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깃털도둑>이라는 타이틀 자체는 그다지 관심을 끌만한 제목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 아래에 있는 ‘자연사 도둑’이라는 것에 궁금증이 생겼다. 자연사라는 게 무엇이며, 더욱이 그것을 홈쳤다는 것은 과연 무슨 말인지 문구만 봐서는 당최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책소개글과 다른 사람들이 남긴 짧은 서평을 보았고 비로소 이 희대의 사건에 대해 더 알고 싶다는 욕구가 생겼다.

이 책은 실제 일어난 미스터리한 사건을 추적하는 한 편의 다큐멘터리이다. 따라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이라기 보다는 범죄의 실체를 추적하는 형사사건일지임과 동시에 멸종위기 동물과 '플라잉 타이 제작'이라는 취미를 소개하는 지식전달서이며 개인의 탐구가 가미된 에세이이다.

작가가 우연히 사건에 대해 알게 된 후로 진실을 파헤치고자 처절하게 노력하는 과정은 ‘그것이 알고 싶다’ 또는 ‘PD수첩’과도 닮았고, 이 과정에서 접하게 되는 ‘플라잉 타이어’들의 세계와 그것의 역사에 대한 이야기는 그동안 전혀 관심없던 주제에 대해 새로이 알려주는 지식 다큐멘터리를 닮았다.
이 한 권을 통해 우리는, 진화론의 창시자인 다윈과 더불어 '자연선택의 의한 진화론' 연구에 혁혁한 공을 세운 '앨프리드 러셀 월리스'라는 역사적 인물을 새로이 알게 되며, 19~20세기에 걸쳐 인간의 패션을 위해 동물들이 어떻게 희생당했고 특히 새의 깃털이 어떤 식으로 시장에서 거래되고 이용되어 왔는지에 대해 알 수 있다.

낚시를 위해 사용되는 '플라잉 타이'는 낚시를 하지 않으면 상세히 알기 어려운 것들이고 특히나 새의 깃털을 이용하여 이것을 만드는 행위가 낚시 행위와는 그다지 상관없이 독립적인 예술분야로 발전해 왔다는 사실 또한 마니아가 아니면 쉽게 알기 어렵다. 지금껏 이러한 정보는 나의 관심사항도 아니었고 굳이 알 필요도 없는 것들이었다.
작가인 '커크 월리스 존슨'이 책을 통해 하고 싶은 말이 단지 이러한 정보성 지식 또는 멸종위험 동물들에 대한 주의환기 정도였다면 너무도 당연한 말이지만 나는 이 책을 펼치지 않았을 것이다. 위대한 생물지리학자인 월리스가 평생을 통해 수집하고 정리한 다양한 수집품들이 영국의 트링자연사박물관에서 도난당했고, 이 사건의 범인인 '에드윈 리스트'는 결국 붙잡혔지만 그가 '아스퍼거 증후군'이 있다는 이유로 감옥에 가지 않았음을 작가는 지적하고 있다.

자연사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수십 종의 박제된 새들은 과학이 발전해오는 동안 인류에게 커다란 지적 발견을 안겨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