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서 帛書 - 125년 만에 도착한 편지
이상훈 지음 / 책마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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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며 — 편지 한 통이 걸어온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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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의 신작 장편소설 『백서 — 125년 만에 도착한 편지』는 제목부터 예사롭지 않다. '백서(帛書)'는 비단에 쓴 글을 뜻하는데, 여기서는 1801년 신유박해 당시 스물여덟 청년 황사영이 충청도 배론의 토굴 속에서 목숨을 걸고 써 내려간 편지, 이른바 '황사영 백서'를 가리킨다. 가로세로 한 뼘 남짓한 비단 위에 한자 1만 3천여 자를 육안으로는 거의 식별할 수 없을 만큼 작은 글씨로 눌러쓴 이 편지는, 조선 천주교 박해의 참상을 북경교구를 거쳐 로마 교황에게 알리고 도움을 청하려 한 절박한 시도였다. 그러나 편지는 압송 도중 발각되었고, 작성자는 대역죄인으로 능지처참에 처해졌다. 그 편지가 실제로 교황의 손에 가 닿기까지는 소설의 부제가 말해 주듯 무려 125년의 세월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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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이 역사적 사실을 뼈대로 삼아, 조선 후기 천주교 수용사의 첫 장면부터 백서가 마침내 로마에 전달되는 순간까지를 하나의 서사로 엮어 낸다. KBS·SBS·채널A를 거치며 방송 현장에서 다져진 극적 구성력에, 『한복 입은 남자』, 『김의 나라』(제16회 류주현문학상 수상), 『제명공주』 등을 통해 쌓아 온 역사소설가로서의 감각이 더해진 결과물이다. 특히 이 작품은 2027년 서울에서 열릴 세계청년대회를 앞두고 서울대교구의 교회 인가를 받아 출간되었다는 점에서, 하나의 문학적 기획을 넘어 신앙 공동체의 시대적 요청에 응답하려는 뚜렷한 목적의식을 지닌 텍스트로 읽어야 온당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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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이중 서사구조 — 순례자의 걸음과 순교자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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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의 구조적 특징은 두 개의 시간대가 교차한다는 데 있다. 하나는 1784년 이승훈의 영세로부터 1839년 기해박해, 그리고 1925년 백서의 로마 전달에 이르는 역사적 시간이며, 다른 하나는 황사영의 7대손뻘 후손으로 설정된 현대 인물 '진복'과 그의 벗인 '박 신부'가 명례방(현재의 명동)에서 마재, 배론성지, 천진암성지, 새남터, 제주와 추자도에 이르는 유적지를 순례하며 나누는 현재의 대화이다. 목차만 훑어보아도 「사랑이 싹트다」, 「조선천주교의 씨앗을 뿌린 이벽」, 「명례방 사건」, 「1801년 신유박해」, 「배론성지」, 「125년 만에 전달된 편지, 황사영 백서」로 이어지는 구성이 확인되는데, 이는 연대기를 충실히 좇으면서도 각 국면마다 하나의 독립된 단편처럼 완결된 장면을 배치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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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중 구조는 단순한 형식적 장치에 그치지 않는다.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황사영 백서의 미스터리를 찾아 발로 뛰었다"고 고백하는데, 소설 속 진복의 순례는 바로 그 취재 과정의 극화라 할 수 있다. 독자는 진복과 박 신부를 따라 실제로 존재하는 성지를 밟으며 과거의 사건 속으로 걸어 들어가게 되고, 그 결과 역사소설이 흔히 빠지기 쉬운 박제된 재현의 위험에서 어느 정도 벗어난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이 순례의 서사가 단지 정보 전달의 통로에 머물지 않고, 결말부에 이르러 신앙과 죽음, 순교의 의미를 둘러싼 실존적 질문을 던지는 장으로 발전한다는 점이다. 이 부분은 뒤에서 다시 짚는다.​

