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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브 농장
이민주 지음, 안승하 그림 / 창비 / 2023년 11월
평점 :
[서평단 리뷰]
#페브농장 #이민주 #안승하 #창비 #음표 #쉼표
주인공은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피자가게에서 일한다. 무슨 피자를 제일 잘 만들까? 자신의 일을 좋아할까? 그는 왠지 피곤해 보인다. 고개를 숙이고 걷는다. 그런 주인공을 반겨주는 것은 프레스토다. 강아지 이름인데, 프레스토는 '매우 빠르게'라는 뜻을 가졌다. 프레스토는 페브 농장이 처음이지만 이름대로 빠르게 뛰어다니며 밭에 숨겨진 씨앗상자도 찾으면서 주인공 옆에 항상 붙어 있다. 프레스토에게는 페브 농장이 프레스토로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겠다 싶다.
주인공은 비밀씨앗을 천천히 심고 싶었을까. 하지만 어쩌다 보니 씨앗 전부가 한꺼번에 심겨졌다.(오히려 좋은 건가..?) 덕분에 분주한 낮시간을 보낸다. 쉼 없이, 정신없이 보내지 않았을까 싶다. 깜깜한 밤, 고요한 달빛이 비추고 나서야 주인공은 쉰다. 쉼표 별자리가 주인공을 비춘다. 열매들도 은은한 빛으로 물들어 간다. 그러자 향기도 색깔도 소리도 달라졌다.
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정신없이 음표로만 계속되는 곡은 보지 못했다. 꼭 음표와 음표 사이에는 어디가 되었든 쉼표도 함께 있다. 악보도 그렇듯 사람도 쉼표가 필요할 때가 있다. 비밀씨앗에서 자라난 음표들은 쑥쑥 자라기도 하고 휴식도 취하며 맛있게 익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음표도 사람도 한층 싱그러워진다.
페브농장 테마곡을 들으며 그림 속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음표 사이에 들어가 있는 쉼표, 반복되는 운율. 밤이지만 무섭지 않다. 고요하고 다정하다. 숨죽여 하늘을 바라보면 무수한 별들이 천천히 돌고 있는 것만 같다. 아니 내가 돌고 있는 건가? 반짝반짝 별들이 우수수 떨어져와 무언가 말해줄 것만 같은, 그런 경험을 한 적이 있다. 그때 사실 나는 낯설고 어두운 공간에 있던 터라 무서움을 동시에 느끼기도 했지만, 주인공에게 익숙한 공간이고, 트럭을 타고 멋지게 달려와 반겨줄 할머니가 있기에 나보다는 평온하지 않았을까.
이 하루를 통해 쉼의 시간을 가지며 회복한 주인공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도 내일을 살아갈 힘을 얻는다. 주인공의 하루는 따뜻한 차 한잔을 마시며 마무리된다. 페브농장의 음표로 차를 우려 마시는데 왜 그럴 때 있지 않나, 그 순간이 참 좋아서 언제든 추억을 우려도 그때와 같은 행복을 느낄 수 있을 때.(신났던 신혼여행을 추억 삼아 5년을 우려먹고 있다.) 나도 따뜻한 차 한잔을 마시며 다시 내일을 힘내볼 위로를 얻는다. 페브농장의 음표, 택배 되나요?
https://youtu.be/DLHqTuxIcfY?si=fMuJt55pX6ZTQGD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