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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라이프 - 카모메 식당, 그들의 따뜻한 식탁 Life 라이프 1
이이지마 나미 지음, 오오에 히로유키 사진 / 시드페이퍼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무엇이니. 식상한 질문이다. 하지만 넌 취미가 뭐야, 좋아하는 색깔은 처럼 조금만 찾아보면 30문 30답 같은 자기소개에 들어 있을 법한 그런 질문이 될 수 있다. 그러니깐 누군가는 ‘너’가 좋아하는 음식을 한번쯤은 알고 싶은 것이다. 나도 사람을 만나면 상대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심심풀이로 그 질문을 한 번 던져본다. 그런데 그 심심풀이땅콩이 그 사람과 나의 관계를 심심찮을 정도로 즐겁게 만들어 줄 수 있다. 그러니 어찌 궁금하지 않을까.


그 사람과 조금 더 친해지면 상대가 대체적으로 좋아하고, 또 싫어하는 음식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밥 한끼 하자, 라고 흔히 던지는 말이 상대와 나 사이를 최대의 즐거움으로 초대할 수도 있다. 그런 질문을 던지다 보면 상대가 극도로 싫어하는 음식도, 한편으론 나와 상대가 스트레스를 싹 날릴 수도 있는 ‘먹는 즐거움’을 전해주는 그런 음식도 찾게 된다. 그렇게 좋아하는 음식이 더 맛있으면 우리는 맛집을 찾게 되고, 나랑 상대는 다음 맛집을 기약하면서 더 친해진다. 음식의 힘은 없던 이야기도 술술 나올 만큼 위대한 것이다.
 

'Life'는 그러한 ‘음식의 힘’을 내게 깨우쳐 준 책이다. 다양한 레시피와 함께 그렇게 만들어지는 음식마다의 개개인의 이야기를 전해주면서 말이다. 에세이에는 자신의 한 음식에 대한 소중한 이야기가 담겨 있었고, ‘음식으로도 내 인생을 이렇게 논할 수 있어’라고 살짝 메시지를 남겨주었다. 그 덕분에 나도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 무엇이지, 하는 기본적인 질문에서 음식으로 이어지는 나만의 에피소드를 생각해 볼 수 있게 되었다. 

다니카와 슌타로는 핫케이크 이야기를 하였다. 나는 이 사람이 누군지 전혀 모른다. 오직 음식으로만 이 이야기를 읽었다. 그는 팬케이크와 함께한 세월을 환멸의 역사라고 여긴다. 그러니깐 아직까지 가장 이상적인 맛의 팬케이크를 맛보지 못하였다는 의미다. 하지만 그는 끝부분에서 이렇게 말한다. ‘슈퍼에서 핫케이크 믹스 같은 상품을 보면 복잡한 감상에 휩싸인다. 어릴 때부터 어머니와 함께 착실하게 쌓아온 핫케이크 굽기 노하우가, 이제 추억의 저편으로 멀어져 가는 듯한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내 생각이지만, 그는 이미 어릴 때 이상적인 팬케이크를 맛본 것이 틀림없다.  

  

카레와 관련하여 상당히 인상적이었던 요시모토 바나나의 이야기와, 낯선 음식 오하기에 대해 너무 재밌게 알 수 있었던 이토이 시게사토의 이야기 그리고 진솔하게 얽힌 시게마츠 기요시의 양배추롤 이야기. 에세이마다 개성이 가득하여 쏙 빠져들어 읽었다면 내 기분을 가장 정확히 전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도 얼른 이 요리들을 만들어 보아, 그것과 관련된 개성 있는 나만의 글을 간직하고 싶었다. 그건 다른 사람에게 건넬 수 있는 나만의 에피소드가 되는 것이다. 
 