3. 인물론 — 침묵당한 자들의 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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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중심에는 황사영이 있다. 정약용의 맏형 정약현의 사위이자 정약종의 제자였던 그는, 소설 속에서 총명하지만 미천한 신분을 자각하는 청년으로 처음 등장해, 정약용 형제들과의 인연을 거쳐 신앙의 길로 접어든다.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그는 천주교에서도 대접받지 못하고 우리 역사에서도 버림받은 존재가 되었다"고 적으며, 조선 조정에게는 외세를 끌어들이려 한 역적으로, 후대 교회사 서술에서도 온전히 순교자로 대접받지 못했던 황사영의 이중으로 소외된 위치를 정면으로 문제 삼는다. 소설은 그를 영웅으로 미화하기보다, 벼랑 끝에 몰린 한 인간이 마지막으로 선택할 수 있었던 절박한 호소로서 백서를 재조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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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소설에서 가장 오래 마음에 남는 인물은 황사영이 아니라 그의 아내 정명련(세례명 마리아, 훗날 정난주로 알려짐)이다. 관노로 제주에 유배되던 중 수청을 강요받자 정절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던 장면, 그리고 두 살배기 아들 황경한을 추자도 언덕에 남겨 두고 떠나야 했던 장면은 이 소설에서 가장 절제되어 있으면서도 가장 강렬한 대목이다. 아이의 저고리에 부모의 이름을 적어 두고 떠나는 어머니, 그 아이를 거두어 기른 오씨 부부, 그리고 이 인연으로 지금도 추자도에서는 오씨와 황씨가 서로 혼인하지 않는다는 후일담에 이르기까지, 작가는 거대한 순교사 서술 속에 파묻히기 쉬운 여성과 아이의 고통을 놓치지 않고 붙잡아 둔다. 추자도 해안에 세워진 '눈물의 십자가'를 진복과 박 신부가 말없이 바라보는 장면은 이 소설이 도달한 가장 성숙한 순간이라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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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밖에도 소설은 조선 천주교 초기사의 굵직한 이름들을 성실히 불러낸다. 천진암에서 서학을 강학하던 이벽, 조선 최초의 영세자 이승훈, 신앙 때문에 형제를 잃으면서도 스스로는 살아남아 유배지에서 학문에 몰두하다 1836년 세상을 떠난 정약용, 목자로서의 소명 앞에 신자의 대속을 거절하는 주문모 신부와 대신 죽음을 자청하는 최인길, 그리고 아버지 정약종의 순교 이후 황사영의 뜻을 이어받아 조선 최초의 신학생이 되고 끝내 1839년 기해박해로 순교하여 1984년 성인품에 오르는 정하상까지, 소설은 이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저마다의 짧은 장을 할애함으로써 조선 천주교 수용사를 한 개인의 일화가 아니라 여러 세대에 걸친 집단적 서사로 그려 낸다.

“슬프고 답답한 가운데 누가 저희를 불쌍히 여기며 위로해 주겠습니까.”

