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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게 읽는 시간 인문학 - 우주 탄생에서 시간 여행까지 인류와 함께한 시간에 관한 모든 것
리즈 에버스 지음, 오숙은 옮김 / 옐로스톤 / 2017년 2월
평점 :
책의 제목처럼 시간에 대한 모든 것을 담고 있는 작은 백과사전이다. 생각보다 책은 작고 두껍지 않은데 과연 이 정도 분량으로 백과사전이라 말할 수 있을까 처음에는 의구심이 들었지만 다 읽고 나니 그럴만도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끝부분에 <찾아보기>가 있는 것도 바로 백과사전으로서의 사명을 생각한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처음 내가 생각했던 시간에 대한 물리학적이고 천체학적인 접근 또는 보다 철학적인 접근이 아닌, 달력과 시계의 역사 이야기가 꽤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다소 지루한 감이 있었다. 시간에 대한 이야기는 맞지만 그것이 달력과 시계 이야기일 줄은 몰랐으며 서양의 시계 발전사는 솔직히 내가 알고 싶어하는 분야는 아니었다.
몰론 작은 백과사전 답게 개인적으로 유용한 정보도 많이 있었다. 가령 기원전과 기원후를 가리키는 BC, AD가 각각 Before Christ, Anno Domin의 약자이며 점점 BCE(Before Common Era)와 CE(Common Era)로 대체되고 있다는 사실이나 고대에 12라는 수를 중요하게 여겼던 이유가 엄지로 나머지 네 개 손가락의 각 마디 3개씩을 짚어 세었던 데에서 유래되었다는 설 같은 이야기는 매우 참신했다. 또한 역청이라는 물질의 방울 떨어뜨리기 실험 역시 흥미로웠다. (그러나 책에서 소개한 www.watching-grass-grow.com 사이트는 도무지 뭐 하는 곳인지 알 수가 없었다. 차라리 역청 실험을 볼 수 있는 퀸즐랜드대학교 수학물리학부 사이트를 알려줬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다)
책은 우주과 지구의 탄생에서부터 시작하여 시간을 만들어내는 자연의 시계, 즉 태양과 달, 계절, 절기 등에 대해 설명하고, 시간의 측정, 시간기술의 혁명, 현대의 시간 3개 챕터에 걸쳐 서양 시계 발전사를 다루고 있다. 시계 자체에 대해 이렇게나 많은 할애를 하고 있는 것은 좀 이해하기 어렵다. 뒤에서는 블랙홀이나 웜홀 등 우주와 관련된 시간에 대해 기술하고 마지막 장에서 시간을 철학적으로 접근하며 마무리하고 있다.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은 좋지만 아쉽게도 오자나 어색한 표현이 꽤나 많이 발견된다.
p27 / 찰스 다윈(1809~1992) ==> ~1882
p41 / Chapter2 02 시간의 측정 ==> 02 시간의 표시
p99 / 이바지한 바가 너무 크다 ==> '너무 크다'의 '너무'는 부정적인 의미이므로 부적합함
p132 / 방데미에르(...)은 토마토의~, 프리메르의(...)은 돼지의~
p202 / 빌과 테드의 탁월한 모험Bill&Ted's Excellent Adventure ==> '탁월한 모험'이라니!! 이 영화는 우리나라에서 '엑설런트 어드벤처'라는 이름으로 개봉되었고 어린 시절 나도 재밌게 봤었다.
p215 / 태양에서 출발한 빛은 8초면 우리에게 도착~ ==> 8초가 아니라 8분이다. 정확히는 8분20초?
p223 / 이 사건은 약 13억 5,000만 년 전과 13억 7,500만 년 전 사이에~ ==> 지구의 나이가 45억이라는데 빅뱅이 13억? 아니죠. 135억 년 전과 137억 5,000만 년 전 사이죠.
또한 도량형이나 통화의 단위가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원작을 그대로 옮겨와서 매우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많았다. 가령 아래와 같다.
p125 무려 2만 파운드(오늘날의 가치로 환산하면 약 290만 파운드) -> 도대체 어느 정도인지 감을 잠을 수 없다. 오늘날로 환산해도 마찬가지다.
통화 단위 뿐 아니라, 속도와 거리 단위 역시 마일과 킬로미터가 뒤섞여 나온다. 한국어로 번역하는 책이라면 독자가 이해하기 쉽게 모두 한국형 단위로 환산해주는 배려가 아쉽다.
제목처럼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시간에 대한 인문학 책은 맞지만, 사실 어려운 내용이 많아서 결코 만만하지만은 않다. 게다가 짧은 분량 안에 많은 것을 넣다보니 깊이는 다소 부족하다. 그래서 좀더 자세한 탐구를 원한다면 각 분야에 대한 좀더 전문화된 서적이나 인터넷 검색이 필요할 것이다. 오자가 많은 것은 아쉽지만 찾아보기를 통해 궁금한 부분을 쉽게 찾을 수 있어 가볍게 옆에 두고 있을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