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나는
나태주 지음, 김예원 엮음 / 열림원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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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주 시인은 '풀꽃'이라는 시로 유명하지만, 그는 그동안 시와 산문, 그리고 동화를 수없이 창작하신 인물이다.

 



시집 <너에게 나는>은 나태주의 많은 시 중 '너'라는 말이 들어간 시들만 엮은 거라고 하는데, 이 시집에 수록된 시를 보면 또다른 특징이 있다. 바로 많은 시들에 '꽃'이라는 말이 들어간다는 것이다.

 


 

'풀꽃'에도 꽃이 있는 것처럼 시집에 실린 아주 많은 시들이 '꽃'이라는 말을 품고 있다. 꽃 뿐만 아니라 그의 시에는 풀, 산, 나무 등 자연의 모습이 많이 담겨 있는 것 같다.

  

추억이 말하게 하라 4

꽃은 멀리서 볼 때 꽃답고

산은 멀리서 볼 때 산답다

하늘의 흰구름도 멀리서만이

흰구름이고

강물도 멀리서만이 강물인 것,

너 또한 멀리 있을 때

너답고 아름다워라

만나서보다는 헤어져서 더욱 너는 나이고

앞모습일 때보다는 옆모습일 때

너는 더욱 아름다워라

그리하여 끝내

내게서조차 잊혀지므로

너는 하나의 향기가 되리.

 

또 하나의 특징은 많은 시가 누군가를 좋아하고 사랑하고 그리워하고 애틋해하는 마음을 그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 대상은 연인이나 가족, 자식 등으로 추정이 되기도 하고, 또 어떤 때는 아직 썸만 타는 시기의 모습으로 보이기도 하다. 그래서 마치 짝사랑을 하거나 사랑하다 헤어진 것 같은 표현도 많이 나온다.

 

그냥

사람이 그립다

많은 사람 속에 있어도

사람이 그립다

그냥 너 한 사람.

나태주 시인의 시는 그동안 '풀꽃' 정도만 알고 있었는데, 이번에 그의 많은 시를 보면서 내가 가진 느낌은, 시가 참 순수하고 꾸밈없고 어린아이 같다는 것이다. 초등학교 교사로 오랫동안 재직하며 어린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춰온 까닭이 아닌가 싶다.




책 안에는 나태주 시의 특징이라고 할 만한 설명이 포함돼 있지 않아서 이번 기회에 그의 시를 더 잘 이해할 겸 과거 기사를 찾아 보았다.

 

http://www.sisajournal-e.com/news/articleView.html?idxno=195974

“어떤 여자가 좋아서 연애편지 쓰다가 시인이 됐다. 그래서 내 시는 연애편지다. 다만 세월이 흐르면서 대상이 여성에서 세상으로 바뀌었다. 세상에게 보내는 러브레터가 내 시다."

그렇다. 그의 시는 세상에 보내는 러브레터라는 표현이 참 어울린다.

사랑

우연히 내 안에

들어온 너, 처음엔

탁구공만 하더니

점점 자라서

타보다 더 커지고

지구만큼 자라버렸네

앞에서 시가 어린아이 같다고 했던 것처럼 그의 쉬는 참 쉬운 것 같다. 어렵고 복잡하고 난해한 것이 없다. 보고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물론 대표시인 '풀꽃'처럼 아주 짧고 간결하지만 거기에 머물지 않고 더 깊은 생각을 하게 하는 마력이 있다.

그래서 그는 이렇게도 말했다.

"별것이 아닌 게 특징이다. 내 시는 크고 거창한 게 아니라 사소하고 흔하고 가까운 것들이다. 그래서 시가 졸렬하다. 내 시는 쉽게 쓰지만 어려운 내용을 쓴다. 작게 쓰지만 크게 쓴다. 시는 ‘따지며 느끼며’ 알 수 있다. 공부하듯 따지며 노래듣는 것처럼 느낀다. 내 시는 여기에 ‘들여다보며’가 추가된다. 물에서 물고기 보는 것처럼 들여다보는 것이다.”

아, 맞다. 단지 쉬운 게 아니라 쉽게 쓰지만 어려운 내용을 쓴다. 나와 같은 문외한들이 볼 때 그냥 쉽기만 하겠지만 그는 어려운 내용을 쉽게 쓰는 능력을 가지신 분이다.

 


 

나태주 시인은 최근에 대중매체에 가장 많이 나오는 시인 중 한 분이 아닐까 싶다.

이것은 위에서 말한 특징들과 43년간 초등학교에 몸담았던 푸근한 선생님 이미지가 특히나 잘 어울리며 대중에게 친근하게 다가갔기 때문이리라.

 


 

열림원의 시집 <너에게 나는>은 나태주 시인의 동화같은 시 자체도 그렇지만 그의 시를 더욱 싯적으로 보이게 하는 책의 폰트 역시 마음에 든다. 폰트의 정확한 명칭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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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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