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 율도국 - 광해와 허균, 홍길동과 대마도
신용우 지음 / 작가와비평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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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 율도국

 

신용우(작가와비평/2014.10.15.)

 

허균과 광해군이 밀접한 관계에 있었고, <홍길동전>에서 보여준 것처럼 서얼 차별 철폐에 대한 관심이 광해군에게도 상당히 많이 있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그간 허균이 어떻게 해서 그 수많은 유배와 정적의 견제 속에서도 승승장구하며 높은 위치에까지 올라갈 수 있었는지에 대한 답을 알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답은 광해군에게 있었다. 광해군은 정말로 백성이 왕이 되는 세상을 꿈꾸었다는 것이 이 소설의 핵심이다. 그리하여 자신의 뜻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허균과 함께 스스로 왕의 자리를 내 주는 일이 생기더라도 백성 중에서 능력이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를 왕으로 뽑아야 한다는, 오늘날의 시각으로 봐서도 가히 혁명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유일한 왕이었다.

 

또 한 가지 새로운 점은 그 동안 율도국이 어디에 있던 나라였을까? 무척 궁금했는데, 이 소설에서는 대마도에 실제했던 나라였다고 못 박고 있다.

 

이 소설이 팩트에 기반한 팩션이라고 한다면 어느 정도는 믿고 싶다. 또한 권력에 입맛을 들인 권문세가의 횡포에서 벗어나고, 신분 차별이 없는 평등한 세상을 만들어 가려는 생각만으로도 엄청난 역모가 되던 때에 과감하게 이를 추진했다는 점에서 광해군에 대한 평가는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하며 마찬가지로 허균에 대한 의문들도 사라져야 함이 마땅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 소설에서는 또한 <인조반정사>에 적혀 있는 역사적인 사실을 새롭게 부각시키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작가의 부단한 노력과 의무감 같은 것이 진하게 느껴지는 대목이다.

 

<조선왕주실록> ‘광해군일기를 보면 광해가 허균을 얼마나 아꼈는지를 자세히 적고 있다. 그리고 허균이 주모해서 일으키려 했던 혁명에 광해가 박수를 보낸 것을 적고 있다. 사관은 허균을 억울하게 죽음을 당했음을 개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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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관조차도 허균의 죽음을 개탄할 정도라면 분명 허균의 죽음에는 어떤 음모가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바로 짐작할 수 있다. 자신들의 기득권과 입맛에 맞는 세상을 바꾸려고 하는데 따른 저항이었다. 권력을 가진 자들에게 있어서 백성들을 위한 정책은 못마땅할 수밖에 없었고, 그러한 이념의 굴레 속에서 광해군과 허균이 꿈꾸던 세상은 덧없이 희생을 당할 수밖에 없었다.

 

한참이 지난 현재에 이를 반추한다는 건 상당한 의미가 있다. 오늘 날의 작태를 봐도 그다지 달라져 보이지 않는 정치 현실 앞에서 작가는 무언의 저항적 메시지를 띄우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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