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시민 불복종
변재원 지음 / 창비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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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재원, 장애시민 불복종, 창비, 2023

 

#장애 #창비 #장애시민불복종 #서평 #변재원 #나쁜장애인 #차별 #불평등 #평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작가는 후천적 장애로 목발을 짚어야만 이동할 수 있는 장애인이다. 한예종 재학 시절 다른 학교에 수강 신청을 한다. 계단 때문에 수강을 포기한 후 쓰고 항의하는 개인기를 이용해 장애 극복 서사를 증명해 내며 살던 사람이다.

대학원 논문 마무리를 위해 만난 차별에 진절머리 난장애인 화가 많은 장애인인 장애인 야학 교장 박경식을 만난다. 박경식이

 

나한테 계단은요, 마치 삶과 죽음의 경계선 같은 거예요. 그건.”(27)

 

이라고 말해도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구나하며, ‘논문 완성이 될 것 같아 가슴이 두근거리던 사람이었다.

논문 통과 후 방황하던 시기에 다시 박경석을 만나 평생 헤매며 살 것이라면그가 꾸는 꿈을 위한 활동에 힘을 보태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하며 전장연 활동가가 된다.

이후 청도대남병원 정신장애 코로나 환자들의 코호트 격리 문제를 세상에 알리는 활동을 하게 된다. 활동을 시작한 지 일주일 만에 힘없는 누군가는 겨우 살아남기 위해 끊임없이 목소리를 내야 하며’ ‘정책이 가혹하고 불평등하게 설계되어 있다는 점을 깨닫는다.

 

이렇게 탐색의 시기가 지나고 직면의 순간을 마주하게 되는데.

투쟁 현장에서 사용하는 투쟁, 민중, 해방 연대등의 오래된 단어에 담긴 고유한 가치와 문화를 이해하려 노력하고 장애인 이동권 투쟁 활동가 이규식, 문경희의 삶을 통해 이 단어들을 새로게 받아들인다.

박옥순 활동가를 통해 투쟁이 갈등이 아니라 화합의 상징임을 배우고, ‘투쟁은 갈등과 싸움을 지칭하는 말이 아니라, 자신과 사회를 바꿔나갈 용기를 지닌자들의 능동적인 마음을 담아내는 표현음을 깨닫는다. ‘투쟁이라는 외침에는 장애인으로서 자신이 감내해야 했던 일들을 사회의 문제로 인식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말이라는점을 알고는 설레기도 한다.

 

직면의 순간은 전설적인 활동가들과의 만남으로 이루어졌다면 다음에 이어지는 이해의 순간은 돈이 없어서 차별받는 장애인으로 살아가야만 했고, 돈이 없어서 치료를 받지 못한 두장애인 노금호와 이형숙을 만나며 장애를 가진 자신의 몸을 바로 보기 시작한다.

라디오 인터뷰에서 장애인은 왜 규칙과 법을 어깁니까?”라고 묻는 질문에 두렵지만 존재하지 않는 제도를 만들기 위해서는 현행하는 법 제도의 한계를 넘어서야 하는 행동이 요구된다고, 실정법이 소수자의 권리를 온전히 보장하지 못할 때,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다.”고 장애인 운동을 대변할 수 있게 된다.

 

개인 변재원의 개인적 투쟁은 대체로 승리했지만 장애운동 역사에서 실패는 성공보다 많고 앞으로의 역사도 성대한 패배의 역사가 될 것이지만 현대 사회가 장애인에게 요구하는 무리한 생산성과 효율성에 저항하여 개개인의 속도와 능력을 인정받기 위한투쟁을 계속하겠다는 연대를 꿈꾼다.

 

평화가 마음의 흔들림이나 번뇌가 없는 조용하고 침착한 상태라고 생각해 왔지만 이런 적막은 무기력과 체념의 순간이 아니고 모순 존재하는 것이라는 속에 사투할 때’, ‘우와좌왕할 때’ ‘친구의 슬픔에 공감하며 서러워울 때 찾아오는 것이라며 시끌벅적했던 모든 시간이 평화의 순간이었음을 말한다.

