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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의 아이들 ㅣ 꿈꾸는돌 39
정수윤 지음 / 돌베개 / 2024년 6월
평점 :
[서평단 리뷰]
#파도의아이들 #정수윤 #돌베개 #디아스포라문학
세 명의 아이들. 저마다의 이유로 힘든 여정을 거쳐 결국 함께 만나게 되는 과정을 세밀하고도 담담하게 그려낸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성장하면서 독립하게 된다. 어머니로부터, 아버지로부터, 나라로부터(132p). 그런데 이 아이들은 독립 시기가 너무 빠르다. 가족은 아이들의 이 결정을 결국에는 따르고 도와줄 수밖에 없다. 어쩔 수 없기에. 떠나지 않으면 더더욱 고통스러운 삶이 예정되어있는 것을 알기에. 자식을 사랑하기에.
정말 마음이 욱씬, 아팠던 부분은 '어쩌면 바다라는 이름도, 누군가 지어낸 아름다운 환상에 불과한지도 몰라. 자유나 평화나, 그런 꿈같은 이름들이 늘 실체 없이 우리 곁을 스쳐 지나간 것처럼.(209p)'이라고 생각한 부분이다. 그러나 마침내 아이들은 바다의 끝자락에 다다른다. 바다인줄도 모르면서 바다에 닿았다. 바다를 처음 보는 아이들에게 바다는 파도의 소리로 인사한다.
수용소를 나오는 결정은 오래전부터 계획한 것이 아니었다. 바다, 바다를 보러가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그날 밤 결정되었다. 아이들은 수용소에서 챙겨나온 짐이 없었다. 아이들은 애초에 떠날 때 짐, 내 것이라고 할 게 없었겠구나. 수용소를 몰래 빠져나올 때, 나는 '다시 수용소로 돌아올 수 있을까?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하지?'하고 잠시 생각했다. 그러나 아이들은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누군가가 정해주는 국적, 나라가 자유를 줄 수 있는게 아니었다는 것을, 스스로 살아갈 곳을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금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어도 세 명의 아이들은 잘 다독이고 이겨내며 성장할 것이다. 이 아이들의 여정에는 따뜻한 어른들이 있었다. 고양이 아저씨, 향이 아빠, 용 문신 형. 분명 여름이, 광민이, 설이 역시 좋은 사람, 다정한 어른이 될 것이다.
여름이는 말한다. "지긋지긋해. 누굴 믿고 따라야 하는 그런 세계에는 인정머리도 없고, 행복 같은 것도 없고, 사랑 같은 건 더더욱 없다. 그저 군림하는 강자와 시달리는 약자가 있을 뿐.(144p)"
하나님 나라는 그렇지 않은데, 굉장히 안타까웠다. 하나님을 전하는 사람들이 어떤 마음으로 전할지 와닿는 지점이었다. 이렇게 절절했을까, 안타깝고 절실했을까.
그렇지만 바로 뒷 장에 '신이라는 게 있구나. 대가를 바라지 않는 사랑이라는 게 있구나.(147p)'하고 느끼게 된다. 그리곤 결심한다. "저 믿어 볼래요. 사랑의 힘이라는걸.(148p)" 그래서 확신한다. 여름이는 사랑의 힘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다시금 북한의 사람들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정말로 강이든 산이든 건너고 싶을 때 건널 수 있는, 그런 세상(96p)이 오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