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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자마자 IT 전문가가 되는 네트워크 교과서 - 코딩·프로그래밍·해킹과 보안·IT 엔지니어링의 기초가 탄탄해지는 네트워크의 구조와 작동 원리
아티클 19 외 지음, 심태은 옮김, 에릭 로렌스 감수 / 보누스 / 2023년 3월
평점 :
사실 이 책의 제목에는 어폐가 있다.
일단 교과서라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네트워크의 전반적인 지식을 다루지는 않는다. 게다가 지식의 폭과 깊이 역시 교과서라 할 정도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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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이 책의 영어 원제목을 알 필요가 있는데, 아마존 사이트에서 찾아 본 이 책의 원래 제목은 <How the Internet Really Works: An Illustrated Guide to Protocols, Privacy, Censorship, and Governance>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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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역하면, <인터넷이 실제 작동하는 방법: 프로토콜, 프라이버시, 검열, 거버넌스에 대한 가이드> 정도 되겠다.
한국어 제목인 <읽자마자 IT전문가가 되는 네트워크 교과서: 코딩, 프로그래밍, 해킹과 보안, IT 엔지니어링...>와는 그 느낌이나 뉘앙스가 현저하게 다르다. 책의 실제 내용 역시 영어 제목과 일치한다.
그러니까 이 책을 읽는다고 해서, 특히 읽자마자 IT 전문가가 될 리 없고, 이 책을 네트워크 교과서로 생각하는 것 역시 큰 오산이다.
솔직히 말하면 출판사에서 굳이 제목을 이렇게까지 탈바꿈함으로써 너무 무리수를 둔 것인데, 이는 개인적으로 독자에 대한 모독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책의 목적을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중요한 요소가 또 있는데, 바로 저자이다. 책의 저자는 아티클 19(Article 19)이라 불리는 단체이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아티클 19는, 전 세계적으로 표현과 정보의 자유를 보호하고 증진하기 위해 노력하는 국제 인권 기구이다. 아마존의 정보에는, 정보 접근을 포함한 표현의 자유를 촉진하고 개발, 보호하는 국제적인 비영리 단체라고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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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이 책은 단순히 네트워크와 인터넷에 대한 지식을 전달하려는 목적보다는 인터넷의 사용과 표현의 자유, 인권의 보호 등을 더욱 중요한 목표로 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에 책의 내용은 네트워크의 유형, MAC 주소, 라우터, 패킷, IPv6, 프로토콜, TCP 등과 같이 일반적인 네트워크 지식을 설명하는 것으로 시작하지만, 암호화에 대한 내용을 기점으로 검열, 익명, 우회, 알고리즘에 의한 편향성, 인터넷 세계를 지배하는 국제기구(권력기구) 등 좀더 민감하고 심각할 수 있는 주제를 다루고 있다. (이러한 주제가 사실 내가 이 책을 선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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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IT 전문가가 되기 위해' 이 책을 '네트워크 교과서'로 받아들이는 독자가 있다면 책의 퀄리티와는 별개로 심한 배신감을 느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책의 (한글)제목이나 출판사의 카피 문구와 상관없이 내용 자체는 훌륭하다. 하지만 기술적인 부분은 솔직히 쉽지 않다. 짧은 지면과 간단한 그림으로 이해하기에는 사실 어려운 주제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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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지문은 텍스트가 빽빽하지 않고 여백이 여유로우며 지루하지 않은 구성을 하고 있어 몰입해서 보기에는 좋다.
또 주인공인 고양이 캣니프와 친구인 앨리스, 드래곤, 그리고 도청 전문가 이브와 해커인 맬로리가 등장인믈로 출연해 그림과 함께 내용의 극적인 재미를 더 해준다. (하지만 이들의 이야기가 더 많았으면 좋았겠다는 생각도 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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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서 언급한 대로 내가 책을 선택한 이유인 검열, 익명, 우회, 인터넷 상에서의 인권, 권력기관 등에 대한 내용은 기술적인 내용보다 사실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
망 중립성을 해치는 차단, 필터링, 스로틀링과 같은 검열과 심층 패킷 분석(DPI)의 개념, 그리고 Great Firewall of China 라 불리는 중국의 국가적인 방화벽 등에 대한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VPN이나 Tor라는 것을 통한 검열 우회 방법이 있는데, Tor의 경우는 DarkNet 혹은 DarkWEb이라고 불리는 개념으로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인터넷망과는 다르게 전송 패킷에 대해 익명을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Tor는 기본적으로 프라이버시와 익명성을 높이는 목적을 가진 것이므로 개인정보나 개인적인 데이터를 보호하지 않는다. TorBrowser를 사용하면 일반적인 웹이나 다크웹을 다른 사람의 추적을 피해서 검색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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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는 이제 일반인들에게도 익숙한 말인 알고리즘을 조심스런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
즉 알고리즘이 데이터를 평가하는 방식, 그리고 데이터가 사용자의 다양한 정체성을 정확하게 반영하는지, 알고리즘이 사용자의 행동을 예측했을 때, 사용자의 행동과 변화에서 개인은 얼마만큼의 책임을 가지는지, 알고리즘은 어떤 식으로 편향이 되는지 등등의 문제에 대해 우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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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인공지능과 알고리즘이 발달할수록 우리 인간은 더욱 행복하고 풍요로워질지, 그게 아니라면 기술은 어느정도까지 발전해야 할지 등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인터넷 거버넌스를 설명하면서 소수의 글로벌 대기업과 관련 기관들이 인터넷과 기술 표준을 장악하고 그들의 입맛에 맞도록 인터넷 세계를 지배하는 구조 속에서 각 개인이 어떤 식으로 거버넌스에 참여하여 민주적인 인터넷 환경을 만들 수 있는지를 끝으로 책은 마무리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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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밝힌 대로 책은 제목과 내용이 상이한 문제가 있지만 그 퀄리티까지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단지 기술적인 지식 습득을 넘어서 인터넷이 가져오고 있는 여러 문제점들을 생각해보게 함으로써 모두가 함께 사용하는 인터넷을 더 투명하고 자유롭게 민주적인 모습으로 발전하도록 각성해 볼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네트워크 지식을 습득하여 읽자마다 IT 전문가가 되라고 누군가에게 권유할 생각이 나는 없지만, 평소 인터넷에서의 인권과 인터넷 민주주의에 관심이 있다면 누구에게나 이 책을 적극 추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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