— 황사영 백서 원문 중에서, 작가의 말에 인용​

4. 문체와 서술 전략 — 다큐멘터리적 상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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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의 문체는 극화된 대화체 장면과 실증적 서술이 교대로 등장하는 방식을 취한다. 등장인물들의 대화는 방송 드라마 대본을 오래 써 온 작가의 이력을 짐작하게 할 만큼 명료하고 속도감이 있으며, 특히 위기의 순간—주문모 신부와 최인길의 대화, 정명련이 목숨을 끊으려는 순간의 독백—에서는 감정의 밀도를 효과적으로 끌어올린다. 반면 각 사건의 배경을 설명하는 대목에서는 다산 정약용의 「녹암 권철신 묘지명」과 같은 원사료를 직접 인용하고 각주를 붙이는 등, 역사서에 가까운 실증적 태도를 취한다. 표지 추천사가 이 작품을 두고 "기적의 스토리를 실증적으로 풀어낸 고뇌의 역작"이라 평한 것은 이러한 이중적 문체 전략을 정확히 짚은 표현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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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현재 시점의 순례 서사가 실재하는 성지—마재, 배론, 천진암, 새남터, 제주, 추자도—를 구체적인 지명과 주소까지 밝혀 가며 답사하는 형식을 취함으로써, 이 소설은 단순한 허구적 이야기를 넘어 일종의 신앙 답사기, 순례 안내서의 기능까지 겸하게 된다. 이는 2027년 세계청년대회를 계기로 한국을 찾을 해외 청년들과 국내 독자들에게 실제로 걸을 수 있는 순례길을 안내하려는 의도로 읽히며, 소설이라는 장르가 신앙 교육과 관광 콘텐츠의 영역까지 확장되는 흥미로운 사례를 보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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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주제의식 — "오늘 우리는 목숨을 걸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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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결말부, 황사영의 무덤 앞에서 진복과 박 신부가 나누는 대화는 이 작품이 단순한 순교사 재현을 넘어서는 지점을 보여 준다. 진복은 오늘날 대한민국의 그리스도교 인구가 천오백만 명에 이르지만, 만약 조선시대와 같은 박해가 다시 일어난다면 그중 몇 사람이나 황사영처럼 목숨을 내놓을 수 있겠느냐고 묻는다. 박 신부 역시 오천칠백여 명에 이르는 한국 가톨릭 사제 가운데 오늘 당장 순교를 요구받는다면 응할 이가 몇이나 되겠느냐고 자문하며, 신학생 지원자가 격감하는 현실을 함께 짚는다. 이 대화는 인공지능과 화성 이주 계획이 거론되는 최첨단 과학의 시대에, 신앙이 관습과 장식으로 얄팍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를 묻는 불편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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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면이 값진 이유는, 작가가 이 질문에 손쉬운 답을 내려 주지 않는다는 데 있다. 소설은 순교자들의 헌신을 예찬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그 헌신을 마주한 오늘의 우리가 얼마나 무기력한 신자인지를 함께 드러낸다. 이는 신앙을 가진 독자에게는 뼈아픈 성찰의 계기가 되고, 신앙이 없는 독자에게도 신념을 위해 무엇을 걸 수 있는가라는 보편적인 질문으로 확장될 수 있다. 작가가 「작가의 말」에서 밝힌 대로 2027년 세계청년대회의 표어 "용기를 내어라, 내가 세상을 이겼다"가 이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정신적 좌표로 기능하는 것도 이 지점에서 뚜렷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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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작가 세계 속에서의 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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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의 기존 대표작 『한복 입은 남자』가 장영실의 실종이라는 역사적 공백을 레오나르도 다빈치와의 만남이라는 대담한 상상으로 메운 대체역사물에 가까웠다면, 『백서』는 그와 결이 다르다. 이 작품은 교회의 공식 인가를 받고 대주교의 추천사를 앞세운, 사료에 훨씬 긴밀히 밀착한 다큐드라마적 성격의 소설이다. 허구적 상상력의 비중이 줄어든 대신, 실제 순교자들의 삶과 죽음을 최대한 사실에 가깝게 복원하려는 태도가 전면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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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변화는 작가 자신이 「작가의 말」에서 밝힌 개인적 배경—아흔다섯의 어머니가 평생 성당에 다니고 여동생이 수녀가 된 신앙 환경—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즉 『백서』는 작가의 다양한 역사소설 스펙트럼 가운데서도 개인적 신념이 가장 직접적으로 투영된, 일종의 헌정에 가까운 작업으로 자리매김한다.​

