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팥빙수 눈사람 펑펑 1 ㅣ 팥빙수 눈사람 펑펑 1
나은 지음, 보람 그림 / 창비 / 2024년 11월
평점 :
[서평단 리뷰]
#팥빙수눈사람펑펑 #나은 #보람 #창비
세상에, 이 책은 정말로 권장 나이가 7~9세가 맞는지? 어떻게 이렇게 얇은 책에서, 큰 글자에서, 몇 개 안되는 에피소드에서 한 문장 한 문장 나를 감동하게 하고 울게하지?
얇은 책이라고 해서, 심오한 내용이 아니라고 해서 절대 가볍게 볼 수 있는 게 아니구나, 하고 다시 한번 깨달았다.
눈사람 안경점에는 주로 아이들이 찾아온다. 돈을 내며 생색내는 어른이 아니라, 어떤 재료료든 안경값을 지불할 수 있는 아이들을 맞이한다. 아이들도 마음속에 말하고 싶은 것들이 몽글몽글 잔뜩 있을 것이다.
펑펑의 역할은 그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고 그에 맞는 안경을 제작해주는 일이다. 작은 아이의 이야기를 온 맘 다해 듣는다는 것은 흔한 일은 아니지 않은가. 그 행위 자체만으로 아이들은 이미 안경을 선물 받은 느낌일 것이다.
은이는 말하는 것을 좋아한다. 나의 예상과는 달리 은이는 너무 말을 많이 해서 고민이다. 음, 이런 아이들 종종 봤었지. 대부분은 아는 것이 많고 그것을 이야기하고 싶어하는 아이들이다. 뭐, 알고 있는 지식을 뽐내려는 것도 있겠지만 내가 볼 때는 대부분 그냥 말하는 것이다. 그게 재미있어서. 문제는 사람들의 반응인데, 그 아이의 말에 일일이 반응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아이도 배워야 한다. 타인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는 자세를. 은이는 날씨를 아는 것보다 훨씬 중요한 것을 펑펑에게 배워간다.
안경점에는 늘 따뜻한 담요가 곱게 포개져있다. 누가 방문하든 다정히 맞아주는 펑펑의 마음이 느껴진다. 비록 본인은 눈사람일지라도. 또, 재촉하지 않는다. 피곤한 망지가 잠에 빠져들어 단잠을 자는 것을 내버려둔다. 기다려준다. 부담스럽게 하지 않는다. 누군가가 찾아온다면 나 또한 상대방을 따뜻한 담요처럼 안아주고, 덮어주고 싶다. 그리고 충분히, 여유 있게 기다려주고 싶다.
펑펑은 죽음이 뭔지, 이별이 뭔지 잘 모른다고 했다. 눈사람은 영원히 사는 걸까. 이별이나 죽음은 없는 것일까. 조금만 온도가 높아져도, 따뜻한 봄이 되어도 눈사람은 녹아 사라지고 만다. 그것은 헤어짐이 아닌 것일까. 다시 추워지면 언제든 눈사람을 만날 수 있으니 영원한 헤어짐은 아닌 걸까. '작은 추억이 모이면 행복한 기억이 되기도 해.' 망지를 기억하는 윤주에게,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추억을 쌓아가는 우리에게 행복한 기억이 많이 만들어지면 좋겠다.
펑펑은 안경 장인이다. 안경이 잘못 만들어지면 다시 만들어 주겠다고도 하고, 손님이 괜찮다고 해도 받은 재료에 손을 대지 못하며 렌즈를 잘 깎기 위해 밤낮없이 혹독하게 얼음을 깎는 연습을 했다. 이런 펑펑이 참 멋지다.
또, 기다림의 장인이다. 시간을 들여 기다리면 작은 별이 점점 눈에 하나씩 들어오는 것처럼, 하나씩 하나씩 방법이 보일 거라고 믿고 인내하는 모습을 보인다. 우리들도 너무 조급해 하지 않았으면.
책 표지의 팥빙수를 보면 무슨 조합인가 싶지만 여러 개의 에피소드가 옹기종기 모여있는 것을 깨닫게 된다. 하나하나 짚어보면 참 즐겁다.
나는 얼음 안경으로 무엇을 보고 싶은가? 그리고 나는 펑펑을 위해 어떤 재료를 가져다주면 좋을까? 펑펑은 팥을 좋아하니 팥과 찰떡궁합인 볶음콩가루를 선물해주면 어떨까 싶다.^0^
2권은 어떤 이야기로 나의 마음을 눈처럼 하얗게 만들어줄까? 벌써 두근두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