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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문이 열리면 ㅣ 마음이 자라는 나무 44
범유진 지음 / 푸른숲주니어 / 2025년 5월
평점 :
[서평단 리뷰]
#도서관문이열리면 #범유진 #푸른숲주니어
도서관. 아기 때부터 책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친숙한 곳이다. 남편이 퇴근 후 도서관을 너무 자주 들린다며 힘들어할 때도 있었으니까. 나의 꿈은 읽고 싶은 책들에 파묻혀 뒹굴뒹굴 누워서 독서하는 것이고, 그 로망을 느끼게 해주는 곳이 바로 도서관이니 좋아하지 않을 리가 없지.
하지만 이런 나에게도 책과 절교하듯이 멀어졌을 때가 있었다. 바로 중고등학생 때였다. 심지어 중학생 때는 학교 내에 도서관이 있었는지 없었는지조차 기억이 나지를 않는다. 고등학생 때는 학교에 도서관이 있기는 했지만 나의 교실은 1층 또는 3층이었는데 도서관은 4층 끝자락에 있었고, 공부한다는 명목하에 3년 동안 도서관에 간 횟수는 무려 한 손가락 안에 꼽는 것 같다. 마냥 밝지 않았던 조명, 종이 냄새, 사뿐사뿐 조용조용한 분위기, 학교 제일 높은 곳의 구석에 박혀있던 도서관 위치... 어쩌다 우연한 기회로 갔을 때를 떠올려보면 학생은 거의 없었고 과연 사서 선생님은 계셨을까 의문이 든다.(사서 선생님 죄송해요..) 나 역시 학생 때는 친구가 삶의 전부까지는 아니라고 해도 대부분이었고, 도서관은 어쩔 수 없이 책과 더 친해져야만 하는 사람이 가는 곳이라는 이미지가 있었달까.(물론 내가 친구가 많아서 도서관을 가지 않았다는 것은 전혀 아니다...)
둔둔 중학교에도 둔둔 도서관이 생겼다. 학생들이 잘 찾아가지 않는 애매한 위치에 도서관이 있다. 그래서일까, 도서관에 오는 아이들이 거의 없다. 그런 상황에서 사서 선생님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뒤늦게 새로운 꿈을 꾸곤 무려 5년이나 준비해서 사서 교사가 되었을 텐데. 그녀의 마음만큼 사춘기 학생들은 잘 따라주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 학교에서라도 지원을 팍팍 밀어주면 좋으련만 그것도 어렵다. 그런 고요했던 도서관에 은솔이가 오고, 수빈이가 오고, 차례차례로 단아와 재현, 마지막으로 범준이 모인다. 이 아이들은 복잡하고 버거운 관계에서 벗어나 잠시 숨 돌릴 공간이 필요해 도서관을 찾았다.
그래, 도서관은 누구든 편견 없이 받아주는 곳이지. 별다른 말도 필요치 않다. 그저 사람에게 다가와 정갈한 글씨체로 묵묵히 말을 거는걸. 게다가 아주 신사적이라 책을 펼칠 준비가 될 때까지 강요하지 않고 기다린다. 도서관은 친절하고 다정하다.
아이들의 이야기는 참 공감이 많이 되어서 나의 학창 시절을 떠올리게 했다. 누구나 한 번쯤 겪어 봤을 법한 일들을 다섯 명의 아이들도 경험하고 있었는데 아이들의 내면이나 관계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 섬세하고 자연스러웠다. 친구들과의 관계란 왜 이리 복잡미묘한건지.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대로 살아가는 것은 왜 이리 눈치가 보이는지. 도대체 나를 사랑하기가 왜 이리 어려운 건지. 하하. 서툴지만 성장통을 겪고 있는 아이들이 대견하고, 그 아이들을 묵묵히 지켜보며 지지해 주는 사서 선생님도 멋지다.
결국 도서관에 학생들이 많이 올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힘도 학생에게서 나온다. 도서관을 사랑하게 되니 책을 사랑하고, 책을 사랑하니 도서관을 사랑하고, 도서관에서 만난 사람들을 사랑하고. 그래서 도서부원을 모집하고, 좋은 아이디어를 생각하며 조금이라도 더 많은 학생이 도서관의 혜택을 누리길 노력한다. 좋아하게 되면, 소중하다고 생각하게 되면 지키고 싶어지게 된다. 그런 노력을 잘 서포트해 주는 것이 어른의 역할이 아닐까.
맨 마지막에 사서 선생님은 범준이에게 사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낸다. 책의 앞부분을 읽어주더니 책장에 다시 꽂아버리는 것이 아닌가. "그 책, 어떻게 끝나요?(149p)"라고 질문을 받았을 때 알려주지 않는다. "직접 읽어 봐(150p)."라고 말하며 책의 세계로 초대한다.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상관없다. 도서관은 언제든 범준이를 맞이해줄 것이고, 그 책은 범준이를 위해 언제까지나 그 자리에서 기다릴 테니까.
어쩌다 우연한 기회로 고등학교 도서관에 갔던 적이 있다고 위에서 언급했던 나는 아직까지도 도서관에 발을 딛었을 때의 그 오묘한 감각을 잊을 수 없다. 지역 도서관과는 전혀 다른, 잠시 다른 차원에 다녀온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때의 향수를 불러일으켜줘서 고맙고, 모든 학생들이 한 번쯤은 학교 도서관에서 재미있고 오묘한 추억 하나쯤은 만들면 좋겠다는 바람이 든다. 후후, 나는 우리 학교 아이들을 위해 무엇을 해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