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속의 이방인 - 내 안의 낯선 나를 발견하는 시간
로버트 레빈 지음, 홍승원 옮김 / 토네이도 / 2017년 7월
평점 :
절판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나는 어떤 사람이다라고 말할 때, 과연 무엇을 기준으로 나를 정의하는 것일까. '나'라는 존재는 생물학적으로 정의하면 약 60~100조개의 세포와 2만2천개의 유전자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이 세포와 유전자의 조합이 나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위벽을 이루는 세포는 단 5일을 살고 적혈구 세포는 120일마다 재생되며 골격은 10년 단위로 바뀐다고 한다. 인체 원자의 98퍼센트가 1년 단위로 교체되는 것이다. 또한 최근 연구에 의하면 우리가 처한 환경과 사건들이 인간 고유의 DNA 설계도마저 변화시킨다고 한다.



이 말은 즉, 나라는 존재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계속 변화한다는 것이다. 미토콘드리아라는 독립적인 개체가 몸 안에 있음으로해서 우리의 신진대사가 가능하듯이 나를 구성하는 것은 미토콘드리아를 포함해야 되는 것일 수도 있다. 이를 넓게 확대하면 우리 몸 속에 있는 기생충까지도 어느 순간에는 바로 나 자신의 구성체일 수 있다.



생물학적인 측면 말고도 나 자신을 고정된 것이 아니라 가변적인 것으로 정의할 수 있는 논거는 또 있다. 우리가 흔히 다중인격이라 말하는 것은 심리학 또는 정신의학적으로 '해리성 정체 장애(DID)' 라는 질병이지만 그 병을 앓고 있는 사람의 자아는 여러 인격 중 어떤 것이라고 해야 할까. 또한 거울 속에 비친 나를 다른 사람으로 오해하는 '거울 망상증'의 경우에도 나를 내가 아닌 것으로 생각하며 나에 대한 정체성에 혼란을 불러일으킨다.



자아를 정의할 때 나의 어느 시점의 모습을 생각하느냐도 또 하나의 고민거리이다. 과거의 나, 현재의 나, 그리고 미래의 나. 이는 모두 동일할 것 같지만 사실 전혀 다르다. 우리는 모두 지금 결정한 일에 대해 나중에 후회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이것은 어떤 결정을 함에 있어 미래보다는 현재의 보상가치를 더 높게 매기는 경항으로 '과도한 자기폄하'라는 용어로 정의한다고 한다. 지금의 '나'는 미래의 '나'보다 중요한 인물인 것처럼 행동하는 것이다.


나를 만들어 가는 것은 타고난 성격이나 본성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실험에 의하면 역할과 자기가 처한 위치에 맞도록 변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죄수와 간수로 역할을 나눠서 각자의 역할을 '연기'하는 실험에서 간수들은 타고난 성격에 상관없이 실제 간수들처럼 행동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또한 저자 역시 무대공포증이 있어 걱정했으나 첫 강의에서 자신도 어떻게 했는지도 모를만큼 원래 강의를 잘 했던 것처럼 능숙하게 해 냈고 이러한 강사다운 모습은 본인이 강사의 역할일 때만 보인다고 한다. 그가 질문자일 때는 그처럼 적극적이고 매끄럽게 말하지 못한다고 한다. 즉 본인의 처한 역할에 따라 그의 자아가 형성되고 변화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다. 



결론은 자아라는 것은 고정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무한한 가능성을 가졌다는 것이다. 이 가능성을 통해 우리는 더 나은 자아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원래 나는 이렇다는 건 사실 틀린 말이다. 무대 뒤에 있는 등장인물을 육성하듯이 내 안에 있는 여러 가능성을 재배열하고 수정하는 '편집장'이 되어야 한다. 최고의 자신을 양육하고 최악의 자신을 없애야 한다. 



끝까지 읽긴 했지만 어려운 책이다. 저자가 말하는 내용을 알듯 하면서도 잘 모르겠다. 각각의 사례와 내용을 이해할 수는 있지만 이것들을 하나의 일관된 주제로 융합하기가 꽤나 어려웠음을 고백한다. 그러나 그동안 전혀 생각해 보지 않았던 '자아'의 정의에 대해 새로운 뷰를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스스로 가지고 있던 나에 대한 부정적 편견들을 깨버릴 수 있는 가능성을 봤다고 해야 하나, 뭔가 자신감 같은 것이 생긴 것은 큰 수확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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