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풍당당 여우 꼬리 4 - 붉은 여우의 속삭임 위풍당당 여우 꼬리 4
손원평 지음, 만물상 그림 / 창비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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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 리뷰]

#위풍당당여우꼬리 #여우꼬리 #손원평 #만물상 #장편동화 #창비어린이책


4학년이었던 단미는 어느새 5학년이 되었다. 새로운 학년, 새로운 반, 새로운 친구들에 적응해야 하는 시기. 나도 초등학생 때 두근두근, 기대보다는 걱정하는 마음으로 새로운 반 친구들 목록을 살펴보곤 했다. 


단미가 5학년이 되어서 처음 마주한 꼬리는 '질투의 꼬리'였다. 아! 질투는 누구의 마음속에나 있지. 나 또한 그랬다. 남에게 잘 드러내지 않았지만 내 속에도 빨간 머리를 구불구불 늘어뜨린 질투의 여우가 있었을 것이다. 

나도 세상에서 주목받고 싶고, 그저 사랑받고 싶었을 거다. 누구든 그렇지 않을까. 그러나 혼자 살아가지 않고, 내가 소중한 만큼 다른 사람도 소중하기에 처음에 단미가 품었던 마음은 위험하고 안타깝다고 느껴졌다. '이 세상은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 '내가 가장 소중해.' 이런 마음들 말이다. 이런 생각은 사춘기를 겪는 아이들에게 깊은 고민으로 다가올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세상에서 정말 소중한데 그렇다고 나'만' 소중하다고 할 수 없다. 이게 무슨 역설인가. 내가 소중하다는 근거는 어디서 나오는 것인가. 


단미가 지금 당장은 혼란스러워 하지만 엄마도 같은 경험을 했고, 이제는 붉은 꼬리를 잘 다루며 도움을 받기도 한다. 아홉 가지 꼬리는 단미가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 없는 마음이고, 그래서 더더욱 잘 다스리며 살아야 하는 것이다. 어느 꼬리도 포기할 수 없다. 아마 어른이 되어서도 그 꼬리들을 잘 통솔할 수 있어야겠지. 그래야 진정한 어른, 사람다운 사람이 될 것이다. 붉은 꼬리 없이 무기력하게 살아가도 안되고 질투의 감정을 다스리지 못해서도 안된다. 좋은 어른은 꼬리를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완벽하게는 아니어도) 경험을 해보았으니 아이에게 올바른 방향을 제시해 주고 격려해 주어야 한다.


내가 질투의 여우에게 다른 이름을 붙여준다면 '도전', '끈기', '발전', '노력', '건강한 경쟁심' 정도 되겠다. 나는 내 안의 붉은 여우와 잘 지내고 있을까? 꼬리들처럼 내 눈앞에 보이고 대화를 할 수 있다면 그동안 나와 같이 살면서 언제 힘들었는지, 나에게 언제 힘을 주었는지, 언제 뿌듯했는지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다. 앞으로 살아가는 데 있어서도 붉은 꼬리가 때때로 나를 도와줄 것을 안다.   

이기고 싶고, 사랑받고 싶고, 칭찬받고 싶다는 생각이 사라지자 의욕도, 노력하고 싶은 마음도 덩달아 같이 사라진 것이다. 새하얀 도화지 앞에 멍하니 앉아 있는 기분이었다. 도화지 않에 채워 넣고 싶은 게 아무것도 없었다. 그래도 마음을 괴롭히는 일들이 사라졌으니 이대로도 좋은 것 아닐까? - P112

"아무 때나 전속력으로 달리는 모터 말고, 필요할 때 가야 할 곳으로 나를 달리게 하는 모터!" - P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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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를 날리면 - 언론인 박성제가 기록한 공영방송 수난사
박성제 지음 / 창비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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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

이 책을 읽으며 많은 감정이 교차했다. 놀랍기도, 답답하기도, 안타깝기도, 화가 나기도, 든든하기도 했다. 우선 내가 사회, 정치, 경제, 법, 언론 등의 흐름을 잘 몰랐다는 것이 부끄럽기도 하고 제대로 알아가고 싶은 의욕에 불타기도 했다.


시민들의 알 권리를 위해 취재하러 나갔는데 많은 사람들이 MBC에 욕설을 날리며 비난했다면, 그래서 기자들이 위축되고 숨어서 기사를 전해야 했다면, 그 장면을 상상하는 것만으로 마음이 매우 아팠다. 그럼에도 꿋꿋하게 노력해온 MBC 사람들 모두가 대단하다고 실감한다. 처음부터 시작한다는 노력으로 차곡차곡 쌓아온 시간은 MBC를 다시 신뢰하게 만들었다. '시청자와 공감하는 뉴스', 이 말이 참 와닿는다. 