 

정직하고 치열하게 장애인 활동가들과 자신만의 평화를 만들어 가는 한 장애인 청년의 목소리는 투쟁, 평화의 의미를 새로운 시각으로 보게 했다. 선과 악의 기준, 누군가에게 정의이며 선이 관점을 달리할 때 편협한 정의이며 때로는 불의이기도 하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계단을 보며 누군가는 삶과 죽음의 경계를 생각하고 버스 타려고 학교 다니기려고 불법, 불편, 이기주의, 나쁜이란 꼬리표를 달고 처절하게 싸워야 가능한 일이라는 점은 슬프다.

 

평화로 포장된 민주주의 사회의 사각지대에 관심이 있다면 이 책은 연대와 지지로 연결될 것이다. 출근길 장애인 지하철 투쟁을 보며 이유가 궁금하다면 이 책은 답을 줄 것이고 장애는 극복되어야 한다고 믿는다면 그 신념이 잘못된 것임을 깨닫게 해 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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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널목의 유령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박춘상 옮김 / 황금가지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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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건널목의 유령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박춘상 옮김, 황금가지, 2023.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습니다.*

 

유령처럼 살다 유령이 된 여성

 

이 소설은 도쿄 한복판 기차 건널목에 실체 없는 존재를 찍은 사진 한 장에서 시작한다.

사진 속 유령은 고급 맨션에 사는 무료한 주부가 상상력을 발휘해 지어낸 이야기나 비행 청소년이 모이지 못하게 하려고 학생주임 선생님이 지어낸 괴담 속 주인공이 아니다.

이 소설은 살해당한 여성의 이야기다.

 

‘2년 전 아내가 죽은 후 가정을 내팽개쳐야 할 정도로 바빴던 일에 염증을 느끼고 신문사를 나온 마쓰다는 파괴적인 상실의 아픔’(31)으로 삶의 의욕이 꺾인 상태다. 전직 사회부 유군 기자이자 현직 여성지 계약직 기자 마쓰다는 등 떠밀리듯 취재를 시작하는데.

마쓰다는 여자가 살해 현장에서 기차 건널목까지 피를 흘리며 걸어간 이유를 궁금해하던 날 밤 새벽 13분에 걸려 온 정체불명의 전화를 받는다.

 

마쓰다는 수화기를 쥔 채로 방금 들었던 음성이 현실인지 생각했다. 그와 동시에 현실이란 무엇인가.’ 하는 고찰도 함께 딸려 왔다. 정상적인 판단력과 합리적인 사고로 인지되는 세계만이 현실이라면, 비합리적인 관념으로 감지되는 세계는 없는 것인가?” (121)

 

마쓰다는 유령처럼 살다가 유령이 된 여인의 마음을 헤아리고 싶다는 생각에 온 힘을 다해 취재하기로 한다.

 

유령의 실체에 가까이 갈수록 드러나는 야쿠자 조직의 어두운 그림자.

 

마쓰다는 종이 새를 접던 작은 여자아이가 늘 음울하게 웃으며 돈을 위해 몸을 파는 성격 나쁜 여자가 되기까지의 굴곡진 삶에서 가정과 사회에서 보호받지 못해 피투성이가 된 채 살해된 가련한 여성을 본다.

작가가 정치가, 건설사, 폭력단, 그 틈새에서 사라져간 성매매 여성인 유령의 이름을 끝내 밝히지 않는 건 의미심장하다. 마쓰다의 취재가 생계 수단으로 팔리고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돈 대신 지불되고, 비밀을 덮기 위해 사라져 간 여성이 자신의 사랑해 준 사람 곁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기원하는 행위로 읽혔다.

 

마쓰다는 의지의 힘을 쥐어짜서 팔을 가슴 높이까지 들어 올리고는 상처 입고 피투성이가 된 여자를 끌어안으려 두 팔을 내밀었다. 긴 머리 여가자 저승과 이승의 경계를 넘어 마쓰다와 접촉하려는 순간 그 모습이 사라졌다.”(351)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서 울리는 매마른 파열음. 어디선가 나무줄기가 찢어지는 것 같은 소리가 울린다면 억울하게 사라진 존재의 울음소리일 수 있으니, 이 가련한 존재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건 어떨까? 직접 대면할 만큼 담이 크지 않다면 이 소설을 읽을 것을 추천한다.

