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에 관한 거의 모든 이야기
빌 슈트 지음, 김은영 옮김 / 아날로그(글담)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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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책을 대할 때 보이는 표지의 그림이 사실 그렇게 호감이 가는 비주얼은 아니다. 심장이라는 것의 생김새 자체가 원래 별로 어여쁘지도 않은 데다가 개구리와 흰긴수염고래, 그리고 박쥐의 그림 역시 검붉은 색감이 왠지 모르게 거부감을 들게 한다.



이런 식의 그림체는 책 안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모든 그림이 매우 사실적이면서도 복잡한 것을 단순하고 명료하게 표현했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책의 내용에 대해 말하자면, 뒤로 갈수록 어려운 부분이 많이 나온다. 제목처럼 심장에 관한 거의 모든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 내용이 알차다는 생각은 드는데, 나같은 일반인들은 생소할 수밖에 없는 용어들이 많이 등장하는 것도 사실이다.

우심방/우심실, 심근경색, 헤모글로빈 같은 용어는 그래도 우리에게 익숙하지만, 혈림프, 폐쇄순환계/개방순환계, 심도관법, 심막강, 성체세포, 겸상세포, 죽상경화반, 세포간질과 같은 말은 아무리 반복해서 들어도 들을 때마다 새롭다.



책은 캐나다의 작은 해변 마을에 고래 사체가 떠내려 오고, 이 고래로부터 심장을 적출하여 박제하는 과정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박물관에 전시된 고래 심장 표본의 크기는 길이 1.07m, 폭 0.97m 라고 한다. 그 크기가 말해주듯이 이를 표본으로 만드는 과정은 아주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었다.



또 투구게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할애가 되어 있는데, 투구게의 혈액은 인간의 몸 안의 내독소 라는 것을 감지하는 용도로 사용이 되며, 그래서 피만 채혈당하고 죽어가는 투구게의 수가 아주 많다고 한다. 


참고로 투구게의 피는 파란색인데, 보통 다른 동물들의 혈액 안에는는 산소를 운반하는 헤모글로빈이 있고 이것이 철을 함유하고 있어 산소와 만나면 산화되기 때문에 붉은 색을 띄는 데 반해 투구게의 피에 있는 헤모시아닌은 구리를 함유하고 있어 산소와 만나면 푸른색이 되는 것이라고 한다.



작가는 책에서 '수렴진화'라는 말을 한다. 심장과 같은 순환펌프는 동물 집단마다 다르게 진화했고 저마다 모양과 작용도 달라서 '심장'이라고 정의하기에 충분할 만큼의 공통점이 없을 때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다른 기관들이 기능적으로 유사한 이유가 바로 '수렴진화'라는 현상 때문인데, 상어와 돌고래가 계통적으로는 관련이 없지만 모두 방추형의 몸을 지닌 것과 같이 환경에 적응하도록 진화가 되어온 결과로서 비슷하게 보이는 것과 같은 것이다. 척추동물의 아가미와 투구게 같은 무척추동물의 아가미 역시 수렴진화의 또다른 예라고 볼 수 있다.




심장만큼 중요하고 오래 연구되었으며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몸속 기관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심장에 대해서는 아직 모르는 것이 많다고 한다. 인류의 역사에서 보면 우리가 현재의 의학 상식을 갖게 된 것도 불과 얼마 되지 않았고, 특히 심장에 대해서는 아직도 끊임없는 노력을 하고 있는 중이다.


책은 앞서 언급한 고래나 투구게의 심장에서부터 심장이 아예 없는 곤충들, 또 고질라 같이 큰 동물이 실제로 가능한지를 심장과 장기의 측면에서 고찰하는 것, 그리고 우리의 마음과 심장의 관련성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다. 물론 심장에 대한 의학적인 발전 과정을 역사적으로도 다룬다.


심장에 대한 인간의 이해와 의학적 기술이 발전하여 심장을 이식하거나 기능을 제대로 못하는 심장을 아예 새로운 것으로 갈아끼울 수 있다는 희망이 꺾이지 않는 한, 인류가 고통받고 있는 심장질환도 정복할 날이 얼마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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