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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면을 한 운명 - 릴케의 고통의 해석과 인문학
김재혁 지음 / 고려대학교출판부 / 2014년 9월
평점 :
복면을 한 운명
김재혁(고려대학교출판부/2014.9.29.)
이 책은 릴케의 삶에 대한 평전이자 릴케의 시에 대한 평서이다. 릴케의 시에 나타난 표현 속에 담긴 이야기를 하나하나 들춰내 독자에게 쉽게 안내를 하고 있다.
릴케는 책을 많이 읽었던 시인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나의 책읽기는 눈에 띄는 대로 읽는 것이었습니다. -23쪽
에서도 밝혔듯이 릴케는 정말 많은 책을 읽었고, 그를 통한 사유와 성찰의 세계를 시로 옮길 수 있었다.
이처럼 이 책에서는 릴케의 삶에 나타난 궤적을 발판으로 어떤 점이 그의 시에 어떻게 표현되었고, 시에 나타난 어떤 표현이 왜 그렇게 됐는지를 소상히 분석하고 꽤 설득력 있게 풀어나가고 있다.
그만큼 깊이가 느껴지는 저술이다. 릴케의 거의 모든 일상을 샅샅이 밟아갈 정도로 세밀하다. 또한 내밀한 얘기까지도 끄집어낸다.
4부에서는 <두이노의 비가>의 세계를 소개하면서 릴케와 장미와의 관계를 샅샅이 헤쳐 낸다. 시 <묘비명>도 상세하게 분석하면서, 릴케와 관련된 모든 것들과의 사이를 이어준다.
5부에서는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를 소개한다. 릴케와 관련된 이들. 그리고 릴케가 주로 다루었던 소재들, 주제들에 관해서 소개한다.
릴케의 시를 이해하고 싶은가? 릴케의 고독과 장미와의 관계를 알고 싶은가? 아니면 릴케의 여인들에 대하여 이야기를 듣고 싶은가.
저자는 릴케에 관한 거의 모든 자료를 묶어서 풀어내고 이해하기 쉽도록 안내하고 있다. 이 가을이 깊어지는 까닭은 릴케가 있기 때문이고, 릴케에 관한 소상한 이야기 <복면을 한 운명>을 읽었기에 가능한 이야기였다.
마지막 책장을 덮는 순간, 가을이 깊다 못해 이미 겨울이 와 버렸음을 알게 되었다. 이제야 조금은 릴케의 고독을 이해할 것도 같다. 친절한 안내를 받고 싶은 분은 꼭 이 책을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우리는 누구나 고통을 견디며 살아야 합니다. 미래는 불투명하고 현재는 늘 버겁습니다. 하지만 릴케의 시를 통해 전해오는 그의 고통을 견디는 방법을 접하는 순간, 우리는 깨닫게 됩니다. 나보다 더 고통스런 궤적을 보았을 때의 전율 같은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