외투 단추를 채우는 점잔을 떠는 손짓이나 어깨에 힘을 바짝 주고서 걸어가는 모습에서 숨길 수 없는 허영심이 보였다. - P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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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터디 위드 X 창비교육 성장소설 9
권여름 외 지음 / 창비교육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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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창비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학교는 공부 잘하는 아이들에게는 재미없고 짜증나는 곳이고, 공부 못하는 학생들에게는 무의미하게 견디어야 하는 곳이다. 어떤 상황에 있던지 학교는 거쳐 가야만 하는 일상적인 곳이기에 학교 마다 소풍날마다 비가 오는 이유와 관련된 학교 전설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창비에서 나온 공포 성장소설 엔솔러지 스터디 위드 X는 모두에게 익숙한 학교를 배경으로 하는 공포 소설집이다.

<스터디 위드 미>에서 소통을 거부하는 영악한 전교 1등에게 붙은 귀신을 유튜브로 보고,

<카톡 감옥>은 사이버블링 문제를, <영고 1830>은 상대평가가 얼마나 잔인한 제도이인가 하는 문제를 생갹해 보게 한다. <하수구 아이>에서는 학교 폭력 방관자의 죄책감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하는지를 공포스럽게 다룬다. 귀신, 초자연적 현상과 어우러진 익숙한 듯 낯선 이야기들은 일상적인 공간인 학교가 배경이라 더 무섭다.

 

  SNS와 외모지상주의로 망가지는 솔희와 그 손을 잡아 주는 예나가 주인공인 <그런 애>는 섬뜩한 현실 이야기임에도 이 소설집에서 가장 희망적인 이야기이다. 현실의 위협과 공포를 손잡고 이겨내는 성장의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이곳에서>는 결말까지 읽고 나면 슬퍼할 수 밖에 없는 이야기이지만 그래도 학교가 낭만적으로 그려져 있지만 학교에 귀신이 수업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공포스럽기도 하다. 방과 후 불 꺼진 학교에서는 산 사람 아닌 초자연적 존재의 일과가 시작되는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소설을 읽고 나면 야간 자습 시간 이후 경비 아저씨가 우리를 왜 그렇게 빨리 학교에서 내보내려 했는지 이해될 것이다. 학교에 불이 꺼지면 귀신을 만날 수 있으나 조심해야 할 거다.

 

  『스터디 위드 X는 여름 방학을 기다리며 학교생활이 지루한 학생, 여름휴가를 맞아 학창 시절이 그리운 성인, 누구나 가볍게 읽기에 좋은, 등골을 서늘하게 할 여름 소설이다.


* 창비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수아가 쓰러진 건 5교시, 국어 시간이다.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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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 #가제본서평단 #김금희 #크리스마스타일

   *창비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는 서평입니다.


김금희 작가의 연작소설에 실린 7편의 이야기는 움츠러든 한 해를 보내는 독자에게 그래도 괜찮아.’라며 포근히 감싸주며 크리스마스의 반짝임을 보며 어깨를 펴 보라고 말하는 듯하다. 앞으로 영양가 없는 관계를 정리하지 않고도(은하), 수치심을 무릅쓰고서라도 용기를 내며(신한가을), 상실을 그대로 받아들이며(옥주), 현재 삶의 양식이 되어 준 과거의 따뜻함을 떠올리며(양진희), 자신을 위로하던 동료의 손길을 기억하며(소봄) 크리스마스와 눈의 박애주의를 누려 보라고 말한다.

 

<은하의 밤>에서 모든 영양가 없는 관계들과 결별해야지하던 은하는 각자의 노력이 보람없어진 날 크리스마스 이브날 모여 같이 먹는 컵라면과 눈 덕분에 함께 하게 된 동료가 있고, ‘다 나았어요?’라고 물어주는 조카가 있기에 이 밤은 어떤 용서도 구원도 수거도 필요하지 않는 그저 흔한 크리스마스가 된다.

 

<데이, 이브닝, 나이트>에서 한가을은 인생이 막막하던 어떤 때에 안미진과 나이트 근무를 하면서 각자의 짝사랑을 이야기한다. 각자 자시의 사랑을 이야기하면서 서로 아끼는 사람이 되어 가며 크리스마스에 내리는 눈송이를 보며 수치심이랄지 어떤 것들과 결별하면서 또 다른 관계를 회복하려고 한다.

