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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위에 새긴 생각
정민 엮음 / 열림원 / 2017년 10월
평점 :
'恨古人不見我 - 옛사람이 날 보지 못함이 한스럽구나 (p.68)'
'不貴不富不賤貧 - 귀하지도 않게 부유하지도 않게, 천하거나 가난하지도 않게 (p.105)'
이 책은 「학산당인보(學山堂印譜)」 속 글귀와 저자의 평설을 들려준다. 학산당인보는 명나라 장호(張灝)가 경전에서 삶의 지침이 될 만한 글귀를 추리고 전각(篆刻)으로 새기게 하여 엮은 책이다. 전각(篆刻)은 일종의 인장을 제작하는 것이다. 옥(玉)이나 대나무, 돌 혹은 구리에 문장을 배치하고 새기는 것을 말한다. 저자는 선인들의 삶의 지혜와 성찰이 담겨 있는 원문에 풍성한 해설을 더해 독자의 이해의 폭을 넓혀 준다.
전각의 글귀와 의미는 그 형태만큼이나 다양한 내용과 주제를 담고 있다. 배움과 독서의 중요성, 근면함, 베풂과 양보, 믿음과 은혜, 세상살이 등 자신을 돌아보고 타인을 배려하며 분수에 맞게 생활하라는 삶의 지침을 들려준다. 한자의 매력이라면 축약의 아름다움이 중요한 요소이다. 사각면 공간에 여러 서체로 간결하고 균형감있게 글씨를 새겨 넣었다. 정갈하고 간결한 글귀는 교훈적이거나, 아름답거나 때로는 삶의 이치를 진솔하게 전달하고 있다.
옛사람들은 자연의 순수함과 아름다움에 빗대어 자신과 주변의 삶을 돌아다 보았다. 순리의 흐름에 따라 행실을 바르게 하고 감정을 추스렸다. 자연과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 책을 읽고 배움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전각에 사용된 글귀의 주요 소재를 보면 선인들의 생각과 삶의 태도를 느낄 수 있다.
① 학습 - 배움, 독서, 책, 학습
② 감정 - 의심, 걱정, 근심, 교만, 희노애락, 탐욕, 부끄러움, 얽매임, 욕심, 원망
③ 성찰(태도) - 행실, 여유, 베풂, 양보, 아첨, 근면, 믿음, 분별, 시비, 허물, 효, 절개, 은혜
④ 배경(인공) - 술잔, 거문고, 찻물, 먹물, 붓대, 대문
⑤ 배경(자연) - 자연, 달, 구름, 우주, 바람, 파도, 천하, 산수, 골짜기, 연못, 지옥, 경치, 세상, 샘물, 나무, 그늘, 학, 산새, 안개, 노을, 호수, 꽃, 조물주, 청산
⑥ 사람 - 군자, 어버이, 선비, 처자, 자손, 형제, 친구, 신하, 이웃, 충신
⑦ 기타 - 인생, 권세, 부귀, 눈물, 법도, 젊음, 늙음, 벼슬, 천명, 사귐, 명예, 염치, 세상살이
저자는 원문의 뜻풀이와 더불어 자세한 해설을 덧붙여 놓았다. 이를 통해 오늘날에도 변함없이 감동을 주는 살아있는 옛글을 만날 수 있다. 시공간을 건너뛰어 선인들의 글을 교감하는 일은 설레는 일이다. 사람의 도리를 지키고 인간다운 삶을 사는 지혜는 어떤 시대에나 통하기 때문이다.
'一棺戢身萬事都已 - 관 하나에 몸을 넣고 나면 만사가 모두 끝이다 (p.134)'
짧은 인생을 살아가는 동안,
무엇을 소유할지 고민하기보다, 무엇으로 나를 채울지 고민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