년 만에 돌아가시고, 그는 묵묵히 한 가정과 유업을 이어나간다.

 

소설 <아버지> 이후 역시 이번에도 ‘아버지’에 대한 존재의 가치를 새삼 일깨워 주고 있다. 늘상 써먹어 왔던 용어들이 나오고 평범하기 그지없는 대화들 속에서, 정말 평범한 우리 이웃의 얘기를 듣는 듯한 편안한 분위기에서 책은 한 달음에 다 읽어 버렸다.

 

한 인간이 가정을 꾸미고 아이를 낳고 부모를 잃고...하는 과정을 가감 없이, 여과 없이 진솔하게 밝혀 간 흔적으로 인해 나도 잠시 잔잔한 감동의 물결 속에서 헤맨다.

 

나도 용준처럼 살 수 있을까? 책을 읽는 순간마다 이런 질문을 던지곤 했다. 그만큼 그의 삶은 순수했고, 도대체 이런 인물도 있을까 하는 궁금증을 주기도 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했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용준의 삶이 오히려 부러웠다. 고향에 가면 늘 거기에 늘 그 모습으로 있던 ‘고향 사진관’ 같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가게와, 평범하기 그지없는 삶, 그리고 성실하게 부모 형제 자식의 뒷바라지를 하면서 사랑과 행복이 넘치는 가정을 꾸려가다가 죽는다는 것. 이 사이클이 가장 인간다웠고 부러웠다.

 

사실 요즘의 삶은 얼마나 힘들고 각박한가. 오죽했으면 길 가는 어떤 사람을 불러 놓고 그가 살아온 내력을 들어본다면, 소설로 쓰지 않고는 못 배길 만큼의 이야기가 나온다고 했겠는가.

 

기실 우리네 인생은 용준의 그것처럼 별 것이 없는 것이다. 하지만 그 별 볼 일 없는 일상 속에서도 사랑과 행복을 찾아내고, 아련한 추억으로 생각해 낼 줄 알면서 산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이던가.

 

나도, 어찌 되었든 간에 희순과 같은 여자와의 사랑을 해 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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