 

<월계동, 옥주>에서 옥주비슷한 시기에 가까운 이들이 떠난 상실감을 피해 간 베이징 대학에서 쉬 야오 방 망 마?’라고 물어 주는 예후이’(빛나고 빛나는)를 만나고 여행하면서 하이 하오’(그럭저럭) 괜찮은 것을 받아들이고 못난 자신을 갸륵하게 여길 수 있는 사람이 된다.

 

<하바나 눈사람 클럽>에서 양진희버림받느니 먼저 떠나는 사람이 되겠다는 결심을 하던 아홉 살짜리였지만 겨울이 지나고 봄볕이 막 의식될 무렵의 아이’ ‘주찬성을 떠올리며 크리스마스 조명도 꺼졌지만 수십번 맞닥뜨렸지만 한번도 시시하지 않았던 그 작고 특별한눈이 오고 오래전처럼 손들어 인사할 수 있는 누군가를 만난다.

 

<첫눈으로>에서 소봄은 돌아가신 아빠에게 했던 모진 말을 후회하며 우는 자신에게 그건 그냥 너어무 두려워서 움츠러든 사람이 하는 아주 작은 말일 뿐이었을거야.’라고 정리하며 위로하는 PD 지민의 손길을 기억하며 그때 그 크리스마스의 기억으로 혼자만의 힘으로 걸어할 수 있는 힘을 얻는다.

 

<당신 개를 안아봐도 될까요>에서 상처에 갇힌 사람으로 살지않기 위해 지인들의 개를 만나면서 나라는 인간이 분명해짐을 느끼며 괜찮지는 않지만 아무것도 나아지지 않는 것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게 된다.

 

<크리스마스에는>에서 방송국 피디 지민은 복수도, 화해도, 용서도, 기적적인 능력에 대한 찬탄이나 입증, 아무것도 가능하지 않았던 부산행이지만 적어도 생일축하는 있었다고 생각하면서 그러니 홀리하긴 홀리했다고 여기면서복수하려 했던 옛 애인에게 잘 지내,’라고 인사를 건넨다.

  

  마지막에 실린 이 단편은 내가 어른이 되고 나서도 늘 일용한 삶의 기준들이 만들어진 곳인 부산이 배경이다. 올 크리스마스에는 김금희 작가의 <<크리스마스 타일>>을 읽고 부산을 여행하는 것도 좋겠다. 부산역에 내려, 짜장면과 만두를 먹고, 508번 버스를 타고 영도 흰여울문화마을 손목서가 야외 테라스에 고양이와 나란히 앉아 뱅쇼향을 맡으며 뜨거운 커피를 한잔하시길 추천한다. 흐린 날이라면 10년에 한번쯤 내린다는 눈을 기대해도 좋겠고, 눈이 아니라면 규칙적으로 울릴 태종대 등대의 뱃고동 소리는 지친 우리를 포근히 감싸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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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저녁 - 2023 대한민국 그림책상 수상작
권정민 지음 / 창비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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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비 출판사 가제본 도서를 제공 받고 작성하는 서평

 

 <사라진 저녁>에서 저녁의 의미를 계속 생각하게 하는 그림책이다.


 질서있게 배열된 다양한 조리와 달리 현관 앞에 쌓인 재활용 쓰레기들. "재활용되니까 괜찮아."라며 문제를 외면하는 마음 속에 눌러둔 진실을 보여 주는 책이다. 


 경비원이 돼지를 지하실에 숨기려고 끙끙거리는 동안 찍고 구경하고 말이나 보태는 모습은 경비원에 대한 갑질 사례를 떠올리게 하고 돼지를 처치하기 위해 연장과 도구를 사고(과도한 소비), 불을 피우다(지구 온도 상승)가 물이 쏟아지는(홍수와 이상기후) 장면은 편리함을 추구하던 인간에게 닦칠 미래 같아서 씁쓸하다.


 무거운 내용이지만 섬세한 그림과 간결한 문장이 매력적이어서 환경 문제에 대해 이야기해 보면서 기후 위기, 보이지 않는 노동의 의미  등 편리함 뒤에 드리운 그림자에 대해 토론해도 좋겠다.

다들 파티 준비로 한껏 들떴지.
돼지를 찾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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