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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2 쿠데타와 나
장태완 지음, 이원복 엮음 / 이콘 / 2024년 1월
평점 :
서울의 봄은 왔는가.
따스한 봄이 오려면 매서운 추위를 지나야 한다지만, 대한민국에 형식적 민주주의라도 자리잡기까지에는 정말 매서운 추위가 가득했다. 수많은 피가 흩뿌려진 다음에야 미완의 봄이라도 자리잡은 듯하다. 그 수많은 희생 중에 하나가 바로 12.12사태이며, 그 사건의 생생한 기록이 바로 장태완 장군의 ‘12.12 쿠데타와 나’이다. 2024년 1300만이 넘는 시민들이 ‘서울의 봄’을 보며 분노와 감동을 자아냈는데, 이는 영화의 완성도 뿐만 아니라 영화가 생생한 실상을 밑바탕으로 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이 책의 서문은 ‘불충자 유구무언’으로 시작한다. 12.12 사태 당시 수경사령관이었던 장태완 장군은 스스로를 불충자로 인식한다. 전두환 일당의 군사 반란을 제대로 진압하지 못한 스스로를 국가와 시민에 대한 불충한 군인으로 인식하고 속죄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썼다는 것이다. 장태완 장군의 생생한 증언은 책 곳곳에서 독자들에게 절절하게 전해진다.
쿠데타라는 비극의 씨앗
전두환의 군사반란은 하루 아침에 일어난 우연의 사태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무소불위의 권력의 성을 차곡차곡 쌓아 올린 하나회, 그리고 그 중심에 있는 전두환이 오랜 시간동안 준비해온 사태였던 것이다. 나라와 시민들을 위해 충성을 다해야할 군 장성들이 비극의 씨앗을 뿌려나갔다는 것이 참으로 통탄할 일이고, 장태완 장군이 느낀 애통한 심정은 책을 통해 생생하게 드러난다.
10.26 이후 드러난 야욕의 발톱
박정희 대통령이 암살당하고 그야말로 사회는 혼란에 빠졌지만, 전두환 일당에게는 정권을 찬탈할 절호의 찬스였을 것이다. 사회혼란을 예상한 정승화 참모총장은 군인의 정치 참여를 경계하였지만, 전두환 일당은 어둠 속에서 반란을 차근차근 준비해왔다.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장태완 장군은 얼떨결에 수경사령관 자리에 올랐다고 스스로 고백한다. 물론 군사반란 이후 체포를 당하기 직전까지 채 한 달이 되지 않는 기간이었지만, 장 장군은 수경사령관으로서의 본분에 충실하기 위해 끊임없이 투쟁한다. 그야말로 참군인의 본분을 지키기 위해 몸부림쳐왔던 시간들이 고스란히 책 속에 기록되어 있다.
비운의 12.12 군사반란
영화를 통해서나 책을 통해서나 당시의 대통령 및 국방부 장관에 대한 안타까움이 들기도 한다. 물론 하나회를 통해 군을 장악한 전두환 일당으로 인해 제대로 역할을 수행하기 힘들었을 수도 있지만, 수많은 우연 중에 몇몇이라도 빗나갔더라도 군사반란이 성공을 거두지 못했을 수도 있음을 장 장군은 아쉬워한다. 서울의 봄 영화를 통해 그려졌던 12월 12일부터 13일까지의 시간은 책 3장과 4장에 걸쳐 생생하게 그려진다. 치밀하게 계획된 정승화 총장 납치작전부터, 전두환이 최규하 대통령으로부터 정승화 총장 연행 재가를 받는 과정, 행방이 묘연했던 국방부 장관, 전두환 반란군을 진압하기 위해 발버둥쳤던 장 장군의 투쟁, 영화보다 더 영화같던 시간들이 참으로 가슴 절절하게 다가왔다.
군사반란 이후 장태완 장군의 고통
장태완 장군의 인간적인 고통이 감히 상상이 되지 않는다. 6.25 전쟁 시기부터 장군에 오르기까지 마음 조렸던 부모님, 국가에 대한 충성만을 생각하느라 희생해왔던 가족들, 믿었던 부하의 손에 의해 체포되었던 장태완 본인, 고통스러웠던 감방 생활 2개월, 참척의 고통이라고 하는 외아들의 죽음 등 장태완 장군이 겪어왔던 말년의 삶은 활자를 통해서도 그 고통이 생생하게 전달되었다.
나가며
영화든 책이든, 매체의 종류만 다를 뿐이지 12.12 사태의 생생함을 고스란히 전달해주고, 그러하기에 시민들은 감동을 느끼게 된다. 기억되지 않는 역사는 반복된다고도 한다. 우리나라 민주주의 역사에서 잊을 수 없는 사건들을 우리 후손들은 꼭 기억해야 한다. 그러한 책무에 ‘쿠데타와 나’라는 책은 소중한 증언으로 기억되리라 확신한다.
ps. 네영카 카페 이벤트를 통해 책을 제공받았으며, 359쪽에 걸친 내용을 절절한 마음으로 읽고 이 서평을 씁니다. #네영카, #쿠데타와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