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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 - 제20회 마해송문학상 수상작 ㅣ 문지아이들 179
김지완 지음, 경혜원 그림 / 문학과지성사 / 2024년 9월
평점 :
[서평단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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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우리 반 아이들과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다녀왔다. 제주에서 돌아오는 공항길, 제주공항은 말그대로 도떼기 시장같았고, 나홀로 13명의 아이들을 인솔해야 했다. 정말 정신 없었던 상황, 촉박한 시간, 발권받지 못한 비행기표, 대기하는 사람이 많았던 수속입구...나는 '제발 주님...제발 이 상황을 누가 도와주었으면 좋겠어요. 저는 공항 많이 이용해보지도 않았단 말이에요.ㅠㅜ 비행기 못타는거 아니겠죠? 이건 저에게 엄청난 시련이라고요.'라고 마음속으로 진땀을 흘렸다. 물론 아이들 앞에서는 의연한 척을 했지만. 그럴 때 만약 내 앞에 유니온이 지나간다면, 혹은 나에게 말을 걸어주었다면 하늘에서 동아줄이 내려온듯,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나듯, 꿈에서 천사를 만나듯 유니온을 끌어안았을지도 모른다. 유니온은 '다정한 기능(88p)'을 담고 있으니까 분명 나를 도와주었을 것이고, 나를 차크라마 섬에 입주시켜 주었을지도 모른다.
이 책의 주인공은 제 2호 유니온, 그런데 조금은 특별함을 지닌.
줄라이 공항에 있는 17대의 유니온 중 왜 2호 유니온만 특별하다고 우리는 생각하는가.
그리고 2호 유니온 자체도 "나는 고유한가", "너는 고유한가"를 질문하며 결국 본인의 특별함을 발견해 나가는 시간을 보낸다.
기계든 사람이든 어떤 존재를 성장하게 하는 것은 결국 사랑하는 그 주변의 존재들이라고 생각한다. 유니온은 티미와 안다오와 함께하며 자신만의 성장을 이루어간다. 그의 기존 버전과 계속되는 업데이트와는 상관 없이. 성장에는 상실도 따라올 때가 있다. 유니온은 티미와도, 안다오와도 이별하고, 자기 자신과도 이별하게 된다. 씁쓸한 순리랄까. 그러나 그 마음은, 다정함은 오래 남아 계속될 것이다. 우리는 그 마음을 알아주어야 한다.
우리 모두는 삶을 살며 여행을 한다. 누구나 여행자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59p). 어떤 여행은 안전해서 기쁘고, 어떤 여행은 위험해서 즐거울 거다(141p). 우리는 안전한 여행만 할 수도 없다. 반대로 위험하다고 다 불행한 것은 아니다. 개개인의 여행을 타인이 함부로 재단할 수 없다. 그러니 그들의 여행이 적어도 자신에게는 원하는 모양, 바라던 모습이기를(142p) 바란다.
자, 나는 다음 번에 어디로 어떤 여행을 갈 것인가. 유니온을 만나면 무슨 부탁을 하며 어떤 대화를 나눌까. 일단은 "유니온!"이라고 이름을 분명히 불러준 뒤, 네가 있어 정말 고맙다고, 덕분이라고 꼭 이야기 해줘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