아무리 올바른, 공정한, 좋은 정보를 국민들에게 알려주어도 정작 국민들이 아무 관심이 없으면 소용 없다. 그러니 언론은 국민을 위해, 국민은 우리의 나라를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언론 앞에서는 '자유'라는 단어가 애매하게 쓰일 수 있음을 느꼈다. 무엇에 대한 자유인지, 무엇을 위한 자유인지에 따라 굉장히 다르게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권력을 잡는 사람들은 언론을 통제하려 한다. 사람들의 심리가 다 비슷한가보다. 권력의 통제를 벗어나 서로 균형있는 견제를 하며, 국민들은 알아야 할 정보를 제대로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책의 말미에서 그랬듯 집단지성의 힘을 믿는다. 사람들이 지켜봐줄 것이다. 자신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자.


#MBC를 날리면 #창비 #박성제 #언론

옳은 길을 간다는 확신이 있어야 한다. 민주주의와 저널리즘의 원칙을 지키며, 진실을 추구한다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 - P88

언론은 사적인 대화든 공적인 대화든 유권자가 알아야 할 내용이면 보도하는 것이다. - P159

‘객관적인 언론‘이 아니라 ‘좋은 언론‘이 더 중요하다. - P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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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의 마법 살롱
박승희 지음 / 허블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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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의마법살롱 #허블 #박승희 #마녀미용실

미녀미용실이기도, 마녀미용실이기도 한 이 곳에는 다양한 사람이 의도치 않게 찾아온다.

그 사람들은 다른 사람과 각자 연관되기도, 연관되지 않기도 한다. 그러나 한 가지 공통점은 저마다의 고민을 가지고 엉킨 마음으로 미용실을 방문한다는 것이다.

미용실에 가족으로 함께 지내는 인물은 제인, 서독 언니, 스피아 쌤, 보보, 그리고 미미다. 이 네 명의 사람도 주인공이고, 지금은 미용사지만 언젠가 미용실에 방문했던 손님으로서 그들의 이야기도 함께 풀어나간다. 미용사들도 엉켜있던 저마다의 과거가 있으며 손님들을 만나 머리를 매만져주며 현재 함께 치유받고 용기를 얻어 다음 스텝을 딛는다는 점이 뭉클했다.

마지막 즈음에 가서 미미는 어떻게 세상을 갈아갈지, 스스로 온전한 선택을 할 수 있는 사람이지만 아직 제약된 환경 안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지 궁금했다. 제인의 성격이라면 정말로 보통 흔히 생각하는 결말과 다른 엔딩을 맞을지도 몰라, 하고 생각하며 읽었다. 결국은 모두가 행복하고 한층 단단해진 것 같아 그 다정한 모습에 눈물이 조금 났다.

사실 마녀미용실에서 마녀들이 손님들에게 대단한 마법이라도 부리는 줄 알았는데, 아니면 손님들이 겪고 있는 문제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듣고 해결책을 제시해줄 것도 같았는데 그러지 않았다. 머리를 만지고, 툭, 한마디 내뱉을 뿐이다. 그러나 손님들은 후련해진다. 저마다의 해결책을 스스로 찾기 때문이다. 툭, 내뱉을 뿐인 것 같은 그 한마디가 위로와 용기를 주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정말 마법같은 일이 일어나 갑자기 모든 것이 변하거나 해결되지는 않는다. 정재가 오디션에 합격했는지 성공했는지 독자는 모르고, 해원은 엄마와 계속 싸우고, 주미의 곱슬머리는 생머리로 변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손님들은 웃으며 미용실을 나간다.

책을 읽으며 나도 미녀미용실 안 옆자리 의자에 앉아서 가까이 있는 손님을 지켜보는 것 같았다. 왜인지 모르게 미용실 주변의 풍경, 미용실 내부의 모습, 손님들과 마녀들의 표정 등이 그려지곤 했다. 제인이 좋아하던 커피향 까지도. 내가 다율산에 갔다면 어떤 이유로 찾아갔을까. 제인이 나의 어떤 마음을 읽어내고 뭐라고 말해주었을까. 풀리지 않는 마음이 든다면 나도 제인에게 물어봐야지. 그리고 어떻게 다듬을지 함께 고민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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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사자 와니니 6 - 수사자 아산테 창비아동문고 331
이현 지음, 오윤화 그림 / 창비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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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사자와니니6 #와니니 #창비어린이책 #이현 #오윤화 #장편동화 


[서평단 리뷰]

아산테는 특별하다. '아산테'라는 그 이름이 초원의 모두에게 특별했다. 아산테는 아산테 아저씨의 명성에 맞게 살 수 있을 것인가. 하지만 그 명성에 꼭 걸맞게 살아야 하는가? 그 아산테와 이 아산테는 다른데도? 

평범한 나야 그럴 일이 없었지만 누군가는 그런 경험이 있겠지. 세상 사람들이 '나'라는 존재를 제대로 이해하기 전에 누구의 자녀, 누구의 부모, 누구의 무엇으로 이미 알려져 있을 때. 


