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레퓨테이션: 명예 1
세라 본 지음, 신솔잎 옮김 / 미디어창비 / 2023년 11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서평단 리뷰]
#레퓨테이션 #세라본 #소설추천 #소설베스트셀러 #넷플릭스 #창비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끝내 놓을 수 없는 것들이 각자의 삶에 있을 것이다. 사랑, 가족, 신념, 종교, 돈, 직업, 책임감....
그 중 엠마는 명예를 중시했다. 하지만 명예에 광적으로 집착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자신이 소셜 미디어에 노출되어 있는 사람이고 법을 바꿀 수 있는 사람이며 그만큼 자신이 하는 말이 영향력이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 6시 뉴스에 나올 때 누가 보아도 화려하고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이었다.
나라면 엠마의 삶을 견딜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만두면 예상되는 시나리오가 있음에도 의원직을 내려놓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엠마는 두려워하면서도 자신의 일을 계속해 나간다. 멈추지도 그만두지 않는다. 사실 나도 직장에서 힘든 상황이 닥치면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은 있었지만 특별한 사명감과 책임감 때문인지 막상 결단하려고 하면 행동으로 옮겨지지 않을 것 같다. 내가 멈추게 되면 그로 인한 파장이 너무나 클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나는 무엇을 중시하는 걸까? 무엇을 내려놓지 못하는 것일까?
이 책을 읽다 보니 소셜 미디어에서 얼굴과 신분, 나의 말과 행동이 노출되는 삶은 정말이지 생각보다 너무너무 힘든 것이었다. 공인은 대중 앞에 스스로 선 사람이니 그로 인한 파장도 감내해야 한다고, 얻는 만큼 잃는 게 있다고(209p)는 하지만 근무시간을 벗어나면 그녀도 한 가정의 엄마이자 여성으로서 평범한 삶을 누릴 수 있었을 텐데 엠마는 퇴근하는 시간마저도 안전하다 느끼지 못하고, 그 상황을 지켜보는 나마저 숨막히게 만든다.
이 책을 읽으며 다른 나라 정치인들과 한국 정치인들의 삶은 꽤 다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지금보다 더 어렸을 적, 유럽의 정치인들은 굉장히 검소하며 일터에 걸어 다니거나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많다는 영상을 본적이 있었는데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 같다. 하원의원은 '나와 내 가족을 대표하는 사람'이고 '내가 주는 월급으로 우리를 위해서 일하는 사람(38p)'이라는 인식이 있으며, 그 의원이 일을 잘 하는지 지켜보고 가까운 거리에서 건의할 수도, 항의나 조언을 할 수도 있음을 알게 됐다. 그렇지만 모든 유권자들의 욕구를 충족시켜 줄 수는 없다. 그게 사람의 한계이지 않을까.
마이크는 기자다. 마이크는 이중적인 모습,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고 느껴지는데 사실 누군들 안 그러겠는가. 마이크는 자신의 직업 때문인지 굉장히 본능적이고 먹잇감이 되는 사건을 놓치지 않으려고 한다. 캐럴라인도 마이크와 대화하다가 깨닫지 않는가. 마이크는 일반 사람들과 완전히 다른 도덕 기준의 세계에 살고 있다고.(210p) 지쳐있고 외로워하는 엠마를 하룻밤 따뜻하게 안아주는 사람이다가도, 엠마가 플로라 일로 바삐 나가던 순간은 실망감과 불신을 전하며 엠마의 손을 떨쳤다. 그리고는 바로 플로라 관련 기사를 내겠다고 하기까지.
'그럼 네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아버지의 질문은 어디까지 엠마를 이끌 것인가. 그 질문을 따라 항상 옳은 일을 하고 사회적 불평등을 바로잡으려는 시도를 하려고 여기까지 열심히 일해온 엠마. 하지만 그것이 엠마의 발목을 잡았을 수도, 엠마의 삶을 지나치게 좌지우지했던 걸 수도 있다.
제일 절정으로 치닫는, 재미있는 부분에서 1권은 끝난다. 살인 사건은 어떻게 일어났던 것일까, 벼랑 끝에 선 엠마는 어떤 선택을 할까. 명예를 지키기 위해 어디까지 할 것인가. 2권을 안볼래야 안 볼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