7. 아쉬운 지점들 — 균형 잡힌 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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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러한 성격은 문학적 미덕과 동시에 한계도 함께 지닌다. 첫째, 40여 년에 걸친 방대한 시간과 수십 명에 이르는 역사적 인물을 다루다 보니, 조선 후기 천주교사에 사전 지식이 없는 독자에게는 인물들의 관계망—정약용 삼형제와 황사영, 정하상, 이벽, 이승훈 사이의 혼맥과 사제 관계—을 따라가는 일 자체가 만만치 않은 과제로 다가올 수 있다. 계보도나 인물 소개가 별도로 제공되었다면 일반 독자의 진입 장벽을 상당히 낮출 수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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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진복과 박 신부의 대화 가운데 상당수는 극화된 장면이라기보다 신앙 교리에 대한 에세이나 강론에 가까운 어조를 띤다. 이 대화들이 담고 있는 물음 자체는 앞서 언급했듯 값지지만, 서술이 다소 길게 이어지는 구간에서는 인물의 목소리가 작가의 육성과 구분되지 않는 순간들도 눈에 띈다. 소설적 긴장보다 메시지 전달이 우선시되는 이러한 대목은, 이미 신앙을 공유하는 독자에게는 깊은 공감을 자아내겠지만, 그렇지 않은 독자에게는 다소 설교적으로 읽힐 여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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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교회 인가와 여러 성직자·평신도 단체장의 추천사를 전면에 내세운 이 책의 출간 방식은, 이 작품을 순수 문예물보다는 신앙 교육적 성격이 짙은 헌정 문학으로 자리매김하게 만든다. 이는 2027년 세계청년대회라는 시의성을 고려하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기획이지만, 문학적 완성도만을 기준으로 이 작품에 접근하는 독자라면 이 점을 미리 감안하고 읽는 편이 온당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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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나가며 — 개인적 소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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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자로서 가장 오래 마음에 남은 장면은 화려한 순교 장면이 아니라, 추자도 언덕에 아이를 내려놓고 떠나야 했던 한 어머니의 뒷모습이었다. 거대한 역사와 신앙의 서사 속에서도 작가가 이 개인적이고 사소해 보이는 이별의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는 사실이, 이 소설을 단순한 순교사의 요약이 아니라 한 편의 소설로 살아 있게 만드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무덤 앞에서 "우리는 과연 목숨을 걸 수 있는가"라고 자문하는 결말부의 대화는, 종교적 배경과 무관하게 오늘을 사는 모든 독자에게 던지는 정직한 질문으로 오래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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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서 — 125년 만에 도착한 편지』는 한국 천주교 수용사의 결정적 순간들을 성실하게 복원하는 동시에, 그 역사를 오늘의 신앙과 삶의 태도에 대한 질문으로 되돌려 놓는 데 성공한 작품이다. 2027년 서울 세계청년대회를 앞두고 한국 천주교회사의 뿌리를 되짚어 보려는 독자에게, 그리고 신념을 위해 무엇을 걸 수 있는가를 스스로 물어보고 싶은 모든 독자에게 이 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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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총평 요약

평가 항목

코멘트

서사 구성

현재의 순례와 과거의 순교사를 교차시키는 이중 구조가 안정적으로 설계되어 있음

인물 조형

황사영보다 정명련·황경한 등 주변 인물의 형상화에서 정서적 밀도가 두드러짐

문체

극화된 대화와 실증적 각주가 교대하는 다큐드라마적 문체

주제의식

순교의 예찬에 머물지 않고 오늘의 신앙 태도를 되묻는 결말이 인상적

아쉬운 점

방대한 인물 관계망, 부분적으로 교리적·설교적인 대화 어조

추천 대상

한국 천주교사에 관심 있는 독자, 2027년 세계청년대회 관련 독자, 신념과 헌신의 의미를 성찰하고자 하는 일반 독자

부록 — 작품 속 주요 연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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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이 다루는 역사적 사건을 연대순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연도

사건

1777년

이벽 등 젊은 선비들, 천진암에서 서학 강학회 개최

1784년

이승훈, 북경에서 조선인 최초로 영세 / 정약용·정약전 형제 세례

1785년

명례방(현 명동) 김범우의 집 적발, 최초의 조직적 박해 시작

1791년

진산사건 발생, 신해박해로 확산

1795년

주문모 신부 밀입국, 최인길 등 신자들의 헌신적 보호

1801년

신유박해 발발 / 정약종·주문모 신부 순교 / 황사영, 배론 토굴에서 백서 작성 / 체포 후 능지처참

1801년 이후

정명련(정난주), 관노로 제주 유배 / 아들 황경한을 추자도에 남김

1839년

기해박해, 정하상 바오로·앵베르 주교·모방·샤스탕 신부 순교

1836년

정약용, 마재에서 선종

1925년

교황 비오 11세, 79위 시복식 거행 — 황사영 백서, 로마에 전달된 이후

1984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방한하여 정하상 바오로 등 103위 시성식 거행

