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탐독했다. 정신이 나가고 넋이 나가도록 읽고 또 읽었다. 내가 위대한 정신을 읽어내고 위대한 영혼을 읽어내고 있다는 느낌이 어슴푸레하게나마 들곤 했다. 그때 읽은 그들의 작품 대부분은 지금도 그 느낌은 물론이고 줄거리까지 훤하게 기억난다.

주인공들을 흉내 내듯이 내 인생을 엮어가고 싶었다. 그들처럼 느끼고 생각하고 또 행동하기를 꿈꾸었다. 감정이입 정도가 아니었다. 인격이입이며 정서이입을 간절히 바랐다.

읽는다는 것은 ‘아는 것’도 ‘아는 짓’도 아니었다. 그건 ‘되는 것’이었다. 내가 나 아닌 다른 뭔가가 되는 것. 그렇게 나만의 세상이 만들어지는 걸 실감하곤 했다. 그것은 문학 읽기에서만 얻어낼 수 있는 위대한 경험이 아닐까 한다. 문학 작품은 새로운 인격이나 인성의 탄생을 위한 모태일지도 모른다.

작품을 읽는 중간 중간 눈을 감는 것은 바뀌어가는 나의 모습을 지켜보기 위해서였다. 한 작품을 다 읽고 나면 눈을 뜨고도 꿈을 꾸었다. 내 주위의 세계는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달라진 내가 나도 잘 모르는 신세계를 거니는 모습이 감고 있는 눈망울에 비쳐졌다.

그것은 단순한 정서적인 또는 지적인 성장만을 의미하지 않았다. 그건 새로이 무엇으론가 바뀌는 것이었다. 변신變身이었다. 나는 크눌프가 되고 토니오 크뢰거가 되어가고 있었다. 읽기는 나의 재창조였다. 아니 신생新生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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