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가 무척 단조롭다고 생각되지 않나요? 하지만 그 속은 더 단조롭답니다. 온통 검은색과 흰색으로만 이뤄져 있으니까요. 하지만 검은색 하나만으로 달리는 증기 기관차의 역동적인 모습을 이렇게 환상적으로 표현한 작가의 능력이 대단합니다. 증기 기관차에서 뭉개 뭉개 솟아나는 연기가 가장 압권이죠. 너무 진한 검은색으로 그려져 있어서 손으로 살짝 문지르면 온통 묻어 날 것만 같은 착각에 빠져 듭니다.
정말 이런 개가 한마리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아이들은 개를 키우고 싶어하고….. 부모들은 개를 키울 때 부수적으로 따라다니는 온갖 잡다한 일들 때문에 반대를 하지만 결국 아이들 뜻대로 개를 키우기로 합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데려온 개는 늙은 똥개(?)였죠. 하지만 이 늙은 개 ‘커트니’는 보통개가 아니었습니다. 밥도 하고 청소도 하고 아이도 봐주고 잔디도 깎는 ‘만능 개’ 였던 거죠. 커트니가 청소기를 가지고 카페트 청소를 하는 장면은 꼭 로빈 윌리암스가 ‘미세스 다웃 파이어’에서 춤추면서 청소하던 모습하고 똑 같아요.
커다란 나무와 아이의 대화체 형식으로 쓰여진 책인데 책을 펼쳐보기만 해도 마음이 안정되고 편안해 지는 걸 느낄 수 있는데 부드러운 파랑색과 노랑색이 주를 이룬 파스텔 톤 칼라로 그려진 그림과 여백의 미가 뛰어납니다. 한쪽엔 나무와 아이의 대화가 한글로 다른 쪽엔 영어로 되어 있어 있는데, 왜 나무와 숲이 중요한지, 왜 나무를 심어야 하는지를 자연스레 알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책입니다.
카툰그림책이라는 특이한 형식인데 빈대 한 마리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운다는 속담처럼 애써 키운 녹두를 훔쳐 먹는 토끼들을 혼내주려다가 집까지 태워버린 '녹두 할아버지' 이야기와 엄지공주처럼 태어날 때 부터 주먹만한 크기로 태어나 주먹이라고 불리는 '주먹이' 이야기, 찰밥을 먹으려고 꾀를 부리는 '두꺼비의 나이자랑' 이렇게 3편이 실려 있는데 세편 다 각각 다른 형식의 그림과 내용이 담겨있어서 ‘일석삼조’네요. ‘녹두 할아버지’에서 할아버지가 토끼들을 속이려고 온몸에 과일들을 붙여 놓고 밭에 누워서 부르는 노래가 웃깁니다. ‘울긋불긋 대추 눈/ 맨질맨질 알밤 귀/ 쪼글쪼글 곶감 코/ 말랑말랑 홍시 입/ 우툴두툴 호두 배꼽/ 시금시금 배 손/ 봉긋봉긋 자두 발’
‘엄마가 옛날 이야기 하나 해줄까? 에헴, 옛날 옛날에 말이지….~거야… ~지’ 이런 식으로 엄마가 아이에게 읽어 주는 형식으로 쓰여 있기 때문에 다른 동화책과 달리 책을 읽어 주기가 아주 편합니다. 그리고 역시나 보리에서 만들어진 책들에서 빼 놓을 수 없는 게 바로 그림인데요, 이 책에서도 역시 연필로 세밀하게 그려진 그림에, 부드러운 파스텔톤 색채로 그려진 수채화 그림에서 보리만의 보리만의 특징을 볼 수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