엄마들이 늘 아산테 아저씨 이야기를 하고, 동생들도 부러워하고, 자신 또한 그 이름을 좋아하며 자랑스러워했지만 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시작한 때에 피해갈 수 없는, 필연적으로 자신에 대해 고민하는 순간을 맞이한다. 그러면서 누구나 그렇듯 실수도 하고 고집을 부리기도 하고 어리석으며 부모의 품을 그리워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바위에서 함께 살게 된 암사자들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아산테와 후루는 솔직했고, 막무가내로 고집피우지 않았고, 물러설 때를 알고 물러설 줄 알았으며, 강한 상대 앞에서 용감하게 맞설 수 있었고, 미안할 땐 미안하다고, 고마울 땐 고맙다고 표현할 줄 알았다. 지혜로움을 키웠고, 지혜로움을 키워갈 때 그들을 도와준 조력자가 좋은 타이밍에 꼭 등장했다. 


와니니를 1권 때부터 봐왔지만 <푸른 사자 와니니>는 그저 마음 따뜻한 성장동화만은 아니다. 초원의 냉정한 법칙을 따른다. 그걸 함께 지켜보는 독자로서 조마조마 하기도 하고 마음이 아플 때도 있다. 그러나 초원의 법은 초원의 법. 인간들이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그래서도 안 되고. 그 연장선상에서 인간의 이빨이 참 나쁘고 잔인하다고 느낀다. 이것도 인간과 동물의 사이에서 발생하는, 어쩔 수 없는 자연적인 현상 중 하나일까? 


푸른 사자 와니니 7권이 벌써 기대된다. 아산테는 웨지랑 마음이 통하게 될까. 어떤 귀여운 아기들을 낳고, 그 아기들은 또 어떤 모험을 하게 될까. 생명이 생명을 낳는 이야기는 끊임없이 이어질 것이다. 그 여정을 지켜보는 우리는 그때마다 기뻐할 것이다.

오늘은 처음인 게 많은 날이었다. 아니, 오늘만 그런 게 아니었다. 무리를 떠난 뒤 하루하루가, 모든 순간이 처음이었다. 새로운 일이고, 놀라운 일이었다. 그런 날들을 보내 온 것만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암사자를 벌벌 떨게 하지 않아도, 초원에서 가장 강한 수사자가 되지 않아도, 암사자 무리를 만나지 못해 한심해 보이는 꼴로 초원을 돌아다녀도, 그 어떤 순간에도 아산테와 후루는 대단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 P172

사자는 초원의 왕이야. 수사자는 암사자보다 몸집도 크고 힘도 세. 더 이상 강해질 필요 없어. 강하게 보이려고 애쓸 필요는 더더욱 없지. 수사자가 정말로 해야 하는 일은, 강한 만큼 지혜로워지는 거야. 어리석고 강한 힘만큼 나쁜 건 없단다. 그건 대개 남을 해치고, 결국 자신도 해치고 말지. - P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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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일의 무게 마음틴틴 16
이송현 지음 / 마음이음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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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

이 책 한 권을 읽으며 이송현 작가의 꾸준한 독자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에 이송현 작가는 어떤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어떻게 대화할까. 세상을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참 따뜻하고, 그것을 독자에게도 몽글몽글하게 전해줄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청소년, 십 대의 사랑이라고 하지만 책에서 보여주는 사랑의 무게는 무겁고 그 깊이는 깊다. 기념일의 무게는 결국 사랑의 무게라고도 바꿔 말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여기 나오는 모든 인물이 사랑을 하고 있고, 그 무게를 감당해 내고 있다. 특히 다섯 개의 장마다 함께 등장하는 어른들의 이야기가 흥미롭다. 사랑을 경험한 시기, 기간, 형태, 대상, 방법 등은 모두 다르지만 마음은 공통되게 따뜻하고 다정하기에 서로가 서로를 위로할 수 있다. 


나는 기념일을 잘 챙기는 사람이 아니다. 어떤 기념일이라도 호들갑스럽게 준비하거나 몇 날 며칠을 고민하며 선물을 준비하려는 노력을 해본 적이 없다. 집안의 분위기도 한몫했고, 사귈 때도 그랬다. 그런데 이토록 기념일을 준비하려고 고민하고 노력하는 마음을 보니 그 모습이 참 귀하게 느껴졌다. 기념일은 선물을 챙기는 때라고 보통 생각하곤 하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그 안에 담긴 마음이 아닌가. 캘리그라피로 멋들어지게 쓴 글씨 자체보다는 여자친구에게 진심을 전하는 마음을 꾹꾹 담아 한 글자 한 글자 써 내려갔다는 것이 멋진 것이고, 얇은 실반지 자체보다는 그 반지를 준비하기까지의 마음이 소중한 것이며, 맛있고 잘 만들어진 완성형 달고나 하나보다는 달달한 맛을 내기 위해 수십번 도전한 그 마음이 귀한 것이겠지. 그러고 보니 다들 사랑에 대해 진지하다. 


다채로운 사랑 이야기다. 계속 나이를 먹어도 언제까지나 늘 이렇게 사랑해야지.


#기념일의무게 #이송현작가 #청소년문학 #사랑 #마음이음 #책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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