맛난 음식은 먹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하지만 내 이야기가 담긴 음식은 보기만 해도 재미날 것이다. 함께 그 음식을 먹으면서 상대에게 이런 내 이야길 서로 공감하면서 들려줄 수도 있다. 그리고 상대 역시 그 음식을 좋아했고, 내 이야기에 공감했다면 함께 즐거울 수도 있다. 더구나 Life의 쉬운 레시피를 따라 내 이야기를 떠올리며 그 음식을 만들어 볼 수 있다. 나에게 ‘음식 에피소드’의 매력을 알게 해준 'Life', '잘 먹겠습니다.',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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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바우 나무에 새기는 사각의 시간 - 조각가 정상기의 글 이야기
정상기 지음 / 시디안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얇은 '멀바우 나무' 한 권이 내게 말했다. 너는 내가 전하는 모든 것을 읽고, 책을 덮은거니. 책은 진득하게 이 놈, 하고 꾸중하듯이 말했다. 나는 예라고 하기에도, 아니오라고 하기에도 확실한 대답을 할 수 없었다. 멀바우 나무 이야기를 다 읽어 마지막 구절까지 조용히 읽어내긴 했지만, 금세라도 다시 책을 펴 깊숙히 빠져들 수 밖에 없는 나무, 나무 또 나무들을 보아야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멀바우 나무에 새기는 사각의 시간'은 틈틈히 다시 들리고 싶은 마음 속의 '맛집'같은 책이었다.

 

무심코 창 밖의 나무를 본다. 같은 나무인데, 다르다. 나무보다 그 모든 것을 지탱하고 있는 잎이니 꽃이 더 아름답고 이쁘게 보인다. 나무는 단지 든든하게 그것을 지탱하는 것이 기특할 뿐이다. 특히, 목련이니 벚꽃과 같은 아름답게 흩날리는 꽃이 만개했을 때는 더욱 그렇다. 그렇게 나무는 내게, 그저 조용한 '꽃의 그림자'였을 뿐이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그 나무가 돌연 주인공이 되어 책의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었다.

 

나는 '나무의 이야기'를 처음 본다. 정확하게는 조각가 정상기가 만들어낸 나무의 이야기이다. 하지만 작가는 말한다. '나는 조각을 할 뿐, 어떤 모습으로 재탄생 될지는 그건 나무들의 마음이다. 나는 나무를 항상 지켜볼 뿐이다.' 그러니깐, 나무의 이야기이다. 이 책에서는 작가가 틈틈히 적어놓았던 많은 글귀가 있는데, 한 장 한 장마다의 나무를 보면서 글이 읽혀진다. 그렇게 읽다보니 나처럼 '나무'에 대한 식견이 적은 사람에게도 조각가 정상기의 이야기가 보였다. 마치 그의, 인생 일기를 읽고 있는 느낌이었다. 나무가 내게 이야기해 주고 있었다.

 

 책에는 작가가 조각을 하면서 했던 생각이나, 나무를 보면서 남긴 기억이나 기타 삶의 시간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글에서 작가의 삶의 흔적을 볼 수 있어서 좋다. 그게 모조리 느껴진다. 작가는 말한다. '이 글들을 쓰게 해 준 그 당시의 시간들에게 감사한다.'고. 다른 좋은 시들이, 글귀들이 많이 있었지만, 이를 가장 마음에 와닿은 구절로 뽑은 이유는 공감되었기 때문이다.

 

내게도 지난 날의 이야기가 담긴 일기가 있다. 지난 겨울에는 눈을 보면서, 거무튀튀한 계단을 눈 사이로 뛰엄뛰엄 찍힌 발자국에  의해 마치 12단 피아노 마냥 볼 수 있었던 것도, 고고하게 피어있는 눈꽃을 보고 아름답다고 느낀 것도 모두 눈이 펑펑 올 때, 그 때 그 시간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도 늘, 그 일기를 쓸 수 있게 해준 그 당시의 순간, 그 시간에 감사했는데, 작가가 그 이야기를 서두로, 뒤이어 자신의 시간을 깊고 자세하게, 나무와 글에 담아 이야기해주어 읽는 내내 무언가 배우는 느낌이 들었다.  

 

아직도, 책을 너무 빨리 읽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 마음 한 켠이 불안하다. 분명, 아직 나무가 내게 해 줄 이야기는 더욱 많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작가가 새겨놓은 '사각의 시간'에 내 시간을 조심스레 담으려고 한다. 왠지, 멀바우 나무 이야기는 읽을 때마다 색다른 느낌이 드는 소중한 책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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