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를 날리면 - 언론인 박성제가 기록한 공영방송 수난사
박성제 지음 / 창비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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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

이 책을 읽으며 많은 감정이 교차했다. 놀랍기도, 답답하기도, 안타깝기도, 화가 나기도, 든든하기도 했다. 우선 내가 사회, 정치, 경제, 법, 언론 등의 흐름을 잘 몰랐다는 것이 부끄럽기도 하고 제대로 알아가고 싶은 의욕에 불타기도 했다.


시민들의 알 권리를 위해 취재하러 나갔는데 많은 사람들이 MBC에 욕설을 날리며 비난했다면, 그래서 기자들이 위축되고 숨어서 기사를 전해야 했다면, 그 장면을 상상하는 것만으로 마음이 매우 아팠다. 그럼에도 꿋꿋하게 노력해온 MBC 사람들 모두가 대단하다고 실감한다. 처음부터 시작한다는 노력으로 차곡차곡 쌓아온 시간은 MBC를 다시 신뢰하게 만들었다. '시청자와 공감하는 뉴스', 이 말이 참 와닿는다. 


아무리 올바른, 공정한, 좋은 정보를 국민들에게 알려주어도 정작 국민들이 아무 관심이 없으면 소용 없다. 그러니 언론은 국민을 위해, 국민은 우리의 나라를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언론 앞에서는 '자유'라는 단어가 애매하게 쓰일 수 있음을 느꼈다. 무엇에 대한 자유인지, 무엇을 위한 자유인지에 따라 굉장히 다르게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권력을 잡는 사람들은 언론을 통제하려 한다. 사람들의 심리가 다 비슷한가보다. 권력의 통제를 벗어나 서로 균형있는 견제를 하며, 국민들은 알아야 할 정보를 제대로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책의 말미에서 그랬듯 집단지성의 힘을 믿는다. 사람들이 지켜봐줄 것이다. 자신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자.


#MBC를 날리면 #창비 #박성제 #언론

옳은 길을 간다는 확신이 있어야 한다. 민주주의와 저널리즘의 원칙을 지키며, 진실을 추구한다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 - P88

언론은 사적인 대화든 공적인 대화든 유권자가 알아야 할 내용이면 보도하는 것이다. - P159

‘객관적인 언론‘이 아니라 ‘좋은 언론‘이 더 중요하다. - P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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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의 마법 살롱
박승희 지음 / 허블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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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의마법살롱 #허블 #박승희 #마녀미용실

미녀미용실이기도, 마녀미용실이기도 한 이 곳에는 다양한 사람이 의도치 않게 찾아온다.

그 사람들은 다른 사람과 각자 연관되기도, 연관되지 않기도 한다. 그러나 한 가지 공통점은 저마다의 고민을 가지고 엉킨 마음으로 미용실을 방문한다는 것이다.

미용실에 가족으로 함께 지내는 인물은 제인, 서독 언니, 스피아 쌤, 보보, 그리고 미미다. 이 네 명의 사람도 주인공이고, 지금은 미용사지만 언젠가 미용실에 방문했던 손님으로서 그들의 이야기도 함께 풀어나간다. 미용사들도 엉켜있던 저마다의 과거가 있으며 손님들을 만나 머리를 매만져주며 현재 함께 치유받고 용기를 얻어 다음 스텝을 딛는다는 점이 뭉클했다.

마지막 즈음에 가서 미미는 어떻게 세상을 갈아갈지, 스스로 온전한 선택을 할 수 있는 사람이지만 아직 제약된 환경 안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지 궁금했다. 제인의 성격이라면 정말로 보통 흔히 생각하는 결말과 다른 엔딩을 맞을지도 몰라, 하고 생각하며 읽었다. 결국은 모두가 행복하고 한층 단단해진 것 같아 그 다정한 모습에 눈물이 조금 났다.

사실 마녀미용실에서 마녀들이 손님들에게 대단한 마법이라도 부리는 줄 알았는데, 아니면 손님들이 겪고 있는 문제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듣고 해결책을 제시해줄 것도 같았는데 그러지 않았다. 머리를 만지고, 툭, 한마디 내뱉을 뿐이다. 그러나 손님들은 후련해진다. 저마다의 해결책을 스스로 찾기 때문이다. 툭, 내뱉을 뿐인 것 같은 그 한마디가 위로와 용기를 주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정말 마법같은 일이 일어나 갑자기 모든 것이 변하거나 해결되지는 않는다. 정재가 오디션에 합격했는지 성공했는지 독자는 모르고, 해원은 엄마와 계속 싸우고, 주미의 곱슬머리는 생머리로 변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손님들은 웃으며 미용실을 나간다.