2027년

서울 세계청년대회 개최 예정 — 소설이 조명하는 순교의 역사와 맞닿는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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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힘 - 올바르게 사용한다면 끊임없이 베풀어주는 선물 ㅣ 오늘의 힘
박혁제 지음, 현혜수 옮김 / 예미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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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언제나 보고싶은 것만 보려 하고, 생각하고 싶은 것만 생각하려 한다. 내 삶의 흔적과 기억은 오직 나만이 새롭게 바꾸고 창조할 수 있다. 그래서 '오늘'이라는 시간은 스스로의 삶을 되돌아 보고, 삶에 변화와 활력을 불어넣기에 가장 좋은 때이기도 하다.

 

「오늘의 힘」은 성실하고 진실하다.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하고, 꿈을 현실로 가져올 수 있도록 믿음을 준다. 단순히 "잘 될거야" 라는 위로나 제언이 아니다. 저자 자신의 어두운 면을 용기있게 드러내고, 삶의 흐름을 가감없이 찬찬히 돌아본다. 그러는 동안 우리는 저자와 동질감을 가지게 되고, 마침내 잃어버린 삶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게 된다. 이 고민은 절망이 아니라 반성과 의미의 시간이다.

 

「오늘의 힘」은 단순히 실패와 성공의 경험을 나누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실패든 성공이든 모든 경험의 시간을 축적하는 것이 첫 단추이다. 두 번째는 그것을 교훈 삼아 다시 일어서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좌절과 포기가 아니라 끊임없는 고민과 도전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통해 다양한 관점으로 현실을 돌아다 본다. 과거의 궤적을 돌아보고 반성하고, 다시 운동화 끈을 질끈 동여맨다. 그리고 그저 묵묵히 앞으로 나아간다. 잠깐의 멈춤은 사막여행 중의 오아시스와 같다. 인생이라는 긴 여행의 작은 사치와 여유다. 실패가 아니라 꾸준함과 새로운 뜀박질을 위한 활력소이다. 다시 계속하는 힘이다.

 

나에게 오늘은 어떤 의미일까?

그저 어제와 같은 하루? 아니면 내일이 기대되는 하루?

 

저자는 말한다. 오늘은...올바르게 사용한다면 끊임없이 베풀어 주는 선물이라고.

의미있는 오늘, 보다 나은 하루를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더없이 소중한 하루인 오늘을 참되게 여기며, 충실한 삶을 살아가는 여러 선량한 사람 중 하나가 되길 바라는 분들이 읽으면 좋을 것 같다. '나에게 오늘은 전부이다'

 

#오늘의힘, #박혁제, #현혜수, #예미, #하루하나, #의미있는오늘, #보다나은하루, #오늘은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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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워지는 것도 사랑입니까
황경신 지음, 김원 사진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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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황경신님의 글은 처음 읽었음에도 낮설지 않다. 한겹 한겹 따라가면 오래 전 잃어버린 자아가 되살아 난다. 이것은 누구나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했을 법한 풍경이요, 마음이요, 시간이요, 사랑이다. 글을 어쩌면 이렇게도 맛깔나게 빚어 내시는지...그저 간결하고 담백할 뿐이다. 그러면서도 문장 하나하나가 가슴을 콕콕 찌른다.

 

모든 페이지는 일관되게 사랑을 이야기한다. 때로는 한겨울의 눈과 바람이었다가, 얼음이 녹으면 바다로 흘러가 물고기와 담소를 나누기도 하고, 비가 되어 나무를 적시고 꽃망울을 터트리기도 한다. 누구는 사랑으로 괴로워하지만, 궁극적으로 사랑으로 인해 세상은 눈부시게 아름답다.

