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드 드림 창비청소년문학 130
강은지 지음 / 창비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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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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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잠을 좋아한다. 체력이 약한지 특히 주말에는 잠을 몰아서 잔다. 한 번도 깨지 않고 14시간 정도를 자는 나를 보며 남편이 놀라기도 했을 만큼. 하지만 잠에서 깨어나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2029년에 어른들은 갑자기 잠에 빠지고는 일어나지 않게 되었다. '꿈 바이러스'때문이라고 했다. 이 사건이 터진 이후로 마냥 동화같은 일들만 펼쳐지지는 않는다.


'선함'은 세상이 평화로울 때나 가치 있는 법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지금 세상에서 이타적인 마음을 가진다는 것은 생존의 발목을 잡게 된다면서(17p). 어른들이 정한 규율과 법이 소용 없어진 세상에서, 자신들의 일을 수행하지 못하게 된 어른들이 있는 세상에서 아이들은 생존하는 법을 터득해간다. 그런 아이들은 이미 어른과 같다고 할 수 있다. 본디 '어른'이란 무엇인가? 어떤 존재인가? 아이들은 이미 본인의 삶을 책임지고 타인에게도 손을 내밀 수 있는 존재인걸.


사람을 돕지 않는 것에 대체 무슨 노력이 필요하냐고?(17p) 바로 외면하려는 노력이다. 분명히 도움을 주어야 하는 상황이란 것을 알면서도, 나도 모르게 튀어나가는 몸을 붙잡아야 하는 것, 그리고 못 본 체 넘어가야 하는 노력이다. 그러나 사람은 함께, 서로 돕고 사는 존재라 결국은 공동체가 필요하기 마련이다. 함께 하는 사람이 없이 혼자였던 '선'이기에 더더욱 버틸 힘이 없었고, 결국은 무너진 것 아닌가. 


우리는 모두 어떤 삶을 살 것인지 '선택(70p)'할 수 있다. 다만 선택의 결과도 고민해야 하고, 책임져야 한다. 나는 이 상황에 처한다면 과연 어른으로서 잠들지 않을 수 있을까, 아니 잠든다고 하더라도 스스로 깨어날 수 있을까. 생각보다 나약한 사람이라 차라리 잠들기를 택할지도 몰라. 하나님께 어디 계시냐 물을 수도 있지. 강희도 이렇게 생각한다. 가장 어려운 건 믿음을 지키는 일이라고. 믿음은 갖는 것보다 지키는 게 더 어려운 거라고(152p). 나 또한 그렇다는 것을 요즘 절실히 실감하고 있다. 믿음은 지켜나가는 것이 정말 어렵다. 


나는 잠들게 된다고 해도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우리 반 아이들이 "선생님"하고 나를 부른다면 쉽게 깨어날 수 있을 거란 확신이 있다. 그 아이들을 두고 잠에 빠질 수 없을 것이다.


모두 어른이 되는 걸 조금씩은 두려워했지만 뒷걸음질 치지 않았다(223p). 끝내 잠들지 않았던 강한 아이들. 우리 학교 아이들이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쉽게 지치지 않고, 마음을 다잡아 잠들지 않으며 오히려 잠들어있는 사람들을 깨우는, 광야에 외치는 소리와 같고 빛과 소금같은 사람으로 자라나기를 바란다. 다그치지 않고 기다려줄 줄 알면서, 다정하고 따뜻한 손길로 사람들을 일으켜 세우는, 두려워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소망이 되어주고 자신들의 길을 단단하게 개척해 나가는 멋진 사람으로 자라나기를 바란다. 그렇게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왜인지 작가님도 잠들지 않을 어른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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