책을 읽으며 나도 미녀미용실 안 옆자리 의자에 앉아서 가까이 있는 손님을 지켜보는 것 같았다. 왜인지 모르게 미용실 주변의 풍경, 미용실 내부의 모습, 손님들과 마녀들의 표정 등이 그려지곤 했다. 제인이 좋아하던 커피향 까지도. 내가 다율산에 갔다면 어떤 이유로 찾아갔을까. 제인이 나의 어떤 마음을 읽어내고 뭐라고 말해주었을까. 풀리지 않는 마음이 든다면 나도 제인에게 물어봐야지. 그리고 어떻게 다듬을지 함께 고민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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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사자 와니니 6 - 수사자 아산테 창비아동문고 331
이현 지음, 오윤화 그림 / 창비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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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사자와니니6 #와니니 #창비어린이책 #이현 #오윤화 #장편동화 


[서평단 리뷰]

아산테는 특별하다. '아산테'라는 그 이름이 초원의 모두에게 특별했다. 아산테는 아산테 아저씨의 명성에 맞게 살 수 있을 것인가. 하지만 그 명성에 꼭 걸맞게 살아야 하는가? 그 아산테와 이 아산테는 다른데도? 

평범한 나야 그럴 일이 없었지만 누군가는 그런 경험이 있겠지. 세상 사람들이 '나'라는 존재를 제대로 이해하기 전에 누구의 자녀, 누구의 부모, 누구의 무엇으로 이미 알려져 있을 때. 


엄마들이 늘 아산테 아저씨 이야기를 하고, 동생들도 부러워하고, 자신 또한 그 이름을 좋아하며 자랑스러워했지만 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시작한 때에 피해갈 수 없는, 필연적으로 자신에 대해 고민하는 순간을 맞이한다. 그러면서 누구나 그렇듯 실수도 하고 고집을 부리기도 하고 어리석으며 부모의 품을 그리워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바위에서 함께 살게 된 암사자들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아산테와 후루는 솔직했고, 막무가내로 고집피우지 않았고, 물러설 때를 알고 물러설 줄 알았으며, 강한 상대 앞에서 용감하게 맞설 수 있었고, 미안할 땐 미안하다고, 고마울 땐 고맙다고 표현할 줄 알았다. 지혜로움을 키웠고, 지혜로움을 키워갈 때 그들을 도와준 조력자가 좋은 타이밍에 꼭 등장했다. 


와니니를 1권 때부터 봐왔지만 <푸른 사자 와니니>는 그저 마음 따뜻한 성장동화만은 아니다. 초원의 냉정한 법칙을 따른다. 그걸 함께 지켜보는 독자로서 조마조마 하기도 하고 마음이 아플 때도 있다. 그러나 초원의 법은 초원의 법. 인간들이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그래서도 안 되고. 그 연장선상에서 인간의 이빨이 참 나쁘고 잔인하다고 느낀다. 이것도 인간과 동물의 사이에서 발생하는, 어쩔 수 없는 자연적인 현상 중 하나일까? 


푸른 사자 와니니 7권이 벌써 기대된다. 아산테는 웨지랑 마음이 통하게 될까. 어떤 귀여운 아기들을 낳고, 그 아기들은 또 어떤 모험을 하게 될까. 생명이 생명을 낳는 이야기는 끊임없이 이어질 것이다. 그 여정을 지켜보는 우리는 그때마다 기뻐할 것이다.

오늘은 처음인 게 많은 날이었다. 아니, 오늘만 그런 게 아니었다. 무리를 떠난 뒤 하루하루가, 모든 순간이 처음이었다. 새로운 일이고, 놀라운 일이었다. 그런 날들을 보내 온 것만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암사자를 벌벌 떨게 하지 않아도, 초원에서 가장 강한 수사자가 되지 않아도, 암사자 무리를 만나지 못해 한심해 보이는 꼴로 초원을 돌아다녀도, 그 어떤 순간에도 아산테와 후루는 대단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 P172

사자는 초원의 왕이야. 수사자는 암사자보다 몸집도 크고 힘도 세. 더 이상 강해질 필요 없어. 강하게 보이려고 애쓸 필요는 더더욱 없지. 수사자가 정말로 해야 하는 일은, 강한 만큼 지혜로워지는 거야. 어리석고 강한 힘만큼 나쁜 건 없단다. 그건 대개 남을 해치고, 결국 자신도 해치고 말지. - P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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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일의 무게 마음틴틴 16
이송현 지음 / 마음이음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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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

이 책 한 권을 읽으며 이송현 작가의 꾸준한 독자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에 이송현 작가는 어떤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어떻게 대화할까. 세상을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참 따뜻하고, 그것을 독자에게도 몽글몽글하게 전해줄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청소년, 십 대의 사랑이라고 하지만 책에서 보여주는 사랑의 무게는 무겁고 그 깊이는 깊다. 기념일의 무게는 결국 사랑의 무게라고도 바꿔 말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여기 나오는 모든 인물이 사랑을 하고 있고, 그 무게를 감당해 내고 있다. 특히 다섯 개의 장마다 함께 등장하는 어른들의 이야기가 흥미롭다. 사랑을 경험한 시기, 기간, 형태, 대상, 방법 등은 모두 다르지만 마음은 공통되게 따뜻하고 다정하기에 서로가 서로를 위로할 수 있다. 