 

이 책은 사랑을 이해하고, 사랑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사랑의 상실 역시 삶의 과정일 뿐, 그 여행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여행에 끝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행은 기쁨이고 슬픔이다. 저자는 새로운 사랑을 자신에게서 찾으라고 말하는 듯 하다.

 

「한 천 년 지난 후에 다시 만나도

  내 심장은 더 이상 그대 알아보지 못할 테니

  상처투성이가 되어

  운명을 거슬러 가는 일도 없을 거야

 

  그러므로 사랑아. 너도 어디로든 흘러가라

  칼날 같은 가을 빛에 산산이 부서질 때까지」

 

  <너도 어디로든 흘러가라 中 (p.251)>

 

한글은 참 아름답다. 단어와 문장은 생명을 품은 듯 살아 숨쉰다. 페이지마다 작가가 펼쳐 놓은 감성의 풍광과 인물을 마주하는 느낌이었다. 만일 '사랑'이 과정이고 진화한다면, 사랑 역시 완성되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할 것이므로, 「지워지는 것도 사랑」이 아닐까 싶다.

 

조용히 사랑을 곱씹어 보기에 좋은 책으로 추천하고 싶다.

 

#지워지는것도사랑입니까, #황경신, #김원, #하루하나, #소담출판사, #사랑찾기, #사랑으로아름다운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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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알바로 세상을 배웠다 -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 인생 사용 설명서
황해수 지음 / 미래타임즈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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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알바로 세상을 배웠다

 

이 책은「알바를 통한 세상보기」이다. 다양한 경험은 다양한 시각과 생각을 가져온다. 그래서 청춘의 경험은 미래에 대한 가장 가치있는 투자이다.

 

저자는 알바로 가득찬 자신의 삶을 청춘의 목소리로 이야기한다. 영화보다 치열한 현실, 주위에 만연한 갑과 을, 보호받지 못하는 그늘 속 노동자들을 통해 세상을 바라본다.

 

패스트푸드점, 전단지, 배달, PC방, 물탱크 청소, 카드 영업, 백화점 보안요원, 아파트 세대 청소, 대기업 생산공장, 배관공 보조 등 특정한 직업군과 지역을 가리지 않고 경험한 27가지 알바 속에는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았던 인생의 설명서가 있었다.

 

저자는 말한다. 알바는 어떤 이에게는 경험이고, 생계의 수단이기도 하지만, 어떤 이에게는 나를 발견하는 시간일 수도 있다고...나의 경우는 알바는 잠시 거쳐 가는 시간이외의 큰 의미가 아니었다. 그래서 열정페이나 세상의 부조리, 갑질 등이 크게 와닿지 않았던 것 같다. 아마도 저자에게 알바는 생계로의 직업 외에도 세상을 보는 또 다른 창이 아니었나 싶다. 그래서 저자의 이야기와 마음 씀씀이가 몹시 신선하고 공감이 갔다.

 

의학과 기술의 발전으로 평균수명은 나날이 늘어 간다. 하지만 정년은 짧아지고 그것마저 알 수 없는 우리들...다음 세대를 위해서도 미래를 걱정하고 준비해야 할 때이다. 그래서 이 책은 많은 경험을 하지 못한 나에게 미래에 대한 새로운 화두를 던져 주었다.

 

다양한 인간군상에 대한 노하우를 익힐 수도 있고, 이런 알바를 통해 이런 것들을 배울 수도 있겠구나 느끼고 생각하게 해주었다. 물론 다양한 알바 이야기는 덤이다. 이 땅의 청춘들이 모두 값진 경험을 통해 긍정으로 세상의 길을 올바르게 찾아가길 기원하며...

