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그림 우케쓰 이상한 시리즈
우케쓰 지음, 김은모 옮김 / 북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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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회사에 있는 동안 책이 집으로 배달됐다.

평소 일본 소설, 그 중에서도 특히 일본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중학생 아들이 궁금함을 참지 못해 책을 펼쳐봤고, 결국 앉은 자리에서 끝까지 완독했다고 한다.




내가 퇴근하고 집에 오니 아들의 첫마디는 이랬다.

"아빠, 이거,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에 버금가는데요?!"


우리 부자는 똑같이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을 즐겨 읽고, 코난 도일이나 애거서 크리스티, 에드거 앨런 포 같은 추리소설의 고전들도 좋아라 한다.


아들이 아빠보다 좀더 덕후 기질이 있어서 에드거 앨런 포의 영향을 받아 필명을 비슷하게 지었다는 일본 추리소설의 선구자 에도가와 란포라는 작가까지 섭렵할 정도이다.


물론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추리물이라기엔 약간 성격이 다르고, 히가시노 게이고의 다른 작품들에서 형사가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방식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라 추리물을 좋아하는 우리 부자가 그 중 최고를 나미야로 치는 건 사실 좀 아이러니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전에 내가 어느 글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난 개인적으로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내가 본 문학작품 중 최고로 친다)




아무튼 이 <이상한 그림>에는 보통 추리소설에는 텍스트로만 묘사가 되어 있을 '그림'들이 많이 실려있다. 이 그림을 통해서 인물들은 각자 추리를 하며 사건에 다가가려 한다.


나 역시 아들과 마찬가지로 책을 펼쳐든 그 자리에서 끝까지 완독했는데, 아들이 이 책을 보고 나미야를 떠올린 것이 이해가 되었다.


총 4개로 이루어진 각각의 장이 각자 독립적인 단편 미스테리처럼 전개가 되며, 이 이야기들은 결국 하나의 커다란 줄기로 합쳐져 완성되는 구조로 되어 있는데, 이러한 플롯이 나미야의 그것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아들과 내가 모두 앉은 자리에서 완독할 수 있을 정도로 책의 볼륨과 사이즈가 크지 않고 술술 잘 읽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사건과 추리가 엉성하다든지 치밀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다. 일본 내 베스트셀러라는 명성이 이를 잘 말해준다고 하겠다.


<이상한 그림>은 제목을 통해 대충 짐작할 수 있듯이 그림이라는 명확한 실체를 보면서 독자들이 사건의 단서를 추리해 볼 수 있는 뚜렷한 특징을 갖췄다. 그림의 의도가 밝혀지면서 드러나는 인물과 사건들에 관한 크고 작은 반전들 역시 빼놓을 수 없는데, 독자는 답을 모르는 상태에서 그림을 보는 것과 답을 알고 난 후 보는 느낌이 확실히 다름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아들이 찬사를 보낸 것만큼이나 점수를 줄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부자간 세대 차이만큼 이 책을 보는 개개인의 취향에도 차이가 있을 것이므로 모든 사람의 취향과 성향을 존중한다. 또한 이 책을 보고 난 후 작가의 첫 작품인 <이상한 집>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음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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