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과 나 - 배명훈 연작소설집
배명훈 지음 / 래빗홀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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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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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때 미래도시를 그리면 꼭 날아다니는 자동차, 그때와는 전혀 다른 생활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꿈꿨던, 국가가 나뉘는 것도 없이 모두가 지구촌 한 가족으로 살거라고 막연히 생각했던 2020년, 코로나 팬데믹이 발생했다. 아직은 모두가 날아다니는 자동차를 타지 않고, 2000년대와 크게 다르지 않게 살아가고 있으며, 국가의 국경들은 그대로 존재했다. 

그럼에도 행성 규모 정도의 위기가 닥치면 국가들이 글로벌한 대응을 하리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예측은 간단하게 무시되고, 모든 국가가 국경을 폐쇄하고 다른 인종을 비난하는 정책으로 간단히 회귀했었다.(295p) 각자의 문화나 정책에 맞는 코로나 대응방식을 택하면 어느 나라에서는 그 정책을 비난했다. 어느 나라는 다른 나라의 방식을 이해할 수 없고 이기적이라고도 했다. 


화성으로 가는 사람들은 그런 지구의 국제정치 방식을 화성에까지 가져가지 않는다. 지구에 맞는 국제정치라고 해서 화성에 딱 맞게 적용된다는 법은 없으니까.(실제로 지구에서도 현재의 국제정치가 100% 들어맞는다고 할 수도 없다고 생각한다.) 화성인들은 회복력이 좋다. 좀 약해지면 어떠냐, 무슨 일을 겪어도 화성인은 반드시 회복한다. 또, 사는 곳 자체가 척박하고 쓸쓸하고 황량하고 거칠고 외로우므로 사람들은 까탈스럽지 않다. 척박한 전방에서 지내며 다지는 전우애 같은 걸까.


나는 지금까지는 '화성에 도착하면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엄청 덥고 엄청 춥고 그렇다던데, 영화 <마션>을 보면 참 황량하고 살기 어려울 것 같던데..' 정도의 생각만 있었다. 하지만 지구에서 화성까지 가면서 걸리는 시간과 생활은 생각해보지 못했다! 순간이동을 하는 것도 아니었는데. 그렇다, '작은 순환'을 겪어야 하는 환경을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이미 이 시작점에서 나는 틀려먹었다...물론 박사학위도 석사학위도 없으니 순위는 죽 밀려날 것이다. 평범한 나는 이미 조성된 환경에서 화성의 문명을 완성하겠지.


현재 지구에 사는 사람들 중에 화성에 가려는 열망을 가진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내 생각보다 많을까? 왜 화성까지 개척하려는 것일까? 지구에는 아름다운 미래가 없을 것이라 판단하는 걸까? <화성과 나>는 정말로 화성에서 살게 되면 일어나게 될 법한 이야기들을 풀어놓는다. 어떤 '식량'을 키워서 먹을 수 있으며, 어떻게 '생존'하느냐의 문제를 언급하기보다 아직은 많은 사람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을 사회과학적이며 인문학적인 질문을 던진다. 사실은 그것을 뛰어넘어 진지한 상상력을 불어넣어준다. SF소설이라는 이름으로! 화성에 대해 많이 공부하고 관찰한 작가의 모습이 그려진다. 덕분에 재미있는 상상을 펼쳤다.😊


평범한 나는 이 지구에서 지구인으로 무슨 일을 겪어도 회복할 힘을 키우겠다. 동시에, 텅 빈 행성에 채워넣는 제도와 윤리, 약속, 관계, 생활 방식 등 모든 것이 지금보다 더 선하길, 더 좋은 것이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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