나는 기념일을 잘 챙기는 사람이 아니다. 어떤 기념일이라도 호들갑스럽게 준비하거나 몇 날 며칠을 고민하며 선물을 준비하려는 노력을 해본 적이 없다. 집안의 분위기도 한몫했고, 사귈 때도 그랬다. 그런데 이토록 기념일을 준비하려고 고민하고 노력하는 마음을 보니 그 모습이 참 귀하게 느껴졌다. 기념일은 선물을 챙기는 때라고 보통 생각하곤 하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그 안에 담긴 마음이 아닌가. 캘리그라피로 멋들어지게 쓴 글씨 자체보다는 여자친구에게 진심을 전하는 마음을 꾹꾹 담아 한 글자 한 글자 써 내려갔다는 것이 멋진 것이고, 얇은 실반지 자체보다는 그 반지를 준비하기까지의 마음이 소중한 것이며, 맛있고 잘 만들어진 완성형 달고나 하나보다는 달달한 맛을 내기 위해 수십번 도전한 그 마음이 귀한 것이겠지. 그러고 보니 다들 사랑에 대해 진지하다. 


다채로운 사랑 이야기다. 계속 나이를 먹어도 언제까지나 늘 이렇게 사랑해야지.


#기념일의무게 #이송현작가 #청소년문학 #사랑 #마음이음 #책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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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눈썹, 혹은 잃어버린 잠을 찾는 방법 - 도서부 친구들 이야기 꿈꾸는돌 37
최상희 지음 / 돌베개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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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서평단 리뷰]


세 명의 친구들이 나온다. 차미, 오란, 녹주(이름도 예쁘다). 

차미와 오란은 원래부터 같은 도서부로 친구였다. 녹주는 잃어버린 속눈썹을 의뢰하러 차미를 찾아왔다가 친구가 되었다. "너! 오늘부터 내 친구가 돼라."라고 이야기하지 않았는데도 세 명이 자연스럽게 계속 관계를 이어가고 서로에게 스며드는 모습을 보면서 아, 이렇게도 친구가 될 수 있구나, 했다. 너무 뜨겁지는 않은, 그러나 서로를 생각하는 다정한 마음으로 세 친구는 지낸다. 둘에서 셋으로, 너무 당연스럽게, 상냥하게. 나는 이렇게 친해져본 친구가 있었나?


도서관, 고양이, 친구. 모두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다.

내가 고등학생 때까지 지냈던 곳은 시골에 가까워서 동네에 도서관이 하나밖에 없었다. 책에 나오는 도서관과는 이미지가 많이 달랐지만 고등학교 시절 내내 도서관에 파묻혀 오래된 책냄새를 맡던 시간들이 덕분에 떠올랐다. 그것도 기분 좋게, 몽글몽글, 푸릇푸릇하게. 

엄마가 돌보는 유기묘와 유기견들이 생각난다. 그렇지, 세상에는 생각보다 동물들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았지. 엄마만 해도 그렇네. 우리 엄마 참 대단한 사람이네. 그 어쩔 수 없는 다정함에 오늘도 엄마를 떠올린다. 


생각해보면 여기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이 아주 가볍지는 않다. 유기묘나 버려지는 동물들, 학생들의 거침없는 건의, SNS 혐오 표현, 익명성 문제가 연관되어 떠올랐는데 그 어느 사건도 얼토당토 않게, 또는 난폭하거나 차가운 시선으로 끝나지 않는다. 


차미는 잠을 잃어버렸다. 불면증이다. 그저 잠을 자지 않을 뿐이지, 일상 생활에 전혀 지장이 없다. 차미는 왜 잠을 잃어버리게 되었을까? 혼자 자는 것에 대한 무서움? 걱정? 어쨌든 차미가 도서부에 들어가게 된 이유는 밤새 책을 많이 읽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차미는 잃어버린 잠을 찾았을까? 차미가 찾은 방법은 무엇이었을까? 


도서부의 유서 깊은 행사, '책의 밤'은 우리 학교에서도 진행해보고 싶은 프로그램이다. 밤새 옹기종기 모여 책을 읽으며 꾸벅꾸벅 잠들어가는 행사에 과연 몇 명이나 올 것인가^^...? 그래도 기회가 된다면 꼭 해보고 싶다. 나도 차미, 오란, 녹주의 네 번째 친구가 되어 함께 밤을 새고 싶다. 


#최상희 #돌베개 #속눈썹혹은잃어버린잠을찾는방법  #청소년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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