 

#알바에세이 #청춘에세이 #황해수 #나는알바로세상을배웠다 #미래타임즈 #하루하나 #알바인생득도청춘에세이 #인생사용설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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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파리에서 아이들과 한 달 살기 - 살며 놀며 배우며 즐긴 조금 긴 여행
김지현 지음 / 성안북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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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우리는 일상에서 유럽에서의 기억을 떠올리며 새로운 여행을 꿈꾸는 시간을 보낸다. 다음에는 어떤 곳으로 여행을 갈까. 또 어떤 경험을 하게 될까를 상상하며 함께 이야기하고, 그 날들을 꿈꾸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 (p.13) 


이 책은 제목 그대로이다. 엄마와 남매가 아름다운 도시, 「런던과 파리에서 한 달을 머문 자취」를 따라간다. 런던에서 3주, 파리에서 2주...이렇게 총 33일간의 여정이다. 밥을 지어먹고, 동네를 산책하며 일상을 경험하는, 그래서 여행보다는 '조금 더 긴 여행'이 되겠다. 저자는 하고 싶고, 보고 싶은 것을 아이들과 체험하며 순간순간의 행복과 자유를 이 책에 담았다. 잠시 머무르다 가는 여행자의 관점이 아닌, 그 곳에 산다는 것이 어떤 느낌일지 자세히 들려 준다. 


이 책은 공들인 흔적이 역력하다. 재미있다. 군더더기가 없고 자세하며 친절하다. 그러면서도 간결하다. 저자의 이야기를 듣고 동선의 흐름을 상상으로 따라가 보면 마치 그 곳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직접경험'이 주는 사실감 때문일까? 아이들을 감안한 일정, 꼭 필요한 정보, 생생한 느낌과 경험이 가득한 유람기...이야기의 흐름은 부드럽고 자연스럽다. 꼼꼼하게 기록한 '일상의 일들과 감상'이 주는 효과일 것이다.  


이 책은 3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여행준비, 런던에서 살기, 파리에서 살기이다.  


① 엄마의 용기로 '조금 긴 한 달 살기 여행'을 준비하다

. 목적지 런던/파리, 경비 및 한 달 간 계획. 필요한 것


② "얘들아, 런던이야!" 우리도 한 번쯤은 런더너처럼

. 대중교통, 집장만, 장보기, 마트, 박물관, 놀이터, 공원, 영어, 뮤지컬, 시장, 식당, 명소 등


③ "엄마 뒤를 봐요! 에펠탑이에요!" 우리도 한 번쯤은 파리지앵처럼

. 대중교통, 집장만, 명소, 에펠탑, 강변, 성당, 몽마르트, 바게트, 오페라, 백화점, 미술관, 시장 


서문에 33일간의 일일 계획을 표기해두었다. 한 달 살아 보는 여행을 계획했고, 목적지는 유럽, 그 중에서도 안전하고, 역사가 깊으며, 아이들이 맘껏 뛰어 놀고, 영어권인 나라를 우선 순위로 하여 선정한 것이 런던과 파리였다. 특별가로 나온 항공권을 덜썩 예약함으로써 본격적이 여정이 시작됐다. 경비를 모으고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 계획을 세우고 숙소를 선정하고 여행지의 정보를 입수했다. 특히 여행갈 때 싸간 짐 체크리스트와 정보 입수에 사용한 앱은 실제로 해외여행을 계획하는 이들에게는 많은 도움이 된다.  


이 책에는 오랜 역사와 문화가 숨쉬는 런던과 파리의 도심, 기라성 같은 미술관·박물관 탐방기, 자연환경이 좋은 넓은 공원에서 한가로이 산책하기, 풍부한 볼거리·먹을거리 찾아 시장을 탐험하기 등 저자가 체험한 에피소드와 감동적인 이야기가 실려 있다. 단순히 여행가이드에서 볼 수 있는 객관적 정보의 나열이 아니라 살아 있는 정보라 더욱 반갑다. 저자가 꼼꼼히 준비한 여정을 따라 천천히 감흥을 즐겨도 좋을 듯 하다.  


무엇보다도 여행을 통해 얻은 것들...넓은 시야, 긍정적인 마인드, 새로운 환경, 가족의 유대감, 행복, 도전과 힐링...그리고 '더 큰 꿈을 꾸게 된 아이들'은 평생동안 가슴 설레고 벅찬 감동을 잊지 못할 것이다. 저자의 2번째 여행 에세이가 기다려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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